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돈내코’ 코스

금산금산 2018. 2. 23. 20:14

한라산 '돈내코' 코스



탐라 최후의 비경…그 속에 4계절이 함께 살고 있었네

자연휴식년 거쳐 식생 복원, 오늘 재개방

남벽 위용·서귀포 전경 볼 수 있는 유일 코스

저지대는 난대 밀림, 고지대엔 눈꽃 만발

하산은 영실코스로… 6시간 걸으면 완주 가능





겨울 산행의 백미는 역시 눈꽃 산행.

하지만 12월 초순인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눈꽃 산행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고산준령이 흰 눈에 뒤덮일 것이다.

눈꽃 산행지로 유명한 산들이야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지만

 '탐라'의 주산이자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 또한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한라산은 눈꽃 산행지로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근교산 취재팀이 한라산 돈내코 코스 상단부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대피소 쪽으로 산행을 하고 있다. 돈내코 코스는 남국 제주의 4계절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특이한 코스다. 화구 남벽 아래에서 서벽으로 연결되는 탐방로에 눈이 쌓이고 있다.

특히 돈내코 코스는 한라산의 정남방인 서귀포 쪽에서 오르는

 유일한 코스인 데다 5개의 공식 탐방로 가운데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곳(450m)에서 출발하는 남국의 코스로

 겨울철 한 차례 산행으로 4계절을 모두 맛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코스이다.


등산로 정비는 완벽하게 마무리된 상태였고

 국립공원 사무소 직원들이 동절기 대비 시설을 보완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15년 동안 그 누구도 올려다볼 수 없었던, 그 웅장하다 한라산 남벽의 위용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아주 크다.

특히 성판악 코스나 관음사 코스로 백록담까지 올라 봤던 산꾼이라면

 돈내코 코스를 통해 또 다른 '탐라 주산'의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화구 남벽 아래 드넓은 평원에 새하얀 눈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전체 산행 코스는 서귀포시 충혼묘지~평괴대피소(무인)~

남벽분기점~방아오름샘~윗세오름대피소~선작지왓~영실기암~

영실매점에 이르는 총 12.8㎞ 구간이다.

이 중 원래 열려 있던 영실코스(영실매점~윗세오름대피소)

3.7㎞를 제외한 재개방 구간은 총 9.1㎞다.


취재팀은 이번 사전 답사 산행에서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되는 심정으로 답사로를 돈내코 코스~영실 코스 연결 코스로 잡았다.

영실 코스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가장 짧지만 선작지왓 평전과

 영실기암 병풍바위 등 가장 많은 볼거리를 갖고 있는 코스여서

 하산길의 재미를 듬뿍 맛 볼 수 있다. 6시간이면 여유 있게 완주 가능하다.





들머리는 남국선원 인근의 서귀포시 상효동 충혼묘지 앞.

햇볕이 따스한 초여름 날씨처럼 온화하다.

'시온동산'이라는 표지석 옆 길로 들어선다.

허리 높이까지 쌓아 올린 돌담으로 구획 지어진 가족 묏자리가 모여 있는 이곳은

 바람이 많은 제주의 전통 묘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이색적인 곳이다.

북쪽 정면 멀리 정상부를 바라보면 분화구의 모습이 마치 여인이 머리를 풀고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이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을 '할미산'으로 부른다고 한다.

300m가량 오르면 좌우로 가로지른 임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명의의 입산통제 안내판이 보인다.

각종 식물의 종자를 채집하는 '채종원' 구역이다.

돈내코 코스 개방 안내판도 있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200m쯤 가면 화장실과 탐방안내소가 있다.

이곳에서 '탐방로' 표지판을 보고 왼쪽 삼나무 숲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돈내코 코스 산행이 시작된다. 삼

나무는 제주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미끈한 나무다.

방풍림으로 즐겨 사용된다고 하지만 메타세쿼이아를 닮은 나무 모양 때문에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15년 만에 손님을 맞게 될 돈내코 코스의 평괴대피소. 내부는 자연암석을 깎아 만들었고 외벽도 돌로 돼 있다.

삼나무 숲을 통과하면 곧바로 왼쪽 능선에 새로 깔끔하게 정비된

 나무 덱을 이용해 오른다. 1

0분가량 오르면 현무암을 재료로 만든 안내석이 있다.

'밀림 입구, 남벽분기점까지 6.2㎞'.

밀림이라니?

여기가 무슨 동남아시아나 아마존 정글도 아닌데

 '밀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의아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인적이 끊어졌던 숲 속으로 발길을 옮기자마자

 어째서 '밀림'이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주변이 온통 난대 식물들로 가득 차 있다.

넝쿨과 활엽수가 빼곡히 가득 찬 밀림지대 탐방로 옆 바닥에서는

 이름 모를 식물들이 마치 봄철인 양 새싹을 틔우고 있다.

사람들은 겨울이라지만 이곳의 시간은 봄에 머물러 있다.



15분쯤 오르니 밀림지대 중간에 해발 700m 표지석이 있다.

이번 답사 코스의 최고 해발 고도가 1840m이니 앞으로 표고 1100m 이상은 더 올라야 한다.

계속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밀림지대를 걷는다.

등산로 바닥의 잘 정비된 돌계단에 낙엽이 쌓여 사람의 발길이 닿은 흔적이 없다. 때

 묻지 않은 그 길을 밟으려니 순간적으로 왠지 미안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10분 후 닿은 '썩은 물통'이라는 곳.

이름 그대로 시커먼 물이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특이한 곳이다.

주변에 제주에서 자생하는 굴거리나무가 지천이다.

해발 800m를 넘으면서 조금씩 공기가 차가워진다.

가을로 접어든 느낌.

10분 뒤 '적송지대'라는 안내석을 보며 고개를 드니

지금까지는 흔히 볼 수 없었던 멋스러운 아름드리 적송 20여 그루가 서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솔향기에 취해본다.



   
동계 산행로 식별용 줄을 설치하고 있는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들.

끝이 없을 것 같은 꾸준한 오르막이다.

30분가량 오르니 너덜에 이끼가 무성한 이끼계곡인 '살채기도'.

축축한 기운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특이한 곳이다.

삼척 이끼계곡이나 지리산 실비단 이끼폭포와 유사한 느낌.

산죽밭을 지나 좀 더 오르는데 어른 키 높이로

 붉은 줄 연결작업을 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만났다.

이들은 "2~3주만 지나면 실제로 어른 키 높이만큼

 눈이 쌓일 수 있기 때문에 따로 길 표시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공원 관리원으로 40년을 근무했다는 영실 분소 소속 양송남 씨는

 "돈내코 코스는 서귀포 앞바다의 아름다운 경관과

 웅장한 남벽을 바라볼 수 있는 멋진 코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15분 후 만난 둔비바위 표지석이 남벽분기점까지 2.3㎞ 남았다고 알려준다.

어느새 밀림을 벗어나 완만한 오르막의 고원지대.

억새와 산죽이 많아지고 키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하다.

15분 뒤 도착한 평괴대피소는 재개방을 앞두고 내부 작업이 한창이다.

대피소 지붕에서 바라보니 그렇게도 멀게 느껴지던 분화구 남벽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부터는 봄철 철쭉으로 유명한 선작지왓 고원과 쌍벽을 이룰 만큼 산철쭉이 만발한다는 고원지대다.

10분 후 전망대에서는 남쪽의 서귀포 앞바다와 북쪽의 남벽을 번갈아 바라보기에 그만이다. 1

5분쯤 가면 작은 골짜기 건너 갈림길.

북쪽 정면의 웅장한 남벽을 보면서 15분만 오르면 통제초소가 있는 남벽분기점.

머리 위로 거대한 바위벽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느낌에 압도된다.



   
돈내코 코스 최상단부 남벽분기점에서 바라본 화구 남벽.

왼쪽 나무계단을 따라 윗세오름 대피소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10분쯤 계단을 올라가면 방아오름샘.

취재에 동행한 건건테마여행사 대표 겸 산꾼인 전인규 씨는

 "예전에 폐쇄되기 이전에 영실 또는 어리목에서 올라오면

 바로 이 샘물 앞에서 꺾어 정상으로 오르곤 했다"고 옛 추억을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벽의 안전 문제 때문에 갈 수 없다.

옛 통제초소까지 가는 길은

 남벽과 서벽의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지금껏 잘 보이지 않았던 눈 쌓인 길.

일부 구간은 무릎까지 차올랐다.

20분 후 옛 통제소를 지나 윗세오름까지 가는데 주변 풍광은 더 없이 멋지다.

통제초소 북쪽의 장구목오름의 기암들에 감탄하며 살짝 계곡을 건너니

 응달인 까닭인지 눈이 더 수북이 쌓여 있다.

어리목 코스와 영실 코스의 분기점이자 간단한 요깃거리를 살 수 있는 윗세오름대피소까지는 10분이면 닿는다. 들머리부터 바로 이 대피소까지가 이번에 새로 개통된 구간이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영실 코스를 잡으려면 대피소 왼쪽 길을 통해 남서쪽으로 가야한다.

봄이면 철쭉이 지천에 피어나는 선작지왓 평전이 시작되는 곳이다.

노루샘을 지나 탐방로를 따르는 길은 편안하다.

구상나무 군락지와 영실기암, 오백나한, 병풍바위 등의 절경이 잇달아 나타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영실기암 인근 하산길은 왼쪽이 절벽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멀리 서쪽으로 울룩불룩 솟아난 수많은 오름들도 매혹적이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영실매점까지는 1시간20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돈내코는 '멧돼지 자주 내려오던 길목' 의미

   
영실 코스로 하산하는 길에 만나는 영실기암의 비경.

'돈내코'라는 말 뜻이 궁금하다는 산꾼들이 많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영실지소 양송남 씨는

 "원래 서귀포 북부 산간마을 이름이 돈내코인데, 그 뜻은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서 내려오는 길목'이라는 의미"라고 전한다.

'코'라는 말은 제주도 사투리로 길목, 어귀 등의 뜻을 갖고 있다.



돈내코 코스 산행은 새벽 항공편으로 갔다가

 저녁 비행기로 돌아올 경우 당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왕복 항공료만 해도 10만 원 안팎인 데다

 현지 교통비 식사비 등을 합치면 20만 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시간에 쫓겨야 하니 부담스럽다.






◆ 교통편

- 터미널서 '516도로' 경유 서귀포행 버스 타야

제주공항이나 여객부두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 후 서귀포행 시외버스를 탄다.

드시 '516도로' 경유 버스여야 한다. 10~15분 간격.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정류장에서 하차, 들머리까지 1시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콜택시(064-762-0100)를 이용하자.

서귀포 시내 중앙로터리 부근에서는 3번 시내버스를 타고 웃법호촌에서 하차,

 30분 정도 걸어가도 되고 그냥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516도로'를 타고 서귀포 방향으로 가다가 1115번 도로(제2산록도로)로 갈아탄 후

 남국선원또는 돈내코 탐방로 표지판을 보고 들머리 주차장으로 갈 수 있다.

공항에서 1시간 소요.

하지만 영실이나 어리목 방면으로 하산할 경우 차량 회수에 어려움이 있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 ‘화지산~금정봉’   (0) 2018.03.02
    괴산 ‘신선봉~마패봉’  (0) 2018.02.27
    산청 ‘둔철산’  (0) 2018.02.20
    남해 창선 ‘대방산’  (0) 2018.02.17
    울산 ‘연화산’  (0) 2018.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