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만물상코스
금강·설악이 부러우랴, 神도 감탄할 이 비경
1972년 폐쇄 이후 38년 만에 전격 개방
'해동 제일 명산' 가야산 암릉미의 백미
백운동 기점, 만물상 거쳐 서성재서 하산
기암괴석 즐비한 7㎞…짧고 굵은 명품길
'해동 제일의 명산', '조선 팔경의 하나', '6가야의 시조산'.
경남 합천군과 거창군, 경북 성주군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 가야산(伽倻山·1430m)은
수많은 별칭을 갖고 있는 빼어난 산이다.
팔만대장경을 소장하고 있는 법보종찰(法寶宗刹) 해인사까지 품고 있다 보니
산꾼이 아니더라도 가야산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경북 성주의 가야산 산행 도중 상아덤 아래 암봉에서 단풍과 어우러진 만물상의 암릉을 조망하고 있다. 38년 만에 개방된 만물상코스는 가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유명한데 특히 단풍이 고운 가을철에 좋다. |
가야산에는 유난히 산꾼들의 발길이 잦다.
38년 만에 개방된 만물상코스 때문이다.
1972년 10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부터 출입이 제한됐던
만물상코스가 지난 6월 12일 전격 개방됐다.
'해동 제일의 명산' 가야산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만 자자했던
코스이다 보니 새로운 풍광에 목말랐던 산꾼들이
뒷짐만 지고 있을 리 없을 터.
특히 단풍이 불타오르는 가을을 맞은 만물상코스에는
'인산인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전국의 산꾼들로 붐비고 있기도 하다.
만물상코스는 그 명성에 걸맞게 수없이 많은 기암괴석과
타는 듯한 단풍이 어우러져 절정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다.
필설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빼어난 풍경이다.
코끼리바위 기도바위 곰바위 애기바위 등 기암들을 휘돌아가며 느끼는 암릉산행의 짜릿함은 그만이다.
뿐만 아니라 만물상코스 능선을 둘러싼
서쪽의 사자바위 능선과 북쪽의 칠불봉~동성봉 암릉,
동쪽의 동성재 능선의 압도적 풍광을 둘러보며 걷는 맛은
마치 천상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황홀경에 젖게 한다.
숨 막힐 지경이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가야산 만물상은 금강산 만물상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수려한 풍광 면에서는 별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받는다.
상아덤(서장대)에서 만물상 능선을 바라보던 한 산꾼은
'금강전도를 그린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명인
겸재 정선이 환생해서 다시 그린다고 한들
이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 있을까'라며 혼잣말을 되뇌기도 했다.
가야산을 흔히 합천 가야산으로 부르지만
만물상코스는 합천 땅이 아니라 경북 성주 땅에 속한다.
산행 기점도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백운동지구 주차장이다.
만물상코스의 개방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성주군 측에서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 지난 3년여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백운동지구 주차장을 들머리 삼아 진행하는 가야산 산행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만물상과 상아덤 서성재를 거쳐 정상부의 칠불봉과 상왕봉에 오른 뒤
해인사가 있는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지구 홍류동 쪽으로 하산하는 종주코스다.
두 번째는 백운동에서 만물상을 지나 칠불봉과 상왕봉까지 갔다가
서성재로 되돌아와 용기골을 따라 백운동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들 수 있다.
종주코스와 거리는 별 차이 나지 않는다.
세 번째는 만물상코스로 올라 상아덤에서 서성재로 내려선 뒤
정상은 오르지 않고 용기골을 따라 백운동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등산객들이 가야산 만물상 부근 바위에서 풍경을 즐기고 있다. 오른쪽 멀리 상왕봉과 칠불봉이 보인다. |
취재팀은 과거 수도산~가야산 능선 종주산행, 해인사~백운동
종주산행 등을 통해 상왕봉과 칠불봉은 몇 차례 오른 바 있기에
'여유롭게 즐기는 명품 단풍 산행'을 주제로 한 이번 답사에서는
가장 짧은 세 번째 코스를 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백운동주차장~관리초소 만물상코스 입구(백운교)~전망대~만물상~상아덤(서장대)~서성재~백운4교(옛 백운동대피소 터)~백운3교~주차장 순이다. 총거리 7.3㎞, 걷는 시간만 4시간가량 걸리는
단출한 코스지만 인파가 많이 몰리는 10월 말~11월 초 주말의 경우
1시간쯤 더 잡는 것이 좋다.
백운동 주차장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포장도로를 따라 가야산야생화식물원 쪽으로 간다.
도로변에 '상왕봉~해인사 방면 하산시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어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식물원을 지나 200m쯤 가면 백운동탐방지원초소 및 산행안내도 앞. 정면에 보이는 계곡은 용기골.
골짜기 머리 위로 멀리 칠불봉~동성봉 암릉이 울룰불룩한 근육을 자랑하고 있다.
초소 앞에서 왼쪽 능선으로 곧바로 붙으면 만물상 탐방로로 오르게 된다.
노약자 및 어린이, 산행초보자는 위험하니 출입을 피해 달라는 경고 문구가 선명하다.
상아덤(왼쪽 먼 암봉)과 칠불봉 사이 서성재 고원의 단풍. |
본격 산행에 들어서면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김해 허씨 묘와 전주 이씨 묘를 잇따라 지나며
20분쯤 땀을 쏟으면 첫 번째 나무 계단에 닿는다.
계단을 올라 주변을 살피면 서서히 가야산의 멋들어진
기암과 암릉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분 후 '서성재 2.4㎞'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통과하고
5분 뒤 두 번째 나무계단을 지나면
남서쪽 심원골 건너편 사자바위 능선과 만물상코스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상아덤까지 이어진 암릉이
단풍의 물결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닥의 단단한 흙과 바위가 미끄러워 은근히 신경이 쓰이지만
이후부터는 발길 닿는 곳마다 저절로 탄성이 빚어지는 풍광의 연속이다.
경북 포항에서 왔다는 50대 후반의 한 산꾼은 "내 나이 스무 살 때 벗들과 이 능선을 타면서 모험을 즐겼지.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기뻐.
이제 굳이 단풍을 보러 멀리 설악산까지 갈 필요도 없어졌다고 봐"라며 감흥에 젖기도 한다.
가을 만물상코스는 암릉과 단풍을 함께 즐기는 산행지다. |
많은 산꾼들이 한 굽이 돌 때마다 기념촬영을 하는 탓에
산행 속도도 자연스럽게 더뎌진다.
산행에 미숙한 부인의 손을 잡고 천천히, 그렇지만 정성껏
한걸음씩 옮기고 있는 어느 노신사의 모습도
만물상코스 단풍만큼이나 아름다워 보인다.
바위 끝 소나무 멋들어진 전망대를 지나 암릉을 오르락내리락하며
20분쯤 더 가면 좌우는 물론이고
정면의 상아덤과 가야산 정상부 상왕부 칠불봉 동성봉 능선까지
확 트이는 멋진 조망처 겸 쉼터에 닿는다.
'서성재 1.2㎞'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우뚝 솟은 원뿔형 바위가 두드러지는 이곳이 바로 만물상코스의 백미인 '만물상'의 정점이다.
솟은 바위 아래에서 점심 도시락 먹기 딱 안성맞춤인 이 지점에서는
상아덤과 가야산 정상부가 훤히 드러나지만
정작 만물상의 오묘한 암릉은 볼 수 없다.
살짝 내려섰다가 이어지는 다음 암봉으로 계단을 밟고 올라서
뒤돌아봐야 비로소 만물상의 모습이 드러난다.
계단을 오르며 되돌아본 만물상은 두꺼비 코끼리 물개 곰 독수리 등
온갖 동물의 모양을 한 바위들이 즐비해
말 그대로 천하 만물을 모아놓은 듯하다.
신의 솜씨일까.
산꾼들의 탄성은 그칠 줄 모른다.
상아덤까지는 두 차례 더 암봉을 오르내려야 한다.
가야산성의 석축 흔적도 곳곳에 역력하다.
안부에 설치된 '서성재 0.7㎞' 이정표를 지나 오른쪽으로 살짝 우회해 5분 만에 올라선
상아덤 직전 암봉은 만물상을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붉게 물든 가을의 만물상을 바라보노라면 과연 '조선8경 가야산,
그중에서 만물상이 으뜸'이라는 평가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10분 후 꼭대기에 커다란 바위가 얹혀 있는 해발 1158.9m의 상아덤은 서장대, 삼리등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이번 답사 코스의 최고봉이다.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하도 빼어나 '가망(可望) 사백리(四百里)'라고도 일컬어지는
상아덤에서 바라본 풍광은 장엄하기 그지없다.
거쳐온 만물상 능선은 물론이고 남서쪽 멀리 남산제일봉과 매화산 비계산 오도산 등의 연봉이
줄지어 가야산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듯하다.
특히 북쪽의 모습이 장관인데, 가야산 정상부의 근육질 암릉과
그 아래 펼쳐진 서성재 부근 고원지대가 마치 '파도치는 단풍의 바다'를 연상케 한다.
땅의 여신인 '정견모주'와 천신인 '이질하'의 전설을 기록해 놓은
상아덤 안내판을 지나 서성재까지는 불과 10분이면 충분하다.
벤치와 평상 등 휴식시설이 설치된 서성재에서 직진하면
칠불봉과 상왕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 계곡은 용기골을 따라 백운동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오른쪽 용기골을 따르는 길은 절정에 이른 '단풍터널'이다.
또한 천상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환속의 길'이다.
완만한 경사도의 단풍 흐드러진 계곡길을 따라 느릿하게 걸으며 백운4교가 있
는 옛 백운동대피소 터와 백운3교 등을 거쳐 1시간30분가량 내려서면 출발지인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11월15일부터 한 달간 입산 통제 유념해야
서성재에서 백운동으로 내려서는 용기골의 단풍이 곱다. |
38년 만에 개방된 가야산 만물상 코스는
산불 방제기간인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입산 통제된다.
따라서 만물상코스에서 암릉과 어우러진 단풍산행을 즐기려면
그 이전에 찾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최근 들어 뜨거워진 가야산 정상에 대한 논쟁도 관심거리다.
기존의 정상은 합천군에 속하는 상왕봉(우두봉이라고도 함)으로
해발 1430m였지만 경북 성주군의 요청으로 국토지리정보원의 실측 결과 칠불봉이 해발 1433m로 측정됐다.
높이로만 따지면 칠불봉이 최고봉인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야산 정상은 상왕봉으로 인정받고 있다.
칠불봉은 만물상 능선의 최고봉인 상아덤(서장대·1158.9m)에 전해지는
가야산의 여신 정견모주와 천신 이질하 사이에 얽힌 전설과 관련된 이야기를 갖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에 따르면 정견모주가 백성의 안녕을 위해 상아덤에서 기원하자
하늘에서 천신 이질하가 내려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부는 형제를 낳았는데, 큰 아들인 뇌질주일은 자라서 대가야국의 시조인 이진아시왕이 됐고
동생인 뇌질청예는 금관가야의 시조인 수로왕이 됐다고 한다.
수로왕은 허황옥과 결혼해 10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그중 7명의 왕자가 허황옥의 오빠인 장유화상을 따라
칠불봉에 들어와 칠불암이라는 암자를 짓고 수도해 생불이 됐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칠불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 교통편
- 고령에서 해인사행 버스 탄 후 택시 이용
가야산 만물상코스 산행에 나선 한 등산객이 중간 전망대에서 남서쪽 사자바위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고령행 버스를 이용한다.
부산에서 오전 7시, 8시20분, 9시20분 등 하루 13회 출발한다.
고령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해인사행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합천군 가야면 소재지에서 백운동까지 택시를 이용한다.
고령에서 백운동행 버스(606번)는 오전 8시20분과 오후 2시40분 등
하루 3회만 운행하기 때문에 버스 시간 맞추기가 힘들다.
총 2시간30분 소요.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칠원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고령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 광주 해인사 방면으로 간다.
88고속도로 해인사IC에서 내려 우회전, 가야면 야천삼거리에서
성주방면 59번 국도를 타고 고개를 넘으면 백운동지구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2시간2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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