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둔철산’

금산금산 2018. 2. 20. 08:27

산청 '둔철산'




지리·덕유·황매가 한눈에… 올록볼록 암릉길은 `덤`

내심거마을 ~ 홍화원휴게소 연결, 가벼운 순환코스

서쪽 천왕봉 중봉 웅석봉, 북동쪽엔 덕유산 황매산 조망

애매한 금정폭포 위치 확인…정상 표시는 바로 잡아야

하산길 암릉 곳곳 기암괴석…막바지 급경사는 요주의





대표적인 큰 산으로 지리산과 황매산을 끼고 있는 경남 산청(山淸)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심산유곡을 품고 있는 산의 고장이다.

지리산과 황매산을 제외하더라도 웅석봉과 왕산 필봉산 정수산 등

 수많은 이름난 산들이 빼곡히 들어 찬 산청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산이

 바로 둔철산(屯鐵山·지형도 상 811.7m·실제 최고 해발 823m)이다.



   
근교산 취재팀이 둔철산 정상석이 서 있는 '현 둔철산 정상(2만5000분의 1 지형도상 823봉)'에서 서쪽의 웅석봉과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다. 취재팀 머리 위로 가깝게 보이는 산은 정수산, 그 오른쪽 멀리는 황매산이며 왼쪽 멀리 보이는 산자락은 덕유산 능선이다.

남강(이 지역에서는 경호강이라 부름)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 능선의 동쪽 끝으로 알려져 있는 웅석봉과 마주보고 있는

 둔철산은 '산청의 진산'으로 불리지만 여전히 필부들에겐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산꾼들에겐 깊은 계곡과 폭포,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의 기암괴석과 수려한 조망미 그리고 걷기 편한 등산로 등의

 매력을 안고 있는 명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둔철산의 여러 매력 중 단 한 가지만 꼽으라면

 역시 지리산 천왕봉과 황매산이 한눈에 펼쳐지는

 장쾌한 조망미가 아닐까 싶다.

봄철 진달래와 철쭉도 아름답지만 하늘이 높고 푸른 늦가을 청명한 날

 둔철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미는 가히 압권이다.

서쪽의 지리산과 북동쪽의 황매산, 북쪽 저 멀리 덕유산 능선까지

 바라보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을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근교산 시리즈에서는 지난 2001년 둔철산을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산청읍 범학리 범학마을에서 '지리망문'과 헬기장을 거쳐 정상으로 올랐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코스를 바꿔 다시 한번 둔철산을 찾았다.

신안면 외송리 심거마을에서 출발해 외송마을로 하산하는 비교적 평이한 코스지만

 다양한 볼거리에다 계곡산행과 호쾌한 능선산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품 코스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취재팀은 이번 산행을 통해 그동안 세간에 잘못 알려졌던 둔철산의

 주요 산행포인트를 수정, 보완했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전체 코스는 관음정사 밑 산행안내판~내심거마을~밤나무밭~

빙석(삼단폭포)~금정폭포~전망대~769봉(갈림길)~삼거리봉~

둔철산 정상(823m)~헬기장~지형도상 둔철산 정상(811.7m)~

삼거리봉(다시 돌아가기)~단성중산악회 정상석(갈림길)~

시루봉~은진 송씨묘~삼거리봉(능선 끝 봉우리)~물탱크(산행안내판)~

외송마을 홍화원휴게소까지다.

총 산행거리 10.6㎞.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10분 정도.

낮이 짧은 동절기 산행이라도 어두워지기 전에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심거마을 버스정류소에서 관음정사가 있는 내심거마을까지는

 15분 정도 좁은 콘크리트길을 걷는다.

내심거마을 입구에 등산안내판이 있고 그 주변에는

 승용차를 6~7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산행기점이다.

내심거마을에는 수령 200년쯤 돼 보이는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서 있다.

깊은골 계곡으로 오르는 길은 느티나무를 왼쪽에 두고 직진해야 한다.

빈집 마당의 감나무에서 빨간 홍시가 금방이라도 먹음직스럽다.

200m쯤 가면 밤나무밭 정문. 출입통제 안내 간판 왼쪽으로 등산로 표시가 돼 있다.

주변에 산행 안내리본이 여럿 보인다. 밤나무단지로 들어서지 못하도록

 그물이 쳐진 길을 따라 오르면 작은 갈림길.

계곡에 붙은 왼쪽 길 대신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가는 길을 따른다.



   
둔철산 깊은골 상류에 있는 금정폭포. 동절기인 탓에 유량은 적은 편이다.

밤나무밭 정문에서 첫 번째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까지는 대략 15분.

'등산로' 표시를 따라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5분가량 계곡을 따라 오르면

 왼쪽 계곡에 비스듬히 누운 삼단폭포가 보인다.

대부분의 기존 산행개념도나 산행지도에

 '금정폭포'라고 표시돼 있는 지점이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해다.

이 지역 출신인 신안면사무소 문성현 부면장은 "계곡 중간에 있는

 그곳은 폭포로 취급하지 않는다. 금정폭포는 한참 더 올라가면 만나는

 수직으로 된 폭포가 정확히 금정폭포다"고 설명했다.

단성중산악회 이계석 산행대장 역시 문 씨와 같은 의견이었다.

다만 지역민들은 이곳을 얼음바위처럼 생겼다며 '빙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간혹 '빙석폭포'라고 부르는 산꾼들도 있다.



'빙석'에서 1분만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계곡을 건넌다.

어른 키 높이의 로프가 계곡을 가로질러 설치돼 있다.

폭우로 물이 불어나면 이 로프를 잡고 건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의 뜻인 듯하다.

이제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완만한 오르막을 탄다.

집채보다 큰 바위가 비스듬히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데

 지나가던 산꾼들이 무너지지 말라는 뜻으로 나무를 꺾어 받쳐 놓은 모습이 앙증맞다.

5분 뒤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20m 떨어진 계곡 너머에 진짜 금정폭포가 나타난다.

높이 30m 안팎의 수직 폭포로 둔철산의 명물 중 하나지만

 가뭄 탓인지 물은 거의 없고 약간의 고드름만 달려 있다.

비가 많이 오면 엄청난 양의 폭포수가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그 소리는 계곡 전체에 울려 퍼진다고 알려져 있다.



   
근교산 취재팀이 둔철산 남쪽 능선을 따라 하산하고 있다.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폭포를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도 있지만

 취재팀은 계속 직진한다.

7분쯤 오르면 마치 '솥 정(鼎)'자 모양을 닮은 멋들어진 나무를 만난다.

그 모양새가 범상치 않아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가팔라진 길을 10분가량 오르면 왼쪽이 탁 트인 멋진 전망대가 기다린다. 경호강과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눈 아래 드러나고

 정면의 웅석봉과 그 오른쪽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널따란 공터를 만난다.

점심 먹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10분만 더 가파른 길을 오르면 능선 갈림길.

능선을 타고 오른쪽으로 3분만 가면 769봉이다.

왼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범학리로 떨어지는 길,

 오른쪽에 보이는 둔철산 정상 쪽으로 살짝 내려섰다가 다시 10분가량 오르면 삼거리봉이다.

정상은 왼쪽 방향.

오른쪽은 정상을 다녀온 후 하산하는 능선길로 연결된다.

'정상 0.15㎞'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왼쪽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 주변에 멋들어진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5분이면 둔철산 정상에 올라선다.

사방팔방 거칠 것 없는 조망미를 가진 봉우리다.

이곳에는 진주교원산악회가 1988년 세워 놓은 정상석이 있는데 '811.7m'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국립지리정보원 발행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이곳은 그저 삼각점이 있는 823m봉이다.

어찌된 일인지 혼란스럽다.

공식 지형도에는 이곳에서 좀 더 진행, 헬기장을 지나 5분 후에 닿는 밋밋한 봉우리를

 둔철산으로 표기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형도로 보나 GPS(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 수신기로 보나

 이곳의 해발고도는 823m로 이 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취재팀은 지리산 천왕봉과 웅석봉, 왕산, 필봉산, 정수산, 황매산, 황석산, 거망산, 기백산, 덕유산까지

 바라보이는 경치 감상은 뒤로 미루고 일단 지형도상에 표기된 둔철산 정상까지 가보기로 했다.

10분이면 닿는 그곳은 조망이라 할 것도 없고 잡목만 널브러진 그야말로 스쳐가는 봉우리에 불과했다.

'이쯤 되면 지형도를 수정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며

 근교산 리본에 '지형도상 둔철산'이라는 메모를 해 놓고 다시 정상석이 있는,

 현재 일반적으로 알려진 둔철산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시루봉에 있는 기묘한 이층바위. 오른쪽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하산은 삼거리봉을 거쳐 왼쪽 능선이다.

10분만 가면 단성중 산악회에서 세워 놓은 또 하나의 정상석이 있다.

하지만 전망이 뛰어난 이곳은 해발 805m 안팎의 봉우리.

갈림길 역할도 하는 이곳에서 오른쪽 내리막은 금정폭포로 가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왼쪽길로 진행한다.

5분쯤 가면 로프가 설치된 암릉길.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은 구간이다.

조금 더 가면 능선 오른쪽에 어떻게 보면 커피잔 같고,

 또 다르게 보면 절구통처럼 생긴 기묘한 바위를 지난다.

로프구간에서 10분 만에 닿는 기암이 많은 봉우리는 시루봉.

공식 이름은 아니지만 지역민들이 그렇게 부르는 봉우리다.

마치 동그란 아이스크림을 2층으로 포개 놓은 모양의 바위 아래 촛불을 켜고 기도한 흔적이 보인다.

어깨를 비스듬히 기댄 일명 '부부바위'도 있다.

계속 능선길을 따르는데 15분 후 은진 송 씨묘를 지나 20분쯤 가면 작은 무덤이 있는 전망대.

날머리인 외송마을 홍화원휴게소와 고속도로, 남강(경호강)이 눈에 든다.

7분 후 '경남-326호' 삼각점을 지나 50m만 가면 또다시 멋들어진 바위 전망대.

오른쪽 아래로 들머리인 심거마을이 보이고 눈을 조금 들면 왕산, 필봉산, 웅석봉이 지척이다.

바위를 우회하기 위해 왼쪽 급경사길로 내려선다.

프가 있다.

다시 능선을 잡고 15분만 가면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삼거리봉이다.

119 구조 푯말에는 '시루봉'이라 적혀 있다.

이제 왼쪽 급경사길을 15분가량 조심해서 내려서면 갈림길.

왼쪽 완만한 길로 방향을 잡고 20분만 가면 물탱크와 산행안내판이 나타난다.

사실상 산행은 이곳에서 마무리 된 셈이다.

텅 빈 전원주택 조성 단지 사잇길로 내려서서 날머리인 홍화원휴게소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지역민들은 둔철산 전체를 대성산이라 불렀다는데…

산청 둔철산(屯鐵山)은 현재의 명칭과 옛 이름이 다른 산이다.

신안면사무소 문성현 부면장의 증언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은 둔철산 전체를 놓고 옛날부터 '대성산'이라고 불렀다.

그는 "지금도 연세 지긋한 이 지역 사람들은 대성산이라고 해야 안다"고 말했다.

현재 각종 산행개념도 등에서 안봉리 정취암 뒤 조그마한 봉우리(593m)를

 대성산이라고 표기해 놓은 부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증언이다.

또한 문 씨는 "둔철산과 남강(경호강)을 경계로 마주보고 있는 웅석봉의 경우도

 지역에서는 옛날부터 달이 떠오르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달삐봉'으로 불려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웅석봉으로 바뀌어 버렸다"며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조차

 한때 어리둥절했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편 산청군에서는 둔철산 정상 동쪽의 둔철마을 인근 고산부지에

 총 50억 원을 들여 '둔철산 생태체험숲'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2011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 교통편

- 산청군 원지에서 군내버스 갈아타면 손쉽게 도착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진주 산청 경유 함양행 시외버스를 타고 산청군 원지에서 내려 군내 버스로 갈아탄다. 부산에서 새벽 5시30분부터 오후 7시40분까지 8~20분 간격 운행.

1시간50분 소요.

원지에서 산청행 군내버스를 타고 외송리 심거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8시10분, 9시10분, 10시40분 등 자주 있는 편이다.

산행 후 외송마을 홍화원휴게소 앞에서는 원지로 가는 군내버스를 탄다.

오후 3시55분, 4시55분, 5시25분, 6시25분, 7시15분에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대전-통영고속도로 단성IC에서 내려

 산청 방면으로 좌회전한 후 3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외송리 심거마을에 도착한다.

심거마을에서는 내심거마을 쪽으로 좁은 콘크리트 포장 도로를 타고 3분가량 들어가야 한다.

내심거마을 입구에 등산안내판과 주차공간이 있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산청 '둔철산'






    가슴을 관통하는 시원한 기운… 호젓한 겨울산행의 참맛







    ▲ '아, 지리산!' 장쾌한 조망은 이런 것이구나! 속이 후련해지고, 통쾌한 웃음이 나오며 두 발은 막 저리로 달려가고 싶은…. 둔철산 조망의 묘미는 지리산의 마루금을 마주하는 데 있다. 사진 가운데 웅석봉 꼭대기 너머로 백설에 뒤덮인 지리산의 웅자가 드러난다.




    남하하던 백두대간은 남덕유산(1,507m)에서 남동쪽으로 굵은 획을 긋는다.

    진양기맥이라 불리는 이 산줄기는 거창 금원산(1,353m)기백산(1,322m), 합천 황매산(1,113m)

    고산준봉을 이고 경호강과 남강을 따라 진주까지 닿는다.

    도상거리 약 156㎞.

    남강과 황강 사이에 있는 진양기맥은 두 물줄기를 모아 낙동강에 잇는다.

    진양기맥은 중간쯤인 산청 소룡산(761m)에서 분기해 정남향으로 가지를 치는데 바로 정수지맥이다.

    둔철산(823m)은 이 지맥의 주봉인 정수산(841m) 바로 남쪽에 있다.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함양·거창·산음의 땅은 기름지지만 산음만은 음침해서 살 만한 곳이 못 된다'고 썼다.

    그가 말한 산음(山陰)이 산청의 옛 이름이다.

    지리산 북쪽 고을이라는 뜻이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산청은 지리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리산 그늘에 있다 보니 산청의 산들은 산꾼 이외에 일반인한테는 비교적 생소하다.

    물론 그 덕분에 사람 발 때를 덜 타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생겼다. 






    천왕봉 등 지리산 조망 뛰어나  

    금정폭포·와석총도 볼거리  

    의상과 원효 전설 얽힌 정취암도 


    산청의 진산인 둔철산은 지리산을 옆에서 오롯이 볼 수 있는 당당한 산이다.

    지리산뿐만 아니다.

    정상에 서면 백두대간의 웅자와 황매산 일대의 산주름이 장쾌하게 조망된다.

     사계절 언제라도 좋지만 요즘처럼 차가운 날씨에 탁 트인 조망은 이한치한 격으로 호연지기를 불러일으킨다.

    산행코스는 다양하다.

    먼저 범학리 심거마을 심거교에서 출발, 정상을 밟고 시루봉을 돌아 원점으로 오는 코스가 있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에 1시간쯤 더 보태 외송리 홍화원휴게소로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

    두 코스 모두 지리산 조망은 탁월하지만, 황매산 조망과 신기한 와석총, 천년고찰 정취암을 빼먹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둔철산의 풍부한 조망미와 볼거리를 넣어 5시간짜리 코스로 꾸며봤다.

    산행 거리 11.6㎞. 보고, 밟고, 느끼는 산행이 될 거라 자신한다.

    등로는 심거마을 심거교를 출발, 등산안내판~깊은골을 지나 금정폭포~전망대로 오른다.

    금정폭포에서 전망대까지가 된비알이다.

    이후 정상에 오른 뒤 안부~와석총~전망대~634봉~팔각정을 지나 정취암 방향으로 하산길을 연다. 

    심거교 아래에서 출발한다.

    다리 밑에 심거마을 표지석이 있고, 가드레일에 '등산로 입구'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6분쯤 시멘트 길을 걸어 펜션과 심거마을 비석을 지난다.

    꽁꽁 언 개울 아래로 물이 흐르는지 졸졸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8분가량 걸으면 등산객들이 차를 주차하는 공간이 나온다.

    등산안내판도 있으니 살펴보자. 




    관음정사로 가는 어귀에 마을 사람들이 '포구나무'로 부르는 보호수 한 그루가 서 있다.

    수령이 수백 년은 더 돼 보인다.

     마을 돌담길을 걷다가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등산로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3분 정도 가면 '깊은골'로 붙는 갈림길이 나온다.

    솔들의 키가 크고, 그늘이 풍성하다.

    사람들 발길이 없긴 없나 보다.

    길바닥에 솔가리 천지다. 




    10분 정도면 '3단폭포' 갈림길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가면 3단폭포다.

    어떤 이들은 이 폭포를 '금정폭포'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빙폭'으로도 부른다.

    갈림길에서 5분쯤 오르면 너덜이 드문드문 나온다.

    깊은골의 가는 물줄기가 꽁꽁 얼었다.

    등산로 표지판을 지나 골을 건너, 골짜기 왼쪽 비탈길로 오른다. 

    20분 정도면 금정폭포 앞 삼거리(이정표)에 도착한다.

    길에서 금정폭포가 오른쪽으로 보인다.

    길이 20m, 폭은 상부가 5m, 하부가 7~8m쯤 된다.

    폭포가 얼어 거대한 얼음벽이다.

    물이 흐른다면 장관이겠다.

    폭포 앞에서 우측으로 가면 시루봉으로 가는 계곡 길이다.

    '정상' 방향으로 다시 힘을 낸다.

    이 지점부터 첫 번째 전망대까지 고도를 510m에서 660m까지 올려야 한다.

    비탈이 사납고, 발을 딛기에 애매한 경사지도 제법 있다.

    15분 남짓하면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달비봉'으로 부르는 웅석봉의 육중한 덩치가 건너편에 앉아 있다.

    봉 오른쪽 너머로 천왕봉 대가리가 얼핏 보인다.

    전망대에서 나와 10분쯤 더 오르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3분 정도 더 가면 두 번째 전망대가 있는데 아까 전망대보다 지리산이 더 가까이,

    뚜렷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10분 거리에 또다시 삼거리다.

    통신탑이 서 있고, 이정표도 서 있다.

    시루봉으로 가려면 이정표의 주차장 방면을 따르면 된다.

    이정표에서 정상까지는 5분 남짓 걸린다.

    지리산 쪽을 쳐다보니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전광석화처럼 시원한 기운이 '뻥!' 하고 가슴을 관통한다.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가슴속은 후련한 기분이다.

    지리산 꼭대기는 흰색 융단을 깐 것처럼 하얗다.

    꼭대기를 중심으로 어깨를 건 연봉들의 굴곡마다 눈이 소복이 쌓였다.

    시야를 아래로 내리니 경호강의 강줄기가 지리산 굴곡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달린다.

    강도 얼어버려, 햇살이 곳곳에서 반사돼 빛이 난다. 

    정상 표석은 산 높이를 812m로 표시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하 지리원)의 2만 5천 분의 1 지도는 현 위치가 823m이다.

    높이가 10m가량 차이가 난다.

    반면 지리원 지도는 둔철산 위치를 여기에서 북동쪽으로 450m가량 떨어진 지점에 표시했다.

    산꾼들 사이에서 둔철산 위치가 논란이었다.

    지도와 실제 위치가 달라, 둔철산 위치는 표석 자리로, 높이는 지리원 위치(812m)를 따르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숱한 산행기에서 오류를 지적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지리원에 수정 작업을 촉구한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길을 연다.

    지리산이 있던 파노라마 조망은 이제 황매산 줄기들로 바뀌었다.

    헬기장을 지나 200m쯤 가면 지도상의 둔철산이 있는 봉우리가 나온다.

    이 봉우리에서 안부 사거리(10분 소요)까지 길 주변에 온통 진달래, 철쭉이다.

    봄에 오면 별천지이겠다.

    안부에서 이정표의 '정취암·대성산' 방향을 따른다.

    진달래 길이 사라지면 암릉 길이다.

     여기서 2분가량 오르면 와석총(蝸石塚) 갈림길이다.

    와석총까지 왕복 10분 정도. 와석총은 말 그대로 달팽이 무덤이다.

    달팽이 껍질 모양의 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조물주가 버린 것일까?



    와석총 갈림길에서 황매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를 지나 15분쯤 걸어서 634봉까지 간다.

    634봉에서 다시 15분 정도 오르면 팔각정이 나온다.

    다른 산행기에서 대성산으로 표시한 봉우리인데 현재는 대성산의 흔적은 하나도 없다. 

    팔각정에서 산불감시초소 쪽으로 튼다.

    오솔길을 5분 정도 오면 정취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우회전해 1분 정도 가면 다시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꺾는다.

    내리막 경사가 급하니 주의해야 한다.

     3분 정도면 내리막에서 내려 정취암과 연결된 임도를 만난다. 




    정취암은 신라 신문왕 6년(686년)에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

    당시 원효 대사도 이 절에서 4㎞쯤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율곡사를 세웠다.

    두 스님은 자주 만나 도력을 겨뤘는데, 관련 일화가 재미있다.

    의상한테는 하늘에서 점심때마다 밥이 내려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원효가 밥 구경을 하러 들렀는데, 그날따라 밥이 안 내려왔다.

    원효가 돌아가자 의상은 하늘을 향해 발끈했는데,

    허공에서 '원효 주변의 신장들이 너무 두려워서 밥을 못 보냈다'는 말이 들렸다.

    의상은 부끄러워 이후로 '하늘 밥'을 먹지 않고 수행에 정진했다고 한다. 




    정취암은 정취관음보살을 본존불로 봉안한 국내 유일의 사찰이다.

    주지 수완 스님은 "정취보살은 중생의 소원을 다른 보살보다 잘 들어주신다"고 말했다.

    절에는 문화재로 산신 탱화와 목조관음보살좌상이 있다. 

    절 입구에서 가파른 계단을 밟고 내려오면 평지와 만나는 지점에 갈림길이 있다.

    왼쪽으로 돌아 3분쯤 가면 아스팔트 포장길이 나오고, 시계방향으로 비스듬히 돌면 삼거리다.

    여기에서 산행종점인 정취암 표지석까지 15분쯤 걸린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산청 둔철산 '산행지도'



                                






    산청 둔철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대중교통이 답이다.

    부산 사상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3)에서 산청군 신안면 원지버스정류소(055-973-0547)로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5시 40분부터 30~50분 간격으로 움직인다.

    소요시간 1시간 50분.

    원지정류소에서 심거마을행 군내버스는 오전엔 7시 11분, 8시 16분, 9시 51분, 10시 20분에 있다.

    소요시간 30분. 

     
    산행 종점인 사계마을에서 신등면 단계리까지 나와야 하는데, 버스 편이 상당히 불편하다.

    오후엔 2시 42분 차 1대뿐이다. 버스가 없다면 택시를 타거나 걸어야 한다.

    신흥교통(055-972-3127), 단계개인택시(이시봉 기사·011-563-1959, 권상덕 기사·011-851-6452).

     도보로 가면 20분 남짓 걸린다.

    단계버스정류소에서 원지정류소로 가는 버스는 오후엔 12시 15분, 1시 10분, 1시 30분, 2시 20분, 2시 45분,

    3시 20분, 4시 30분, 5시 10분, 6시 10분, 7시 20분(막차) 있다.

    소요시간 10분.

    원지정류소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 20분까지 있다. 배차간격 40~50분.

    자가승용차는 남해고속도로 진주분기점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 대전 방면으로 진입한 뒤 단성IC에서 빠진다.

    IC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지리산대로를 따라 1.6㎞ 달리다 원지삼거리에서 산청 쪽으로 좌회전한다.

     3번국도(산청대로)를 타고 9㎞가량 주행하다

    심거마을 이정표를 보고 빠지면 심거교 아래에 닿는다.

    내비게이션에는 '심거교(산청읍 범학리)'로 검색한다. 


    음 식 점 

    원지정류소 옆에 있는 '신안추어탕(055-972-9449)'은 20년째 추어탕(7천 원)을 판다.

    신안면 최고의 맛집으로 소문났다.

    국물 맛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서대 구이를 찬으로 내놓는데, 맛이 고소하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갈비찜도 먹을 만하다.



    전대식 기자



    ▲ 산행 기점인 심거교 부근. 마을 표지석과 '등산로 입구'라는 표시가 있다.



    ▲ 내심거 마을 앞에 등산 안내판이 있다.



    ▲ 마을을 빠져 나오면 사유지 밭 입구에 철책이 서 있고, 그 옆에 이정표가 서 있다.



    ▲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면 능선으로 붙는 갈림길이 나온다.



    ▲ 3단폭포, 일명 '빙폭'이 꽁꽁 얼었다. 누가 그랬는지 나무로 진입을 막았다.



    ▲ 금정폭포 갈림길에서 길은 두 갈래다. 왼쪽은 전망대를 거쳐 둔철산으로 간다. 오른쪽은 폭포를 지나 시루봉 능선으로 붙어 정상을 만난다.



    ▲ 둔철산 명물인 금정폭포. 산 7푼 능선 부근에 있는 와폭으로 여름 산행 때 만나도 반갑겠다.



    ▲ 첫 번째 전망대. 이제부터 슬슬 시야가 트이면서, 눈이 놀라기 시작한다.



    ▲ 두 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웅석봉과 그 너머에 있는 지리산 천왕봉.



    ▲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측이다. 원점회귀를 하려면 정상으로 갔다가 도로 이 지점으로 돌아와 시루봉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 정상 표지석에는 높이를 812m로 새겼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이 위치가 823m이다.



    ▲ 정상에서 서쪽을 보면 다시 지리산이다. 산꼭대기와 어깨 부분이 눈으로 물들었다.



    ▲ 정상에서 내려 안부 사거리로 가는 지점에서 바라본 와석총이다. 달팽이들이 우글대는 모습처럼 보인다.



    ▲ 안부 사거리에서 정취암 방향을 따른다.



    ▲ 달팽이 무덤, 와석총. 대형 공사장에 부어놓은 돌들처럼 바위 덩치가 크고, 다양한 모습이 재미있다.



    ▲ 하산길에서 바라본 합천 황매산 전경. 올라올 때는 지리산, 내려올 때 이런 조망이 연출된다.



    ▲ 팔각정(옛 대성산)에서 하산길 입구를 잘못 찾으면 100% '알바'다.



    ▲ 산불 감시초소로 가다 보면 정취암 방향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온다.



    ▲ 약간 비탈길을 내려오면 물탱크가 보인다. 사실상 산행이 끝나는 지점이다.



    ▲ 의상 대사가 하늘로부터 밥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는 정취암.



    ▲ 산행 종점인 정취암 표지석. 사계마을 버스정류소까지 2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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