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민둥산’

금산금산 2018. 2. 6. 19:55

정선 '민둥산'




갈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에 취하고, 수만 그루 금빛 낙엽송에 홀리다

전국 최고 억새산행지 명성 좇아 원거리 답사

14㎞ 코스…길지만 길 좋아 5시간 내 주파

움푹 패인 카르스트 지형 '돌리네' 이채

끝없는 낙엽송·잣나무 군락 이국적 풍경

날머리 화암약수 산화철성분 위장병에 특효





억새는 가을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약방의 감초.

산정에 올라 흐드러지게 핀 은빛 억새가 바람에 흩날리는 것을 바라보기만 해도

 왠지 모를 황홀경에 젖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승학산 장산 등 부산의 유명 억새산행지나 화왕산 그리고 신불산 재약산(사자평) 천성산 등

 영남알프스의 유명 억새산들은 이미 근교산 시리즈에서 한두 차례 답사하지 않은 곳이 없다.



취재팀은 궁리 끝에 다소 멀기는 하지만

 전국 억새산행지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힌다는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1117m)을 찾았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은 정상부 능선에 드넓은 억새군락지가 조성돼 있는 데다 조망 또한 뛰어나 많은 산꾼들이 찾는 곳이다. 취재팀이 민둥산 정상에서 1109봉 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걷고 있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은 정선 백운산이다.

민둥산은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 그대로

 정상부에 나무가 거의 없고 온통 억새로 뒤덮인 산이다.

20만 평(약 66만㎡)에 달하는 광활한 고원에 펼쳐진 은빛 억새의 물결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장관이다.

정상부에 나무가 없다 보니 조망 또한 거칠 것이 없다.

동쪽으로는 함백산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해발 1300~1500m급

 백두대간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노추산과 가리왕산 등의 명산이 눈에 든다.

산행 말미에는 철분 함유량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는

 화암약수(제1경)를 비롯해 화암8경 주요 명소도 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민둥산 답사 산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억새의 물결도, 호쾌한 조망도, 화암8경의 경치도 아니었다.

그동안 그 어떤 산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수만 그루의 낙엽송과

 자작나무 잎들이 샛노란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는 모습이야말로

 정녕 잊기 힘든 광경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잣나무 숲은 또 어떻고.

 이 나무들이 숲을 이룬 곳에서 편안히 걸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진정 축복받은 셈이다.

취재팀 중 한 명은 "마치 호주나 뉴질랜드의 어느 울창한 숲속을 걷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이런 기분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1000리 길을 마다 않고 달려간 보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듯하다.

게다가 민둥산에는 카르스트 지형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소위 '돌리네'가 10여 개 이상 산재해 있어

 자연 환경 학습장의 역할까지 한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우선 전체 산행을 요약하면

 증산초등 앞 들머리~이정표~낙엽송 군락지~쉼터(임도 횡단)~

민둥산 정상~1109봉~돌리네쉼터~잣나무 숲~임도 앞 삼거리~

삼내약수 갈림길~지억산 아래 5거리(임도·화장실)~고사리 농원 앞

 이정표~자작나무 쉼터~임도~갈림길~차단봉~갈림길~구슬동 도로~

화암약수(날머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총 14㎞. 초반부 오르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간이 평평한 고원지대에다

 완만한 내리막이어서 5시간이면 충분히 주파할 수 있다.



증산초등학교 앞 주차장에서 421번 지방도를 건너 곧바로 산행로로 간다. 입산신고소를 겸한 초소와 커다란 민둥산 등산 안내판이 있다.



100m가량 오르면 이정표.

좌우 어느 길을 택해도 관계없지만 취재팀은 왼쪽의 급경사길을 택한다. 민둥산은 전체적으로 정상부가 편편하기 때문에

 초반만이라도 땀을 쏟을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말이 급경사 길이지 실제로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300m쯤 가면 또 한번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었다가 20m 후

 이정표에서 오른쪽 오르막으로 재차 꺾어 진행한다.

벌써부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과 떡갈나무 단풍나무 등이

 울긋불긋하게 치장을 한 채 멀리서 온 산객을 맞아주고 있다.



100m쯤 가면 또 한번 이정표가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왼쪽 오르막을 친다.

침목 계단길을 5분가량 오르면 다시 길이 좋아지는 듯하더니

 곧바로 샛노란 잎을 흩날리는 낙엽송 군락지가 나타난다.

흠뻑 숨을 들이쉬면 가슴 속 밑바닥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다.

5분 정도 걸어서 이 숲을 통과하면 발구덕 마을에서 쑥밭재로 이어지는 임도와 만난다.

벤치와 매점이 있는 쉼터다.

임도를 가로질러 반대편 능선길로 곧장 오른다.

오른쪽에 돌을 쌓아 만든 봉수대 모양의 구조물이 보인다.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

10분 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90도 꺾어 길을 잡는다.

편평한 능선 사면길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그마한 바위들과 아름드리 노송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15분가량 길을 따르면 눈앞이 탁 트인다. 9부 능선에 오른 셈이다.



'민둥산 0.6㎞'라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온통 억새의 바다.

귀를 기울여본다.

전통가요 노랫말처럼 정말로 슬피 우는지….

보호 목책 사이를 걸어 정상까지 가는 길 곳곳에 억새를 감상할 수 있는 쉼터가 있다.

정상 못 미친 곳에 바닥에 바짝 엎드린 신기한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바람을 피하려는 것인지, 억새와 키높이를 맞추려는 것인지….

정상은 민둥산이라는 글자 그대로 사방이 탁트였다.

어찌보면 진짜 민둥머리 같기도 하다.

정상석 주변에는 조망 감상을 돕기 위해 망원경이 4개가 있고 특이하게도 빨간 우체통과 그림엽서가 있다.

동쪽 멀리 백두대간 능선과 매봉산(1303m) 풍력발전단지, 함백산(1561m)을 바라보면서

 가족에게 엽서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다.

남동쪽의 백운산(1428m)을 보면서 이창우 전 산행대장이 "정선 백운산은 전국의 수많은 백운산 가운데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마디한다.

민둥산 억새 평원 너머로 펼쳐진 백두대간 능선은 헌걸차다는 말로는

 온전히 다 표현하기가 힘들 만큼 숨막히는 그림을 그려낸다.

그 산줄기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낙엽송이 빼곡히 들어선 민둥산 숲길.

북쪽 멀리 가리왕산을 보면서 하산길을 잡는데

 12시 방향의 내리막길을 잡는다.

2시 방향의 길은 발구덕 마을로 내려서는 길.

들머리인 증산초등 앞으로 원점회귀를 하려면 이 길로 가면 된다.

1109봉까지는 억새밭 사이로 내달리는 신나는 길.

1109봉을 넘어 좀 더 내려가면 나오는 이정표(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나무계단 저 아래 움푹 패인 곳에

 은빛 억새가 춤추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움푹 파인 곳을 '돌리네'라고 부른다.

돌리네 쉼터를 지나면 임도는 아니지만 손수레 정도는 충분히 다닐 정도로 길이 넓어지는데

 그 주변은 온통 수천 그루의 잣나무 군락지다.

이 길을 통과하면 임도 앞 삼거리. 임도 왼쪽의 산행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낙엽송 천지다.

지금껏 산행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낙엽송은 본 일이 없다.

키 큰 소나무에 달려 있는 솔잎들은 금빛으로 변해 간다.

그러다 기온이 좀 더 내려가면 낙엽이 되어 떨어지겠지.



   
하산 지점인 구슬동에서 화암약수로 가는 길 주변 단풍.

편평하던 길이 조금 오르막으로 변할 즈음

 삼내약수와 화암약수 방향이 나눠지는 갈림길.

이정표를 따라 화암약수 쪽으로 진행.

오른쪽의 1050봉과 왼쪽 봉우리 사이로 난 길을 통과한다.

또 한 번 움푹 패인 커다란 웅덩이 같은 돌리네를 지나 10분만 가면

 지억산 밑 임도 오거리.

작은 화장실과 벤치가 있다.

주변은 온통 낙엽송 군락이다.

임도를 건너면 지억산 정상을 거쳐 421번 지방도와 만나는

 하산길이 있다.

하지만 취재팀은 임도 직전에서 낙엽송이 도열한

 왼쪽 완만한 내리막 길을 택해 진행한다.

30분가량 쉼 없이 달리면 고사리농장 앞 이정표.

오른쪽의 '사유지 출입금지' 경고판을 보며 왼쪽으로 꺾으니

 자작나무가 빛을 발하는 쉼터.

계속 내려서면 다시 포장된 임도를 만나는데

 200m쯤 내려서면 갈림길이 있다.

임도에서 이탈해 왼쪽 계곡길로 가도 되지만 취재팀은 임도를 따라 간다. 당초 계획에는 금지기고개와 929봉까지 거쳐 화암약수까지 갈 예정이었기 때문.



하지만 금지기고개 아래 임도 삼거리에 또다시 '고사리 채취 지역,

 사유지 출입 엄금'이라는 경고판에 막혀 왼쪽의 차량 통행 제한 차단봉을 지나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200m가량 내려서니 오른쪽에 외딴 황토집이 나온다.

그 집에 산다는 50대 중년 남자는 "저 위 금지기고개로 가 봐야 길도

 제대로 없고 볼 것도 없으니 잘 내려왔다"며 말을 건넨다.



다시 200m쯤 내려서니 금지기마을 갈림길.

20분 전 임도 갈림길에서 계곡으로 내려선 길과 만나게 돼 있다.

포장된 길 주변에 붉은 물감을 풀어낸 듯한 단풍나무가 지천이다.

차가 다니는 구슬동 날머리 앞 도로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르면 불암사를 지나 화암약수까지 1.3㎞가량 걸어야 한다.

비록 아스팔트 도로지만 주변 절벽을 곱게 물들인 단풍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화암약수터에서 톡 쏘는 약수 한 잔을 들이켜 산행의 피로를 씻는다.





◆ 떠나기 전에

- 하늘에서 온 말이 뛰어다녀 억새 많다는 전설

   
수량이 적은 화암약수는 1인당 2리터까지만 허용된다.

민둥산에 억새가 많은 것은 산나물 채취를 많이 하기 위해

 매년 한 차례씩 불을 질렀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전설도 하나 있다.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마을을 돌면서

 주인을 찾아 보름 동안이나 산을 헤맸는데, 너무 열심히 뛰어다닌 탓에 그 후로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억새만 자란다는 것.



참고로 산행 날머리인 화암약수 주변은 국민관광지로 조성돼 있고

 인근에 화암8경이 있는데 이로 인해 행정구역 명칭까지 바뀌었다.

화암8경이 속해 있는 행정구역은 당초 정선군 동면이었는데 단순한 방위각에 따른 명칭 대신

 지역 특색에 맞는 이름을 붙이자는 여론이 거셌고 주민투표를 거쳐 95%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지난 5월부터 화암면으로 개칭했다.

들머리인 증산초등 주변에서는 민둥산 억새꽃축제가 매년 10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열린다.



산행 후 날머리인 화암약수 인근 주차장 옆에 '고향산천'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정선에서 유명한 곤드레나물밥이 정갈하고 맛있다.

특히 밑반찬으로 나오는 '뚱채 ' 나물은 씹히는 맛이 부드럽고 깔끔하다.





◆ 교통편

- 승용차로 4시간 안팎, 예전보다 많이 단축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예전에는 부산에서 5시간20분 가량 걸렸지만

38번 국도 확장 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4시간 정도면 들머리인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닿을 수 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동대구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금호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든다.

남제천 IC에서 내려 영월 제천 방면으로 좌회전해 가다 보면 영월 단양 방면 38번 국도를 따라 우회전한다.

이후부터는 38번 국도를 놓치지않고 계속 가면 되는데 마치 고속도로 같은 왕복 4~5차선 도로로 확장됐다.

무릉리 민둥산 입구에서 좌회전 하면 증산초등학교 앞 무료 주차장에 닿는다.

충북 제천에서 무릉리까지 전 구간이 4~5차선 도로여서

 예전에 1시간 40분 이상 걸렸던 길을 40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됐다.

또 날머리에서 차량 회수를 위해 들머리로 돌아가려면 버스 이용이 상당히 불편하다.

여러 명이 함께 갔다면 요금을 나눠 내기로 하고 동면택시(033-562-2034)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도중에 정선소금강과 몰운대 등 화암8경 주요 명소를 거친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산 ‘연화산’  (0) 2018.02.13
    대구 ‘팔공산' 비로봉  (0) 2018.02.09
    포항 ‘운제산~시루봉’  (0) 2018.02.02
    괴산 ‘도명산~낙영산’  (0) 2018.01.30
    봉화 ‘달 바위봉’  (0) 2018.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