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금봉산~금학산’

금산금산 2018. 1. 5. 06:07

안동 '금봉산~금학산'




봉황과 학 날개 잇대면 푸른 하늘 끝까진들 못 오를까…

지도에 이름 없는 금봉산, 휴양림까지 품은 당당한 경북의 名山

희미하던 동쪽 능선길 개척해 금학산까지 이으니 멋진 산행지

금봉산 정상부는 지친 산꾼 심신 달래주는 '詩의 능선길'

움푹 패인 바위로 떨어지는 용담폭포 작지만 신비한 볼거리






등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국의 웬만한 산은 그리 새롭다 할 만한 곳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아직도 잘만 찾아보면 사람의 발길이 별로 닿지 않은 '신선한(?)' 산은 많다.

그런 산에 개척산행을 가서 보면 분명히 여러 코스의 등산로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근래에 인적이 뜸했던 탓에 비교적 희미하고 수풀이 우거진 구간이 많아

 한동안 버려졌던 길로 여겨질 뿐이다.

매주는 아니지만 가끔 개척산행을 통해 이 같은 잊혀져 가는 산길을 되살려 내는 일

 근교산 취재팀의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

게다가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한 '2만5000분의 1' 공식 지형도에 조차 '○○산', '△△봉' 등의

 반듯한 이름 하나 얻어 걸치지 못했지만 인근 지역민들은 당당히 이름을 붙여주고 있는 산을

 그 명칭 그대로 불러주고 알리는 일 또한 얼마나 기쁜 일인가.



   
특별히 조망을 바라고 간 산행지가 아닌데 뜻하지 않게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전망대를 만나면 반가움이 배가 된다. 취재팀이 금봉산에서 금학산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처음으로 전망대를 만나 경북 내륙의 산들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주에 찾아간 경북 안동

 금봉산(金鳳山·832.4m)~금학산(金鶴山·576m) 코스는오랜만에 이 같은 기쁨을 맛보게 해 주었다.

 지형도 상에는 그저 '832.4m'라는 숫자와 단위로만 된

  삼각점 표시가 전부인 금봉산은 실제로는 그 서쪽 골짜기에

   '금봉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을 만큼 어엿한 이름을 갖고 있다.

갈라지맥에 속하는 정상에서 북쪽 황학산 방향 산 줄기는

 서쪽의 의성군과 동쪽의 안동시를 가르는 경계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휴양림이 자리 잡은 마을 이름이 의성군 옥산면 금봉리이니

 어쩌면 '의성 금봉산'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그 '소속'이 불분명하긴 하지만 이 고을과 저 고을 모두

 금봉산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소속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름 하나만큼은 확실한 셈이다.

또한 그 북쪽의 금학산은 지도상에 이름은 나와 있지만

 등산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산.

천년고찰인 용담사와 그 아래 계곡의 용담폭포도 품고 있지만

 산꾼들로부터는 별로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금봉산과 금학산을 연결하니 꽤 훌륭한 코스가 만들어졌다.

영남 내륙의 깊은 산 내음을 맡을 수 있는 데다

 원시림이 우거진 새로운 코스다.

새로운 산길에 목 마른 산꾼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달려볼만 하겠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안동시 최남단에 위치한 길안면의 유곡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35번 국도변이다.

이곳에서 금봉산 동남쪽 능선을 타고 올라 749봉~

 808봉(갈라지맥 합류)~금봉산~푯대봉~갈림길~경주 최씨묘~

  전망대~562봉~제2전망대~삼각점(466.6)~관고개~금학산~

    제3전망대~용담사~용담폭포로 이어진다.

모두 15㎞에 달하는 만만찮은 거리.

낮이 긴 여름철이지만 서둘러 걸어야 해지기 전에 완주할 수 있다.

걷는 시간만 6시간.

식사와 휴식 시간을 포함하면 최소 8시간은 잡아야 하는 팍팍한 코스다.




버스정류장에서 유곡리 방향으로 난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100m쯤 들어가면 왼쪽으로 난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곧바로 들어서면 작은 골짜기를 따르는 완만한 길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뚜렷한 편이다.

300m가량 이 길을 가다가 희미한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 능선을 향해

 좀 더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5분 후에 돌을 쌓은 집터가 보이고

  그 왼쪽을 비스듬히 5분쯤 더 오르면 451봉 옆 무덤 터가 있는 작은 능선에 붙는다.

능선에서는 오른쪽 오르막으로 길을 잡는다.

완만하던 길이 조금씩 가팔라지며 미끄러운 구간을 통과한다.

잡초가 우거진 구간도 일부 나오는데 취재팀이 최대한 잔가지를 추스르며 희미한 길을 되살려 낸다.

중간 중간 뒤돌아 서서 35번 도로 건너편의 연점산 능선을 감상하기도 하며 1시간가량 오르면 능선 갈림길이다.


왼쪽은 계두리로 내려가는 길.

취재팀은 오른쪽을 택한다.

10분만 더 가면 749봉.

동쪽의 808봉을 바라보면서 살짝 내려선 후부터 1시간가량은 걷기 좋은 평평한 능선길이다.

근래 사람이 다닌 흔적은 거의 없지만 등산로는 뚜렷하다.

최근 내린 빗물을 흠뻑 머금은 각양각색의 버섯들이 길가에 즐비하다.

808봉에 올라서면 갈라지맥에 합류한다.

5분 뒤 안부를 거쳐 15분가량 완만한 오르막을 타면 해발 832.4m 삼각점이 있는 금봉산 정상.

정상석 대신 금봉자연휴양림에서 설치한 등산 안내판이 있는데 '현 위치 금봉산'이라고 표기해 놓고 있다.

조망은 특별히 뛰어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꽤 많다.

'아니온 듯 다녀가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취재팀원들은 "휴양림 방문객들이 주로 산책을 겸해 올랐던 것 같다"며

 과자 봉지 등 몇 개의 쓰레기를 주어 배낭에 넣었다.

정상에서 왼쪽은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오른쪽(북쪽) 능선길을 택해 다시 출발.

그런데 정상을 막 내려서려던 순간 조금 전 취재팀이 밟고 온 길 입구에 '등산로 아님'이라는 나무 푯말이 있다. '그렇게 인적이 드물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분명히 길은 있었다.

특히 지맥 산행을 하는 일부 산꾼들이 봤으면 크게 웃었을 장면이다.



   
금봉산 정상 주위 능선에는 여러 시인의 시가 적힌 목판이 등산로 주변에 즐비하다.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잡은 능선길은

 한 마디로 '시(詩)와 함께 걷는 길'이다.

고(故)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비롯해

 이동백 시인의 '산에 비가 묻었다' 등 수 십편의 시가 적힌 목판이

  소나무 기둥에 매달린 채 산꾼들의 지친 영혼을 잠시나마 달래준다.

시가 적힌 목판들은 5분 뒤 만나는 푯대봉(헬기장)을 지나

 15분 뒤 도착하는 안부 갈림길에 이르기까지 1㎞가량 계속 등장한다.

휴양림 뒷산임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 같지만

 통상적인 산행에서는 만나기 힘든 특이한 장면인 것만은 분명하다.

안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역시 휴양림으로 떨어지는 길이지만 직진해 오르막을 타야 한다.

200m쯤 오르면 작은 봉우리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 곳에서 갈라지맥에서 이탈, 오른쪽 내리막 능선으로 꺾는다. 왼쪽 길은 황학산으로 가는 길이니 주의하자.

지맥길에서 벗어나니 또 다시 흔적 드문 산길이다.

그렇게 40분가량 능선을 타고 가면 660봉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왼쪽길을 택해야 한다.

10여 분 뒤 경주 최씨묘가 있는 작은 봉우리(690봉)를 살짝 지나면

 비로소 왼쪽에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발 아래 골짜기 건너편(서북쪽)의 우뚝 솟은 산이 황학산이고

 북쪽 가까운 곳에 금학산과 그 너머 안동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겹겹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실 이곳까지 오면서 녹색의 숲길을 걷는 즐거움은 컸지만

 변변한 전망대 하나 만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터라 모두들 탄성을 내지른다.

조망미가 뛰어난 어떤 산에서는 발길 내디딜 때마다 전망대를 만나기도 하지만

 이 산처럼 9㎞ 이상을 걸어야 겨우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반가운가 보다.



   
금봉산에서 금학산으로 가는 도중 첫 번째 전망대를 지나면 바위를 에워싸고 있는 고사리 군락을 만난다.

전망대를 지나면 짧지만 미끄러운 급경사 구간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주의구간을 지나면 바위에 고사리가 무성하게 붙어 있는

 특이한 장면도 보인다.

30분가량 내리막을 타면 고개길 안부.

좌우 돌아보지 말고 직진해서 오르막을 오른다.

토사가 특이한 지 잡초는 거의 보이지 않고

 멋들어진 소나무들이 길손을 반겨준다.



이후 500m대의 작은 봉우리 4개를 넘어야 하는데 그렇게 힘들진 않다.

마지막 562봉에서는 좌우로 길이 보이지만

 어느 쪽도 아닌 가운데 정면으로 넘어서야 한다.

희미하지만 근교산 리본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다.

200m가량 내리막을 탄 후 다시 살짝 오르막이 나오면 두 번째 전망대다.

이번엔 오른쪽이 트였는데 멀리 안동 남부권의 이름난 명승지인 천지갑산과 길안천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30m 위 봉우리는 466.6m 삼각점봉.

이후 200m쯤 더 가면 작은 봉우리 갈림길인데 왼쪽 내리막 능선은 금곡리 갈현마을로 곧바로 하산하는 길이고

 오른쪽 길이 취재팀이 가야할 길. 300m쯤 가면 또다시 작은 봉우리 갈림길이다.

오른쪽 내리막으로 길이 잘 보이고 정면으로 넘어서는 길은 희미한데 두 방향 모두 임도로 떨어질수 있다.

오른쪽 길을 택하면 관고개 아래 비포장 임도에 닿는다.

이곳에서 산행을 마무리할 요량이라면 이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1.5㎞가량 내려가면

 송사리 천지갑산 입구 35번 국도에 닿는다(개념도 상 B코스).



   
용담사 아래 용담폭포는 높이 3m 안팎이지만 동그랗게 패인 바위에 둘러싸여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반면 정면 희미한 길을 택하면 길 찾기는 까다롭지만

 관고개 임도에서 왼쪽 금곡리 신기마을(대형 버스 진입 가능) 쪽으로

  탈출할 수도 있고 곧바로 마지막 목적지인

   금학산으로 오를 수도 있다(A코스).

관고개에서 금학산까지는 그렇게 급하지 않은 오르막이다.

25분 정도면 금학산 정상에 닿는다.

이후부터는 잘 닦여 있는 등산로를 따라

 일사천리로 용담사까지 내달릴 수 있다.

40분가량 걸린다.

용담사부터는 포장된 임도다.

길을 따라 내려서면 높이 3m가량 되는 용담폭포가 있는데

 폭포를 둘러싸고 있는 바위가 동그랗게 파인 것이 신기하다.

800m정도 걸어 내려오면 35번 국도에 닿는다.

시간이 남는다면 인근 천지갑산도 둘러볼 수 있다.




◆ 떠나기 전에

- 1300년 넘은 용담사, 천지갑산 모전석탑 전설과 연관된 고찰

   
산행 날머리 격인 금학산 아래 용담사. 안동시 길안면에 있는 오래된 절이다.

산행 날머리에 있는 용담사(龍潭寺)는 지금은 규모가 작지만

 창건된 지 1300년이 넘는 천년고찰이다.

신라 문무왕 4년(664년) 화엄화상(華嚴和尙)에 의해 창건된 용담사는

 이후 조선 선조 7년(1574년)에 혜증(惠證)법사가 중창했다고 전해 진다. 한창 사세가 좋았을 때는 아침 저녁 쌀 씻는 물이

 묵계까지 흘렀을 정도로 승려가 많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는 산행 날머리 부근인 천지갑산 중턱에

 위치한 대사동 모전석탑 이야기와 함께 전해져 오고 있다.

즉, 모전석탑이 있는 천지갑산 중턱의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는

 신라시대에 스님 2명이 수도하던 작은 암자가 있었는데

   한 스님이 빈대를 잡으려다 절에 불이 나는 바람에

    한 명은 경주 불국사로 가고 또 한 명은 인근 대찰인 용담사로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진왜란으로 절집 전체가 소실됐다가 17세기에 중창됐고 이후 사세도 그리 융성하지 않았던 지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과 1925년 사이에 절에 있던 누각이 뜯겨

  인근에 있는 묵계서원의 강당 목재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경상북도 문화재인 무량전과 대웅전, 요사채가 남아 있다.




◆ 교통편

- 노포동터미널에서 청송 현서까지 가서 안동행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부산 노포동버스터미널에서 청송(주왕산)행 버스를 타고 청송군 현서면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과 오후 1시20분 등 하루 2차례 운행한다.   2시간20분 걸린다.

들머리인 안동시 길안면 유곡리 버스정류장까지는 현서에서 안동행 노선버스를 탄다.

오전 9시15분, 낮 12시20분 등 하루 5차례 운행한다.  소요시간 15분.

버스 연계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현서택시(054-872-5101)를 이용하자.


산행 후 날머리인 용담사 입구에서도 현서로 가는 것이 좋다.

막차는 오후 6시15분.

현서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5시50분, 7시20분.

날머리에서 현서행 막차를 놓쳤을 경우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경부고속도로 영천IC에서 내려 영천 시내를 통과, 안동 방면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

 청송군 현서면 덕계리 덕계삼거리에서 안동쪽으로 좌회전한다.

여전히 35번 국도다. 마사터널을 지나 유곡리 버스정류장 앞에 닿는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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