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신선봉~마패봉’

금산금산 2018. 2. 27. 08:36

괴산 '신선봉~마패봉'




백두대간 새재 가는 길이 이렇게 험했더냐

뾰족한 봉우리 7개 넘는 멋진 암릉 코스

곳곳에 도사린 위험구간 로프 의지해 통과

조령산 월악산 바라보는 조망미도 만점

코스 길지 않아 부산서 당일 산행 충분





백두대간은 예나 지금이나 그 산줄기 이쪽과 저쪽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 환경을 확연히 구분 짓는 경계선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이 경계선을 넘나드는 고개도 참 많다.

남한 땅에서만 대충 꼽아봐도 영동과 영서를 이어주던 미시령 한계령부터

 영남과 충청을 잇는 죽령 하늘재 새재(조령) 이화령 추풍령 육십령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근교산 취재팀이 충북 괴산 신선봉으로 가는 도중 험난한 암벽구간을 오르고 있다. 로프를 이용해 올라야 하지만 위험한 만큼 등정 후 느끼는 성취감도 크게 다가오는 구간이다.

그 가운데 영남 사람들에게 유독 큰 의미로 남아 있는 고개가

 바로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새재다.

흔히 '문경새재'로 부르는 이 고개는 조선시대 동래와 한양을 잇는

 최단거리 길인 영남대로의 가장 큰 고비이자 분기점이었다.

영남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갈 때도 반드시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추풍령을 넘어가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까 봐, 죽령을 넘어가면

 과거시험에서 '주~욱' 미끄러질까 봐 염려해서 새재로 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가장 가까운 길이었다는 점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조선 태종 때 처음 길이 뚫린 후 500여 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이 땅의 수많은 고갯길 중에서 전략적 측면에서나, 백성들의 소통로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고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던 새재.

새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진도아리랑의 첫 구절에 그 이름이 언급될 만큼

 새재는 조선시대까지 이 땅 고갯길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이화령 터널을 뚫고,

 정부수립 이후에는 경부고속도로가 추풍령을 통과하면서

 이 고갯길은 길목으로서의 역할은 완전히 잃어버렸다.

 마치 경주(서라벌) 중심의 신라인들에 의해 2세기 중반 길이 뚫린 후

 고구려 침범의 통로로 자리매김했던 하늘재나

 죽령 길이 조선조 건국 이후 주 소통로로서의 역할을 새재에 빼앗겼듯. 시대가 변하면 고갯길의 역할도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은 '길의 숙명'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새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웰빙 열풍에 편승한 길 걷기 바람이 불면서

 새롭게 공원으로 단장하고 트레킹 명소가 되어 길손들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문경 쪽 제1관문에서 제2관문 이진터를 거쳐

 고갯마루인 조령 제3관문(조령관)에 이르는 구간은 맨발로 걷기에도 좋은 명소로 거듭 태어났다.

또한 백두대간 종주 산행이 붐을 이루면서

 북쪽의 마패봉과 조령산을 잇는 안부 쉼터이자 구간 분기점 역할도 하고 있다.

흔히 '대간 종주 산행의 백미 코스'중 하나로 불리는 마패봉~새재~조령산~이화령 구간의 일부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주요 전략적 방어선이었지만 이곳을 버리고 충주 탄금대로 물러나

 배수진을 쳤다가 전멸한 신립 장군 부대의 눈물겨운 역사는 관광안내판 속에서나 찾을 수 있다.

합격자보다는 낙방자가 훨씬 많았을 영남 선비들이 이 고개를 넘나들며 품었던 희망과 탄식도

 이제는 그저 길가에 서 있는 옛 선비들의 시비(詩碑) 속에서나 찾을 수 있을 뿐이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이처럼 필설로 다하기 힘든 내력을 가진 새재를

 이번 주 근교산 취재팀이 찾았다.

충북 괴산 쪽 명산인 신선봉을 거쳐

 백두대간 봉우리인 마패봉에 올랐다가 새재로 떨어지는 코스다.

신선봉에서 마패봉에 이르는 능선은 대간에서 살짝 벗어나 있지만

 온통 암릉으로 휩싸인 구간이라

 조령산 산행 못지않은 짜릿함과 재미를 안겨준다.

이동 거리는 멀지만 산행 코스는 길지 않아

 부산 울산이나 경남권에서도 충분히 당일 산행지로 다녀올 만하다.

로프가 많은 골산이기 때문에 반드시 장갑과 접지력 뛰어난 등산화를 착용한 후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전체 산행을 요약하면 안터마을 레포츠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해 갈림길~능선~

뾰족봉 안부 갈림길(제1구조지점)~할미봉~갈림길(제2구조지점)~방아다리바위봉(갈림길)~

위험구간(로프)~930봉~갈림길(제3구조지점)~신선봉~926봉~삼거리~마패봉(백두대간 합류)~

조령3관문~조령산휴양림입구~고사리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총 8.7㎞ 구간.

산행은 조령3관문에서 끝나기 때문에 산 타는 거리는 6.2㎞다.

총 소요 시간은 휴식 포함해 4시간이면 충분하다.

들머리인 안터마을 레포츠공원 주차장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신선봉 능선은

 울룩불룩한 골산의 형상을 띠고 있어 오르기 전부터 누구나 한 차례 심호흡을 하게 된다.

주차장 입구의 등산로 안내판에는 '신선봉~마역봉 등산로'라고 돼 있다. 마역봉은 마패봉의 또 다른 이름.



   
암릉을 오르는 취재팀 오른쪽 멀리 신선봉이 보인다.

안내판 옆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5분쯤 가면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20m만 가면 또 한차례 갈림길.

직진하면 연어봉 가는 길이고 오른쪽 계곡 쪽은 신선봉 가는 길이다.

서서히 가팔라지는 길을 15분쯤 오르면 능선.

능선을 따르면 5분 뒤 오른쪽이 탁 트인 꽤 큰 바위 위를 통과한다.

아래쪽에 들머리인 안터마을과 레포츠공원 주차장이 보이고

 남동쪽 멀리 조령산의 늠름한 자태가 눈에 든다.

5분 후 또 한차례 비스듬한 큰 바위를 지난다.

이 바위를 지나면 경사가 좀 더 급해진다.

10분 후 30m쯤 되는 로프를 잡고 급경사를 오르면 뾰족봉 뒤 안부.

비로소 주능선에 오른 셈이다.

뾰족봉 뒤를 돌아 50m만 가면 '제1구조지점' 푯말과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오른쪽 내리막은 이화여대 고사리수련원으로 가는 길이지만 신선봉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직진한다.



2분가량 오르면 무명묘.

눈을 돌려 조망을 살피니 할미봉과 신선봉, 멀리 마패봉에 이르는 암릉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기막힌 풍경이다.

길을 재촉하니 2분 만에 할미봉에 도착.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듯한 모양의 할미바위가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할미봉에는

 멋드러진 노송들도 즐비하다.

   
새재 고갯마루에 선 조령3관문. 조령관으로도 불려진다.

5분 뒤 이정표가 있는 안부 갈림길(제2구조지점).

오른쪽은 고사리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다. '

신선봉 60분' 표시를 따라 능선을 계속 타면

 7분 뒤 디딜방아 모양의 '방아다리바위'가 있는 봉우리 갈림길.

왼쪽은 연어봉 가는 길이다.

진행방향 정면에 구름을 뚫고 우뚝 솟은 날카로운 봉우리가

 마치 신선처럼 보여서 신선봉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진짜 신선봉은 그 뒤에 숨어 있다.



안부를 거쳐 본격적인 위험구간이 시작되는 절벽 앞까지는 20분쯤 걸린다.

이곳에서는 로프를 잡고 경사 70도 안팎의 바위구간을 30m가량 올라야 한다.

비록 위험구간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로프 경험이 있는 산꾼이라면 산행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다.

다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산꾼이거나 암릉 산행 경험이 비교적 적은 초심자라면 특히 주의해서 통과해야 한다.

위험구간을 무사히 통과해 15분이면 방아다리바위봉에서 건너다 보이는

 날카로운 봉우리인 930봉 정상에 닿는다.

비로소 진행방향 건너편의 신선봉이 보인다.

이어지는 내리막 또한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구간이다.

응달에는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상당히 미끄럽다.

아이젠은 반드시 챙기자.

5분 후 '제3구조지점' 푯말이 있는 안부 갈림길.

오른쪽 내리막은 조령산휴양림 매표소 방향이다.

신선봉 정상을 향해 오르는 구간에는 2개의 로프가 있지만 많이 위험하지는 않다. 1

0분 만에 닿은 신선봉 정상은 말 그대로 신선의 놀이터처럼 신비롭다.

정상 주변으로 변화무쌍하게 춤추는 구름이 어우러져 더욱 신령스런 기운이 감돈다.

산불감시 초소만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옥에 티다...



마패봉을 향해 가는 길은 초반에 로프를 잡아야 하는 짧은 급경사 내리막 구간을 제외하면 위험한 구간은 없다. 능선이 날카롭기 때문에 오히려 계룡산 자연성릉의 축소판인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산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월악산국립공원 경계석이 자주 눈에 띈다.

진향 방향 기준으로 능선 왼쪽은 국립공원 경내다. 삼

각점이 있는 926봉까지는 20분가량 걸린다.

이후에는 작은 갈림길을 2곳 더 만나지만 무시하고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까지 직진.

10분 뒤 삼거리에서 마패봉까지는 30분 만에 닿을 수 있다.

마패봉은 백두대간으로 스며드는 길목이다.

정상 직전 이정표에서 왼쪽 능선을 타면 부봉과 하늘재를 거쳐 소백산 태백산까지 연결되고

 오른쪽(남쪽) 10m 앞에 있는 마패봉 정상을 거쳐 내리막을 택하면

 문경새재(조령3관문)를 지나 조령산 이화령 황학산으로 이어진다.

남쪽의 조령산을 일견하고 출발.

조령3관문을 향해 200m쯤 내려서면 갈림길.

1시 방향 내리막은 휴양림으로 곧바로 떨어지는 길이지만 조령3관문 방향인 왼쪽 내리막을 택한다.

나무 계단이 잘 정비된 편안한 길이다.

산성터를 거쳐 일명 '문경새재'인 조령3관문까지는 20분이면 충분하다.

조령3관문을 통과, 휴양림의 싱그러운 숲길을 거쳐 날머리인 고사리 주차장까지 닿기까지 30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초겨울 입산통제 구간 많으니 지자체에 미리 문의하는 습관을…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산행지를 선정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해당 산이 입산금지 구역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12월 초 현재 입산 통제된 산들이 아주 많다.

특히 백두대간 등 큰 산줄기에 속하는 산들은 대부분 산불방지를 위해 산행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 산을 다 꽁꽁 묶어 둘 수는 없기 때문에

 시 군 등 각 지자체마다 지역 내 산 가운데 한 두 곳은 개방해 놓고 있다.

등산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한다.

가장 쉽게 통제구역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그 산이 속한 시청 또는 군청 산림계에 전화를 걸어 질의하는 방법이다.

혹시 가려고 하는 산이 통제구역이라면 그 주변에 어느 산이 개방돼 있는지도 문의하면 알 수 있다.

문경새재 주변의 산들도 대부분 입산통제 기간이어서 산행을 할 수가 없다.

조령산 백화산 등도 산행금지 구역이다.

다만 이번에 답사한 신선봉과 마패봉, 부봉, 주흘산 등의 일부 구역만 열려 있을 뿐이다.

겨울 암릉산행을 할 때는 아이젠과 바닥 접지력이 뛰어난 등산화도 잊지 말자.





◆ 교통편

-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IC에서 내려 수옥정 쪽으로 가야

대중교통 이용이 다소 불편하다.

부산노포동터미널에서 문경 경유 충주행 버스는 오전 8시40분에 출발한다.

문경까지 3시간30분 소요.

문경에서 수안보행 버스를 타고 가다 연풍에서 내려야 하는데

 오전 10시30분, 10시50분, 11시10분, 11시30분 등에 있다.

연풍에서 소조령 거쳐 수안보로 가는 시내 버스를 갈아타

 소조령에서 내린 후 조령산휴양림 방향으로 10분 만 걸어가면 들머리인 레포츠공원에 닿는다.

차량 배차 간격은 1시간~1시간30분마다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또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IC에서 내린다.

곧바로 우회전한 후 연풍면소재지를 거쳐 3번 국도를 타고 충주 수안보 방향으로 좌회전했다가

 신풍을 거쳐 수옥정나들목에서 수안보 방향으로 간다.

'수옥정' 입구에서 조령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안터마을 레포츠공원 주차장에 도착한다.

3시간 안팎 소요.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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