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대남 '바위산'
아~ 저기 저기 영남알프스, 이 한 장면을 기억에 새기다
지전리~정상~건태재~박월고개 거치는 원점회귀
오름길 중간서 바라본 가지·운문산 능선에 압도
춘설 쌓여 때 아닌 '눈길 산행' 만끽… 미끄럼 주의
대남바위 부근 전망대에서 비슬산 팔공산도 조망
"오늘은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원 없이 걷고 와야지"라는 생각으로 찾은 근교산.
그런데 산행을 마무리하고 난 후에도 좀처럼 잊어지지 않는 강렬하고 인상적인 장면을 건지는 행운까지 겹쳤다면 그 산행은 더없는 뿌듯함을 안겨 줄 것이다.
그 '장면'이라는 것이 굳이 멋진 풍광만을 뜻하지는 않을 터.
동행한 산친구와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숲길일 수도 있고,
우연히 발견한 보기 드문 야생화 한 송이일 수도 있다.
바위틈에 뿌리박은 채 의연하게 버텨선 낙락장송 한 그루일 수도 있겠다.
근교산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경북 청도 대남바위산 을 오르던 중 여흥 예씨 무덤 부근에서 눈 덮힌 영남알프스 능선을 조망하고 있다. 이 대장은 "여기서 본 영남알프스가 이렇게 멋있을 줄 미처 몰랐다"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
부산 근교에서 비교적 내륙의 산에 속하는
경북 청도군 대남바위산(729m)이 딱 그렇다.
산 정상도 아니고 그럴듯한 전망바위 위도 아닌
산행로 중간 어느 지점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의 풍광이 뇌리 깊숙이 박혀 버린 것이다.
봄맞이 산행이라는 구색이 무색할 만큼 며칠 전 내린 폭설로 인해
하얗게 눈 덮인 산길을 걷다가 어느 구간을 지나며
무심코 고개를 돌렸을 때 드러난 입이 쩍 벌어질 광경.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날 산행의 보람은
이미 다 느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 돼 버리는 그런 광경이다.
사실 이번 주에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다시
대남바위산을 찾은 것은 그동안 한두 차례 했던
취재 산행 코스와는 다른 원점회귀 산행로를
독자들에게 안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당초에는 대남바위산과 오례산(오례산성)을 연결해 원점회귀 코스를 완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때아닌 폭설이 내린 직후였던 탓에 진행 시간이 지체됐고
결국 오례산성까지는 오르지 못하고 박월고개(산행개념도 참조)에서 하산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산행은 들머리인 청도군 매전면 지전리 버스정류소에서부터 성두산~543봉~의흥 예씨묘(영남알프스 조망처)~
대남바위산 정상~대남바위~건태재~중송원마을 청도환경관리센터~철조망 옆 갈림길~593.5봉 우회~
박월고개~윗건태마을~아랫건태마을(송원리)~지전리 버스정류소로 연결되는
총 16㎞의 원점회귀 코스로 진행된다.
걷는 시간만 6시간, 휴식 포함하면 7시간 30분 이상 걸린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동창천을 따라 달리는 국도 58호선상의 지전리 버스정류소에서
매전·동곡 방향으로 150m쯤 가면 옹벽이 끝나는 곳
왼쪽 산자락의 무덤 쪽으로 산행로가 열려 있다.
무덤 위로 오르면 곧바로 능선길이 이어진다.
10분 뒤 길 왼쪽 바위 전망대에 서면
유유히 흐르는 동창천 줄기 오른쪽으로
오례산성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나고
물길 건너로는 종지봉 소천봉 낙화산 보두산까지 보인다.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광이다.
다시 10분 후 경주 최씨묘 갈림길.
주의가 필요하다.
왼쪽 무덤 위 오르막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10분쯤 땀을 쏟으면 능선에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다.
아랫동네 지소마을 등에서 보면 이곳이 가장 높아 보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성두산'이라고 부른다.
왼쪽으로 바위를 살짝 우회해 능선을 이어간다.
어느새 눈길을 걷고 있다.
발목이 잠길 만큼 제법 많이 쌓였다.
울창한 송림을 이루는 소나무 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피어난 모습을 부산의 근교산에서,
그것도 3월 중순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생뚱맞으면서도 반갑고 고맙다.
능선을 따르다 오른쪽을 내려다보면 동창천 왼쪽 가까운 곳에
용당산 능선이 보이고 그 너머로 호랑산(효양산)과 학일산 갓등산,
그리고 오른쪽 멀리 도롱굴산 억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20분 후 이름 없는 무덤을 지나고 10분쯤 더 진행하면 능선 날등이 아니라
날등에서 왼쪽 20m 아래쪽의 사면으로 난 길을 통해 진행한다.
원래는 뚜렷한 길이지만 눈이 덮여 있고 발자국마저 없어 길 찾는데 애를 먹는다.
다시 능선 날등으로 오르는데 석축을 쌓은 작은 폐무덤이 있는 봉우리다.
지형도 상의 543.0봉.
편평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말 그대로 '때아닌 눈길 산행'이 돼 버렸다.
10분 후 완만한 오르막을 5분쯤 오르면 628봉을 넘는다.
재차 편평한 능선길이다.
20분 후 T자형 삼거리.
이곳에서는 일단 오른쪽으로 꺾은 후 652봉으로 오르지 말고
20m쯤 가다가 왼쪽 사면으로 우회하는 길을 타야 한다.
안내 리본을 참고하자.
사면길을 따라 가다보면 15분 후 644봉 부근에서 다시 능선과 만나고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안부 사거리다.
이곳에서 직진해 100m만 가면 길 오른쪽에 아담한 크기의 의흥 예씨 부부 합장 묘에 닿는데
이곳이 바로 이번 산행에서 잊을 수 없는 바로 그 장면,
영남알프스 능선의 압도적인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조망처다.
상운산에서부터 가지산 운문산 범봉 억산 구만산 천황산 재약산까지 이어진
눈 덮인 백색 영남알프스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장면은 오랫동안 잊어지지 않을 영상이 되어 기억 속에 녹아든다.
산행 시작 후 첫 전망대에서는 동창천과 오례산성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
길을 재촉한다.
무덤을 지나면 곧바로 갈림길인데
오른쪽 오르막을 택해 10분만 오르면 능선 삼거리다.
오른쪽은 삿고개 아래 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대남바위산 정상까지 10분이면 충분하다.
그 흔한 정상석 하나 없지만 조망미 하나만은 천하 일품이다.
북쪽 아래로 '대남바위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근거를 마련해 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청도읍 부야리 마을이 보인다. 그 뒤로 용각산과 선의산 자락이, 북서쪽 멀리로는
대구 비슬산과 팔공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시원하다.
또한 오른쪽(동쪽)으로는 시루봉 비룡산 용당산 호랑산 학일산 갓등산이, 남서쪽으로는 철마산과 화악산 청도 남산 등
청도의 대표적인 산들이 대부분 보인다.
하지만 영남알프스 주능선 방향의 조망
은 저 아래 의흥 예씨묘에서 보는 것에 비해 어쩐지 '2% 부족한' 느낌이다.
하산은 진행방향 왼쪽인 서쪽 내리막길로 잡는다.
7분 후 전망대를 지나 로프를 잡고 내려서면 곧바로 대남바위다.
아래쪽 부야리에서 보면 거대한 뾰족 암봉이지만 정작 바위 위에 서면 편평한 너럭바위다.
거칠 것 없는 조망이 압권인데 하산길에 들러야 할 건태재와
중송원마을 청도환경관리센터가 남서쪽 아래에 보이고 그 뒤로 오례산성이 있는 오례산도 손에 잡힐 듯하다.
바위를 내려서서 5분쯤 가면 갈림길.
자칫하면 길이 넓어 보이는 오른쪽으로 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왼쪽 길을 잡아 진행한다.
마치 임도처럼 넓은 길이 이어진다.
길 양쪽에 잣나무 숲이 조성돼 있어 운치를 더한다.
10분 뒤 갈림길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틀어 내려선 뒤 다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길이 확 넓어진다.
건태재다.
산행 들머리인 지전리에서부터 이어진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고개에서 끝난다.
중송원마을로 가려면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넓은 비포장도로를 타고 올라야 한다.
대남바위산 정상에서 서북쪽을 보면 멀리 비슬산과 팔공산이 보인다 . |
10분 후 다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10분만 더 가면 중송원마을의 청도환경관리센터 앞 삼거리에 닿는다.
오른쪽 내리막 포장임도는 원정리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직진. 교회와 마을회관을 지나
막다른 길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철조망이 보인다.
철조망 너머로 드러난 쓰레기매립장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무리 쓰레기 처리가 시급하다 해도
이렇게 높은 산마루에 구덩이를 파서 묻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철조망을 왼편에 끼고 100m쯤 가다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직진해서 헬기장이 있는 593.5봉 정상을 넘어도 되지만 큰 의미가 없기에 오른쪽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오른쪽에 철조망을 끼고 한동안 가다가 계속 우회하는 길을 따른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봉우리를 우회하는 격이다.
20분가량 가면 593.5봉을 넘어 온 길과 만난다.
오른쪽으로 살짝 내려서면 안부 갈림길.
탱자나무 여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일명 '박월고개'다.
직진하면 592봉을 넘어 오례산 오례산성까지 갈 수 있지만 왼쪽 계곡길로 내려선다.
실제 일부 산꾼들은 오례산까지 이어서 곧잘 산행을 하기도 한다.
계곡의 오른쪽 사면을 타고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길.
뚜렷하고 걷기 편한 길이다.
20분 후 샘터를 지나고 나면 곧바로 임도다.
이어지는 임도 갈림길에서 직진해 10분만 가면 송원리 윗건태마을.
깊은 산중마을인데 주변에 감 과수원이 지천이다.
윗건태마을을 벗어나는 마을 어귀에 보는 이에 따라 묘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거목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임도를 따라 10분쯤 더 가면 송원리마을회관이 있는 아랫건태마을이다.
용수골 계곡 하류 옆으로 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20분만 걸어 내려오면
산행 기점인 지전리 버스정류소 앞에 닿는다.
오른쪽 어깨 위로 우뚝 솟은 오례산성을 보며 걷자니 못내 아쉽지만
"조금은 아쉬운 듯 해야 다음에 또 오지"라며 애써 달래본다.
◆ 떠나기 전에
- 대남바위산 이름 본지 취재진이 1990년대에 밝혀내
정상에서 서쪽으로 하산하는 길. 가까이 보이는 암봉이 대남바위다. |
경북 청도군 매전면과 청도읍의 경계에 위치한 대남바위산은
예나 지금이나 국립지리정보원 발행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729m봉'으로만 표시돼 있다.
그럼에도 '대남바위산'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1990년대 중반 본지 근교산 취재팀이 이 산을 소개한 이후부터다. 당시 취재팀은 청도천과 동창천 사이의 길고 웅장한 산줄기에서도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이 산의 이름이 없다는 데 의문을 가졌었다.
그래서 산 북쪽 아래 마을인 청도읍 부야리 주민들에게 문의했고,
정상 바로 아래의 바위를 '대남바위'라고 부르고 있으며
산의 이름도 자연히 '대남바위산'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렸다.
한편 취재팀이 이번 산행에서 최종 하산 분기점으로 삼은 박월고개는
청도읍 월곡리 박월마을과 매전면 지전리, 송원리를 잇는 옛길이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송원리와 지전리 주민들은 청도 우시장에 소를 팔거나 사러 갈 때
이 고갯길을 넘어 왕래했다고 한다.
굽이가 하도 많아 주민들 사이에서는 '열두굽이 박월고개 언제 넘어 가오리까'라는 말이 널리 통용됐다.
◆ 교통편
- 밀양 상동역까지 무궁화호 이용, 매전면 행 버스 갈아 타야
부산역에서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 상동역까지 가서 청도 매전면행 버스로 갈아탄다.
부산역발 오전 7시50분, 10시30분 무궁화호가 상동역에 정차한다.
55분 소요.
상동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열차는 오후 5시, 5시58분, 7시56분에 있다.
상동역 앞 버스정류장(055-352-8039)에서 매전면 지전리까지는 오전 8시15분, 10시, 11시.
지전리에서 상동역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10분, 5시20분, 6시10분, 6시20분에 있다.
버스 소요시간 20분.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대구부산간고속도로 밀양IC에서 내려
밀양 청도방면 좌회전 후 긴늪삼거리에서 청도 방향 25번 국도를 타고 우회전한다. 상
동역을 지나 신곡삼거리에서 좌회전, 상동교를 건넌 직후 25번 국도를 버리고
오른쪽 매전 금천 방향 58번 국도를 탄다.
지전리 버스정류소까지는 10분 남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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