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철마산~망월산'

금산금산 2018. 7. 24. 17:34

기장 '철마산~망월산'



한적한 억새평원서 들어볼까, 갈바람 소리





- 승학산 비해 한결 여유로운 억새산행지
- 철마면 임기마을 기점 4~5시간 원점회귀
- 철마산 백암산 망월산 풍광 '막상막하 '
- 접근성 좋고 길 평이… 가족나들이 적격



가을이 산행하기에 가장 좋다고 하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 산행이 떠오른다.

남도의 산꾼들은 지역적으로나 시기적인 요인에 따라 아무래도 억새산행을 먼저 하게 되고

 단풍산행은 뒤로 미뤄 놓는다.

그렇다면 어느 산으로 가야할까?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부산 기장군 철마면과 정관면의 경계를 이루는 망월산 능선에 펼쳐진 억새밭을 통과하고 있다. 기장 철마산~망월산 코스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억새산행지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억새 산행지를 꼽아보자.

경남 울산권의 화왕산 신불산 재약산, 대구 경북권의 비슬산,

 호남권의 지리산 만복대와 천관산 장수산, 충청권의 오서산,

 강원권의 민둥산, 경기권의 명성산 등이 얼핏 생각난다.

이들 산은 '억새산행의 고전지역'이라고 불리고

 10월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산꾼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부산에서는 승학산이 최고의 억새 산행지로 꼽힌다.

이곳 역시 10월 중순까지 주말이나 휴일이면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붐빈다.



이번주 '가을맞이 억새 산행지'로 부산 시내의 아담한 산을 택했다.

기장군 철마면과 정관면에 걸쳐 있는

 철마산(鐵馬山·605.4m)~망월산(望月山·549m) 원점회귀 코스다.



   
망월산에서 바라본 정관신도시와 달음산(맨 왼쪽), 매암바위(오른쪽).

철마산은 부산의 산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정관신도시 일대를 내려다보고 있는 망월산 역시

 철마산의 명성에는 뒤처지지만 웬만한 이는 알고 있는 산이다. 근

교산 시리즈에서도 철마산은 코스별로 2, 3회 답사한 바 있고

 망월산 역시 철마산~백운산 종주산행 편에서 다룬 바 있다.

또다시 이들 산으로 답사를 나선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바로 억새 때문이다.



이번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억새밭은

 신불산 재약산 화왕산의 그것처럼 광활한 수준은 아니다.

아담하다고 할 정도로 작은 규모다.

하지만 억새 산행지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한적해

 여유롭게 가을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부산 시내에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할 수 있고

 배낭도 가볍게 꾸려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물론 기존에 답사했던 길은 최대한 피했다.

철마산으로 오르는 길과 망월산 지나서 하산하는 길도 새롭게 잡았다.

   
철마산 전망대에서 풍광을 살피고 있는 지동석(왼쪽), 김진형 소방관.

들머리 겸 날머리는 부산 기장군 철마면 임기리 버스 종점이다.

코스를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임기버스종점~임기마을회관~지장암 입구~

지장암(삼성각 오른쪽으로 진입)~갈림길~쉼터~무명묘~

서봉 밑 능선 이정표~전망대~철마산~안부 이정표~임도~

574봉(소산봉)~소두방재~헬기장~매암산~망월산~철탑~

해밋고개(이정표)~임도~용화사(다빈원)~상곡마을~

임기저수지~지장암입구~버스 종점 순이다.

산행거리는 13㎞로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다.

초반과 후반, 합쳐서 4㎞ 정도의 임도를 걷게 되고

 억새밭 주변도 거의 평지나 마찬가지여서 크게 힘든 구간이 없다.

휴식을 포함해 5시간이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코스다.



임기리 버스 종점에서 마을 쪽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마을회관을 만난다.

다리를 건너 임기천 왼쪽 길을 타고 마을을 통과하면 계곡 옆 임도를 따라 지장암 입구까지 10분가량 걷는다.

 '상수원보호구역'을 알리는 현수막이 여러 개 보인다.

임기천과 상류의 임기저수지는 임기리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되기 때문에 절대로 오염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자. 지장암 입구 초소 앞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 200m만 오르면 지장암이다.

무량수전 앞에는 철마가 얹힌 작은 바위 앞에 '철마탑'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옛날 동해 용궁 용왕의 명을 받은 용마가 잦은 해일과 홍수로 피해가 큰 이 지역에 출현해

 물을 다스리고 수해를 없앤 후 미처 환궁하지 못하고 서서히 몸이 굳어 철마가 됐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전설은 바로 철마면과 철마산의 지명 유래에 얽힌 유명한 이야기다.



   
백암산 인근 억새밭 울타리를 따라 운치 있는 산행로가 열려 있다.

무량수전 위 삼성각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물 마른 작은 지계곡이다.

길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30여 m만 올라가면

 횡으로 달리는 훌륭한 산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오른쪽 직진 방향을 잡고 

10분쯤 가면 의자 역할을 하는 작은 바위가 2~3개 있는 쉼터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지능선을 타고 오른다.

여태까지와는 달리 제법 경사가 가팔라진다.

20분 후 무명묘를 지나 10분만 더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서봉 아래 능선 갈림길.

주능선에 오른 셈이다.

 '철마산 0.3㎞' 표시를 보고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3분 후 오른쪽 조망이 탁 트이는 전망대에 서면

 다방봉에서 장군봉 계명봉 고당봉 원효봉 의상봉 대륙봉 상계봉까지 이어지는 금정산 주능선이 모두 드러난다.

또 회동수원지와 회동아홉산 윤산은 물론이고 멀리 백양산과 장산 영도 봉래산 등

 부산 시내 대부분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기막힌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용왕에서 파견된 용마의 전설이 깃든 철마산 정상까지는 2분이면 족하다.

정상을 지나 내리막을 따르면 2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계속되는 내리막 10분 후 이정표가 있는 안부 갈림길.

왼쪽은 우영골을 따라 임기마을로 하산하는 길이다.

수년 전 근교산 시리즈에서 거문산~철마산 코스를 답사할 때 하산했던 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진 방향 능선을 택해 약간의 오르막을 탄다.

10분 후 이정표가 있는 임도를 만나면 일단 임도를 건너 산길을 탄다.

이곳부터 서서히 억새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어느샌가 억새 군락지로 변한다.

곳곳에 쉼터를 겸한 벤치와 목제 울타리가 보인다.

주변은 온통 억새 천지다.

15분 정도 줄곧 억새밭을 끼고 걷다보면 돌 무더기가 있는 574봉에 닿는다.

일명 소산봉으로도 불리는 이 봉우리에 서면 정관신도시와 문래봉 달음산 동해까지 한눈에 드러나고

 북쪽으로는 매암산과 망월산 백운산까지 조망된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망월산 방향인 북쪽으로 길을 잡아 3분만 내려서면

 벤치 4개와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즉 소두방재다.

옛날 정관 주민들이 동래까지 왕래할 때

 개좌고개와 함께 주요 통행로로 사용했다는 고개다.

오른쪽은 소산벌과 문래봉 달음산 중리 방향이지만 계속 직진한다.

3분 후 키 작은 소나무가 드문드문 자라고 있는 헬기장에

 반가운 '준·희' 표지판이 보인다.

본지 근교산 취재팀의 제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 선생이 설치한

 이 표지판에는 '용천지맥 555·0m'라고 표기돼 있다.

널따란 길을 따라 3분쯤 더 가면 두 번째 헬기장 직전에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으로 40m쯤 들어가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큰 바위 위에 올라서 있음을 알게 된다.

매암산 정상석이 있는 곳이다.


매가 살았다고 매바위 또는 산을 닮은 바위라고 해서 뫼바위라고도 불렸던 이 바위는

 현재 매암바위 또는 매암산으로 불린다.

기장 8경 중 제6경인 소학대(巢鶴臺)가 바로 이 매암바위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소학대란 학이 둥지를 짓고 살았다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북쪽에 우뚝 솟은 바위 절벽에 망월산 정상이 보이고 발아래로는 정관신도시,

고개를 들면 달음산과 동해바다 문래봉 장산 등이 그려내는 풍광이 시원스럽게 드러난다.

매암바위에서 다시 이정표 앞으로 나와 임도처럼 널따란 길을 따른다.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능선상의 방화선 역할을 하는 길로 보인다.

이쯤에서 억새밭은 거의 끝난다.

5분 후 우뚝 솟은 바위봉 앞에서 소학대 안내판을 끼고 오른쪽 바위 위로 오르면 망월산 정상이다.

산불감시초소와 정상석이 있다.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나 전망을 살피니 이번 산행 코스 중 최고의 조망을 보여준다.

기존의 풍광들과 함께 조금 전 거쳐온 매암바위의 절경이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울산 대운산,

 북서쪽에는 양산 천성산까지 눈에 드는 절대 조망처다.

왼쪽으로 하산하는 길을 따라 1분쯤 내려서면 다시 넓은 능선길이다.

 이제는 백운산 방향인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15분 후 철탑을 지나고 5분만 더 내려서면 안부 갈림길이다.

일명 해밋고개.

이곳에서 직진하면 백운산으로 가는 길이지만

 새로운 하산로 개척을 위해 왼쪽으로 꺾어 계곡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60m쯤 내려서서 임도를 만나면 가로지른 후 계속 계곡 쪽 산길로 내려선다.

10분 후 T자형 갈림길.

임도처럼 보이는 널따란 길이다.

왼쪽으로 꺾어 이 길을 계속 따르면 10분 후 용화사와 다빈원 간판이 함께 있는 임기천 최상류에 닿는다.

차량 통행도 가능한 널따란 임도다.

오른쪽으로 꺾어 임도를 따르면 임기저수지를 지나 지장암 입구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이곳에서 임기마을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정도 잡아야 한다.





# 산중한담(山中閑談)

- 산불예방 홍보하며 산행즐기는 멋쟁이 소방관들 조우

"소방관으로서의 체력 단련을 게을리할 수 없죠. 그래서 비번날만 되면 풍광과 억새밭이 멋진 철마산을

 자주 찾아요. 그리고 이왕이면 산불조심 캠페인이라도 벌이자는 뜻으로 산불조심 리본을 매달면서 가지요."

철마산~망월산 산행 도중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다.

처음엔 그저 평범한 산꾼이겠거니 했는데 대화를 나누다가 이들이 부산의 소방관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산 항만소방서 소속 제1소방정대 지동석(54) 대장과 금정소방서 김진형(40) 대원.

김 씨가 금정소방서로 옮기기 전 소방정대에서 대장과 대원으로 근무했던 인연이

 함께 산행을 하는 산친구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이 쉬는 날마다 산행을 하는 이유는 체력을 유지하고 정신적 피로도 풀기 위해서다. 그

러면서도 가끔씩 주요 갈림길마다 리본을 다는데

 그들의 리본은 일반적인 리본과 달리 양면에 모두 글씨가 인쇄돼 있었다.

전면에는 소방서 대표 전화번호인 '119'와 '소정산악회',

 뒷면에는 굵은 글씨로 '산불조심'이라는 글씨가 뚜렷하다.






# 교통편

- 도시철도 범어사역·노포터미널서 임기행 마을버스 이용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앞 버스정류장 또는

 노포동종합터미널 앞에서 임기행 금정구 마을버스인 용진여객 2-2번을 이용한다.

오전 6시30분부터 밤 11시3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교통편은 매우 편리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국도 7호선을 타고 울산 방향으로 가다가

 임기마을입구교차로에서 우회전, 임기1교를 지나면 임기마을 표지석이 있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기장 '철마산·망월산'

     

     

     

     

    야트막해도 깊은 감동… 아는 사람은 또 찾는 산

     

     

     

     

    ▲ 낙동정맥 용천지맥의 늠름한 산줄기인 철마산에서 내려와

    망월산으로 간다.

    도중에 매바위가 있는 매암산에 잠시 들렀다.

    기장군 정관면 일대 신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달음산 너머로 멀리 동해가 보인다.

     

     

     

     

     

    요즘 날씨가 수상하다.

    장대비가 퍼붓다가 이내 햇볕 뜨거운 된더위다.

    휴가랍시고 장기 산행을 계획하긴 애초부터 무리수다.

    그래도 산에는 가야겠는데….



    부산 사람한테 가장 인기 있는 산은 단연 금정산이다.

    버금으로 장산, 백양산이 명함을 내민다.

    간혹 달음산도 거론된다.

    명불허전이라. 다들 이름값을 하는 산이다.

    토를 달 생각은 없다.

    하나 유명세만큼 홍역을 치르기도 한다.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산행지보다는 유원지로 전락한 분위기이다.

    산행객이 아니라 인파가 산길을 메운다.

    호젓함과는 거리가 멀다.

    정상을 밟아도 '인산' 그 자체다.

    조망은커녕 실망만 가득하다. 하여 유명 근교산은 대개 산꾼과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다.

    이런 딜레마에 빠진 산객에게 기장군 철마산(鐵馬山·605m)~망월산(望月山·549m) 코스를 추천한다.

    아는 사람만 가는 산이고, 맛본 사람이 또 찾는다는 산이다.

     

     




    용천지맥의 한 줄기
    산세 깊지 않지만
    마루금 뚜렷하고 차져

    철마서봉 전망대
    매암바위 서면
    명품 조망에 탄성

     



    철마산과 월망산은 산정의 키는 야트막하지만 산이 주는 감동은 웬만한 산보다 낫다.

    아니나 다를까?

    낙동정맥에서 불거진 용천지맥의 한 줄기를 차지한다.

    산세는 깊지 않지만 마루금이 뚜렷하고 차지다.

    산꼭대기와 곳곳에 박힌 전망대에서 영남알프스와 동해를 시원하게 볼 수 있다.

    부산 시내와 개발이 한창인 기장군 일대가 뚜렷하게 조망된다.

    봄에 만발하는 진달래도 알아주지만, 억새 군락지가 있어 가을 산행에도 손색이 없다.


    코스는 마을버스 주차장을 출발해 철마산 서봉(철마서봉), 철마산을 밟고 망월산으로 간다.

    법성굴부터 철마산 서봉 전망대까지가 가풀막이다.

    땀깨나 빼는데, 이 구간만 벗어나면 바람도 불고 눈도 호사하는 길이 이어진다.

    철마서봉 일대 전망대에서 부산 시내를 바라보면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명품 조망처다.

    망월산에 조금 못 가서 매암바위의 조망도 장관이다.

    용화사에서 날머리까지는 임기천과 나란히 걷는다.

    아쉽게도 상수원보호구역이라 계곡 트레킹이나 일명 '알탕'은 힘들지만 계곡의 찬 기운을 따라 걷는 묘미가 있다. 볕을 피해 충분히 쉬더라도 5시간 이내로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원점회귀라 부담도 적다.

    가족 산행지로도 무리가 없겠다.



    기장군 철마면 임기리 마을버스 정류소가 출발지점이다.

    '수풀 임(林)'과 '터 기(基)' 자를 쓰는 임기리는 숲이 우거져 전엔 '숲터'로 불렀다.

    임진왜란 때 김해 김씨 형제가 살면서 마을이 생겼다.

    현재 30여 가구 정도가 산다.



    마을회관을 지나 임기식육점에서 철산교를 건너지 말고 오른쪽으로 꺾는다.

    골목이 끝나는 지점이 본격적인 들머리이다.

    오른쪽으로 7분쯤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은 입석마을로 가는 길이고 묘법사는 직진이다.

    현대식 사찰인 묘법사 일주문을 통과해 대웅전 앞마당을 지나 오른쪽 능선으로 붙는다.

    이 지점을 못 찾으면 산행 초입부터 헤매게 된다.

    산행 안내리본이 제법 달렸지만 소나무와 잡목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산행지도와 잘 대조해 리본을 확인하자.


    각종 야생초와 잡목들이 발목에 걸린다.

    10분 정도 오르면 무명암에 오른다.

    암자 입구에 철불 좌상이 있다.

    철불은 고무 대야 화분에 핀 연꽃을 보고 미소 짓고 있다.

    암자에서 10분 거리에 법성굴이 있다.

    길이 10m, 높이 1.7m쯤 되는 천연 동굴이다.

    임진왜란 때 사람들이 피난처로 삼았다.

    지금은 무명암의 법당이다.

    굴 안으로 차가운 기운이 쏴 하고 감싼다.

    법성굴의 GPS 고도는 308m. 여기서부터 첫 번째 이정표(449m)~철마서봉 전망대까지가 된비알이다.

    길이 미끄럽고, 고도가 수시로 높아진다.

    사방이 나무로 막혀 답답하다.

    그래도 무리하지 말자.

    호흡을 조절해 여유 있게 걷는다면 30분이면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다.

    묘법사에서 흘러나오는 반야심경 염불소리가 산행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준다.



    첫번째 전망대에 올랐다.

    영남알프스를 따라오던 낙동정맥이 정족산, 천성산을 지나 금정산, 백양산에서 산 물결을 이루며 바다로 뻗었다. 정맥의 산자락에 자리 잡은 부산 시내가 훤하다.

    잿빛,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성냥갑 같다.

    양산 땅을 지난 KTX가 부산 쪽으로 빠르게 달린다.

    저 멀리 광안대교가 철로 만든 무지개처럼 서 있다.

    세속 도시에 바다와 산, 집과 건물이 아기자기하게 얽혀 있다.

    두 번째 전망대에서 4분가량 앞으로 가면 철마산 서봉(577m)이다.

    널따란 돌에 흰색 페인트로 쓴 '철마서봉'이 표석을 대신한다.

    서봉에서 잘록한 안부를 지나 10분 정도면 철마산 정상에 닿는다.

    표석 두 개와 삼각점이 있다.

    주변은 참나무류 나무들로 막혔다.

    기장읍지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 큰 홍수로 철마산이 물에 잠겼는데

    그때 동해 용왕의 명을 받은 용마가 나타나 물을 다 거뒀다.

    하지만 용마는 미처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햇볕에 말라 결국 쇠 말로 굳어졌다고 한다.

    해서 사람들은 철마산은 쇠말산으로도 부른다.


    정상에서 임도까지는 이정표가 잘 설치돼 있다.

    망월산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임도에서 왼쪽은 백운산, 오른쪽은 거문산 쪽이다.

    임도를 건너 능선으로 붙는다.

    봄이면 이 일대는 진달래 천지로 변한다.

    잠시 뒤 나무 울타리를 따라 억새가 수북이 자라고 있다.

    억새 군락지가 제법 이어진다.

    헬기장 앞에서 우회전해 574봉을 지나 안부로 다시 내려간다.

    망월산 이정표와 헬기장을 잇달아 지나면 산불저지선 겸용 산길이 나온다.

    승용차가 마주 보고 지나도 될 정도로 넓은 길이다.

    산악자전거(MTB) 코스이기도 하다.


    망월산으로 가기 전 매암산(515.8m)에 잠시 들렀다.

    기장군 정관면 일대가 발아래에 펼쳐져 있다.

    각양각색의 집과 공장들이 장난감처럼 들쭉날쭉하다.

    멀리 고리원자력발전소와 동해가 보인다.

    매바위의 끝에 섰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얼얼하다.

    사진 몇 컷을 찍고 뒤로 물러섰다.



    매암산에서 망월산까지는 지척이다.

    등산로를 따르다가 기장팔경 안내판에서 나무 계단을 밟고 망월산 정상으로 간다.

    꼭대기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북쪽으로 용천지맥의 대운산, 삼각산이 남쪽으로 함박산, 달음산이 마루금을 긋고 있다.


    망월산에 내려와 산불저지선을 따라 내려간다.

    반들반들한 흙길이라 미끄럽다.

    20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임기마을 쪽으로 좌회전. 임도를 가로질러 내려와 숲으로 들어선다.

    묵은 길이라 리본을 잘 살피자.


    10분가량 가서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꺾는다.

    뚜렷한 길을 만나는데, 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더 내려가면 용화사가 나온다.

    용화사에서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

    용화사에서 나와 임도 차단기를 통과하면 상곡마을이다.

    마을은 임진왜란 때 동래성 전투에서 다친 군사와 주민들이 이곳으로 피란해 전답을 일군 곳이다.

    구한말에는 천주교 교인들이 숨어 산 곳이기도 하다.

    용화사부터 모습을 드러낸 임기천과 나란히 임도를 걷는다.

    숲이 햇볕을 가려준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발을 내딛지 못하지만 계곡 물소리와 물 기운 덕에 발걸음이 시원하다.

     일부 등산객이 쓰레기를 계곡에다 버리다 보니 마을 주민들의 고충이 여간 아닌가 보다.

    '제발 쓰레기 좀 버리지 마세요. 하루이틀도 아니고 청소하려니 죽을 지경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임기저수지와 상수원 경비초소를 지나 임도는 임기마을까지 연결된다.

    마을 골목길을 돌아 철산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돌면 마을버스정류소가 나온다.

    상곡마을부터 종점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

     

     

     

    기장 철마산·망월산 '산행지도'

     

     

    ▲ 산행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기장 철마산·망월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산행지가 부산에서 가깝고 원점회귀 산행이라 대중교통, 자가운전 둘 다 편하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이나 노포역에서 2-2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인 임기마을 버스정류소까지 간다.

    소요시간 20분. 첫차 오전 6시 15분, 배차간격 20분.

    자가 승용차로는 부산 노포동 부산고속버스터미널을 지나 울산 방면 7번 국도를 탄다.

    노포교, 여락교를 지나 4.8㎞ 정도 진행하다 임기마을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200m쯤 직진해 임기교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하면 마을버스 정류소가 나온다.

    돌아올 때는 2-2번 마을버스(막차 오후 11시)를 타거나, 500m쯤 걸어 나와 임기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부산 방면으로 가는 37·50·57·58·60번 등 시내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음 식 점

    임기마을 주변에는 먹을 만한 데가 마땅히 없다.

    전에 임기식육점에서 삼겹살을 팔아 산꾼들이 즐겨 찾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고기를 팔지 않는다.

    교통이 편하니 차라리 부산 시내로 가는 게 낫겠다.

    다만 여유가 있다면 임기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버드나무집'(051-508-6396)을 추천한다.

    민물고기 매운탕을 잘하는 곳인데, 꽤 알려진 맛집이다.

    알싸한 제피 향이 나는 메기탕에서 건져 먹는 수제비가 일품이다.

    추어탕, 빠가사리탕(동자개탕)도 괜찮다.

     

     

    전대식 기자

     

     


     

     

     

     

     

     

    ▲ 산행 기점인 마을버스 정류소.



    ▲ 임기식육점을 끼고 오른쪽으로 꺾는다.

     

    ▲ 묘법사 갈림길. 오른쪽은 입석마을 방향.



    ▲ 현대식 사찰인 묘법사. 경내를 가로질러 오른쪽에 등산로가 있다. 나무에 가려 찾기 어려우니 시그널을 잘 살펴야 한다.



    ▲ 무명암의 철불. 고무 대야에 있는 연꽃을 보고 있다.

     

    ▲ 임진왜란 때 사람들이 피난한 동굴, 법성굴. 지금은 무명암의 법당이다.



    ▲ 첫 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 낙동정맥의 육중한 마루금이 부산을 껴안고 있다.

     

    ▲ 두 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



    ▲ 철마 서봉의 돌탑. 사실 철마산 정상보다 이곳 조망이 낫다.

     

    ▲ 철마산 표석. 용왕의 명을 받들어 세상을 수난에서 구한 용마가 말라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 정상에서 안부로 떨어져 다시 능선으로 붙게 되면 임도가 나온다. 길을 건너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 철마산 억새 군락지. 이 산은 봄에 진달래도 유명하다.

     

    ▲ 산불 방지선이다. 산악자전거 코스로도 쓰인다. 불을 막으려다 산 길을 망친 것 같다.



    ▲ 매암산에서 부산 기장군 정관면을 내려다 봤다. 달음산이 보이고, 동해도 어렴풋이 눈에 걸친다.

     

    ▲ 매암산 바위에서 바라본 정관면. 세속도시를 산들이 품은 형국이다.



    ▲ 벼랑에서 세상을 본다. 두 눈은 작지만 들어오는 풍광은 무한하다.

     

    ▲ 망월산 정상에서 잠시 쉬었다. 달이 좋다는데...낮에 와서 달은 그림자도 못 봤다.



    ▲ 다시 산불저지선을 따라 내려간다. 안부에 다다르면 임기마을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길이 미끄럽다. 조심하자.

     

     

    ▲ 하산 길에서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다.



    ▲ 용화사부터 임도와 붙는다. 외길이다. 쭈욱 내려오면 상수도경비초소가 있다. 두 명의 젊은이가 지키고 있다.



    ▲ 철마산, 망월산, 백운산이 품은 물이 임기천으로 모인다. 물길은 마을을 통과하고, 돌아서 수영강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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