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창선 ‘대방산’

금산금산 2018. 2. 17. 07:39

남해 창선 '대방산'




저기는 사량도, 그 옆에는 욕지도… 한려수도 절경이 발 아래 있네

금산도 부러워 할 탁월한 조망에 감탄

남해 본섬 산들에 비해 소외됐던 보물

창선-삼천포대교 개통 후 접근성 개선

창선 일주 등산로 정비… 편안한 가족산행지



'보물섬'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경남 남해군.

그만큼 풍광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고구마 유자 치자 멸치 김 마늘 등 먹을 거리도 풍부하고

 역사 유적과 유물도 즐비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칭일 것이다.

게다가 옛날부터 문맹자와 거지, 도둑이 없기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일반 시민들은 남해군을 이야기할 때 흔히 남해섬과 동격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산꾼들 또한 남해의 진산이라고 하는 망운산(786m)을 비롯해 보리암으로 유명한 금산(701m),

 가천다랭이마을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응봉-설흘산, 중앙부에 우뚝 솟은 학등산(540m)

, 송등산(617m) 등 남해 본섬의 산들만 주로 떠올린다.



   
근교산 취재팀이 대방산으로 오르던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남해 인근 바다와 섬들이 어우러진 멋진 조망을 즐기고 있다. 사진 중앙부 윗쪽 멀리 있는 섬이 사량도이고 그 오른쪽 끝이 욕지도다.

그러나 남해군은 엄연히 남해 본섬과 창선도라는

 두 개의 큰 섬이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고장이다.

따로 떨어진 섬이었다면 당당히 그 위세를 휘날릴 수도 있었던 창선도는 남해 본섬 곁에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본섬의 위세에 눌린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창선면이라는 한 개 면을 구성할 만큼 큰 섬인 창선도에도

 아는 산꾼들만 주로 찾는 조망미 만점의 명품 근교산이 있다.

그 산이 바로 취재팀이 이번 주 찾은 대방산(臺芳山·468m)이다.

남해 본섬의 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산이긴 하지만

 포근하고 아늑한 등산로와 곳곳에 피어난 억새, 야트막한 능선을

 따라가며 즐기는 주변 다도해 섬들과 바다를 바라보는 조망 등

 갖출 것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특히 남해군에서 창선일주등산로 정비를 마무리해

 길찾기와 걷기가 상당히 수월한 편이다.

가족 산행지 또는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바람쐬듯 다녀올 수 있는 산행지로 남해 창선 대방산을 추천한다.




전체 산행코스를 요약하면 율도고개~임도~전망대~321봉~속금산~303봉~임도갈림길~재실앞 임도~

산두곡재(갈림길)~이정표~국사당~헬기장~대방산 정상~봉수대~갈림길~옥천수원지 둑~

등산로 안내판(도로)~운대암(되돌아 나오기)~상신리 마을회관 순이다.

총거리는 13.7㎞에 달하지만 후반부 운대암~상신리 구간은

 완만한 포장도로를 2.7㎞가량 걷기 때문에 순수 산행은 11㎞ 정도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정도이니 부담도 덜하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들머리인 율도고개는 창선면 단항리 웃마을과 율도리를 잇는

 도로 중앙에 있는 자그마한 고갯마루다.

정자 하나가 있는데 그 옆으로 속금산을 향해 오르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이미 다녀간 산악회 회원들이 달아 놓은 리본이 제법 보인다.

살짝 올라서면 주변에 은빛 억새가 춤을 추는 완만한 구릉이다.

넓은 길을 따라 서서히 오르는데 '창선일주등산로' 리본이 보인다.

이 리본은 대방산 정상에 오를 때까지 자주 만난다.

마치 친절하고 속 깊은 친구 같다.



억새밭을 통과해 능선을 왼쪽으로 휘감는 숲길을 걷는다.

오가피나무가 제법 많이 보이고 바닥에는 이미 낙엽이 수북하다.

마지막 은빛을 내뿜는 억새와 낙엽을 보니

 완연한 늦가을 산행의 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10분 뒤 만나는 임도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50m만 가면

 임도에서 떨어져 오른쪽 계곡을 따라 오르는 갈림길이 있다.

완만하던 길이 제법 가팔라지면서 숨이 차 오른다.

삼나무 숲을 지나기도 한다.

20분 후 능선 쉼터.

이마의 땀을 닦으며 뒤돌아보면 대사산(261m)과 연태산(338m)으로 이어지는 창선도 북쪽 끝 산자락이 보인다. 그 오른쪽 삼천포 앞바다와 한국남동발전 화력발전소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왼쪽 발 아래로는 조수 간만의 차이에 따라서 육지가 되기도 하고 섬이 되기도 하는 작은 섬, 율도가 보인다.

밤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일까.



5분만 더 가면 조망이 더 좋은 전망대다.

멀리 삼천포항과 사천 와룡산, 창선-삼천포대교,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이루는 수많은 섬들이 훤하다.

2분 뒤 닿은 321봉 정상부의 왼쪽에도 전망대가 있다.

동쪽 멀리 사량도의 지리산 옥녀봉 등의 암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곳에서 보는 사량도는 그 마루금의 울퉁불퉁함이 극치를 이루며

 마치 거대한 구축함이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제도의 크고 작은 산들과 욕지도, 멀리 연화도까지 거칠 것이 없다.



   
대방산 산행 들머리의 억새밭.

살짝 내리막을 탄 뒤 다시 10분만 오르막을 치면

 더 뛰어난 전망대에 이어 속금산(357m) 정상이다.

정상석이 없어 리본에 산 이름을 적어 놓고 길을 재촉한다.

널찍한 내리막길을 5분만 가면 시야가 탁 트이는 전망바위.

진행방향 왼쪽 멀리로 남해 본섬과 지족해협, 동대만 등이 보이고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틀면 수우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안부를 거쳐 303봉까지는 15분이면 충분하다.

일주산행로 리본을 벗 삼으며 다시 내리막을 타는데 비교적 가파르고 낙엽도 많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유념하자.

7분 후 비포장 임도에 내려서면 일단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200m가량 가면 재실 앞 콘크리트 임도에 닿는다.

임도를 가로질러 꽤 넓은 공터 왼쪽 산길로 3분가량 가면 다시 임도와 만나고

 오른쪽으로 100m쯤 더 가면 좌우로 임도가 연결된 산두곡재.

11시 방향을 보면 산행 안내리본과 함께 산길로 접어드는 길이 열려 있다.

사거리인 셈이다.

이 산길로 들어서면 한적한 숲길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이 20분가량 계속된다.

길은 널찍하고 걷기에도 편하다.

두 차례 갈림길이 나오지만 가장 넓고 좋은 길로 가면 된다.

안내 리본을 참고하자. 20분 후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

왼쪽은 '수산', 직진은 '운대암'을 가리키고 있지만

 취재팀은 '국사봉'을 가리키는 오른쪽 완만한 오르막으로 길을 잡는다.

10분만 가면 국사당 정상이다.

정상에 돌을 쌓아 만든 재단이 있어 국사당이라고도 하고 국사봉이라고도 부른다.

진행방향 정면에 대방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다가선다.

대방산 방향으로 살짝 내리막을 타면 헬기장이다.

안부를 거쳐 무덤 2개를 지나면 제법 가파른 된비알이 시작된다.

나무계단이 잘 정비돼 있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25분이면 닿을 수 있다.



   
남해 대방산 봉수대는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유적이다.

작은 평상과 정상석이 설치돼 있는 대방산 정상은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천혜의 다도해 전망대다.

어떤 이는 조망미만큼은 남해 금산보다 더 낫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남쪽으로는 남해 본섬의 망운산과 금산 대국산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 바다에는 사량도와 욕지도 연화도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북쪽으로는 사천 와룡산, 서북쪽으로는 하동 금오산

 광양 백운산이 보일 뿐 아니라 멀리 지리산 주능선까지 보인다.

취재팀원 가운데 남해가 고향인 박우식 씨는 "남해에 뿌리를 둔 산꾼들도 아직 대방산에 올라보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올랐는데 이렇게 시원한 조망미를 숨기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대방산 정상에서 길은 2갈래로 나뉜다.

남쪽의 지족해협쪽으로 내려서는 직진 길은 창선일주등산로를 따르는 것이지만

 봉수대 방향의 왼쪽(동쪽)길을 택했다.

5분만 내려서면 봉수대(경남기념물 제248호)다.

고려 명종 때인 12세기 축조된 것으로, 사천 각산 봉수대와 남해 금산봉수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봉수대를 지나 10분쯤 가면 갈림길.

왼쪽은 국사당 아래 이정표 사거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운대암 방향의 하산길이다.

옥천수원지 둑 아래 갈림길까지는 15분 걸린다.

둑 아래 갈림길에서 넓은 직진 임도 대신 왼쪽으로 꺾어 2분가량 올라가면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닿는데 커다란 대방산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도로를 타고 왼쪽으로 200m만 가면 수원지 옆에 아담하게 선 운대암이 있다.

약수로 목을 축일 수도 있다.

다시 되돌아 나와 도로를 따라 30분쯤 내려가면 상신리마을회관 앞에 도착, 산행을 마무리한다.

노란 열매가 예쁜 유자나무가 지천이다.





◆ 떠나기 전에

- 지족해협 죽방렴·창선왕후박나무 등 가 볼만

   
옥천수원지 옆 운대암은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방산이 위치한 남해군 창선도는

지난 2003년 창선삼천포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섬 속의 섬으로 여겨져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교가 개통되고, 이 다리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중

 1위에 올라 유명세를 타면서 좀 더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접근성 또한 눈에 띄게 개선됐다.

그래서 이제는 섬 속의 섬이라는 '오지' 이미지 대신

 새로운 남해의 관문이라는 이미지도 얻게 됐다.

대방산이 400m 대의 야트막한 산인 데다 길도 험하지 않아

 산행과 곁들인 창선도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 섬에는 천연기념물 제299호인 창선왕후박나무가 유명하다.

사천에서 대교를 건너 산행기점으로 향할 때 왼쪽의 3번 국도 대신

 오른쪽 1024번 지방도를 타고 조금만 가다 보면 단항리가 나오는데

 마을들 한가운데 수령이 약 500년에 이르는 왕후박나무가 있다.

한 개의 나무둥지에 큰 가지 11개가 지면 주위에서 뻗어져 장관을 이룬다.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매년 음력 섣달 그믐에 동제를 모시고 풍어와 풍년을 기원한다.

그 외에도 지족해협에서 유명한 전통 어로시설인 죽방렴을 볼 수도 있고

 가인리에는 천연기념물 제499호로 지정된 가인리 공룡발자국도 있으니 가족과 함께 들러볼 만 하다.



◆ 교통편

- 삼천포터미널 맞은편에서 창선행 버스 이용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삼천포행 버스를 탄다.

첫차 오전 6시, 막차 오후 8시30분.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소요시간은 약 2시간이다.

삼천포버스터미널에서 나와 도로 건너편 디지털프라자 앞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창선행 삼포교통 25번 버스를 타면 산행 들머리인 율도고개 아래 창선참숯가마 앞에 내릴 수 있다.

약 2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오전 6시10분, 7시50분, 9시50분, 11시20분 등에 운행한다.

율도고개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산행 후 날머리인 상신리에서도 같은 버스를 타고 삼천포로 갈 수 있는데

 창선에서 막차가 오후 5시40분에 출발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사천IC에서 내려 3번 국도를 타고 삼천포까지 간 후 창선삼천포대교 방향으로 이어간다.

대교를 건넌 후 3번 국도를 놓치지 말고 가다 보면 당항리 창선참숯가마 앞에서 우회전,

 들머리인 율도고개로 향한다.

정자 주변에 주차공간이 있다.

산행 후 차량회수를 하기 위해서는 25번 버스를 이용한 후 걸어서 고개까지 가도 되겠지만

 일행이 3~4명 정도 된다면 창선면 소재지인 수산리에 있는 남해콜택시(055-867-8000)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남해 '대방산'

     

     

     

    낮은 산이 맵다더니 온몸이 흠뻑… 다도해 절경이 식혀주네

     

     

     

     

    ▲ 남해군 창선면의 주산인 대방산.  낮지만 '어려운' 산이다.

    다도해의 푸른빛과 해조음 덕분에 산행의 고단함을 잠시 잊는다.

    통영과 고성 앞바다의 섬들이 바다에 떠다니는 것 같다.

     

     

     

     

    경남 남해군 창선면 대방산은 남해군이 조성한 '창선 일주 등산로'의 중심에 있는 산이다.

    남해 12경 중 제4경인 창선교와 죽방렴, 제12경인 창선·삼천포대교를 조망할 수 있다.

    보통 섬 산행은 주변 바다 덕에 대부분 '본전'은 한다.

    대방산은 그런 본전에 남해의 절경 두 곳을 덤으로 끼워준다.

    창선 일주 등산로는 창선·삼천포대교를 들머리로 잡고

    연태산(338m)~대사산(261m)~율도고개~속금산(357m)~국사당(353m)을 거쳐 대방산(468m)에 올랐다가

    봉수대를 돌아 창선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약 15㎞, 산행시간만 넉넉잡아 대여섯 시간이다.

    연태산에서 창선·삼천포대교를 가까이 본다는 이점을 빼곤 이 코스는 다소 지루한 편이다.

    '산&산' 팀은 이 코스를 버리고 창선 일주 등산로의 허리쯤인 율도고개를 기점으로 잡았다.

    이후 속금산~국사당을 지나 대방산을 찍고 지족마을로 내려오는 10.5㎞의 코스다.

    4시간 30분 정도면 사천시 와룡산과 남해 금산, 망운산의 조망을 놓치지 않고

    다도해의 푸른 물결도 실컷 즐길 수 있다.



    창선 일주 등산로의 중심 산
    산행 중반까지 표고차 급변

    정상에서 보이는 남해는 황홀
    사천 와룡산, 남해 금산도 조망



    대방산은 468m 정도의 비교적 낮은 산이다.

    하나 높이가 낮다고 얕보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낮은 산이 매운 법'이다.

    경솔한 산꾼이 산 높이만 보고 느슨하게 올랐다가 땀 깨나 흘렸다는 산이다.

    기점인 율도고개의 표고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로 90m.

    하지만 산행 초입에 만나는 321봉까지 한 발씩 오를 때마다 표고가 급변한다.

    고비는 321봉~속금산, 국사당~대방산 정상 구간이다.

    이 구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자.

    계곡이 있지만, 물이 없고 약수터도 없다.

    출발할 때 식수를 충분히 챙기자.



    창선면 당항리에서 율도리로 넘어가는 편도 1차로 도로 중간쯤에 율도 고갯마루가 있다.

    기점 주변에 시멘트로 만든 석축에 기와를 올린 정자 한 채가 있다.

    마을 도로 포장공사 때 만든 공적비 2기가 정자 옆에 있다.

    주변에 고사리 채취를 금지한다는 간판도 있다.

    기점에서 10분 정도 올랐더니 임도가 나온다.

    임도 끝에서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틀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15분 정도 바짝 걸어야 한다.

    발을 옮길 때마다 GPS 표고가 수m씩 올라간다.

    군데군데 너덜지대다.

      조심하자.

    돌덩이가 느슨하게 자리 잡아 잘못 디디면 발목을 다칠 수 있다.

    10분 정도 된비알과 씨름했다.

    '대방산이 절대 녹록지 않다'는 산꾼들의 소문을 체감했다.

    등에 팥죽땀이 흥건하다.

    290m 능선에 붙었을 때 쉴 만한 곳이 나왔다.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천의 진산 와룡산(799m)을 중심으로 향로봉(579m), 각산(398m)의 산덩이가 뚜렷하게 보였다.

    남해의 해조음이 바람에 실려 오는 듯했다.

    자리를 박차고 다시 진행한다.

    쉼터에서 처음 만나는 봉우리인 321봉까지 15분 정도.

    그새 표고는 291m에서 300m를 넘어 333m까지 치달았다.

    체감 높이는 일반 육지 산행 시 700~800m 정도를 오른 기분이다.

    여기에서 336봉을 지나 속금산까지 20분 정도 걸렸다.

    '비단을 매달았다'는 속금산(束錦山) 산정이 주는 조망은 밋밋하다 못해 심심했다.

    오히려 속금산에 조금 못 간 지점이 더 경관 포인트였다.



    금산을 벗어나니 비로소 대방산 정상이 어렴풋이 보인다.

    대방산을 보며 조금 걷자 널따란 암봉이 나온다.

    봉우리에서 본 남해 금산(701m), 호구산(618m), 망운산(786m)의 마루금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남해를 품은 형국이다.

    암봉에서 303봉까지 내리막과 오르막이 두 번 정도 반복된다.

    만만한 길이다.

    303봉에서 8분쯤 내리막이 가파르다.

    내리막이 끝나면 시멘트 임도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꺾는다.

    잠시 뒤 전주 이씨 재실이 나온다.

    재실 입구 앞에서 좌측으로 빠지는 임도를 버리고 직진한다.

    산행 안내 리본을 잘 살펴야 한다.

    다시 숲으로 들어섰다.

    주변에서 굴착기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점점 커질 무렵 산두곡재에 이르렀다.

    동대리와 서대리를 연결하는 도로 공사를 하는 중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산 쪽으로 붙었다.

    10분 정도 올라가자 꽤 큰 규모의 고사리 밭이 있다.

    고사리 밭 입구 건너편에 갈림길이 있다.

    놓칠 염려가 있으니 주의하자.

    소나무, 참나무 우거진 숲길로 접어들었다.

    산새 소리가 정답게 지저귄다.

    한낮이지만 숲에 가려 어스레하다.

    사거리 이정표를 만날 때까지 한 20분 정도 경사가 순한 길을 걸었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한다.

    다시 비탈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5분쯤 걷자 쉴 만한 평상이 나온다.

    평상에서 5분 정도 거리에 국사당이 있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 일대에서 말을 키웠던 곳이다.

    지붕 없는 돌담은 2칸으로 나뉘는데, 병사들이 숙소로 사용한 것 같다.

    상당 부분 돌담이 무너져 내렸다.

    국사당에서 헬기장을 거쳐 이정표까지 약 530m 구간은 내리막이다.

    이정표의 표고가 254m. 정상까지 가려면 마지막 경사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나무 계단이 설치됐지만,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지 잡초가 군데군데 자란다.

    계단보다 계단을 피해 난 비탈길이 더 편하다.

    20분 정도 박차를 가하자. 정상이 멀지 않다.

    숲길이 언제 끝나나 싶을 무렵 푸른 하늘이 보이더니 곧 정상에 당도했다.



    정상은 널찍했다.

    감시초소와 평상이 있고, 한쪽에는 딸기나무가 무성하게 자랐다.

    하지만 조망 포인트는 대방산 표석 주변이 제일 나은 것 같다.

    사천, 고성, 통영, 거제의 산들이 울타리를 이뤄 어깨를 견준다.

    후련하다.

    산세는 리듬을 타고 바다로 향한다.

    남해지역의 금산과 망운산도 한층 뚜렷이 보인다.

    바닷바람이 흥을 돋운다.

    햇빛을 머금은 다도해가 금빛으로 물든다.

    산정에서 보는 바다는 해안에서 보는 바다와 또 다른 맛이 있다.

    한참을 쉬다가 하산길을 연다.

    일반적인 하산로인 봉수대~운대암 대신 지족리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상에서 300m 남짓 내려오니 또다시 전망 좋은 곳이 있다.

    5분 정도 부지런히 내려온다.

    지족리 방향 이정표를 스쳐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표고가 뚝뚝 떨어진다.

    평로와 내리막이 번갈아 나온다.

    40분 정도 휘적휘적 산길을 걷는다.

    마을에서 들리는 독경 소리가 은은하다.

    뻐꾸기가 염불에 박자를 더한다.

    창선 일주 등산로 입구 쪽으로 빠져나왔다.

    옥천마을 쪽으로 좌회전한다.

    10여 분 정도 딱딱한 포장도로를 걸었다.

    고사리 밭이 밀집된 언덕 바로 오른쪽에 갈림길이 있다.

    지족마을 쪽으로 튼다.

    마을 아낙 한 명이 고사리 밭에서 김을 매고 있다.

    아낙은 "별난 산꾼들이 공들인 고사리를 몰래 채취해 가서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무단출입 및 불법채취 시 처벌한다'는 경고문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못된 산꾼이 전체 산꾼들을 욕 먹인다.

    산에선 산만 바라보자.

    조금씩 마을이 보인다.

    마을 앞바다에 설치한 죽방렴이 점점 가까워진다.

    10분 정도 터벅터벅 걸었다.

    종점인 전통찻집 '소요원'에 도착했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남해 '대방산' 산행지도

     

     

     

     

     

     

     

    대방산 '가는길' 먹을곳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3)에서 삼천포공용터미널(055-832-8202~3)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6시부터 40~50분 간격으로 차가 있다.

    소요시간 2시간.

    터미널 건너편에서 창선·지족행 시내버스가 있다.

     오전엔 6시 10분, 7시 50분, 9시 50분, 11시 20분에 출발한다.

    이 차를 타고 창선면 당항리 버스정류소에서 내린다.

    소요시간 25분. 정류소에서 기점인 율도고개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창선택시(055-867-1917), 남해택시(055-864-3637), 남해개인택시(055-864-3800)가 운행한다.

    자가승용차로 간다면 남해고속도로 진주분기점에서 사천 방면으로 진입한다.

    사천IC에서 빠져 사천공항 방향으로 가다가 대방교차로에서 남해·창선 쪽으로 우회전한다.

    당항리 버스정류소를 지나 잉카모텔이 나오면 율도리 쪽으로 우회전한다.

    2분 정도면 율도고개가 나온다.

    돌아올 때는 소요원에서 지족삼거리까지 10분 정도 걸어서 나와 삼천포공용터미널행 시내버스를 탄다.

    오후 1시 30분, 4시, 5시 30분, 6시 30분에 있다. 

    삼천포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 30분까지 있다.

    죽방렴에서 잡은 싱싱한 멸치회를 맛보려면 창선대교 근처의 죽방렴횟집(055-867-7715)이나 지족리에 있는 우리식당(055-867-0074)이 괜찮겠다.

    시간이 있다면 사천활어위판장에 있는 향원식당(055-832-8810)도 가볼 만하다.

     멸치회 무침과 멸치찌개가 맛있다.

     

    전대식 기자

     

     

     

     

    ▲ 기점인 율도고개에 있는 정자. 정자 왼쪽으로 등산로가 있다.



    ▲ 대방산 터 좋은 곳에 고사리밭이 제법 있다. 손 대지 말자.



    ▲ 어렵게 321봉에 올랐다. 멀리 사천 와룡산이 보인다.



    ▲ 속금산에 조금 못 간 지점에 있는 전망대. 창선면 가인리 일대의 산들이 보인다. 누렇게 벗겨진 부분은 고사리밭이다.



    ▲ 비단을 맸다는 속금산. 조망은 그다지 별로다.



    ▲ 속금산에서 나오면 만나는 암봉. 남해 금산, 납산, 망운산을 볼 수 있다.



    ▲ 산두곡재에 있는 재실.



    ▲ 동대리, 서대리를 연결하는 도로 공사장 옆에 인부들이 만든 고인돌 모양의 돌이 있다.



    ▲ 공사 현장을 벗어나면서 만나는 고사리밭. 건너편에 갈림길이 있다.



    ▲ 대방산 산행 중 처음 만난 사거리 이정표



    ▲ 예전에 말을 키운 군사들이 머물렀던 국사당.



    ▲ 정상으로 가는 계단. 사람의 발 때가 덜 묻었다.



    ▲ 대방산 정상과 표석. 정상을 널찍한데 표석 주변의 조망이 압권이다.



    ▲ 정상에서 본 다도해. 통영, 고성 바다의 섬들이 춤을 춘다.



    ▲ 하산길에 만난 이정표. 숲 속으로 직진한다.



    ▲ 대방산은 창선일주등산로의 핵심인 산이다. 이 등산로의 들머리를 표시한 현수막.



    ▲ 대방산에서 내려와 도로를 걷다가 지족마을로 꺽어야 한다.



    ▲ 종점인 소요원. 전통 찻집이다. 공사가 한창이다.



    ▲ 소요원에서 2분 정도 떨어진 곳에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집과 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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