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사라오름’

금산금산 2018. 7. 31. 20:19

한라산 '사라오름'



마침내 천혜비경 드러낸 `제2 백록담`





- 368개 제주 오름 중 최고 높이 화구호
- 서귀포 조망 시원… 제주 제1명당 꼽혀



섬 전체가 한라산(1950m) 권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도.

국내 최고의 여행지로 꼽히는 이 '환상의 섬'은

유네스코(UNESCO)로부터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확정되면서 다시 한 번 명성을 드높였다.

산꾼들에게도 제주도는 동경의 섬이다.

제주도 산행은 한라산 산행과 거의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 산행은 봄철 진달래가 만발한 시기와 겨울철 눈꽃이 흐드러질 때 가장 인기가 높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제주도 한라산 성판악코스 중간 부분 인근에 위치한 사라오름 정상부의 산정호수(화구호) 가장자리를 통과하고 있다. 강수량이 많으면 호수가 되는 이 화구호는 제주도의 368개 오름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한라산 산행을 수차례 경험한 산꾼의 경우 그렇게 많지 않은

 개방 등산로 중 어느 코스를 택할 것인지 매번 고민한다.

백록담이 있는 정상에 오르려면 코스는 너무 간단하다.

성판악 또는 관음사 코스를 택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으니

 대부분 비교적 완만한 성판악 출발 코스를 통해 동릉 정상부에 올라

 백록담을 굽어본 후 왕관릉과 삼각봉을 거쳐 한국 3대 계곡 중 하나라는 탐라계곡을 타고 관음사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는 산꾼들은 더 다양한 한라산의 진면목을

 느끼기 위해 영실 돈내코 어리목 등의 코스를 택해

 윗세오름과 선작지왓 평전을 돌아 하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판악~백록담~관음사 코스가

 첫손에 꼽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상에 이르는 유일한 코스라는 점 때문이리라.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반면 이 코스의 경우 성판악휴게소에서 백록담까지 오르는 데만

 무려 9.8㎞나 되는 완만한 산길을 4시간30분 동안 걸어야 해

 한라산 등반로 가운데 가장 '지루한' 코스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앞으로는 이런 평가가 다소 누그러질 것 같다.

자연휴식년제가 시행된 1994년부터 보호구역으로 묶여 통행이 금지됐던 사라오름(일명 사라악·해발 1324m)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기 때문이다.



사라오름은 성판악휴게소 기점 정상 방향 등산로 6㎞ 지점에서 왼쪽으로 36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름으로 옛날부터 제주도 주민들에게는 천혜의 숨은 비경을 간직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정상에 오르면 분화구 역할을 했던 직경 100m 둘레 250m 면적 2만5000㎡ 규모의 연못이 있는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 오름'이어서 더욱 이색적이다.

'오름의 천국'이라고도 불리는 제주도의 총 오름 수는 368개.

그 가운데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과 같이 정상부에 호수 또는 연못을 가진 산정화구호 오름은 9개다.

이들 9개 산정화구호 오름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오름이 바로 사라오름인 까닭에

 일부 주민들은 사라오름 화구호를 제2백록담으로 부르기도 한다.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는 코오롱스포츠 남포점 회원들.

따라서 성판악 등반로에서 20분이면 왕복 가능한 사라오름의 개방은

 성판악 코스의 다양성과 재미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라산 등반객 입장에서도 그동안 아쉬움만 곱씹었던 사라오름을

 직접 오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취재팀은 당초 성판악휴게소에서 출발, 사라악샘을 지나

 사라오름에 오른 후 다시 성판악 코스로 복귀해

 백록담을 거쳐 관음사로 하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답사 당일 짙은 안개와 궂은 가을비로 인해

 관음사 코스로의 하산 계획을 변경, 성판악휴게소로 원점회귀했다.

총 거리 21㎞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6시간50분, 휴식과 식사시간을 포함하면 8시간가량 잡아야 한다.



   
한라산 성판악 등반로 유일의 약수터인 사라악샘.

성판악휴게소에서 출발하기 전 이번 취재에 특별 초빙된 코오롱등산학교 전문 강사 손용식 씨의 지도로 스트레칭과 몸풀기 운동을 실시한 후

 본격적인 사라오름 등반에 나섰다.

해발 750m 선에 위치한 성판악휴게소에서부터 시작되는

 등산로의 초반부는 아주 완만한 숲길이나 마찬가지다.

때는 10월이지만 한라산 중턱은 여전히 녹음이 짙다.

삼나무와 난대성 활엽수들이 뒤섞인 성판악 등산로는 일부 산꾼들에게는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숲길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길이다.

단 바닥이 흙이 아니라 제주 화산암으로 이뤄져 있어

 디딤발을 놓을 때 발목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1시간 정도를 걸어 등에 땀이 조금씩 밸 즈음이면 간이화장실과 무인대피소가 있는 속밭쉼터에 닿는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오르막을 타면 등산로 양옆으로

 제주산죽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에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15분 후 바위틈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약수터.

사라악샘 또는 사라약수로 불리는 곳이다.

성판악 코스의 유일한 샘터이기도 한 사라악샘의 발원지가

 바로 사라오름 정상부의 화구호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백록담이 그렇듯 제주의 산정화구호 오름들 역시 물이 오랫동안 고이지 않고 바닥으로 스며들어

 중턱이나 하단부에서 용출하기 마련인데 이 사라악샘 역시 이 같은 원리에 의해 이뤄진 샘터다.



   
가을비 내리는 해발 1700m 지점의 한라산 성판악 코스.

울창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조금씩 드러나는 하늘은

 회색빛으로 잔뜩 찌뿌려 있다.

사라악샘에서 10분쯤 오르면 등산로 중간에 커다란 Y자 모양의

 나무를 지나는데 이곳이 바로 사라오름으로 통하는 입구다.

한라산본부 측이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진입로 공사로 인해

 입구 부분에 출입제한 표시를 해놓고 있다.

먼저 사라오름을 등반한 뒤 주등산로로 복귀하려던 취재팀은

 계획을 바꿔 일단 백록담까지 갔다가 하산하는 길에 들르기로 한다.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진다.

돌계단 나무계단 등이 이어지는 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옅게 감싸돌던 안개도 짙어지며 가시거리를 불과 20m 안팎으로 좁혀 놓는다.

우중산행 채비를 한 후 계속 오르니 사라오름 입구에서 30분 만에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한다.

동절기에는 진달래밭대피소까지 낮 12시30분까지 도착해야 한라산 정상까지의 등반이 허용되고

 그 시간을 넘겨 도착하면 출입이 통제되니 주의해야 한다.

하절기에는 오후 1시30분까지 도착하면 통과할 수 있다.

   
성판악 코스 정상부에서 안개를 뚫고 하산 중인 산꾼들.

해발 1500m대에 자리 잡은 진달래밭대피소는

 봄철 진달래군락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가을에는 주변에 곱게 내려 앉은 단풍으로도 이름난 곳이다.

궂은 날씨가 계속되는 바람에 대피소 내에서의 식사를 포기하고

 일단 통제초소를 통과한 후, 10여 분가량 가다가 만난 공터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해발 1700m 표지석을 지나면서

 경사도는 좀 더 높아지고 빗방울도 굵어진다.

안개 역시 짙어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의 한라산 단풍을 즐기기 힘들다.

일행 중 한 명이 다리 경련으로 힘들어 한다.

코오롱스포츠 남포점 홍선화 대표가 마사지 등으로 응급 처치를 한 후 산행을 계속한다.

진달래밭대피소에서 백록담을 내려다볼 수 있는 동릉 정상까지는 1시간10분 걸린다.

거대한 분화구인 백록담은 짙은 안개 속에 숨은 채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아쉬움만 남긴 채 하산길에 나선다.

정상 초소 관리인도 관음사 방향의 하산을 극구 만류하며 성판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성화다.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개 속 서귀포 전경.

맑은 날이었다면 한라산 정상에서 성판악으로 내려서는 길에 사라오름이 뚜렷하게 보이지만 안개로 인해 볼 수가 없어 또 아쉬움이 남는다.

사라오름 입구까지는 줄곧 내리막이다.

1시간10분가량 걸린다.

개방 전 특별취재 허가를 얻은 취재팀은

 사라오름 출입 제한 표시를 넘어 우측으로 들어선다.

안전시설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불과 10분 정도 걸었을까.

지난 16년 동안 숨겨져 있던 사라오름 정상의 화구호가

 안개에 싸인 채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축구경기장 1개 정도 넓이의 이 산정호수에는 기대와는 달리 물이 거의 없다.

비가 제법 많이 내려야 물이 일시적으로 고인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날 내린 비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화구호 테두리를 따라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 탐방로를 따라 반대편으로 가서 2분가량 산길을 오르면 남동쪽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서귀포 시가지와 문선 범섬 섭섬 등 3개의 섬, 제주도 남쪽 바다와 한라산 남동쪽 자락의 울창한

 나무의 숲을 모두 조망할 수 있고 쾌청한 날에는 동쪽의 성널오름을 필두로 성산 일출봉까지 조망된다고 한다.

사라오름은 성산 우도까지 연결되는 한라산 동쪽 산맥의 주봉이기도 하지만

 제주도의 6대 음택지 중 제1의 명혈지로 꼽히는 곳이다.

탐라 최고의 명당터로 꼽힌다는 말이다.

이를 증명하듯 전망대에서 아래쪽 산죽밭을 보니 무덤 2개가 눈에 띈다.

그만큼 제주 사람들에게는 신성시되는 곳이기도 하다.

성판악이라는 이름의 기원한 성널오름이 동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위안 삼아 주등산로로 복귀,

 성판악휴게소까지 도착하는 데는 1시간30분쯤 걸린다.





# 산중한담(山中閑談)

- "보행법은 모든 산행의 기초…허리 힘 빼세요"

   
사라오름 화구호에 물이 가득찬 모습. 한라산본부 제공

워킹(walking), 즉 보행법은 모든 산행의 기초이자 출발선이다.

특히 한라산 성판악 코스와 같이 등산 시에는 줄곧 오르막, 하산 시에는 내리막만 계속되는 꽤 긴 워킹코스의 경우는 그 중요성이 더하다.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서 신체가 느끼는 피로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번 사라오름 답사 산행에 동행한 코오롱등산학교 전문강사 손용식 씨는 "암벽이나 빙벽 클라이머들조차도 보행법의 기초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사람은 큰 성과를 낼 수 없을 만큼 걷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손 씨는 산행 도중 코오롱스포츠 남포점 초청 고객들에게

 가장 편하게 걷는 산행법에 대해 현장에서 즉석 강의를 펼쳤다.

그가 강조하는 산행 시 걷기의 핵심은 '허리에 힘을 완전히 빼라는 것'이다.

손을 허리 뒤로 돌려서 만져지는 요추에 힘이 들어가면 몸 전체가 뻗뻗해지면서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장거리 산행일 경우 그 정도는 더 심하다는 것이다.

대신 허리에 힘을 뺀 채 마치 택견 동작처럼 자연스럽게 상체를 흔들면서 리듬을 타고 걸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피로도가 줄어든다.

실제 손 씨의 지도에 따라 걸어본 아마추어 산꾼들은

 확실히 피로도가 줄어들고 속도도 더 나온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 씨는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때까지는 당분간 그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걷는 훈련을 해야 한다. 무심코 걷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시 허리에 잔뜩 힘을 주고 걷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교통편

- 제주버스터미널서 성판악행 15분마다 출발

   
안개가 옅어진 틈에 사라오름에서 포즈를 취한 취재팀.

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편은 에어부산이

 오전 7시10분 첫 비행기를 비롯해 하루 12회,

대한항공은 오전 7시30분 첫 비행기를 포함한 하루 8회 운항한다.

당일 산행을 염두에 둔다면 성판악 코스 진달래밭대피소를

 낮 12시30분까지는 통과해야 하기 문에

 첫 비행기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제주공항에서 성판악휴게소까지는 택시로 40분가량 걸린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공항에서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 후

 성판악 경유 서귀포행 5·16번 버스를 탄다.

오전 6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40~50분 소요된다.

오후 늦게 제주에서 부산으로 운행하는 항공편은

 에어부산의 경우 오후 6시, 7시30분, 8시40분(마지막) 등에 출발하며

 대한항공은 오후 5시30분, 7시10분, 7시40분 등에 있다.

성판악 코스 사라오름 개방을 앞두고 최근 부산의 몇몇 산행 및 트레킹 전문 여행사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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