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예술]

굿바이, [보림극장]!~

금산금산 2018. 3. 27. 10:25

굿바이, [보림극장]!~~



영화 상영·인기스타 공연 등 50년 역사 부산 대표 문화공간






- 최신 영화관에 밀려 문 닫은 뒤
- 리모델링 후 재활용 계획도 무산
- 폐업 21년 만에 건물 내부 철거



1960∼1980년대 삼일극장, 삼성극장과 더불어

 ‘부산 영화의 거리’를 이뤄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부산 동구 보림극장이 최후를 맞게 됐다.



   

23일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50년간 자리를 지킨 보림극장 전경. 현재 내부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

동구는 23일 범일동에 자리한 보림극장 건물

 내부를 철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이뤄진 건물의

 1층 가게와 2, 3층 극장의 흔적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1955년 중구 남포동 보림백화점 2층에서 문을 연 보림극장은

 1968년 범일동으로 옮겨왔다.

이 일대는 삼일극장과 삼성극장 등 영화관이 함께 자리해

 당시 부산 영화의 거리로 명성을 구가했다.

스마트폰은커녕 TV로도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렵던 그 시절

 극장은 장삼이사로 연일 붐볐다.



범일동에서 40년 넘게 산 주민 임성곤(62) 씨는 “500원, 1000원을 내면

 영화 두 편을 잇달아 볼 수 있었다. 또 하춘화 같은 유명 인사도

 이 극장가에서 종종 공연해 젊은 시절 자주 찾았다”며

 “4시간 정도 영화를 보고 나면 극장 근처 돼지국밥집이나

 조방 앞 낙지를 먹으러 가는 게 코스였다.

사람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노점을 비롯한 야바위꾼까지 몰려

 인도가 비좁을 지경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부산에도 대형 영화관을 비롯한 멀티플렉스가 속속 입점하며 이들 극장의 화려한 시절도 막을 내렸다.

보림극장은 1997년 문을 닫았고, 삼일극장과 삼성극장 건물도 2006년과 2011년 각각 사라졌다.


문은 닫았지만 보림극장이 그나마 영화관의 흔적을 간직한 채 이 자리를 지켰다.

2015년 동구가 이바구길 조성사업을 벌이면서 근대 추억을 살리는 작업의 일환으로

 극장의 옛 간판과 포스터를 건물 외벽에 내걸어 관심을 모았다.

동구는 극장 내부를 복원해 영화 관련 시설을 들이는 등 방안을 검토했으나 실제 사업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이런 모습으로 남았던 보림극장은 건물 매각에 따라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동구는 최근 보림극장이 있는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가 한 건설사에 이 건물을 처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직 동구에 보림극장 건물 철거와 관련한 허가 요청은 없었지만, 보림극장을 포함한 1~3층 건물 내부를

 정리하는 것 또한 매각에 따른 조처다.

동구 관계자는 “건물을 사들인 건설사 측이 주상복합건물 건립을 구상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건립 허가 등 요청은 없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청이 들어온다면 허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