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 아리랑리지~영축산
깎아지른 암릉 사이 밧줄 잡고 오르니… 아, 마침내`신선들의 땅`
울주군 가천리 장제마을서 출발하는 짜릿한 코스
암벽 전문가 아니라도 우회로 통해 '리지의 맛' 만끽
하산길 들른 백운암 주변 등산로 깔끔하게 정비
적설량 많거나 비 올땐 안전 위해 접근 삼가길
아리랑리지.
'아리랑'이라는 민족 고유의 전통이 고스란히 담긴 우리말 단어와 '리지(Ridge)'라고 하는
외국어가 결합된 아리랑리지는 그 이름에서부터 왠지 모를 멋스러움이 묻어나면서 동시에 가슴 설레게 한다.
얼마나 운치 있는 이름인가.
엄밀히 말하면 아리랑리지에서 영축산, 백운암을 거쳐 통도사에서 마무리하는 클래식 코스다.
하지만 말이 클래식이지 실제로 아리랑리지를 오르내린 산꾼이 얼마나 될까.
고백하건대 근교산 시리즈에서조차 아리랑리지에 대해 언급은 여러 차례 했지만 정작 코스를 답사하지는 못했다. 아리랑리지는 영남알프스를 대표하는 신불산의 암릉 코스 중 하나지만
암벽클라이머가 아닌 일반 산꾼으로서는 막연한 두려움과 경외감 때문에 쉽게 발길을 들여놓기 힘들었다.
이런 전후사정을 감안, 근교산 취재팀은 아리랑리지의 암릉을
모두 클라이밍으로 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그 황홀한 비경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소개하기로 하고
주저 없이 신불산으로 향했다.
근교산 취재팀이 신불산 아리랑리지 중간 쯤에 있는 일명 '신선대 '에 올라 수려한 주변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높은 봉우리는 영축산 정상이고 그 아래 큰 계곡은 금강폭포가 있는 금강골이다. |
전체 코스는
가천리 장제마을~갈림길~아리랑리지 앞 갈림길~아리랑리지 신선대~
지능선 갈림길~신불평전 주능선 갈림길~영축산~갈림길~함박재~
백운암~극락암~세심교~통도사~매표소 순으로 연결되는 약 14㎞ 구간. 하지만 마지막 구간인 극락암에서 통도사 매표소까지 임도를 따라 걷는 거리가 3.5㎞가량 되기 때문에 순수 산행 거리는 10.5㎞ 정도다.
소요시간은 걷는데만 4시간50분 가량, 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이면
6시간~6시간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들머리는 울산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장제마을 맨 위에 있는 민가 앞.
왼쪽으로 산악회 안내리본이 몇 개 보인다.
70m가량 가면 왼쪽에 자가용 2~3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오른쪽 직진형 길로 본격적인 등산로가 열린다.
등산로 입구에서 뒤돌아 서서 아래를 보면 삼성SDI 울산 공장이 뚜렷이 보인다.
또 주차공간 뒤 철조망 너머 왼쪽 편평한 계곡에는 군 사격장이 자리잡고 있다.
곳곳에 위험 표지판이 서 있다.
진행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약간만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뚝 솟은 영축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오고
그 오른쪽 아래로는 에베로리지 탈레이리지와 금강폭포를 품은 금강골이 선명하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비록 아리랑리지 암릉 전체를 모두 타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그래도 제법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크게 심호흡을 한 차례 하고
꽤 널찍한 등산로를 타고 완만한 능선길을 오른다.
무덤을 지나 주변에 나무가 거의 없는 개활지를 따라
넓은 길을 타고 500m쯤 더 올라서면 첫 번째 갈림길.
오른쪽은 아리랑리지를 거치지 않고
지능선을 타고 신불평전으로 오르는 쉬운 길.
취재팀은 금강폭포 이정표를 보면서 넓은 길로 직진한다.
등산로가 서서히 좁아지고
5분 뒤 널따란 바위가 있는 두 번째 갈림길에 닿는다.
역시 오른쪽은 그나마 덜 위험한 능선을 타는 길이지만 내리막 쪽으로 직진한다.
계곡을 지나 왼쪽 능선 갈림길까지는 5분이면 된다.
정면 머리 위에 영축산 정상이 보이는 이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금강폭포와 에베로리지 쪽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능선을 곧바로 치고 오른다.
제법 숨이 찰 정도의 오르막을 30분가량 쉬엄쉬엄 오르면 능선 왼쪽에 전망대 역할을 하는 작은 바위가 있다.
해발 670m쯤 되는 지점이다.
영축산 정상과 에베로리지, 얼어붙은 금강폭포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10분만 더 오르면 마침내 눈앞에 날카로운 암릉이 가로막는 아리랑리지 앞 갈림길이다.
정면으로 내려서면 그야말로 암벽클라이밍을 통해 리지를 타고 올라야 하는 길이고
오른쪽은 로프를 잡고 우회해 신선대에 오를 수 있는, 그나마 덜 위험한 길이다.
근교산 취재팀 오른쪽 아래로 쓰리랑리지와 아리랑리지가 보인다. |
오른쪽 우회로를 택해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말이 우회로지 그렇게 간단하게 오를 수 있는 길은 아니다.
경사 70~80도의 험한 구간을 로프에 의지해 올라야 하기 때문.
그래도 산행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산꾼이라면
주의만 기울일 경우 얼마든지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단, 눈이 많이 쌓였거나 비가 내리는 날은
안전을 위해서 접근을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15분 만에 1차 위험구간을 통과하고
사방이 뻥 뚫린 시원한 암봉 위 전망대에 닿는다.
누군가 작은 바위에 '아리랑리지 신선대'라고 써 놓은 것이 보인다.
정면에 보이는 쓰리랑리지와 왼쪽 아래 금강폭포,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등이 어우러지는 풍광이
말 그대로 신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채 한겨울 삭풍에도아랑곳 않고
의연히 서 있는 노송들이 어쩌면 모두 신선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신선대를 출발해 다시 10분쯤 로프 등에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암벽 사이를 오르면 두 번째 전망대다.
취재팀은 로프를 이용한 우회 산행을 했지만
맨 아래 갈림길에서 이곳까지 암벽을 타고 오르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초·중급 코스라는데…. 부러울 따름이다.
영축산 함박재에서 통도사 방향으로 하산 도중 들른 백운암 전경. |
이제 위험구간은 거의 통과한 셈이다.
10분 가량 천천히 오르면 아리랑리지 상단부 출입 지점인 갈림길.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능선길은
이번 산행의 초입부에 만났던 2개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택했을 경우 연결되는 길이다.
왼쪽 오르막을 택해 완만하게 오르면 자그마한 바위 무더기를 만나고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10분 만에 영남알프스의 대표 명물 중 하나인
신불산 억새평전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신불산 정상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영축산 시살등 오룡산까지 헌걸찬 영남알프스 주요 산과 봉우리가 끝없이 연결된다.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연결되는 주능선길에 합류, 왼쪽 영축산 방향으로 진입한다.
한겨울 칼바람이 귓불을 할퀴듯이 세차다.
하지만 영남알프스를 사랑하는 산꾼들의 발길은 세찬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영남알프스의 매력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 듯하다.
능선길을 10분쯤 가다가 왼쪽의 깎아지른 계곡을 바라보면
조금 전 지나온 아리랑리지와 그 위 쓰리랑리지 암릉이 마치 공룡의 화려한 등지느러미가 꿈틀거리는 듯하다.
신불산 아리랑리지 우회로 로프구간을 오르고 있는 근교산 취재팀. |
단조성터와 에베로리지 입구 위험 안내판을 지나
능선을 따라 해발 1081m 영축산 정상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독수리가 비상하는 형상으로, 영남알프스의 주요 봉우리인
영축산 정상에서 동남쪽 내리막 길은 낙동정맥이 흘러가는 길이다.
취재팀은 작은 쉼터 겸 산장을 지나 시살등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신불평전의 드넓은 고원의 느낌은 어느덧 사라지고 울퉁불퉁한 산길.
하지만 걷기에는 더없이 재미있기도 한 길이다.
능선 왼쪽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10분 후 만나는 천정약수터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바로 떨어지면
비로암으로 연결되는 길이지만 백운암으로 가기 위해
'시살등 3.9㎞'라 표기된 이정표 화살표 방향으로 직진한다.
다시 20분 뒤 만나는 갈림길도 통과.
오른쪽은 청수좌골을 거쳐 배내골로 가는 길이다.
계속 직진해 봉우리 2개를 넘거나 우회하며 걷다 보면
15분 만에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하는 함박재에 닿는다.
왼쪽 백운암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은
최근 깔끔하게 등산로 정비가 이뤄졌다.
목재덱과 계단, 곳곳에 마련된 벤치 등이
등산로가 아니라 마치 커다란 공원을 연상케 한다.
백운암까지는 20분이면 족하다.
백운암 마당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양산의 또 다른 명산인 천성산 자락이 거대하게 펼쳐진다.
백운암 입구에서 내려서는 길은 한적한 산사로 통하는 길답게 고요함과 운치를 더한다.
돌탑이 여러 개 서 있는 너덜지대를 지나 샘터까지는 20분.
5분 뒤 차량 통행이 가능한 임도를 만난 후
비로암 입구 갈림길을 거쳐 오른쪽으로 돌아 극락암까지는 10분이면 닿는다.
아름드리 적송이 멋들어지게 숲을 이루고 있는 길을 따라 세심교 삼거리까지는 15분 걸린다.
세심교를 건넌 후 150m쯤 가다가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10분이면 통도사에 닿고 매표소까지는 다시 10분이면 충분하다.
◆ 떠나기 전에
- 아리랑리지와 수평 거리 150m 위 쓰리랑리지는 '쌍둥이'
아리랑리지 코스는
산행 들머리인 삼남면 가천리 장제마을에서 바라보면 신불산 자락인지 영축산 자락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신불평전에 올라 보면 그때야 비로소 확연히 신불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같은 착각이 드는 이유는 바로 시각적 혼선 때문.
들머리인 장제마을에서 아리랑리지 앞 갈림길까지 오르면서
줄곧 영축산 정상을 보면서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착각이다.
아울러 신불산과 영축산 사이에는 5개의 이름난 리지가 있다.
아리랑리지와 쌍둥이 암릉인 쓰리랑리지, 신불리지가 있고
금강폭포를 안은 금강골을 경계로 영축산 자락에 좀 더 치우쳐있는 에베로리지와 탈레이리지 등이 있다.
한편 아리랑리지와 쓰리랑리지를 혼돈하는 산꾼들도 많은데
아래쪽에서 올라가면서 만나는 첫번째 리지가 아리랑리지고 거의 평행하게 위쪽에 위치한 리지가 쓰리랑리지다.
'
◆ 교통편
- 언양행 12번 버스 타고 가다 가천에서 하차
부산지하철 명륜동역에서 언양행 12번 버스를 타고 삼성SDI를 지나 가천에서 하차 한다.
도로 건너 심천저수지를 왼쪽에 둔 좁은 도로로 25분 가량 걸어서 산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12번 버스의 경우 오전 5시10분부터 10~12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1시간 가량 소요.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통도사IC에서 내린 후 35번 국도를 타고 우회전, 언양 방면으로 가다가
삼성SDI 지난 삼거리에서 '가천'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한다.
700m 후 '신불산군립공원 1㎞'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 심천저수지를 끼고 가다
오른쪽으로 휘어진 후 다시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700m가량 가면 공장 정문 앞 삼거리다.
이곳 주변에 주차를 하고 임도를 따라 500m쯤 걸어서 오른다.
맨 위 민가 왼쪽이 들머리다.
산행 후 차량 회수는 택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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