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장산] '야간 산행'

금산금산 2018. 1. 2. 06:28


부산 해운대 [장산] '야간 산행'


해운대 열기 장산에서 식혀볼까

전국 최대 휴양지 해운대와 광안리 황홀한 야경 만끽

좌동 대천공원서 옥녀봉 정상 거쳐 3시간 만에 원점회귀

번잡한 낮 시간대 비해 한적함 즐기며 '더위 탈출'

달빛 쏟아지는 억새밭에선 '바람의 노래'에 귀 쫑긋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피해 산행을 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야간산행이다.

사실 야간산행을 함에 있어 계절을 가린다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한낮의 뙤약볕을 피해 시원한 산행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역시나 여름이 최적기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산을 좋아하는 일반 시민들이 야간산행을 하기에 가장 적당한 대상지는 어떤 곳일까.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평소 잘 아는 곳.

 전망대나 정상에서 바라보는 야경 또한 멋진 곳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어느 정도 기온이 내려간 시간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적당한 규모의 계곡을 끼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여부는 크게 감안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래도 산행 후에 간단하게나마

 땀을 씻을 수 있는 계곡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부산에서 두 번째 높은 산이자 해운대의 진산인 장산 야간산행은 비교적 안전한 등산로와 전국에서 손꼽히는 멋진 야경을 안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정상을 향해 오르던 중 옥녀봉 정상에서 광안대교를 바라본 장면. 구름을 벗어난 달 빛이 해운대와 광안리 바다에 쏟아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 장산 야간산행'은 이 같은 여러 가지 조건에 딱 맞다.

장산(634m)은 전국 최대의 여름 휴양지인 해운대해수욕장은 물론이고

 해운대구의 거의 전 지역을 그 품에 안고 있는 '해운대의 진산'.

부산의 산꾼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고 산행 경험 또한 많을 것이다.

게다가 비단 부산 시민 뿐 아니라 외지의 산꾼들도

 즐겨 찾는 산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낮이 아닌 밤 시간대에 장산을 오르는 맛은 또 다르다.

장산의 크고 작은 봉우리와 정상부에서 즐기는 푸른 바다와

 광안대로를 포함한 광안리와 해운대 일대 풍광은

  밤이면 또 다른 화려한 옷으로 갈아 입는다.

등산로도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지만

 대부분의 길이 뚜렷해 랜턴 불빛만 있다면 걷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또한 주말 낮 시간대에는 넘쳐나는 등산 인파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지만밤이라면 호젓함과 시원함이 함께 하는

 산행다운 산행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

퇴근 후 저녁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모처럼의 여름 휴가를 맞

 해운대를 찾은 외지의 지인들과 함께 밤의 장산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체적인 장산 야간산행 코스는 가장 일반적인 길로 정했다.

좌동 신시가지 대천공원에서 출발해 옥녀봉과 중봉, 정상을 거쳐 억새밭을 돌아 장산계곡을 낀 임도를 타고

 내려와 체육공원과 양운폭포(일명 장산폭포), 대천공원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9.5㎞ 정도 되는 그리 길지 않은 코스에다 3시간~3시간30분이면 주파 가능하니

 도심지 야간산행으로는 적당하다.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한 오후 8시 대천공원 매점 앞에서 랜턴의 불빛을 켜고 출발한다.

산 아래서 바라보는 장산 정상부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불명확한 듯 희미한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부근에 넘치는 피서 인파로 불야성을 이루는 이 시간,

 그 해운대를 품고 있는 장산은 서서히 적막에 휩싸여 간다.

체육공원 쪽으로 50여m를 가다가 석산꽃농원 앞에 있는 '장산사' 입구 돌 표지석을 보고

 왼쪽 숲길로 진입해 곧바로 만나는 계곡을 건넌다.

등산로 표시 이정표가 있으니 들머리 찾기는 힘들지 않다.

다만 주의할 것은 물을 건널 때 크고 작은 돌을 딛고 가야 하는데

 초반부터 물에 빠져 질척한 발을 끌고 산행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곡을 건너서 주변을 살펴보면 '옥녀봉 1500m', '중봉 2000m', '정상 3100m'라고 표시된

 이정표를 발견하는데 이때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좌동 신시가지 외곽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아직은 조금씩 들리지만

 15분 후 능선 갈림길에 닿으면 이 소리들은 어느새 잦아든다.

조금씩 적막감에 젖어 드는 것이다.


능선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평평하던 길이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면서 무덤을 하나 지나면 곧바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번에도 오른쪽으로 오른다.

약간 비탈진 길이다.

10분쯤 가면 또 한번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번엔 왼쪽으로 꺾어 완만하게 오른다.

5분 뒤 갑자기 오른쪽으로 90도 가량 꺾이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옥녀봉을 향해 출발.

작은 묘터를 지나면 조금씩 경사가 급해지면서 바위가 간간히 드러나고

 밧줄이 설치된 구간을 통과하면 옥녀봉(383m)이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광안대로와 수영만 일대의 야경이 환상적이다.

바다는 검푸른 빛을 머금고 있지만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반달의 고마운 빛에 반사된 부분은 조금씩 일렁이고 있다.

급한 걸음이 아니니 옥녀봉 정상에서 한껏 해운대와 광안대로의 야경이 빚어낸 황홀함에 젖어본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정상을 향해 살짝 내리막을 타면 만나는 안부는 갈림길이다.

이정표와 체육시설이 있는데 이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은

 소위 '장산 6부 능선길'로 일컬어지는 길이다.

너덜지대를 횡단할 수 있다.

왼쪽 비스듬한 내리막은 우동 운촌경로당 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이정표 왼쪽 옆구리로 난 길을 따라 300m쯤 오르면 중봉.

이 봉우리는 옥녀봉보다 높은 곳에 있지만 야경은 썩 시원하지 않다.

살짝 내리막을 타고 좀 더 가면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거쳐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하지만 길이 탄탄대로 마냥 시원하게 뚫렸으니 큰 어려움은 없다.

솔숲을 흔드는 여름밤의 바람소리가 청량감을 안겨주니

 힘든 줄도 모르고 정상을 향해 달린다.

15분쯤 가면 또 한번 이정표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은 일명 '8부 능선길'이다.

이제 10분만 더 오르면 장산 정상 직전.

여전히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한 군부대 때문에 철책 바로 앞 바위가 사실상의 정상 역할을 하고 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해운대와 광안리를 너머 멀리 영도까지 뻗어가는

 부산 시가지의 휘황한 불빛을 바라보면서 이마의 땀을 말리는데 갑자기 주변이 희뿌연 운무에 휩싸인다.

말 그대로 안개인지 구름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정상부 군부대 앞쪽의 철조망을 따라 난 길을 타고 북동쪽으로 휘돌아 하산길에 접어든다.

임도를 타고 10분가량 가면 군부대 정문 50m 전방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가는 길이 있다.

다시 50m쯤 가면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길로 들어서야 한다.

'옛 지뢰매설 지역…' 등을 표시해 놓은 위험 경고 표지판을 보면서 들어선다.

15분가량 숲길을 걸으면 8부능선길과 합류하는데 왼쪽으로 10분쯤 더 가면 탁 트인 억새밭이다.

억새 보호를 위해서 나무울타리가 쳐져 있다.

가을이면 인파로 넘쳐나는 곳이지만 여름밤의 장산 억새밭엔 아무도 없다.

어느새 안개가 걷히고 달빛이 억새에 쏟아진다.

이곳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어린 억새의 물결을 바라보다 잠시 눈을 감고

 바람과 억새가 빚어낸 '달빛 소나타'를 듣는다.



제법 넓은 길을 따라 억새밭을 내려서면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반송, 기장, 구곡산 방면으로 갈 수 있지만

 예정대로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조금 더 내려서면 갈림길이 있는데 야간이니만큼 직진하는 지름길을 버리고 길이 좋은 왼쪽 길을 택한다.

낮에는 국수와 파전 등을 파는 주막집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 내려서니 가로등이 켜진 갈림길이다.

임도처럼 넓은 길.

오른쪽으로 다시 꺾어 100m쯤 가다가 왼쪽 숲길로 내려선다.

무심코 길 좋다고 임도를 따라 계속가면 막다는 길이니 특별히 주의하자.

왼쪽 숲길로 3분만 내려서면 다시 임도 갈림길을 만나는데

 오른쪽 내리막으로 방향을 잡으면 이후부터는 일사천리로 체육공원까지 달릴 수 있다.

'애국지사의 집'을 지나 좀 더 내려서면 작은 지류에서 흘러내린 물이

 길을 가로질러 아래로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곳을 지나면 30분 안에 체육공원에 닿는다.

체육공원 조금 못 미친 곳에는 천제단 갈림길이 있다.

약 2000년 전 장산을 기반으로 존재했던 부족국가인 장산국 시절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많은 인파로 넘쳐나던 체육공원도 밤이 깊어지니 적막하다.

장산계곡 물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산꾼의 귓전을 간지럽힐 뿐이다.

넓은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서니 제법 우렁찬 물소리.

양운폭포(일명 장산폭포)다.

깊은 산골 그 어느 폭포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양운폭포는 해운대 8경 중 3경이자 장산의 '보물'이다.

출발지인 대천공원을 거쳐 잠시 해운대해수욕장에 나가보니 여름밤의 불야성이 여전하다.




◆ 떠나기 전에

- 시간대별 일기예보 반드시 살핀 후 산행 돌입해야

여름철 야간산행은 그 말 자체만으로도 웬지 가슴이 설렌다.

까닭모르게 낭만적인 데다 누구나 꼭 한번쯤은 친한 사람들과 함께 경험해 보고 싶어지는 일이기 때문.

하지만 야간산행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김운만 산행대장은 우선 일기예보부터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야가 어두운 산길에서 갑자기 폭우나 짙은 안개를 만나면 자칫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도심에서 가깝고 평소에 길을 잘 아는 산을 택할 것도 당부했다.

3~4시간 정도가 적당한 야간산행을 마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좋아야 하고

 야간에는 아무리 잘 아는 산이라도 자칫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익숙한 곳으로 산행지를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난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반드시 휴대용 통신기기를 지참하고

 코스 중간 중간에 119 구조 푯말이 나오면 귀찮더라도 위치 번호를 메모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배터리 상태가 양호한 주 랜턴 외에도 예비용 랜턴과 여분의 배터리도 지참하라고 충고한다.

어두운 길에서 동료를 놀래주려는 짓궂은 장난도 금물.



◆ 교통편

- 지하철 2호선 장산역서 걸어서 10분이면 들머리 도착

해운대 장산 야간산행 들머리인 좌동 대천공원은 약간의 도보 이동만 감수한다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편이다.

우선 지하철 2호선(해운대방면)을 타고 장산역에서 내려 10분만 걸으면 된다.

또 시내버스 노선도 다양한데 서면에서는 5번 버스를 타고 좌동 신시가지 내

 대림 1차 아파트 앞 정류소에 내리면 걸어서 5분 안에 도착한다.

부산역에서는 40번 버스, 해운대역 주변에서는 5, 36, 100-1번 버스를 타면된다.

또 남포동 방면에서는 1003번 버스를, 센텀시티에서는 181번 버스를 타도 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는 우동 수비사거리에서 좌동 방면 신시가지 외곽도로를 타고

 장산1, 2터널을 거쳐 대천공원 앞에 도착할 수 있다.

울산에서는 부산-울산간 고속도로 해운대요금소를 지나면 신시가지 대천공원에 도착한다.

다만 주차 공간이 적당하지 않아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고 5분 이상 걸어야 한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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