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연화산’

금산금산 2018. 2. 13. 17:53

울산 '연화산'




반구대암각화 천전리각석까지 수만년 유적 품은 산

국보급 선사시대 유적 두 곳 거쳐 오르는 한적한 코스

총 거리 15㎞ 짧지 않지만 가파른 험로 없어 당일 가능

들머리 울산암각화전시관 개장…역사 체험학습장 역할

정상 밑 활공장서 본 치술령~국수봉 능선 조망 시원





울산의 많은 산들은 크게 2가지 부류로 나뉜다.

우선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태화강의 상징적 발상지로 알려진 쌀바위를 품고 있는 가지산과

 그 주변의 해발 1000m급 이상의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한 고봉들이다.

영남인들에게 너무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근교산'으로 불러도 손색없는 명산들이다.

또 다른 부류는 해발 400~700m대의 울산 시가지 부근의 산들.

즉 대운산, 문수산, 남암산, 연화산, 치술령 등으로

 영남알프스에 비해서는 지명도 면에서 떨어지지만 아기자기하면서도 걷기 좋은 산들이다.



   
근교산 취재팀이 연화산 정상 밑 활공장에서 울산 울주군 두동면 일대의 들판과 북동쪽의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중앙에 가장 높이 솟은 산이 신라 충신 박제상과 부인의 전설이 전해져 오는 치술령이다.

그런데 이 같은 울산의 산들 가운데

 가장 깊은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유적을 주변에 품고 있으면서

 산꾼들의 관심으로부터 가장 소외된 산이 바로 울주군 언양읍과 범서읍, 두동면에 걸쳐 있는 연화산(蓮花山·532m)이다.

어느 정도 산을 다녔다고 하는 산꾼들에게조차

"울산 연화산? 도대체 어느 산이야?"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낯선 산인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산은 그 넉넉한 자락의 끄트머리에

 반구대암각화(盤龜臺岩刻畵·국보 285호)와

 천전리각석(川前里刻石·국보 147호) 등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을 두 개나 품고 있다.



이 같은 간단치 않은 내력을 지닌 연화산이지만

 처음 산 이름을 접했을 때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이 선뜻 떠오르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그동안의 연화산 산행이 대부분 정상 북동쪽 아래 마을인

 두동면 은편리를 들머리 삼아 이뤄져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근교산 취재팀은 이번 주 산행을 준비하면서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반구대와

 천전리각석을 당당히 연화산 산행의 주요 매력적 요소로 등장시키고 싶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동안 소외돼 있었던 탓에 더욱 깨끗하고 한적해서 좋고, 끝물을 향해 달려가는

 소담스런 단풍을 즐기는 산행 내내 수만 년 이어져 온 역사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어

 더 좋은 연화산의 매력을 찾아 떠나보자.



우선 전체 산행을 요약해 보면 울산암각화전시관~반구교~대곡천 갈림길(천전리각석 가는 산책로)~능선~

265봉~잇단 갈림길~임도~연화산 정상~산불감시초소~임도삼거리(체육공원)~499봉 갈림길~임도~

범서읍 망성리 욱곡마을~당산나무로 이어지는 코스.

총 길이가 15㎞나 되는 장거리 코스여서 동절기 한낮 산행으로는 제법 먼 거리지만

 가파르지 않고 후반부 6㎞ 가량은 임도 내리막을 걷기 때문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정도다.

서둘러 진행하면 해 떨어지기 전에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반구대암각화 300m 못 미친 대곡천 변에 자리잡은

 울산 두동면 천전리 울산암각화전시관에서 출발한다.

반구교를 건너 20m만 가면 갈림길.

직진하면 암각화 쪽으로 가는 길이고

 산행 코스는 왼쪽으로 150도가량 꺾어 진행한다.

비포장 임도를 200m쯤 가면 또 한번 갈림길.

'천전리각석 1.0㎞' 이정표를 따라 대곡천 계곡 옆길로 들어선다.

바닥에 희미하지만 붉은 색 포장이 돼 있는 산책로다.

아래 위에 댐이 건설되는 바람에 호수가 돼 버린 북쪽의 대곡호와

 남쪽의 사연호를 이어주는 대곡천에는 의외로 물이 많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신라시대에 왕족과 귀족들의 놀이터였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듯 하다는 생각을 하며 걷는데

 재두루미 한 마리가 그 큰 날개를 펼친 채 유유히 계곡 위를 날고 있다.



6분 후 붉은 색 포장로가 끝나고 '천전리각석 0.6㎞'라는 이정표를 지나면 갈림길이 있는데

 직진하면 각석으로 가는 길이지만 산으로 오르는 오른쪽 길을 택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 그런데 10m만 오르면 작은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뚜렷이 보이는 좌우의 길을 버리고 능선을 향해 곧바로 치고 올라야 한다.

길이 아주 희미하지만 리본을 보면서 차분히 오르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10분가량 이렇게 치고 오르면 어느새 길이 뚜렷해지는 능선에 닿는다.

솔 향기 짙은 숲 사이 능선길을 따라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완만하던 길이 서서히 가팔라진다.

인적이 거의 없었던 탓인지 벌써부터 두텁게 깔린 낙엽 밟는 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힌다.

10분쯤 가면 길가에 작은 전망바위가 있는데 오른쪽 사연호 상류에 위치한 반구대암각화가 희미하게 보인다.

10분가량 더 오르면 청안 이씨 묘를 지나 삼각점이 있는 265봉에 닿는다.

'국가기준점'이라는 리본이 이채롭다.

좀 더 진행해 13분쯤 가면 사거리.

직진을 해도 되고 왼쪽 11시 방향의 길을 가도 되지만

 일단 100m가량 직진해 279봉에 오른 다음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길을 택한다.

자칫 잘못하면 오른쪽 내리막 능선을 탈 수 있으니 주의 하길.

5분만 내려서면 무덤 앞 갈림길.

왼쪽은 동암사 가는 길이지만 비스듬히 전방 11시 방향의 길을 택해 눈앞의 작은 봉우리(정상에 옥산 김씨 묘가 있음)를 왼쪽으로 우회해 다시 편평한 능선 안부에 붙는다.



   

울산암각화전시관.

편평하던 능선이 조금씩 가팔라진다 싶더니 326봉에 올랐다.

왼쪽 능선길을 잡아 계속 진행한다.

5분 후 잘 조성된 밀양 박씨 묘를 왼쪽에 끼고 직진한다.

5분 뒤 억새가 곱게 피어 난 332봉 정상을 통과해

 1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왼쪽 아래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가 보이고

 더 아래쪽에는 대곡호의 푸른 물결이 눈에 든다.

10분가량 더 가면 임도 오른쪽 능선의 갈림길.

1시 방향 능선길을 계속 따른다.

멀리 불룩 튀어 오른 연화산 정상부가 보인다.



왼쪽의 임도와 어깨를 맞대고 사이좋게 20분쯤 걷다 보면 결국 임도와 만나는데 다시 임도를 버리고 산길을 탄다. 3분 후 차량 통행 차단을 위한 쇠사슬을 넘어 임도 곡각지에 닿으면 일단 횡단 후 널찍한 능선길로 오르막을 탄다. 300m가량 넓은 길을 따라 오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넓은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다시 50m 뒤 뚜렷한 길을 버리고 우측 잡목 많은 희미한 길을 잡아 능선을 치고 오른다.

리본을 잘 보고 진행해야 한다.

이 길이 내키지 않는다면 조금 전 갈림길에서 100m가량 더 올라가서 좀 더 뚜렷한 오른쪽 길로 오를 수 있다.



15분가량 잡목을 헤치고 오르면 뚜렷한 길과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좀 더 가면 임도다.

100m가량 임도를 타다가 이탈, 왼쪽 능선길로 접어들어 3분만 가면 연화산 정상 밑 활공장.

이번 산행에서는 이곳 활공장에서 두동면 은편리 들판을 내려다 보는 조망이 가장 뛰어나다.

들판 건너 동북쪽의 우뚝 솟은 봉우리는 신라의 충신 박제상과 그 부인의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치술령(765m)이고 그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국수봉(603m)이다.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연화산 정상은 조망이 그리 시원한 편은 아니다.



   
연화산 정상으로 오르는 도중 거치는 332봉에 억새가 곱게 피었다.

하산길은 진행방향인 남동쪽으로 잡는다.

김해 김씨묘와 산불감시초소를 거쳐

 체육공원이 있는 임도삼거리까지 15분 걸린다.

은편리 허고개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왼편 내리막)과

 범서읍 망성리 방향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이정표 기준 '범서 망성'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진행.

200m쯤 가다가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길로 접어든다.

20분간 꾸준히 오르막을 타면 499봉 갈림길.

직진하지 말고 오른쪽으로 꺾어 가파른 내리막을 타야 한다.

15분 후 임도다. 이때부터는 계속 임도를 타고 진행한다.

40분 뒤 무학산으로 산길 초입에서 임도가 갈라지는데 오른쪽 포장 도로가 아닌 왼쪽 흙길을 택한다.

무학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능선길을 잡아야 하지만

 산행시간이 촉박해 임도를 타기로 한다.



잡초 무성한 비포장 임도를 따라 20분가량 내려서면 욱곡마을의 상징인 감 농장에 닿는다.

외부인 출입 제한 표시가 보이지만 양해를 구하고 농장 안 길을 통과해

 마을 중앙에 도착할 때까지는 10분이면 된다.

다만 농민들이 정성들여 가꾼 농작물에 손을 대는 몰상식한 행위는 하지 말아야겠다.

한두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 전체 산꾼들의 명예를 손상할 수 있으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욱곡마을은 마치 호리병 속 같이 따뜻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외풍이 거의 없어 울산 인근에서는 이 마을 감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5분 후 당산나무 앞에 이르러 산행을 마무리한다.




◆ 떠나기 전에

- 암각화전시관 행 대중교통 노선 신설 검토해 줬으면…

울산의 국보급 유물인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은 모두 알다시피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등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세계적인 유적이다.

지난 1970년(천전리각석)과 1971년(반구대암각화) 동국대 문명대 교수팀에 의해 발견된

 이 희귀 유적들을 보존하려는 노력도 최근 수년간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지난 1962년부터 조성공사가 시작된 사연호에 반쯤 잠긴 반구대암각화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북쪽의 대곡호 조성 공사 때 천전리각석의 수몰만은 피했다는 것이다. 울

산시는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시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반구교 인근에 울산암각화전시관을 만들고 지난해 5월 30일 개관했다.

주로 어린이들이 체험학습 등을 위해 단체 관람을 많이 하긴 하지만

 가족 단위 탐방객과 외국인들의 방문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관과 각종 자료가 준비돼 있어

 훌륭한 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진입로 또한 깔끔하게 정비돼 과거에 비해 접근이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유감이라면 세계적 유적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조성된 이곳까지

 직접 연결되는 대중교통편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과 학생들의 보다 수월한 탐방 편의를 위해 울산시나 울주군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좀 더 신경을 써 주길 기대해 본다.



◆ 교통편

- 언양발 시내버스 반구대 입구 하차 후 2.5㎞ 걸어야

부산 명륜동 지하철역 앞에서 언양행 버스를 탄다.

10~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50분 소요.

언양에서는 308, 313, 318번 버스를 이용해 35번 국도상의 반구대 입구 정류장에서 내린다.

이정표를 보고 반구대 방향으로 2.5㎞가량 걸어야 출발점인 울산암각화전시관 앞에 도착할 수 있다.

부산에서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지만 접근하기가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 도로 중간 중간 반구대암각화 및 천전리각석과 관련된 퀴즈를 적어 놓고

 여러가지 생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특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산행 후 날머리 욱곡마을에서도 버스 이용이 불편하다.

이 마을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없어 5㎞가량 떨어진 구영리까지 걸어 나가야 하는데, 일행이 3~4명 정도라면

 오히려 범서택시(052-212-8855)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중간에 범서읍의 명승지인 선바위를 구경할 수도 있다.

구영리 범서삼거리에서 언양행 버스를 탈 수 있다.

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는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에서 내려 35번 국도를 타고 언양읍을 거쳐

 경주방향으로 5㎞가량 가다 보면 반구대 입구 표지판이 나온다.

우회전한 후 5분만 가면 전시관 주차장에 도착한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울주 연화산





    고즈넉한 산길에 곳곳 봄기운… 끝자락엔 반구대 암각화





    ▲ 연화산 정상 인근 활공장에서 내려다본 사위 전망이 시원하다. 논두렁과 밭두렁이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고, 사이사이에 살림집들이 안온하게 들어앉았다.






    부산 인근에서 울산 울주군만큼 유명한 산들을 많이 품고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영남알프스의 주축을 이루는 신불산(1,159m)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영축산(1,081m)

    고산준령들이 울주군에 능선을 걸치고 있다.

    하지만, 이름만 보다 보면 진면목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연화산(蓮花山·532.4m)이 그런 경우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산꾼들의 관심 밖에 있으나, 소소한 산행 재미가 있다. 

     
    울주군 언양읍과 범서읍, 두동면에 걸쳐 있는 연화산은 반구대 암각화(盤龜臺岩刻畵·국보 285호)

    천전리 각석(川前里刻石·국보 147호)을 끝자락에 품고 있다.

    이번 주 산행의 즐거움에 더해, 반구대 암각화를 볼 수 있도록 코스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산행 구간이 다소 길어졌다. 울산암각화박물관~반구대 팜스테이 입구~능선~265.7봉~326봉~연화산 정상~산불감시초소~임도 사거리(체육공원)~499봉 갈림길~임도 삼거리~410봉~329봉~한실계곡~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원점으로 총 거리가 15㎞나 된다.

    해가 짧은 이른 봄 산행으로는 제법 먼 거리다.

    소요 시간은 7시간 20분.

    서둘러야 떨어지기 전에 마무리할 수 있다.  




    들머리 반구대 팜스테이엔  
    선사시대 체험 움집들  

    치술령 국수봉 등 조망에  
    무릉도원 같은 한실계곡  
    겨울 이긴 춘란 곳곳 지천 




    들머리는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울산암각화박물관이다.

    반구교를 건너 20m만 가면 반구대 팜스테이 입구다.

    첫 번째 갈림길인데 직진하면 반구대 암각화 쪽으로 가는 길이다.

    산행은 왼쪽으로 꺾어 팜스테이를 가로질러 능선 방면으로 진행한다.

    팜스테이 내에는 선사시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움집들이 만들어져 있다.

    움집을 스쳐 지나 집 주인의 작업 공간인 '안행재(岸行齋)'를 왼쪽에 두고, 등선을 향해 난 좁은 산길로 접어든다. 팜스테이는 사유지이지만 마음씨 좋은 주인장은 등산객들을 막지 않는다.

    능선에 접어들어 10분가량 걷다 보면 도열한 소나무 왼편으로 대곡호가 보인다.

    넓게 펼쳐진 대곡호 주변의 풍광은 아름답다.

    신라시대에 왕족과 귀족들의 놀이터였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하다.

    8분가량 다시 오르면 어느새 길이 뚜렷해지는 능선이 이어진다.

    옅은 안개가 오솔길 위로 살포시 깔린다.



    잠시 후 완만하던 길이 서서히 가팔라진다.

    가쁜 숨을 참으며 전진하니 청안 이씨 묘가 나오고 곧 첫 번째 삼각점이 있는 265봉에 닿는다.

    그런데 삼각점 표시만 있고 정작 삼각점은 한참을 찾아도 찾을 길이 없다.

    아무렇게나 자란 관목 더미나 낙엽에 묻힌 것일까?

    265.7봉을 지나 25분가량 더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동암사 가는 길이다.

    비스듬히 전방 11시 방향의 길을 택해 눈앞의 작은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해 다시 편평한 능선에 붙는다.  



    능선이 다시 가팔라진다 싶더니 326봉에 올랐다.

    왼쪽 능선을 따라 계속 진행한다.

    5분 후 잘 조성된 밀양 박씨 묘를 왼쪽에 끼고 직진한다.

    왼쪽 아래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가 보이고 더 아래쪽에는 나무에 가려 잠시 숨었던 대곡호가 다시 눈에 든다. 200m가량 더 전진하면 산을 뱀처럼 감고 올라온 임도가 두 겹으로 겹친다.

    임도를 타지 않고 1시 방향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른다.

    멀리 불룩 튀어 오른 연화산 정상부가 보인다.  

    능선을 따라 20분쯤 걷다 보면 좀 전에 피했던 임도와 다시 만난다.

    이번에도 임도를 버리고 산길을 탄다.

    3분 후 차량 통행 차단을 위한 쇠사슬을 넘어 임도 곡각지에 닿으면 일단 횡단한 후 널찍한 능선 오르막을 탄다.

    300m가량 넓은 길을 따라 오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넓은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다시 50m 뒤 뚜렷한 길을 버리고 우측 잡목 많은 희미한 길을 잡아 능선을 치고 오른다.

    산행 안내리본을 잘 보고 진행해야 한다.


    15분가량 잡목을 헤치고 오르면 뚜렷한 길과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좀 더 가면 임도다.

    100m가량 임도를 타다가 이탈, 왼쪽 능선으로 접어들어 3분만 가면 연화산 정상 밑 활공장이다.

    이번 산행 구간 중에서 가장 탁월한 전망을 볼 수 있다.

    정면의 두동면 은편리 들판 건너 동북쪽의 우뚝 솟은 봉우리는 신라의 충신 박제상과 그 부인의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치술령(765m)이다.

    그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국수봉(603m)이다.

    산과 산 사이에는 논과 밭들이 층계를 이뤘다.

    활공장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연화산 정상은 사위 조망이 꽉 막혔다.

    지난해 7월 완공된 KBS울산방송 송신탑과 부속 건물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 삼각점도 송신탑에 자리를 내주고 구석에 처박혔다.  



    하산은 499봉을 바라보고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산불감시초소를 거쳐 체육공원이 있는 임도 사거리까지 15분 걸린다.

    은편리 허고개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왼편 내리막)과 범서읍 망성리 방향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이정표 기준 '범서 망성'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200m쯤 가다가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으로 접어든다.

    20분간 꾸준히 오르막을 타면 499봉 갈림길.

    직진하지 말고 오른쪽으로 꺾어 가파른 내리막을 타야 한다.

    15분 후 임도다.

    이때부터는 계속 임도를 타고 진행한다.

    임도가 세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오른쪽 포장도로가 아닌 왼쪽 흙길을 택한다.

    363봉을 오른쪽에 두고 5분 정도 전진해 임도에서 이탈,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낙엽이 쌓인 산길이 희미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 지점부터 329봉을 지나 한실계곡에 이르는 구간은 새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전진해야 한다.

    군데군데 짐승의 배설물이 눈에 띈다.

    산짐승이 다닌 길목에는 덫이 여러 개 쳐져 있다.

    사냥꾼이 짐승의 뒤를 따랐음에 틀림없다.

    329봉을 지나 하산하는 길은 끊기고 열리기를 반복한다.

    산림을 간벌한 후 나뭇가지들을 치우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좁은 산길이 어지럽다.

    유일한 위안이라면 겨우내 낙엽을 덮고 푸름을 지켜온 춘란이다.

    꽃 피울 준비에 한창인 춘란이 지천이다.

    30분가량 가파른 산길을 헤집고 내려오면 등성이에 무덤 2기가 보인다.

    봉분은 밟히고 깎여서 평평해졌고, 잔디 대신 이끼가 앉았다.

    조금 더 내려오니 갑자기 계곡물 소리가 요란하다.

    관목과 소나무 숲이 끊기고, 손때를 타지 않은 맑은 물이 기암괴석 사이로 쏟아진다.

    한실계곡이다.

    물은 폭포가 돼 떨어지다 바위틈을 파고들었고, 다시 폭포가 돼 쏟아졌다.

    이른 봄이지만 수량이 무척 풍부하다.

    길을 개척해 나가는 고단함이 한꺼번에 씻긴다.  

    무릉도원 같은 계곡에서 땀을 씻고 하산한다.

    10분을 못 걸어 한실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로 가기 위해 한실마을을 앞에 두고

    오른쪽 오르막길을 따라간다.

    20분가량 걸으면 검은색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갈림길에 이른다.

    여기서 포장도로를 이탈해 왼쪽 산등성이 길로 접어들어 30분가량 더 전진하면 암각화 전망대다.  

    선사시대 바다서 춤추던 고래가 바위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원점까지는 15분 거리.

    포장된 길이므로 평탄하다.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울주 연화산 '산행지도'


                          







    울주 연화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자가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에서 내려 35번 국도를 타고

    언양읍을 거쳐 경주 방향으로 5㎞가량 가다 보면 반구대 입구 표지판이 나온다.

    우회전한 후 5분만 가면 들머리인 울산암각화전시관 주차장에 도착한다.

     소요시간은 50분가량. 
     
    울산암각화전시관까지 바로 가는 대중교통편은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전시관까지 30분 이상 걸어 들어가야 한다.  
     
    부산 도시철도 명륜역 앞에서 언양행 12번 버스를 탄다.

    12번 버스는 오전 5시 10분 부산발 언양행 첫차를 시작으로 8~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언양에서 부산으로 출발하는 막차는 오후 10시에 있다.

    소요 시간은 50분.

    언양시외터미널(1666-1006)에서는 308, 313, 318번 시내버스를 이용해

    35번 국도의 반구대 입구 정류장에서 내린다.

    소요 시간은 30분 안팎.

    이정표를 보고 반구대 방향으로 2.5㎞가량 걸어야 출발점인 울산암각화전시관 앞에 도착할 수 있다.

    부산에서 그렇게 멀지 않지만 접근하기가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다.  


    음 식 점 

    반구대 인근에는 도토리묵과 막걸리, 파전 따위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들이 몇 곳 있다.

    고만고만한 '관광지 음식'이 지겹다면 언양읍까지 나와야 한다.

    언양읍 서부리 경동 청구아파트 앞 '언양 기러기 칼국수'(052-264-0076)는

    싼 값에 푸짐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기러기 육수에 삶아낸 칼국수가 쫄깃하다.

    점심 특선은 한우된장찌개와 돼지불고기에 비빔밥과 쌈까지 나와 푸짐하다.

    단,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만 판다.


     박진국 기자




    ▲ 산행 들머리에 있는 울산 반구대암각화박물관. 혹등고래의 형상을 따라 만들었다.



    ▲ 산행 들머리에 있는 울산 반구대암각화박물관. 혹등고래의 형상을 따라 만들었다.



    ▲ 산행 들머리 인근에 있는 반구대 팜 스테이에는 선사시대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움집들이 세워져 있다.



    ▲ 연화산 등산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죽은 나무가지. 볼록한 부분은 가지를 마르게 한 악성 종양같은 것이라고 한다.



    ▲ 연화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1분 거리의 활공장에서 내려다 본 전망이 시원하다. 멀리 치술령이 바라다 보인다.



    ▲ 연화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1분 거리의 활공장에서 내려다 본 전망이 시원하다. 멀리 치술령이 바라다 보인다.



    ▲ 하산길 막바지에서 만나는 한실계곡.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이 수정처럼 맑다.



    ▲ 산... 울산 연화산.



    ▲ 반구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산 반구대 암각화. 선사시대 바다를 호령하는 고래들이 암벽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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