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오도산’

금산금산 2017. 12. 26. 19:00

합천 '오도산'





영남 최고의 조망과 수려한 계곡…더워 질수록 더욱 빛나는 `여름산`

거창 가조면 수포대 계곡 기점 원점회귀산행 코스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전방위 호위 받으며 우뚝 솟아

정상서 하산길 잡을 때 도로 턱 넘어 초반 급경사 주의

맑은 계류 따라 오르면 한여름 무더위 오간데 없어져






   
경남 합천 오도산은 계곡과 조망이라는 일거양득의 여름 산행지다. 정상에서 가파른 사면을 타고 하산길에 나선 취재진 머리 위 먼곳에 가야산이 보이고 그 앞 비계산(사진 중앙), 별유산, 미녀봉 자락(왼쪽 아래) 능선이 다가선다.

합천에는 뜨거운 여름이 돼야 오히려 빛을 내는 산이 있다.

묘산면에 위치한 오도산(吾道山·1134m)이 주인공.

최근 수년 새 많이 알려지면서 이제 웬만한 산꾼이라면 그 이름을

 들어 보았거나 이미 한 차례 이상 산행을 한 경험도 갖고 있을테다.

우선 오도산이 '여름산' 대접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여름이 돼야

만 이 산 아래에 펼쳐진 광활한 운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새벽마다 정상부의 KT통신중계소까지

 연결된 임도를 따라 차를 몰아 오른 뒤

   그 유명한 '오도산 운해'와 일출 촬영에 도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경남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군이라는

 합천에서도 국립공원인 가야산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오도산을

   차를 타고 오른다는 것은 산꾼들에게는 영 탐탁찮은 일이다.

힘들어도 뚜벅뚜벅 걸어서 정상에 이르고 싶은 것이

 산꾼들의 한결같은 마음일테다.

 '도를 깨우친 산'이라는 뜻의 오도산은 수정처럼 맑고 시원한 옥류가 흐르는 골짜기를 따르는 계곡산행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시원하다'는 영남 최고의 조망미를 자랑하고 있어 여름 산행지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만하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미리 말하지만 이번 주 오도산 산행은 여름 산행답게 '짧고 굵게' 엮었다. 들머리도 합천 방면이 아닌 거창군 가조면 도리 대학동 마을에 자리잡은 유서깊은 계곡인 수포대(水瀑臺)에서 시작해서 다시 들머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산행이다.

합천군 봉산면 압곡리의 오도산자연휴양림 쪽에서 올라도

 어느정도 계곡에 발을 담글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휴양림을 찾은

   피서객들의 인파가 북적이기 때문에

    호젓한 산행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반면 거창 수포대에서 오르는 계곡의 경우

 등산로는 뚜렷하게 잘 나 있으면서도 인적이 드물어

  조용하고 여유있으며 시원하기까지 한 여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전체 산행 경로는 수포대 암반 등산로 이정표~이정표~지류 계곡~오도재~오도산~두무산 갈림길~

 흥해 최씨 묘~수포대 계곡 상단 임도~들머리로 이어지는 7㎞. 휴식시간 빼고 4시간이면 주파 가능하다.



들머리 찾기는 어렵지 않다.

거창군 가조면 소재지에서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 방면으로 1084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면

 화곡마을을 만나는데   이곳에서 수포대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서 계곡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조선 성종 때 김종직 선생의 수제자인 한훤당 김굉필, 일두 정여창 선생 등과 더불어 수포대에서 학문을 닦고

 후학들에게 강의하던 평촌 최숙량 공을 모신 '모현정(慕賢亭)'이라는 2층 누각을 지나

   좀 더 계곡으로 올라가면 수포대다.

직진하면 두무산,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면 오도산과 미녀봉 등산로가 시작됨을 알리는 이정표 앞이 들머리.

이곳이 수포대임을 알리는 한자(漢字)가 새겨진 너럭바위에서 떨어지는 계곡물의 하얀 포말이 더위를 날려 준다.

   
취재팀이 들머리인 수포대에서 오른쪽 계류를 건너고 있다.

계곡을 건너자 마자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쪽 한적한 임도를 따른다.

곧 만나는 흥해 최씨 가족묘 앞을 통과, 쭉쭉 뻗은 키큰 소나무 숲이

 우거진 한적한 임도를 20분가량 걸어 만난 이정표에서 오른쪽 2시

   방향으로 오도산 등산로를 따르는데, 폭이 넓지 않은 계곡길이다.

이 때부터 계곡을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너는 진정한 계곡 산행.

최근에는 인적이 뜸했던지 한적하기 비할 데 없지만 길은 확실하다.

15분 후에는 널따란 반석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작은 폭포.

이곳에서 성급한 세수를 하며 한 차례 땀을 씻고는

 가파른 로프구간을 오르는데 끝날 것 같던 계곡은 그 위로도 계속된다.



일부 구간에서는 낮은포복을 하다시피 하며 아기자기한 계곡을 따라 30분가량 오르면

 비로소 계곡이 끝나는가 싶더니 오도재(사거리)다.

이 고개를 넘어서면 자연휴양림쪽으로 내려가는 길,

 오른쪽 능선은 미녀봉으로 향하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왼쪽의 우뚝 솟은 오도산 정상을 보며 좌회전한다.

희한한 모양으로 뒤틀린 소나무를 신기해 한 것도 잠시, 이때부터는 40분 동안 이 악물고 올라야 하는 된비알.

일단 급경사 오르막은 정상 바로 아래 임도에 도착해야만 끝난다.

취재팀이 일제히 주변 조망을 보고 탄성을 지른다.

임도에서는 왼쪽의 정상을 보면서 좌회전, 150m가량 걷다가 임도를 버리고

 곧바로 꽤 급한 오르막 숲길을 택해 들어선다.

리본이 많아 길을 놓칠 염려는 없다.

10분 정도 가볍게 오르면 어느덧 오도산 정상 통신중계소 정문에서 50m 못 미친 임도에 닿는다.

이 곳에서 뒤돌아 본 남서쪽의 합천호와 인근의 악견산 금성산 봉래산 황매산,

 그 너머 지리산 주능선의 풍광이 비할데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정상 통신중계소 정문으로 향하며 바라본 북서쪽의 가조들판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비계산 장군봉 의상봉 보해산 금귀봉 박유산 등 거창의 명산들이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보해산 너머 크게 가로지른 덕유산 능선 또한 손에 잡힐 듯하다.


   
거창군 가조면 도리에 있는 수포대는 산수가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정문을 통과해 들어 선 중계소 마당에서는 북쪽으로

 가깝게는 같은 수도지맥에 속하는 두무산이 보이고

  시선을 조금 더 들면 가야산과 남산제일봉 매화산 등

    합천 땅의 수려한 명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 곳에서 지리산과 덕유산 가야산 등 남부지방의 3대

 산악국립공원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산은 흔히 찾기 힘들다.

오도산을 영남 최고의 조망미를 자랑하는

 산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한 가지 '옥에 티'라면 정작 이 오도산 정상에

 지난 1983년 건립된 통신중계시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합천군 묘산면이나 거창군 가조면 등

 남북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하늘을 찌를 듯 날카롭게 솟은 봉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는 일조하고 있다.



   
중간 기점인 오도재로 오르는 길은끝까지 시원한 계곡물과 함께 한다.

하산길은 정문으로 다시 나오자 마자 오른쪽(정문을 바라볼 때는 왼쪽)의 도로 턱을 넘어 가파른 사면을 타야 한다. 철조망 옆으로 리본들이 많다. 보기엔 위태로워 보여도 실제 걷기에는 크게 힘들지 않다.

오히려 급사면을 통과한 뒤 급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데

 이 구간이 상당히 미끄럽다.

비 온 뒤라면 더욱 미끄러우니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겠다.

20분만에 작은 안부 갈림길에 닿는데

 직진하지 말고 왼쪽 내리막을 타야한다.

다시 15분을 진행하면 또 한 차례 갈림길에 닿는다.

직진하면 두산지음재를 거쳐 두무산으로 향하는 길.

수포대를 기점으로 오도산~두무산 종주를 할 때 택해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취재팀은 왼쪽 내리막 능선을 탄다.

이후부터는 길이 거의 외길이어서 쉽다.

중간에 송이버섯 채취의 흔적이 있는 곳을 통과하는 등

 40분가량 신나게 내려서면 흥해 최씨 묘가 있고 곧바로 임도에 닿는다.

왼쪽 내리막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들머리다.

중간 중간 씻을 만한 계곡물이 많다.

들머리에서 300m가량만 내려오면 모현정이 있는데 들러볼 만 하다.

가조IC 부근에서 오도산을 바라볼 때 오른쪽 앞에 있는 능선이

 임신한 미녀가 누워 있는 모습으로 유명한 미녀봉이다.





◆ 떠나기 전에

- 산행 후 가조온천서 온천욕하며 피로 씻을 수 있어

   
오도산 정상에서 남서쪽을 보면 합천호와 황매산, 멀리 지리산도 보인다.

경남 합천의 오도산에서 바라보는 탁트인 조망은

 4방 어디를 봐도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압권이다.

특히 서북쪽의 거창군 가조면 가조들판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김운만 산행대장의 말로는 오도산을 포함해서

 두무산 비계산 별유산 의상봉 장군봉 보해산 금귀봉 숙성산

  미녀봉으로 이어지는 가조들판 순환 종주 코스에

   도전하는 산꾼들이 제법 된다고 한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2박3일은 잡아야 한다는 마의 코스지만

 지리산 종주 이상으로 성취감도 크다는 것이 김 대장의 말이다.

오도산 정상에서 서북쪽을 바라보자.

웬만한 산꾼이라면 '가조 환종주'의 욕구가 꿈틀거릴 것 같다.

한편 거창 수포대에서 오르지 않고 합천군 봉산면의 오도산자연휴양림에서 왼쪽 미녀봉으로 올랐다가

 오도재를 거쳐 오도산으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도 인기가 있는 편이다.

산행 후 가조온천에서 피로를 풀 수도 있다.

거창읍에 있는 '구구추어탕' 식당은 따끈하고 얼큰한 어탕국수가 유명하다.




◆ 교통편

- 고속도로 3개 옮겨타며 가면 2시간 안팎에 들머리 도착

부산서부터미널에서 들머리인 거창군 가조면까지 가는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10시20분과 오후 4시10분,

 2차례 운행된다.

2시간20분.

하지만 가조면에 정차하지 않고 거창읍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7시, 8시40분, 9시30분 등 하루 15차례 운행한다.

2시간40분.

거창읍까지 가면 가조·가야 방면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가조면 지나서 도리 화곡마을 수포대 입구에서 내려야 하는데 오전 8시, 11시30분에 있다.

30분 걸린다.

산행 후 가조면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4시30분이 막차여서 좀 빠듯하다.

거창읍까지 가면 오후 6시40분에 막차가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남해고속도로 칠원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옮겨탄 후

 현풍분기점에서 옛 구마고속도로 구간에서 벗어나 고령 방향으로 가다가

  성산분기점에서 다시 광주 거창 방면 88고속도로를 타면 가조IC에서 내릴 수 있다.

해인사 가야 방면으로 1084번 지방도를 타고 10분쯤 가면 도리 화곡마을에 수포대 입구 간판이 있다.

오른쪽 계곡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면 수포대가 나온다.

 2시간이면 충분하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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