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이끼 폭포’ 탐사

금산금산 2017. 12. 21. 19:15

[여름 특집] - 삼척 '이끼 폭포' 탐사



험준한 계곡 깊고 깊은 곳, 마침내 대자연의 경이를 접하다

원시림 간직한 삼척 성황골 하류부터 거슬러 오르기

빼어난 풍광 좋지만 곳곳 위험 구간…자일 아이젠 필수

악전고투 끝 3개 이끼폭포 도달, 황홀경에 더위 잊어

비오는 날 접근 금지…임도 따르는 일반적 방법 강력 권고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무건리에는 원시적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이끼폭포가 있다.

일명 성황골 용소폭포라고도 불리는 곳.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산기리와 노건리에 걸처져 있는 성황골 계곡은 일명 '이끼계곡'으로 알려져 있는 신비의 계곡이다. 본지 취재팀이 여름 특집 산행으로 이 계곡을 거슬러 오른 뒤 만난 상단 이끼폭포의 비경에 넋을 잃었다.

사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이끼폭포는

 이곳 외에도 지리산 뱀사골 인근의 실비단폭포와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장전계곡의 이끼폭포,

   설악산 가리봉 이끼폭포 등   2~3곳이 더 있지만

    삼척 이끼폭포의 경우 한꺼번에 3개나 볼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렸다.

또한 거리가 너무 멀어 가 볼 엄두를 내지 못한 부·울·경 독자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그 숨겨진 비경을 소개해야겠다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취재팀은 삼척 이끼폭포를 찾아가는 일반적인 방법 대신

 아예 성황골 최하류의 계곡 입구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가장 깊은 곳의 폭포에 도달하는 계곡 역주행 산행을 택했다.

하지만 먼저 고백하자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짜릿한 쾌감 만큼이나

   절대위험 구간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데다

    비라도 내리면 급류에 휩쓸리기 십상이니 안전을 위해 결코 권장할 수 없는 코스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취재팀의 '특집 산행'정도로 여겨줬으면 한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계곡 6㎞, 능선 및 임도 5㎞ 등 전체 산행 거리는 11㎞에 불과하지만

 험난한 계곡 구간에서 7시간 이상 걸리는 바람에 모두 9시간이나 걸렸다. 산기리 마을회관~계곡 시작지점~동굴~땡비알(위험구간 시작)~

하단 폭포~중단 폭포~용소폭포(상단 폭포)~능선~큰말~국시재~

무건리 차량 차단기~태영EMC(석회석 탄광)~산기리 마을회관앞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다.



들머리인 도계읍 산기리 산기리 마을회관 앞에서 작은 정자 쉼터와

 마을회관을 보면서 계곡 쪽으로 길을 잡으면 작은 고개마루를 넘어

   5분 후 계곡 시작지점에 닿는다.

아직은 널따랗고 평범한 계곡하류의 모습이다.

특별한 길은 없다.

계곡에서 벗어나지 말고 계속 오르다 보면 오른쪽에 용천수같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차갑고 맑은 물맛이 일품이다.

10분 가량 가면 높이 6~7m 정도의 폭포 모양의 지점을 만나는 데 역시 물이 말라 있다.

오른쪽 급사면을 통과할 때 처음으로 자일을 꺼낸다.

   
삼척 이끼폭포 가운데 가장 아래쪽에 있는 하단 이끼폭포.

20분 가량 계곡을 더 타고 오르면 왼쪽에 입구 지름이 7~8m나 되는

 커다란 동굴이 나타나는데 입구 안쪽에 비박 흔적이 있다.



어느새 계곡에 다시 물이 흐른다.

서서히 이끼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끝도 없을 것 같은 계곡의 연속. 물이 얕은 곳은 첨벙 첨벙 통과하지만

 꽤 깊은 곳에서는 보조 자일을 이용해 측면으로 우회한다.

그렇게 2시간가량 계곡 속으로 들어가면 어느덧 계곡 폭이 좁아지면서

 물살이 제법 거세지고 크고 작은 소(沼)도 여러 개 지난다.

이윽고 출발지로부터 4㎞가량 된 지점.

계곡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더 이상 계곡을 거슬러 오를 수 없다.

난감하다.

오른쪽 급경사면을 타고 넘어가야 한다 .

   
근교산 취재팀 김운만 산행대장이 중단 이끼폭포 사다리를 오르고 있다.


첫 번째 난코스다.

30m가 넘는 급사면을 오르려면

 누군가 맨손으로 올라가서 자일을 확보해야 한다.

군 특전사 출신으로 산행 경력만 30년인 김원진 씨가 앞장을 선다.

미끄러운 바위와 흙이 뒤섞인 70도 이상의 급사면을 조심 조심 오른 그가 마침내 자일 확보에 성공한 덕분에 취재팀원들이 한 명씩 차례로 올랐다. 그 과정에서 성인 머리 크기의 돌이 떨어지는 바람에 아래쪽에 있던

 취재팀원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 명은 3m나 미끄러졌다.

아찔한 순간.



급사면을 오른 후 능선까지 오르지 않고 다시 전방으로 50m가량 전진한 후 계곡으로 내려선다.

이 지점이 산행개념도 상의 '땡비알' 인근이다.

이후 다시 계곡을 타고 20분가량 진행하다 보면 재차 깊은 소와 바위에 길이 막힌다.

   
하단 이끼폭포 아래 암벽 구간에서 취재팀이 자일을 이용해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왼쪽 암벽을 타고 올라야 한다.

한 사람이 아슬아슬한 위험 속에서 20여 m를 올라 자일을 건 후

 나머지 팀원들이 차례로 절벽을 오르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두번째 절대 난코스.

악전고투 끝에 전원이 무사히 오른 후

 10m가량 전진해서 다시 계곡으로 내려선다.

이같은 험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도달한 곳이 하단 이끼폭포.

5시간이나 걸렸다.

5m 정도 높이의 폭포 이끼 틈새를 비집고

 가느다란 물줄기들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하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곧바로 왼쪽 급경사를 타고 오른다.

200m쯤 가면 직벽에 밧줄사다리가 설치된 중단 이끼폭포다.

하단 폭포에 비해 규모가 크고 높이도 2~3m 높다.



이제 이끼폭포 왼쪽에 보이는 밧줄사다리를 타고 직벽을 올라야 한다.

조심스럽게 폭포 위에 오른 뒤 50여m를 가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용소폭포를 만난다.

양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마치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같다.

용소폭포라는 이름을 가진 이 세번째 상단 이끼폭포는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계곡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데다

  왼쪽의 검푸른 용소, 그리고 동굴처럼 생긴 용소굴 중간 바위벽을 뚫고 쏟아지는

 용굴수와 어울려 이제껏 보지 못한 천혜의 원시적 비경을 보여준다.

   
성황골 계곡 중류에서 만난 거대한 동굴.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들어오는 빛이라고는 한 뼘 만한 하늘에 반사된 아주 조금.

어두컴컴하지만 그만큼 차가운 냉기와

 신령스러움까지 내뿜는 신비의 이끼폭포.

그앞에서 한여름 무더위는 '기억의 냉동창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대자연의 신비 앞에서 까닭 모를 숙연함에 젖는다.



이제 계곡에서 탈출할 시간.

용소폭포에서 30여m를 되돌아 나오면

 오른쪽 급경사 오르막으로 난 탈출로가 있다.

60도 가까운 급경사길.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추락하기 쉽다.
이런 길을 100m가량 올라서야 비로소 확트인 능선위 도라지밭에 이른다. 이제부터는 편안한 길이다.

300여m가면 임도와 만나는데 몇 채의 민가가 있는 '큰말'이라는

 마을 앞을 지날 때 왼쪽 계곡으로 떨어지는 갈림길이 보인다.

이 지점이 바로 일반적인 이끼폭포 탐방때

 임도를 따라 올라와서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중단폭포에 닿을 수 있다.

2㎞가량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무건리 마을 차량 통행 차단봉앞에 닿는다. 이곳에서 산기리 마을회관 앞까지는 2㎞ 남짓이다.




◆ 떠나기 전에

- 산기2교 앞 홍옥연 할머니 집 훌륭한 간이주막 역할

   
성황골 '이끼계곡' 하류에서 용천수가 솟는 모습을 취재팀이 보고 있다.

삼척 이끼폭포를 찾기 위해 계곡을 거슬러 오르려면

 최소 50m이상의 자일과 릿지화 아이젠 등이 필수다.
또한 암벽 등반 등에 경험이 많은 노련한 산꾼들을 동반해야 하며

 자신이 산행 경력이 짧고 체력과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피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여름철 대부분의 조난은 계곡산행 중 발생한다.

해당 지자체가 고정 로프 등 안전 시설을 구비하면 좋을듯 싶다.

또한 이끼폭포는 사람의 몫이 아니라 자연의 몫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훼손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자.

산기리 김원규 이장(011-9243-5253)에게 미리 연락하면 마을회관을 숙소로 이용할 수 있다.

침구류는 각자 준비. 산기2교 앞 홍옥연(79) 할머니 집은 훌륭한 간이 주막이다.

아들 김연주 씨(011-9793-7135)에게 연락하면 된다.





◆ 교통편

- 태백 황지삼거리서 삼척 방향 38번 국도 타고 우회전

   
점점 좁아지는 이끼계곡 중류에서 루트를 개척중인 취재팀(왼쪽). 성황골 '이끼계곡 '의 암벽구간은 수분이 많아 특히 미끄럽고 위험하다.

부산에서 360㎞나 떨어진 오지마을이므로

 대중교통 이용은 상당히 불편하다.

자가용 이용이 낫다.

중앙고속도로 영주IC에서 내린다.

이후 태백시까지 이동, 황지연못 앞 황지삼거리에서 우회전,

 삼척 동해 방향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도계읍을 지나

  삼척쪽으로 더 가면 고사리의 하고사리역 앞 산기교 삼거리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튼다.

부산에서 5시간.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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