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각호산~삼도봉’

금산금산 2018. 1. 16. 13:41

영동 '각호산~삼도봉'





삼남 가르는 호쾌한 능선길, 산은 고향을 묻지 않더이다

도마령서 출발, 민주지산 석기봉 경유 코스

좌우로 펼쳐진 백두대간 능선 조망 시원

'화합 기원탑' 선 삼도봉 정상서 새 시대 기원

4개 봉 중 최고 높이 석기봉 정상석 없어 애석





산은 스스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산은 그저 말없이 스스로의 본분을 지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4계절 내내 의연히 서 있을 뿐이다.

그렇게 선 채로 자신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악수를 건넨다.

그 사람이 어느 동네 출신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땅의 근현대사를 돌이켜보면 큰 산맥과 산을 경계로 나뉘어진 이쪽저쪽 지역 사람들끼리

 알게 모르게 감정의 골이 패여 서로 반목과 질시를 했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리고 그런 지역감정의 많은 부분은 정치인들에 의해 이용됐고,

 또 일부 정치인은 그것의 희생양이 됐다며 억울해 하기도 했다.

농경 시대부터 산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큰 장벽이었고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부족과

 소국들의 경계가 됐지만 조금만 땀 흘려 올라보면 결국 산의 이쪽과 저쪽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반목하고 질시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그리 크지도 않은 이 나라에서.

   
충북 영동의 각호산~삼도봉 능선 종주 산행은 백두대간의 중간에서 갈라진 해발 1100m 이상 능선을 달리는 호쾌함이 크게 와 닿는 코스다. 취재팀이 민주지산 정상 부근에서 동쪽의 석기봉(왼쪽 뾰족한 봉)과 그 왼쪽의 삼도봉을 향해 가고 있다. 멀리 백두대간 능선이 좌우로 펼쳐져 있다.

이번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은

 충북 영동의 삼도봉(三道峰·1178m).

조선 태종때 전국을 8도로 나누면서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등

 삼남의 경계이자 꼭지점이 된 삼도봉은 나뉨의 산이기도 하지만 정상에 서서 보면 '결국 이쪽과 저쪽은 하나'라는 화합과 통합의 산이기도 하다.

더구나 남북으로 흐르는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의 한 맥점이 되고 있음에야 긴 말이 필요 없을 듯하다.

엄밀히 말해 삼도봉은 민주지산(1241.7m)의 한 봉우리로 분류되지만

 하나의 독립된 산으로 대우받기도 한다.

그만큼 적어도 남한 땅에서 만큼은 이 봉우리가 차지하는

 지정학적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이리라.



사실 충북 영동의 삼도봉이라고 했지만

 전북 무주군 설천면의 삼도봉이라 할 수도 있고,

 경북 김천시 부항면의 삼도봉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 봉우리의 남서쪽(전북)과 북서쪽(충북),

 그리고 동쪽(경북)이 각기 다른 행정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GPS 트랙 / 고도표 JPG파일

취재팀은 삼도봉 답사에 나서면서 사실 코스를 어디로 잡을까 고민했다. 당초에는 물이 차갑기로 명성이 자자한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의

 물한계곡에서 시작해 민주지산을 거쳐 석기봉과 삼도봉을 돌아

  원점회귀하는 산행을 계획했었지만

   그렇게 끝내기에는 왠지 아쉽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부산에서 차로 꼬박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에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코스만 답사하고 돌아 서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코스는 2000년대 초반 한 차례 소개한 바도 있다.

그래서 결정한 코스가 도마령(刀馬嶺)에서 시작해

 각호산과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을 거치는 능선 종주를 한 후

 비록 짧지만 백두대간 구간을 잠시 밟고 삼마골재에서

 잣나무숲이 예쁜 미나미골을 거쳐 맑은 계류가 흐르는

 물한계곡 황룡사 입구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다.

이 코스 역시 완전히 생소한 코스는 아니지만

 본지 시리즈에서는 최초로 소개하는 길이다.

이름하여 각호산~삼도봉 종주 산행.

4개의 봉우리가 모두 1100~1200m 대의 해발 고도를 자랑하는

 꽤 높은 능선길인 데다 총 산행 거리도 13.5㎞에 달한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휴식시간을 포함해 7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다만 하산 구간인 미나미골 이전까지는 식수 보충을 할 수 없으니 물은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들머리인 도마령은 옛날 한 장수가 칼을 비켜 찬 채 말을 타고 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영동군 상촌면과 용화면의 경계가 되는 고개이기도 하다.

도마령 주차장에서 바로 위에 보이는 '상용정(上龍亭)'을 향해 계단을 오르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2분 만에 정자에 오르면 해발 842m를 알려주는 삼각점과 소나무 2그루 아래 둥치를 둥글게 감싼 벤치가 있고

 완만한 오르막 능선을 타고 계속 걸으면 10분 후 한 산악인(황병의 씨)을 기리는 아주 작은 추모비가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

7분 후 갈림길을 지나 15분쯤 더 오르면 쉼터가 있고 다시 15분 후에 조망이 탁 트이는 전망대에 닿는다.

남쪽 멀리로 민주지산이 보인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능선을 좀 더 오르면 어느새 뿔 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을 가진

 각호산 정상의 뾰족한 암봉이 눈앞에 성큼 나타난다.

들머리에서 정확히 1시간 걸렸다.

길이 4m 정도의 로프를 잡고 오르면 '각호산 1176m'라는 정상석이 있다.

하지만 국립지리원 발행 최신 2만5000분의 1 축척 지도에는 고도가 1202m로 되어 있어 의아하다.

이 곳에서 바라본 조망은 호쾌하기가 비할 데 없다.

특히 남쪽에서 동쪽으로 휘돌아 뻗은 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 능선과

 삼도봉에서 좌우로 펼쳐진 백두대간의 장엄함은 숨이 멎을 지경이다.



   
삼도봉 정상에 세워진 '삼도 대화합 기원탑'.

'민주지산 3.4㎞'라는 표지판을 힐끗 본 후

 다시 로프를 타고 내려와 길을 재촉하면 5분 후 갈림길이다.

왼쪽은 물한계곡 황룡사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무시하고 민주지산을 향해 오른쪽 내리막 능선길로 들어선다.

10분 후 안부를 거쳐 다시 완만한 오르막.

5분 후 '십자로 갈림길'.

'민주지산 2.9㎞' 표지를 따라 직진한다.

짧은 산죽터널을 통과해 5분 후 무덤을 지난다.

침목계단과 약간 위험해 보이는 곳에 설치된 안전로프 등

 잘 정비된 시설들이 산꾼에게 편안함을 준다.

무덤에서 15분 만에 1185봉을 통과한 후 20분 만에 '민주지산 제7지점'이라 적힌

 조난구조 표시를 거쳐 15분만 더 가면 무인대피소다.

무인대피소의 주된 목적은 겨울산행 시 폭설을 만났을 때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대피소 입구를 지나 휴양림 갈림길을 거쳐 300m만 가면 해발 1241.7m의 민주지산 정상이다.

각호산과 달리 평평한 육산 모양의 민주지산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뻗은 석기봉 너머의 삼도봉과 그 좌우로 달려가는 백두대간 주능선이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북쪽의 황석산에서부터 남쪽의 대덕산, 덕유산 능선까지 한눈에 드는 것.



다음 봉우리인 석기봉을 향해 20m만 내려서면

 오히려 정상보다 더 뛰어난 조망을 가진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길을 잡는다.

3분 후 쪽새골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서면 쪽새골을 거쳐 황룡사로 하산할 수 있다.

그늘인데다 평평하기도 한 이 곳은 식사 장소로 좋을 듯 하다.

다시 5분 후 물한계곡 갈림길을 지나는데 능선은 칼날 같지만 나무와 숲이 우거져 시원하다.

사실 각호산~삼도봉 능선 구간은 대부분 그늘 속을 걸을 수 있어 한여름에도 충분히 햇볕을 피할 수 있다.

남한에서 몇 남지 않은 청정 산악지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십 가지 야생화도 만발하다.

수종은 대부분 활엽수여서 가을 단풍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각설하고 산죽 우거진 능선을 따라 갈 길을 서두르자.

30분 후 다시 왼쪽 황룡사로 탈출하는 갈림길을 지나고 20분쯤 더 가면

 이번에는 오른쪽의 전북 무주군 설천면 아래중고개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다.

통상 무주 방면에서 석기봉으로 오를 때 주로 사용되는 코스다.

직진하면 곧바로 로프구간이 나오는데 조심해서 통과하면 뾰족한 암봉인 석기봉이다.

정상 직전에 오른쪽으로 마애삼두불상을 거쳐 무주군 윗중마을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다.

삼국시대에 신라의 스님들이 중국에 공부하러 갈 때 거쳐야 하는 백제 땅으로 넘어가던 그 길이다.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무인대피소.

로프를 타고 올라야 하는 석기봉은 해발 1242m로 사실 이번 산행에서

 밟은 4개 봉우리 중에서 해발 고도만 놓고 보면 가장 높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머지 3개 봉에는 모두 정상석이 있지만

 석기봉에만 정상석이 없다.

언젠가 어엿한 이름표를 갖게 되리라.



이제 삼도봉을 향해 진행한다.

석기봉 정상 아래 팔각정 모양의 무인휴게소를 통과, 나무계단을 좀 더

 내려선 후 능선길을 내달리면 30분 만에

 백두대간 주요 중간기점 중 하나인 삼도봉에 닿을 수 있다.

정상에는 3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이고 각기 경상 전라 충청도를 바라보고 있는

 '삼도 대화합 기원탑(1990년 건립)'이 우뚝하게 서 있다.

짤막한 지역화합 기원 묵념을 하고 동남쪽 멀리 솟아 오른 '석화성' 가야산까지 조망한 후

 백두대간 길을 따라 북쪽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20분 만에 삼마골재에 닿았다.



직진하면 대간을 계속 탈 수 있고 오른쪽(동쪽)은

 대간 종주인들의 휴식처인 해인산장이 있는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로 떨어지는 길.

취재팀은 왼쪽 내리막을 따라 미나미골로 하산을 서두른다.

얼마 가지 않아 청명한 물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계곡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른다.

좀 더 내려서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아름드리 잣나무가 숲을 이룬

 한적한 구간을 지나고 '삼도봉 약수터'에 닿는다.

하지만 한때 물맛 좋기로 이름 높았던 이 약수터는 지금은 오염돼 물을 마실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계곡을 건너 임도 처럼 넓은 길로 들어선다.

잠시 후 공사구간 때문에 살짝 왼쪽으로 우회한 후

 쪽새골과 미나미골이 나뉘는 갈림길을 통과하면 30분 만에 황룡사 입구에 닿는다.

사실상 산행이 마무리된 것이다.

황룡사는 창건된 지 30년 안팎이라 유서 깊은 절은 아니다.

절 입구에서 물한계곡 유원지 주차장까지는 해학적인 모양의 장승들을 보면서 300m가량 걸으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겨울 눈꽃 산행 인기 있지만 여름·가을도 좋아
- 산행 후 영동역 인근 올갱이식당 들러볼 만


도마령에서 각호산과 민주지산, 석기봉을 거쳐 삼도봉까지 가는 종주 산행은

 예전 같았으면 부산 산꾼들에게 당일 산행지로 다소 벅찬 코스다.

하지만 신대구부산고속도로가 개통된 후에는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3시간 내에 들머리에 도착할 수 있어

 아침 일찍 서두르면 충분히 시도해 볼 코스가 됐다.

오전 10시 이전에만 도마령에 도착하면 오후 5시께는 날머리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발 고도가 800m나 되는 도마령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산행 중 완주가 힘들다고 느끼는 산꾼이라면 10여 차례 나오는 능선 상의 갈림길에서

 언제든지 왼쪽으로 탈출, 물한계곡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주로 겨울 눈꽃 능선 산행으로 인기 있는 민주지산 주변 일대이긴 하지만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산행을 해도 겨울과 다른 또 다른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특히 야생화가 만발하니 이 분야 관련 지식이 있는 산꾼에게는

 잊기 힘든 추억의 산행이 될 것이라 취재팀은 확신한다.

산행 후 맛집을 찾는 산꾼에게는 영동역 앞에 있는 올갱이식당(043-744-1077)을 추천한다.

올갱이는 이 지역에서 다슬기를 부르는 이름.

인근 청정 하천에서 직접 채취한 올갱이로 탕과 전골 등을 끓이는데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 교통편

- 부산서 영동역까지 경부선 열차 이용
- 들머리까지 가는 버스 없어 택시 타야


들머리인 도마령까지 가려면 영동역까지 열차를 이용한 후

 상촌면 소재지까지는 군내 버스, 상촌면에서 도마령까지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도마령까지 오르는 버스 편은 아쉽게도 없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5시10분, 5시45분, 6시50분, 7시50분 등에 있고

 새마을호는 오전 6시30분에 출발한다.

영동역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서 상촌면 소재지까지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오전 7시부터 50분~1시간 간격으로 있다. 20분 내외 소요.

상촌면 소재지에 내리면 상촌택시(011-485-3616 송문호 기사)를 이용하면 된다.

산행 후 귀가 때는 날머리 물한계곡에서 영동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오후 5시와 7시10분(막차)에 있다.

버스를 놓칠 경우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영동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귀가 열차는 오후 5시46분부터 다음 날 새벽 1시27분까지 9차례 있어 편하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내려 영동 방향으로 좌회전 한 후

 상촌 물한계곡 방향으로 가다가 상촌면 소재지에서 49번 지방도를 타고 도마령 방향으로 가면 된다.

산행 후 차량 회수를 위해서는 물한계곡에서 상촌면 소재지로 간 뒤 택시를 이용 할 수 있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GPS 도움=GPS영남(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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