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천태산’

금산금산 2018. 1. 12. 10:18

양산 '천태산'




노적바위 아래 낙동강은 흐르는데 웅연폭포 아래 하늘문은 열렸을까

중리마을~웅연폭포 이은 천태산 코스의 백미

오름길 내내 낙동강 삼랑진읍 멋진 조망

암릉·오솔길 절묘한 조화로 산행 재미 듬뿍

하산길 폭포 근처 슬렙구간 세심한 주의를





"이 동네엔 등산로가 없어. 보통은 저 바깥 도로 옆 비석골에서 오르거나 원리,

   아니면 배내골 가는 방향의 내포리에서 오르지. 자네들 아무래도 잘못 왔어 ."

"아, 요즘은 등산객들이 잘 안다니나 보네요. 그런데 정상까지 좀 멀긴 하지만

 저 뒤 능선으로 멋진 산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왔습니다. 저희가 한번 가 볼게요."



   
경남 양산시 원동면과 밀양시 삼랑진읍에 걸쳐 있는 천태산은 천태사 위 계곡의 웅연폭포가 있어 더욱 빛난다. 취재팀이 웅연폭포 옆 슬랩구간을 통과하며 잠시 폭포의 장관을 감상하고 있다. 유량이 줄어 그 위용도 조금은 떨어졌다.

경남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 중리마을 새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한 70대 주민이 손사래를 친다.

길이 없으니 등산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지난 주 천성산1봉 산행에 이어 내친김에 천성산 영축산과 함께

 양산 3대 명산으로 꼽히는 천태산(天台山·630.9m)

  답사하기 위해 이 마을에 도착한 취재팀.

예상 밖의 이 주민 이야기를 듣고는 '길 조심하라'는 뜻의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며 산행 채비를 한다.

분명히 길은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하지만 취미로 등산을 즐기는 도시인들은 여러가지 자료를 통해

 그곳에 오래된 등산로가 있다는 것을 아는데

  정작 농사일에 바쁜 그 마을 주민들은

   등산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역설적인가.

대부분 농민들은 도시인들처럼 등산이라는 '호사'를 누리지 못한다.

그러니 주민들의 말이 틀렸다고 결코 무시하거나

 핀잔을 주는 듯한 태도는 금물이다.



양산시 원동면과 밀양시 삼랑진읍의 경계를 이루는 천태산은

 크고 작은 바위가 태산처럼 포개진 것 같다고 해서

  '천태암산'이라고도 불렸던 산이다.

600m대 중반의,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수려한 계곡과 암릉, 기암괴석, 낙동강과 안태호 천태호까지 바라보이는 천혜의 조망을 품고 있어

  부·울·경 산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

근교산 시리즈에서도 몇 차례 천태산을 다룬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태산 산행의 '숨은 백미'이자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코스를

 빠트리고 있었던 것 같아 다시 이 산을 찾았다.



중리마을은 마을 앞 경부선 철로 위로 KTX 열차가 힘차게 달리는 낙동강변 작은 마을이다.

전체 산행은 이 마을 오른쪽에서 천태산 남서릉을 타고 올라

 333봉~로프 위험구간~388봉~신불암고개~천태공원~577봉~

 천태산 정상~천태호 댐 동쪽 끝~웅연폭포~천태사로 이어진다.

총 12.5㎞로 결코 짧지 않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6시간 10분 걸린다.

황홀한 풍광 감상에다 식사, 휴식시간까지 더하면 못해도 7시간은 잡아야 한다.

특히 이 코스를 천태산 산행의 백미로 부르고 싶은 이유는

 전반부 오르막에서 아기자기한 암릉을 통과하면서 진행방향으로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고

 힘들다 싶으면 식수 보충과 휴식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며 날머리 웅연폭포 주변 계곡의

 멋진 풍광과 짜릿한 슬랩구간까지 포함하고 있어 산행의 재미를 극대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GPS 트랙 / 고도표 jpg파일

대형버스도 주차 가능한 중리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마을 진입로 쪽으로 200m가량 되돌아 나가면

 왼쪽에 작은 소나무와 10m 위의 무덤이 보인다.

무덤에서 오른쪽 작은 골을 지나 다음 능선으로 붙는다.

들머리 부근은 잡초가 제법 많다.

그 주민의 말대로 정말 길이 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가 생기는 순간이다.

하지만 5분 만에 능선에 붙으면 길은 분명하다.

다만 인적이 뜸했던 듯 하다.

능선길을 따라 10분 만에 닿은 은진 송씨 묘.

뒤돌아 보니 KTX열차가 지나가는 철로 너머로

 널따란 용당들판과 낙동강, 그 건너 김해 상동의 용당나루터와

 무척산 금동산 등의 풍경이 펼쳐진다.

김해 용당나루는 한때 원동의 가야진나루까지 왕래하는

 도선이 운행됐는데 인근 주민들의 주요한 교통수단이었다.

김해 사람들은 용산나루를 거쳐 원동역에서 열차를 타고

 부산 대구 서울 등 대처로 가곤 했다.

다만 지금은 옛 추억이 됐을 뿐.



3분 후 무덤을 또 하나 지나고 20여 분 오르면 집채보다 큰 바위 봉우리가 나타난다.

여기서 뒤돌아본 원동면과 낙동강 일대의 전망이 워낙 좋아 '전망바위'라 불러본다.

인동 장씨 묘를 지나 작은 봉우리 하나를 더 오르니 전방에 겹쳐진 389봉과 388봉이 꽤나 높아 보인다.

20분쯤 더 오르면 333봉이다.

들머리가 해발 8m에 불과한 낮은 곳에서 시작한 산행이다 보니 벌써 숨이 차다.

봉우리 넘어 20m만 가면 전방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대.

왼쪽 아래로 낙동강과 삼랑진읍, 신대구 부산 고속도로가 뚜렷이 드러나고

 눈앞에는 다음에 넘어야 할 389봉이 성큼 다가선다.

또 그 봉우리에서 강을 향해 뻗어내린 지능선 중간에 우뚝 솟은 거대한 암봉이 멋들어진 모습으로 반긴다.

인근 주민들이 '노적바위'라 부르는 이 바위는

 마치 곡식을 수북히 쌓아 올린 노적가리를 닮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



전망대부터는 머리가 주뼛 서는 위험구간이다.

급경사 암릉에 로프가 설치돼 있지만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로프를 타고 내려서면 암봉이 나타나는데 왼쪽 안전한 길로 우회한다.

하지만 또 다시 칼날바위가 나타나 재차 왼쪽으로 우회.

안내 리본을 따르면 길 찾기는 수월하다.

안부를 지나 작은 전망대를 거쳐 15분 가량 꾸준히 오르면 오른쪽에 또 한번 우뚝 솟은 암봉.

389봉인 이 암봉 또한 왼쪽 우회로를 타야 한다.

바위솔이 온통 암봉을 뒤덮고 있다.

15분 후 388봉을 지나면 다음 갈림길까지 15분간은 평평한 길.

한숨 돌리면서 걷다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정면 멀리로 안태호와 그 북쪽의 만어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금오산의 위용까지 확연히 드러나는 풍경에 또 한번 환호성을 지른다.

오른쪽으로 꺾어 신불암고개로 향한다.

내리막 능선. 15분이면 충분하다.

1022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신불암고개에는 다음 능선으로 붙기 전에

 오동나무 그늘이 정겨운 조그만 매점에서 쉬어갈 수 있다.



   
산행 오름길 중간 333m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삼랑진읍. 중간의 바위가 양산과 밀양의 경계인 노적바위다.

매점에서 30m가량 떨어진 밀양시 삼랑진읍 표지판

 오른쪽으로 난 입구를 찾아 다음 능선으로 오른다.

20여분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면 436봉을 지나 또 다시 전망대.

안태호와 삼랑진읍, 김해시 생림면, 낙동강 물줄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10분쯤 더 가면 갈림길.

오른쪽을 택한다.

5분 뒤 사거리에서는 오른쪽으로 '천태사' 방면 표시가 있지만

 왼쪽 11시 방향으로 직진.

다시 5분 후 만나는 삼거리에서도

 왼쪽의 리본이 많이 붙은 쪽 길을 택한다.

이곳에서 5분가량 내려서면 천태호 입구 천태공원 앞 도로에 닿는다.

도로를 건너 화장실을 지나 북쪽으로 공원을 따라 200쯤 가면

 도로 오른쪽으로 천태산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이길로 들어서 10분 후 철탑 아래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꺾어 5분이면 577봉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 천태산 정상으로 향한다.

10분 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올라 풍양 조씨 묘를 지나면 5분 뒤 철제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이다.

왼쪽은 '금오산(숭촌)', 오른쪽은 천태산 정상을 가리킨다.

그리 급하지 않은 오르막을 오르면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는 북쪽의 금오산 정상과 그 아래로 밀양의 10대 오지마을 중 하나라는 숭촌마을이 보인다.

이제 1분이면 천태산 정상.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렇게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천상호수' 천태호가 드디어 얼굴을 보여준다.

동북쪽으로는 영남알프스 연봉들이 줄을 이어 달리고

 남쪽 멀리로는 낙동강 물줄기가 바다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하산길은 줄곧 내리막길이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길을 따라 가면 10분 후 작은 나무벤치가 있는 갈림길.

진행 방향으로 직진해 3분쯤 더 가면 Y자 모양의 갈림길인데

 왼쪽 오르막이 아니라 산허리를 감아도는 오른쪽 1시 방향 길을 택한다.

5분 후 '119 조난 위치번호 경남 양산 20-4' 표시목이 있는 갈림길에서

 '천태사' 표지판을 보고 오른쪽 내리막으로 꺾어 15분 가량 내려가면 천태호 댐 끝 부분에 닿는다.

왼쪽 5m 지점에 '발전소출입제한 안내판'이 있고 왼쪽 내리막 길을 택해 좀 더 가면

 커다란 벌집이 매달린 작은 바위동굴을 지난다.

곧이어 계곡 왼쪽의 벼랑 옆을 통과한 후

 물이 흐르는 계곡 상류를 통과하면 길은 넓어지고 외나무다리도 지나게 된다.

완전히 계곡으로 들어서게 된 것.

5분 후 갈림길에서 직진해 두 번째 외나무다리가 있는 갈림길에서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왼쪽 내리막으로 진입한 후 다시 5분 뒤 계곡을 건넌다.

이때부터는 아찔한 왼쪽 계곡을 끼고 오른쪽 바위 벼랑 사면을 타고 가야하는

 다소 위험한 슬랩 구간이지만 로프의 도움을 받으며 조심해서 진행하면 큰 무리 없이 통과 가능하다.

곧바로 나타나는 높이 40m가량의 웅연폭포는 천태사 계곡의 하이라이트.

수량은 다소 줄었지만 폭포 오른쪽 급경사 로프구간을 내려서서 바라본 폭포의 자태는 웅장하기 비할 데 없다.

길이 험해 속도는 떨어지지만 20분이면 계곡을 거쳐 천태사에 닿아 짜릿했던 천태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천태사 일주문에는 '천태산통천제일문(千台山通天第一門)'이라 쓰여 있다.

하늘로 가는 첫번째 문이라는 뜻일게다.




◆ 산중정담(山中情談)

- 신불암고개 매점 주인 강영선 씨 인심도 좋아

천태산을 오르는 여러가지 방법 가운데

 이번주 소개한 양산 원동면 용당리 중리마을에서 오를 때는 도로를 두차례 횡단해야 한다.

첫 번째 신불암고개에서 만나는 1022번 지방도.

한때는 양산 물금에서 밀양 삼랑진으로 가는 주 도로로서,

 높은 고개를 3개나 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교통량이 꽤 많았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뚫리고 난 지금은 그저 희미한 옛 추억일 뿐.

그만큼 차량 통행이 뜸해지면서 신불암고개의 오동나무 그늘이 정겨운 매점도 찾는 손님이 예전만 훨씬 못하다. 환갑을 3년 남겨 놓았다는 매점 여주인 강영선 씨는 취재팀이 매점으로 찾아들자

 "고속도로가 뚫리고 나서부터는 손님도 별로 없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등산객이 오시네. 너무 반갑다"며

 가벼워진 물통에 차가운 얼음물을 양껏 채워준다.

후덕해 보이는 인상만큼이나 통 큰 인정이 고맙다.

오랜 세월 고갯마루에서 매점을 운영한 '경력'에서 나온 듯한 걸걸한 입담 또한

 지나가는 나그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큰 길이 뚫리면 자연히 작은 길은 도태되고, 그 길 가의 사람들도 서서히 곤궁해 지는 것이

 편리와 속도에 익숙한 세상의 이치일까.

언양~밀양간 새 국도가 뚤리자 폐업해 버린 석남터널 앞 석남휴게소가 떠올라 산꾼의 마음이 조금은 착잡하다.




◆ 교통편

- 구포서 원동행 무궁화호 첫 차 오전 7시8분

원동역까지 열차를 타고 간 후 버스로 갈아타면 편하다.

부산역에서 오전 7시50분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나

 부전역 6시50분 출발, 구포역 오전 7시8분, 8시4분 출발 무궁화호를 이용해야 한다.

구포역에서 20분 안팎 소요.

원동에서 구포로 가는 열차는 오후 4시31분, 6시40분, 7시41분 등.

원동에서 양동리 중리마을로 가는 버스는 오전 6시20분, 7시10분, 8시30분, 9시25분 등

 비교적 자주 있는 편이다.

산행 후 날머리 천태사 입구에서 원동 방면으로 가려

면 오후 4시, 6시20분, 8시4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055) 384-6612.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일단 양산 물금 신도시의 양산 부산대병원 인근까지 가야 한다.

이곳에서 1022번 지방도를 타고 원동 삼랑진 방면으로 가다

 원동면 원리삼거리에서 삼랑진 방향으로 좌회전, 천태사 못 미친 중리마을 입구에서 다시 좌회전 한다.

경부선 철로 앞까지 들어간 후 우회전해 500m가량 가면 중리마을 회관 앞 공터에 닿는다.

산행 후 날머리에서 차량 회수를 위해서는 오후 4시와 6시20분 등에 출발하는 천태사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해 ‘금음산~대국산’  (0) 2018.01.19
    영동 ‘각호산~삼도봉’  (0) 2018.01.16
    양산 ‘천성산 1봉’   (0) 2018.01.09
    안동 ‘금봉산~금학산’  (0) 2018.01.05
    부산 해운대 [장산] '야간 산행'  (0) 20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