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길] 합천 '영상테마 추억길

금산금산 2018. 4. 10. 19:45

[걷고 싶은 길] 합천 '영상테마' 추억길



영화 속 주인공처럼 포즈 잡고 찰칵…지나간 시절 추억을 걷는다






- ‘태극기휘날리며’ ‘각시탈’ 등
- 영화·드라마 촬영했던 세트장
- 합천군서 허물지 않고 보존해
- 시가지 조성 2㎞ 코스 만들어

- 경성역·대흥극장·반도호텔…
- 추억의 교련복 입고 인증샷
- 호젓한 산책길과는 또다른재미



둘레길은 홀로 걷는 고즈넉함도 좋지만 자녀나 연인과 함께하면 더 좋다.

부모님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최고의 둘레길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듯싶다.

경남 합천군이 둘레길로 조성한 ‘합천 활로(活路)’ 8곳 중 한 곳인 ‘영상테마 추억길’이 바로 그 길이다.

기존 둘레길과 달리 영화 드라마 촬영 세트장으로 조성된 시가지를 한 바퀴 걷는 코스다.

앞만 보고 달려온 부모님에게 ‘그때 그 시절’ 추억을 선사할 이색 둘레길이다.



   


영상테마 추억길 가운데 번화가인 일제강점기 종로 시가지.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반도호텔이다.

 



■ 전국구 영상테마파크

합천읍에서 합천댐 방향으로 열린 길을 따라 10㎞ 정도 가면

 도로변에 합천영상테마파크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2003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을 계기로 조성됐다.

2004년 문을 연 이곳은 7만8000㎡ 부지에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최대 규모의 시대극 세트장이다.

지금도 다양한 시대물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는 이곳에서

 ‘각시탈’과 ‘서울 1945’ ‘에덴의 동쪽’ ‘포화 속으로’ ‘강남1970’ ‘쎄시봉’ 등 180여 편의 영화가 탄생했다.



대부분 세트장은 촬영 이후 철거된다.

하지만 합천군은 세트장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촬영장을 늘려

 지금은 건물만 150채에 이르는 대규모 시가지를 조성했다.

이 때문에 전국에 산재한 영상테마파크가 운영난을 겪는 것과 달리 해마다 5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다.

여기에 합천군은 청와대 세트장을 추가한 데 이어 분재공원, 모노레일 등 다양한 부대사업을 추진해

 영상테마파크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추억과 애환의 길

   

‘영상테마 추억길’은 영상테마파크 내 전체 시가지 2㎞ 정도를

 걷는 코스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코스는 서울 1945 세트장 ~ 대흥극장 ~ 경성고보 ~ 총독부 ~

적산가옥촌 ~ 도심 골목 ~ 서울역 ~ 원구단 ~ 에덴의 동쪽 세트장이다. 여기에 영상테마파크와 떨어져 있는

 청와대 촬영세트장을 추가하면 왕복 2㎞, 30분 정도 더 소요된다.



일제강점기 건축 양식에 따라 지은 매표소 입구인 가호역을 나서면 서울이 아닌 경성이 펼쳐진다.

먼저 전차가 눈길을 끈다.

조선 고종 때 서대문에서 홍릉까지 운행하던 전차를 복원, 드라마 ‘경성 스캔들’에 사용했다.

전차 운행 시간은 3분 정도로, 하루 네 차례 무료로 운행한다.



   
경성역 전경.

가호역에서 직진하면 경교장, 이화장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이어 전쟁으로 불탄 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불에 탄 건물과 뒤집힌 군용 트럭이 보인다.

영화 ‘포화 속으로’가 촬영된 곳이다.

큰길로 나서면 총독부와 종로경찰서로 활용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대흥극장과 경성고보가 차례로 들어서 있다.

대흥극장에는 ‘대한뉴스’가 상영된다.

월남 파병 한국군 환송 뉴스와 박정희 대통령이 상을 주는 장면도 나온다. 오른쪽 좁은 길로 들어서면 일제강점기 갈색 적산가옥과

 서민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골목길을 체험하게 된다.

도심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길은 서울역(경성역)으로 이어진다.



서울역을 지나면 1960년대 서울의 모습을 담은 드라마 ‘에덴의 동쪽’ 세트장이 나온다.

남영역 철교를 중심으로 배재학당 중앙우체국 국도극장 원구단 한국은행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다.

영화 ‘써니’ ‘쎄시봉’이 촬영된 곳이다.



출구로 향하는 마지막 코스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기차역과 증기기관차를 만난다.

대부분의 어르신은 이곳에 도착하면 ‘이별의 부산 정거장’을 흥얼거리게 된다고 한다.



   
영상테마파크 전경.




■ 풍부한 체험과 이벤트

자연 속의 둘레길과 달리 ‘영상테마 추억길’은 끊임없는 이벤트의 향연이 기다리고 있다.

실제 시가지 2㎞ 구간은 빠른 걸음으로 3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구간마다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 거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먼저 상시 이벤트인 7080 복고축제가 눈에 띈다.

교복과 교련복으로 갈아입은 관광객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세트장을 누빌 수 있다.

겨울철 골목길에 등장하는 ‘달고나’ 체험은 최고의 인기다.

비석 치기와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옛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여름에만 운영되는 ‘호러 공포 축제’는 전국 ‘호러 마니아’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매년 여름에 열리는 ‘황강 대축제’와 연계한 관광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대부분의 건물은 사용할 수 없는 임시 건물이다.

그러나 이화장 등 몇몇 건물은 사용할 수 있도록 지어져 식당과 체험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흥극장에서는 뉴스 진행자 체험도 할 수 있고, 비정기적인 서커스 공연 등 이벤트가 마련된다.

‘영상테마 추억길’은 걷고, 보고, 체험하고, 먹는 즐거움까지 더한 전국 유일의 테마 둘레길이다. 


 이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