밀양 ‘천지봉~구천산’

금산금산 2017. 9. 22. 19:06

밀양 '천지봉~구천산'




호젓하게 걷다가, "야~ 저기 저기 영남알프스"






"할머니, 천지봉이 어느 것입니까."

오치, 바드리와 함께 밀양의 오지마을 중 하나인 단장면 감물리 구기마을 노인회관 앞.

귓잔등을 매몰차게 때리는 혹한이 휘몰아치는 평일 오전

 등산복 차림의 멀쩡한 산꾼 두 사람이 70대의 촌로에게 다짜고짜 산이름을 물었다.

이 추운 겨울에 웬 등산이냐고 걱정을 하면서도

 그 할머니는 천절하게 노인회관 뒷산을 가리키며 "저거야"라고 답했다.

산행 전 생각했던 봉우리와 달라 이번엔 다른 할머니께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돌아온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더 여쭤보자 그 할머니는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더 던졌다.

 "나, 이 마을에 60년 살았어."



   
구천산 정상은 조망이 일품이다. 천지봉과 지형도 상의 천지봉인 삼각점봉 등 산행팀이 걸어온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그 뒤로 정각산 재약산 천황산 향로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도 확인된다.

지형도에 표기된 산이름과 실제 현장에 와서 확인해보니

 달랐던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영남알프스 맥따라 산길따라'라는

 등산지도를 펴낸 대한백리산악회 이병진 산행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이나 기관이 등산지도를 발행할 땐

 국토지리정보원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산꾼들로부터 천성산, 천성산제2봉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은 옛 명칭인 원효산 천성산으로 각각 표기하도록

  지시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년 전 양산시는 그간 원효산 천성산으로 불리던 봉우리를

 지역 내 문화원 등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각각 천성산, 천성산제2봉으로 공식적으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 대장은 "이의가 있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문서와 함께

 이의신청을 하라는 퉁명스러운 국토지리정보원 담당자의 한마디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부기관이 우리나라의 하고 많은 산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에 대한 애정이 많아 잘못된 산이름을 제보하려고 해도

 절차가 왜 이리 까다로운지 한결같이 두 손을 들고 만다.



만일 산행팀이 취재 중 마을촌로나 산중 암자 내 노승으로부터 그간 묻혀 있던 산이름을 되찾았다고 가정하자.

현행법에 의한 절차는 해당 지자체의 지명위원회와 광역자치단체의 지명위원회를 거쳐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위원회 등 3단계의 지명위원회를 거쳐야 공식적으로 본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다.

500m대의 동네 뒷산 이름을 바꾸려고 누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총대를 매고 하겠는가.



이번 주 산행지는 밀양 천지봉~구천산.

   
깨밭고개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구체적 경로는 단장면 감물리 구기노인회관~천지봉(626m)~깨밭고개~

무안 박씨묘~삼각점(629m·지형도 상 천지봉)~옛 헬기장~

삼거리 임도(지형도 상의 당고개)~당고개~구천산·만어산 갈림길~

옛 헬기장~구천산(639m)~옛 헬기장~구천산·만어산 갈림길~

밀성 손씨묘~감물리 용소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40분.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 대로 산행을 했다면 빨리 끝났을 텐데

마을주민들이 제대로(?) 알려주는 바람에 이웃한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 산행은 예정보다 2시간이나 더 걸렸다.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청정산길이다.

이정표가 없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몇 차례 만나지만

 그때마다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촘촘히 달아놓았다.

산행의 큰 그림은 구기마을 뒷산인 천지봉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 맞은편인 구천산을 찍고

 감물리 구기마을과 이웃한 용소마을로 하산한다. 들머리에서 전 구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구천산 정상만 약간 위험한 암봉이며 전체적으론 워킹산행이다.

구천산에선 영남알프스 산군과 밀양 김해 양산 쪽 봉우리는 죄다 확일될 정도로 조망이 일품이다.

구기마을 노인회관 우측 화장실 뒤로 보이는 산이 마을주민들이 말하는 천지봉, 거기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

 3시 방향쯤에 위치한 봉우리가 지형도상의 천지봉이다.

천지봉과 마주보고 있는 푹 꺼진 지점이 단장면과 삼랑진읍의 경계인 당고개이고,

 당고개 우측 높은 봉우리가 구천산이다.



산행은 노인회관을 정면으로 보고 좌측 첫 번째 골목 포장로로 올라간다.

4, 5분쯤 가다보면 좌측 마른 억새 사이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푹신푹신한 솔가리와 낙엽이 뒤섞인 부드러운 산길이 기다린다.

무명봉을 살짝 넘고 봉분이 낮은 묘지를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들머리에서 20분.

지형도상의 천지봉과 당고개 구천산, 당고개 뒤 천태산 자락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름길.

얼마 전 내린 눈이 음지에 남아 있지만 걷는데 지장은 없다.

15분 뒤 발걸음은 시나브로 산허리길로 가고 있다.

천지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약간 더 가봐도 능선길은 없고 산허리길이 뱀처럼 이어진다.

산행팀은 되돌아와 하얀 막걸리병이 잔 가지에 꽂혀 있는-이런 표시는

대개 무덤가는 길이다-지점으로 치고 오른다.

4분 뒤 예상했던 대로 묘지에 닿는다.

이후 길은 없다.

GPS기기를 보니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그냥 치고 오른다.

9분 뒤 산길이 뚜렷한 능선 위로 올라선다.

왼쪽으로 30m쯤 떨어진 지점이 돌탑이 있는 천지봉 정상.

돌탑 좌측 나목 사이로 구천산 금오산 매봉이 보인다.



돌탑을 보고 우측 능선길을 계속 걸으면 가래봉을 거쳐 단장면 단장리 동화마을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동화마을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내리막길로 유난히 쓰러진 나무들이 이어진다.

8분 뒤 갈림길.

반듯한 좌측 오르막 대신 우측으로 내려서다 6분 뒤 무명봉을 살짝 넘으면 일순간 급내리막길로 돌변한다.

그 종착역은 너른터.

깨밭고개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눈길을 끈다.

좌측은 단장면 국전리, 우측은 들머리 감물리 구기마을로, 당초 산행팀이 시작하려고 했던 지점이다.



정면 아름드리 송림터널로 직진하며 올라선다.

5분 뒤 무안 박씨묘.

얼마 전 묘를 써 검은 천이 둘러쳐져 있다.

시야가 트여 정면 무명봉을 기점으로 왼쪽 구천산, 우측 안테나가 보이는 봉우리가 만어산이다.



직진한다.

8분 뒤 갈림길.

우측 당고개 구천산 방향으로 간다.

왼쪽으로 취경산 명필봉에서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12분 뒤 또 갈림길.

왼쪽 반듯한 산허리길 대신 우측 봉우리로 오른다.

13분 뒤 삼각점봉.

지형도 상의 천지봉이다.

삼각점 약간 못미쳐 우측으로 만어산과 감물저수지가 보이고, 만어산 우측 뒤로 종남산 우령산,

좌측 뒤로 덕대산이 확인된다.

감물리 계단식 논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하산은 직진.

9분 뒤 이번엔 좌측으로 신불 영축 오룡산 등 영남알프스가 보인다.

안부에선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반듯한 좌측 오름길 대신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마른 억새가 을씨년스럽게 장막을 치고 있는 옛 헬기장.

좌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아멘청소년수련장이다.

철조망과 5, 6m 간격을 두고 걸으면 10여 분 뒤 임도에 닿는다.

좌측은 금오산 약수암 방향.

우측 감물리 방향으로 10m쯤 가면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때부터 산길은 없다.

사실 산행팀도 한 차례의 '알바' 끝에 겨우 찾았다.

크게 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5분이면 지형도상의 당고개에 닿는다.

앞선 임도에서 좌측 금오산 약수암 방향으로 가면 이 지점과 만난다.

이곳에선 좌측 삼랑진 안촌 방향 대신 우측으로 발걸음을 100m 정도 옮기면 정면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 길에 앞서 곡각지점에 열린 산길은 금오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참고하길.

50m쯤 너른 길을 따라가면 일순간 소로로 변한다.

이제 우측 저 멀리 감물저수지가 보여 산행이 거의 종반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여 분 뒤 마을 수호신격인 당수나무가 서 있는 당고개에 내려선다.

'영축지맥 당고개'라 적힌 조그만 팻말이 눈에 띈다.

좌측 삼랑진 하부댐, 직진하면 구천산, 우측은 감물리, 우측 뒤쪽은 금오산 약수암 방향이다.



팻말 우측 열린 산길로 오른다.

20분 뒤 갈림길.

반듯한 좌측 우회길 대신 직진형 우측인 능선길로 올라선다.

9분 뒤 만어산·구천산 갈림길.

우측 만어산 대신 좌측 구천산 방향으로 향한다.

8분 뒤 옛 헬기장을 지나면 암릉에 올라선다.

구천산은 정상 부위만 암릉이다.

조금 더 오르면 두 세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조

망이 압권이다.

금오산이 손에 잡히고, 맨 뒤 능선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정각 구천 천황 재약 향로 신불 영축 오룡 염수 토곡산 등이 확인된다.



통상 이쯤에서 하산하지만 조금 더 암릉을 타면 '영축지맥 구천산 640m'라고 적힌 팻말과 돌탑이 눈에 띈다.

얼핏 보기엔 앞선 암릉이 더 높은 것 같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선다. 옛

 헬기장을 지나 만어산·구천산 갈림길에서 올라왔던 우측길 대신 만어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5분 뒤 묘지 앞 갈림길.

묘지 좌측으로 직진하면 만어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1분 뒤 역시 묘지 앞 갈림길.

직진형 왼쪽으로 가서 밀성 손씨묘를 지나면 8분 뒤 산을 벗어난다.

우측 당고개에서 300m 떨어진 지점이다.

이젠 좌측 들머리로 향한다. 용소마을회관을 지난다.

구기노인회관까지는 37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청정마을에 부는 개발 바람, 주민들 반대 투쟁

들머리 단장면 감물리는 오지 속의 오지이다.

과연 오치, 바드리와 함께 밀양의 3대 오지라 불러도 될 법하다.

마을 한 가운데 커다란 저수지가 위치한 감물리는 현재 생수공장 개발 허가 때문에 흉흉하다.

마을 입구에 '물없는 땅 어느 누가 살 수 있나-생수공장 반대 주민대책위'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주민들은 샘물공장이 들어설 경우 수자원 고갈 등의 이유를 들어 수년 전부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공장 앞을 가로막거나 밀양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으며 할머니를 비롯한 주민들은

 복면을 쓰고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7년째 재판이 이어졌는데도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주민들은 지쳐만 가고 있다.

이 평온한 마을에 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는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청정지역인, 천지봉~구천산에 살포시 둘러싸인 감물리의 해질녘은 무척 아름답다.

밤에도 불을 밝히는 고추나 깻잎 비닐하우스가 감물리 저수지에 투영될 땐

 진주 남강 위에 떠있는 유등처럼 황홀하기까지 하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감물리행 버스 하루 2대 뿐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주말(토, 일요일)에는 오전 9시40분과 오전 10시20분에도 있다.

1시간 소요.

밀양터미널에서 들머리인 감물리행 버스는 오전 8시10분, 11시50분에 있다.

1500원. 날머리 감물리 정류장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5시, 7시(막차)에 있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표충사 단장 1077번~

금곡교 지나~감물 방향 우회전~감물리 이정석~중리 구기 좌회전~구기마을 0.7㎞ 표지석 좌회전~구

기노인회관 순.

  

  •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








  • 밀양 '천지봉'






    능선 길은 다소 밋밋했지만 주변 풍경은 넉넉했다







    ▲ 황계복 산행대장이 681봉 인근 조망 바위에서 낙동강 너머 무척산 산줄기를 가리키고 있다. 681봉에서 중리마을로 내려서는 이 구간은 천지봉 코스 가운데 조망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금오산과 천태산이 잘 보인다.





    운문산에 눈이 내리는 것이 분명했다.

    눈구름이 정상을 뒤덮고 있었다.

    눈앞에서 북풍에 실려 왔는지 싸라기눈 몇 송이가 내렸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천황산과 그 너머 가지산은 이미 머리가 희다.

    밀양 천지봉(626.0m) 산행을 하며 바라본 영남알프스의 산군은 사방팔방 장관이었다.

    영축지맥(낙동정맥 영축산~삼랑진 만어산~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당고개에서 단장마을로 뻗어 내려간 천지봉 긴 산줄기를 단장마을에서 시작하여 하염없이 걸었다.



     
    ■ 가래봉에서 본격 능선
     
    밀양은 이름난 산이 많은 고장이다.

    얼마 전 타개한 시대의 지성 신영복 선생도 밀양 사람이고, 영화 '암살'에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던

    김원봉 선생도 밀양 사람이다.

    산이 높고 골이 깊으니 인물도 많은 고장이다.




    단장마을 들머리 11.8㎞ 산행  
    사방팔방 영남알프스 산군 '장관'  
    덜 알려져 찾는 이 적어 고즈넉  
    소나무밭 솔잎 미끄러우니 조심 



    천지봉은 몇 해 전 산악 전문지에 한 번 소개가 되면서 산꾼이 더러 찾는 곳이지만,

    이곳 산줄기가 밀양에서도 오지 마을인 단장면 감물리에 있다 보니 찾는 이가 여전히 많지 않다.

    래서 천지봉 산행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다소 긴 능선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막판 보여주는 풍경의 반전은 수고를 잊게 한다. 



    밀양 단장마을에서 시작하여 가래봉~486봉~545봉~566봉~조망 바위~천지봉~깨밭고개~628봉~681봉(석이덤)~암릉 구간~중리 마을회관 11.8㎞를 6시간 30분 남짓 걸었다.



    인적 없는 단장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가래봉으로 바로 붙는 등산로도 있지만, 계령산 쪽으로 붙어서 산행을 시작한다.

    도자기 굽는 토토요 쪽으로 가다가 임도를 만나면 곧장 임도를 타면 된다.

    초입을 찾았으니 이제 산행의 반을 했다.

     처음 가는 산에는 길 찾기가 쉽지 않은데 산행 들머리를 제대로 들어서면 다른 고민은 없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나 보다.


    계령산 6푼 능선을 비스듬히 올라가는 임도는 바람고개라는 이름이 붙은 안부까지 평탄하다.

    소나무가 울창한 숲인데 재선충에 많이 상해 있었다.

    가래봉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가래봉은 이번 코스에서 유일하게 국립지리원에서 발간한 지형도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산이다.

    하지만 단장 사람들은 가래봉이라고 하면 잘 모르고 '대곡산'이라고 해야 안다.

    골이 깊은 산이라는 뜻이다.

    삼각점이 이곳이 가래봉임을 말해주고 있다. 



    정상 조망은 좋지 않지만 언뜻언뜻 밀양 천황산과 재약산이 보인다.

    간밤에 눈이 내렸는지 정상 부근은 하얗게 눈이 쌓여 있다. 





    ■ 쉬어가는 깨밭고개 

    그래도 봉우리라고 가래봉에서 내려서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안부까지 내려갔다가 486봉에 다시 올라서는데 만만찮다.

    천지봉까지 이런 오르내림은 서너 번 반복된다.

    능선은 온통 소나무 밭이다.

    솔잎이 미끌미끌하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잡목도 많다.

    무엇보다 진달래가 능선을 점령하여 꽃이 피는 4월엔 황홀한 풍경이 연출되겠다.

    다만, 여름 산행은 나뭇가지에 치일 각오를 해야 할 정도다.

    무릉리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난다.

    온통 소나무와 진달래나무, 낙엽뿐인 길에 신기한 푸른 돌 하나가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제법 커다란 공룡 알처럼 보이는데 둥근 바위에 푸른 이끼가 덮여서 그렇게 보였다.

    능선이라 습기도 없을 것 같은데 기묘한 풍경이다. 




    푸른 이끼가 덮인 공룡알 같은 바위.




    566봉을 지나자마자 주변이 트인 조망지가 있다.

    영축산과 죽바우등, 시살등이 훤하고 애를 쓰면 에덴밸리 스키장까지 보인다.

    반대편은 만어산과 구천산이 잘 보인다.

    낙동강 너머 김해 무척산 줄기도 아련하다.

    쓰러진 나무가 길을 가로막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소나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쓰러졌고, 그렇게 숲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래쪽과 달리 재선충에 피해를 입은 소나무는 거의 없었다.

    덕분에 길을 살짝 돌아가거나 허리를 한껏 숙여야 했다. 



    천지봉이다.

    어설픈 돌탑 하나가 그래도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전준배 산행대장이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겨 입원하는 바람에 이번 산행을 가이드 한 '영남알프스'의 저자 황계복 산행대장은 "일부 산꾼은 삼각점이 있는 628봉을 천지봉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곳이 천지봉이라고 한다" "옛날 기우제나 산신제를 이곳에서 올렸는데 천제봉(天帝峰)이 변해 천지봉으로 정착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상 주변에 나무가 자라 조망은 좋지 않다.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오래된 당산나무가 한 그루 우뚝 서 있는 깨밭고개다.  



    깨밭고개에 있는 당산나무.




    ■ 석이덤 바위 능선 일품 

    깨밭고개는 고개 아래 깨밭이 많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단장면 구기마을에서 국전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다.

    주로 걸어 다니던 시절에는 면사무소에 일 보러 가는 지름길이었다.

    일부는 비포장이지만 제법 길이 넓어 화물차는 쉽게 넘나들겠다. 



    다소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628봉을 향해 오른다.

    잘 조성된 묘지가 반듯하다.

    마을 구경을 한참 했다.

    681봉까지는 완만한 오름길인데 깨밭고개를 지나면서는 소나무보다 참나무가 많다.

    681봉은 석이덤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석이버섯이 많이 난다고 석이덤인데 주변에 큰 바위가 많다.

    정상은 묵은 헬기장이다.

    동쪽 사면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당고개로 내려서는 길이 더 뚜렷하지만 그곳은 임도로 간다.  



    참나무 낙엽이 멋진 능선 길.



    산길로 하산하기 위해 능선을 택한다.

    바위가 점점 많아지는 암릉 구간이다.

    천태산과 낙동강 쪽, 만어산과 구천산이 있는 삼랑진 일대가 다 잘 보인다.

    삼랑진대교와 안개에 어슴푸레한 낙동강도 보인다.

    최고의 조망지다.

    희미한 길을 따라 하산을 재촉한다.

    그 바위틈 속 양지에 나지막한 봉분 하나가 있다.

    참 따뜻해 보였다. 



    커다란 바위가 길을 가로막아 잠시 당황했는데 살짝 우회하니 길이 또 보였다.

    전체적으로 다소 밋밋한 능선이라 살짝 지루할 뻔했다.

    하지만 막판에 나타나는 바위 풍경과 주변 조망은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쁨을 느끼게 했다.

    능선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소나무 숲이 끝나는 곳에 중리마을이 보인다.

    시멘트 도로를 만나 중리마을회관 쪽으로 내려가면 감물리 버스정류장이 있다.

    산행은 여기서 끝이 난다.

    .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밀양 천지봉 '산행지도'




                                       







    밀양 천지봉 '산행팁'


    부산에서 경남 밀양시 단장면 단장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부산서부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가면 된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매시간 정시에 출발한다.

    거리는 38.52㎞이고 소요시간은 1시간.

    요금은 4천500원이다.

    기존 시외버스 노선인 부산~가술~수산~은산~평촌~밀양 노선(하루 13차례)도 다니는데

    요금(6천900원)도 조금 비싸고 시간도 20분 더 걸린다.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행 기점인 단장마을까지는 농어촌버스가 자주 다닌다.

    우선 표충사행 농어촌버스(06:35 09:35 13:10 16:00)를 타거나 고례행(06:50 12:00 16:20 16:50)

    국전행(06:25 08:30 12:50 17:20) 버스 어느 것을 타도 단장면을 지난다.

    홍제중학교 앞에서 내리면 된다.

    30분 정도 걸리고 요금은 1천700원(교통카드 1천600원)이다. 



    밀양 천지봉 산행을 마치고 감물리 종점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 방면으로 나오는 농어촌 버스는

    하루 5차례(07:00 09:00 13:00 16:30 19:20) 다닌다.

    요금은 올 때와 같다.

    정확한 배차 시간은 밀양교통(055-354-5392)에 문의하면 된다.

    밀양에서 부산으로 오는 시외버스는 밀양시외버스터미널(1688-6007)에서

    오전 7시부터 매시간 하루 13차례 운행하는데 오후 8시 10분이 막차다.


    자가용을 이용하려면 '홍제중학교'를 입력하면 된다.

    대구부산고속도로∼밀양나들목∼금곡교를 지나면 단장면 홍제중학교다.

    산행은 단장마을회관에서 시작한다.

    부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석남터널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이재희 기자





    ▲ 단장마을회관에서 밀양 천지봉 산행을 시작한다. 토토요 방면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엄씨 고가를 지나 오른쪽으로 올라야 한다.



    ▲ 임도가 좁아진 산길은 편안하다. 최근 주변 벌목을 한 뒤 나무를 실어내린 때문인지 길도 잘 정비돼 있다.



    ▲ 이번 산행에서 유일하게 지형도에 제 이름이 있는 가래봉은 변변한 정상석 하나 없고 삼각점만 있다.



    ▲ 온통 솔숲인 산길에 가끔 굵은 바위가 나타나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 천지봉 주능선에 올라서면 밀양 천황산과 재약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천황산 정상에 눈이 내려 부근이 하얗다.



    ▲ 밀양 천지봉 정상 또한 별도의 정상석이 없다. 누군가 돌탑을 쌓아 이곳이 천지봉임을 알게 했다. 주민들은 천지봉(천제봉)이라 부르지만 산꾼들은 고도가 더 높은 681봉을 천지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 깨밭고개에는 오래된 당산나무가 있어 산꾼을 반긴다. 주변이 널찍해서 여러 사람이 쉬어가기에도 좋다.



    ▲ 깨밭고개에서 조금만 올라서면 삼랑진 만어산과 구천산 줄기가 잘 보인다.



    ▲ 681봉 주변은 잘생긴 바위 무더기가 많다. 더불어 조망도 좋아 멀리 낙동강과 김해의 산줄기도 잘 보인다.



    ▲ 임도로 가지 않고 681봉에서 중리마을로 뻗은 능선을 따라가면 마을 뒤 임도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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