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혁 의사] 벽화를
'페인트로 덮은' 동구
범일동 골목길 얼굴·글귀 새겨져
- 지난해 훼손 뒤 시민 민원넣자
- 올해 덧칠하고 아예 지워버려
- 박 의사 기념공간 구청이 없애
- “심하게 긁혀 복원 어렵다” 해명
부산 동구가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제 강점기 일본인 부산경찰서장을 폭사시킨
부산지역 독립운동가 박재혁 의사의 벽화를 지워버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박재혁 의사 벽화를 회색 페인트로 덮어버린 부산 동구 범일동 골목을 시민이 23일 걸어가고 있다. 사진 왼쪽 작은 문 오른쪽 벽면이 박 의사의 벽화가 있던 자리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 |
23일 동구 범일동 626의 2 일대 골목길.
골목으로 들어서는 입구의 오른쪽 벽면은 3·1운동 당시를 재현한 장면과 태극기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독립운동가의 골목’으로 불리는 이 골목은 지역 맛집 등 식당이 밀집한 곳이다.
2015년 5월엔 부산시가 운영하는 ‘함께 나누고 싶은 부산 이야기’에
지역 독립운동가 벽화를 만날 수 있는 명물 골목으로 소개됐다.
페인트로 덮이기 전 박 의사의 벽화. |
골목 입구에서 5m가량 접어들어 모퉁이를 돌면 가로 3m, 세로 1.5m
크기 벽면에 박 의사 상반신을 그린 벽화와 ‘내 뜻을 다 이루었으니
지금 죽어도 아무 한이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문구는 박 의사가 의거 이후 옥중에서 한 말을 옮긴 것으로
20세 청년 독립운동가의 절개를 드러낸다.
그 옆엔 최천택 등 부산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자리했다.
이 골목은 박 의사 생가(범일동 550)와 가깝고, 2012년 동구가 조성한
‘독립운동가 박재혁 거리’와도 지척이다.
그런데 박 의사와 지역 독립운동가 이름이 적혔던 벽면은 이날 텅 비어 있었다.
동구가 박 의사 벽화를 페인트칠로 덮어버린 것은 지난 3월 중순이다.
그 이전부터 벽화는 관리되지 않았다.
2013년 일대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상인·경제인 연합회가 그린 것으로 추정할 뿐
동구는 독립운동가의 골목에 있는 벽화가 언제, 누구에 의해 그려졌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시민 최광환 씨가 박 의사 얼굴 벽화가 심하게 손상된 것을 발견해
구에 복구해야 한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도 수개월 지나도록 조처가 없자 재차 민원을 넣었고, 구는 페인트를 덧칠해 벽화를 지워버렸다.
동구 관계자는 “날카로운 것으로 심하게 긁은 탓에 손상된 벽화를 복원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호국의 달인 지난 3월은 박 의사를 기리는 여론이 한창 고조되던 때였다.
지난해 광복절에 문재인 대통령이 잊힌 독립운동가를 찾아 추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의원이 박 의사 추념 사업을 위한 법 개정을 약속했다.
그런데 정작 박 의사와 인연이 깊은 지역에 있던 벽화는 지워졌으며 현재로선 복구 계획도 없다.
민원을 제기했던 최 씨도 “동구의 민원 대처는
지역 독립운동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실외에 있는 벽화는 관리가 까다롭다.
간단한 글귀로 벽화의 연원이나 내력을 알리는 등 최소한의 관리 노력도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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