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부산을 [적정도시로] 도시 '현실 진단'- 공원

금산금산 2019. 6. 11. 21:05

부산을 [적정도시로] 도시 '현실 진단'- 공원



신도시·외곽 늘고 원도심은 제자리 … 공원조차 ‘양극화’




- 1944년 부산 3% 공원부지 지정
- 6·25전쟁 거치면서 무용지물

- 한때 1인당 21.3㎡ 추진했지만
- 현재 6.1㎡로 3분의 1도 못 채워
- 신도시 덕 공원비율 는 아이러니

- 원도심 폐·공가를 근린공원 조성
- 도보로 10분내 찾을 수 있게 해야



공원은 도시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생물학적인 역할은 물론이고 여유로운 삶,

 즉 ‘삶의 질’을 논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부산의 도시계획 속 공원은 언제나 후순위였다.

지난 70여 년 동안 부산의 인구당 공원 면적은 찔끔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신도시는 법적으로 공원 비율이 정해져 사정이 낫다.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원도심에선 소공원조차도 찾기 힘들고, 공원도 대부분 산비탈에 위치해 있다.

원이야말로 부산시의 개발 지향적 도시계획의 단면을 보여주는 분야다.


   
부산 중구 영주어린이공원(왼쪽)과 해운대구 우동 아이파크공원(오른쪽). 신도시는 택지개발의 반대 급부로 공원이 크게 는 반면, 원도심은 공원 규모도 작을 뿐더러 찾기도 쉽지 않다. 김성효 김종진 기자

 


■ 있던 공원도 사라졌다

지난 15일 오후 부산 서구 초장동 에코하우스.

서구를 가로지르는 산복도로 중에서도 가장 윗길가에 자리잡은 이곳에서는

 부산의 원도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부산시의회 박민성(더불어민주당·동래 1) 의원이 취재진에게 ‘공원을 찾아 보라’고 했다.

산 중턱에서부터 부산 앞바다까지 빽빽하게 가득 찬 건물 속에서 작은 섬처럼 용두산 공원이 있고,

 한참 떨어진 산 정상에 조성된 대청공원 정도가 보였다.

박 의원은 멀리 영도구 신선동 일대를 가리키며 “저기도 원래는 도시계획상 공원이었는데 주택가로 변했고,

 지금은 아예 재개발 구역이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처음 도시계획상 공원이 등장한 때는 1944년이다.

이때 32곳 198만6000㎡(조선총독부 고시 제14호)가

 공원 부지로 지정됐다.

이는 전체 도시계획구역의 약 3%로, 1960년 계획인구

 40만 명을 기준으로 1인당 5㎡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이전까지 34곳의 공원 시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는

 고지대, 사찰 혹은 방치된 해변가여서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광복과 전쟁을 거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1950년대 행정력 부재를 틈타 무허가 건물이 난립해

 부전·송도·문현·향취공원 등은 공원이라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영도제2·범일·대신·구덕도로공원 등은 학교가 들어서 공원 기능을 잃었다. 결국 32곳 중 7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원으로 남은 곳은 단 9곳뿐이다.

현재 부산의 1인당 공원조성 면적은 6.1㎡.

첫 계획을 세운 지 75년이 지났지만,

 최초 계획(1944년 5㎡)에서 겨우 1.1㎡ 늘어났다.

박 의원은 “부산시가 공원의 생태적 기능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2000년대 ‘5분 내 공원에 접근하도록 공원 녹지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며

 “당시 1인당 도시공원면적 목표가 21.3㎡였지만 개발 논리에 막혀 절반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지역별 격차가 더 문제


사례1.

서구 초장동에서 50년째 사는 박모(72) 할머니는 공원에 가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젊은 시절엔 용두산 공원 정도는 가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고 다리가 불편해지면서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다닥다닥 붙은 산복도로에 사는 박 할머니는 “동네에선 공원이라는 걸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사례2.

기장군 정관신도시에 사는 이모(여·40) 씨는 거의 매일 유치원생 아들을 데리고 공원에 간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데도 많지만 차를 타고 10분만 가면

 각각 다른 유형의 공원에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여름철엔 물놀이 할 수 있는 공원으로,

 봄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곳으로 필요에 맞춰 움직인다”고 말했다.

19일 부산시 자료를 보면 해방 후 지금까지 총 519개 공원이 조성됐다.

1945~1964년 조성된 공원은 한 곳도 없고, 1965년이 되어서야 공원이 생기기 시작해

  20년 동안 15개 공원이 신규 조성됐다.

공원 조성이 본격화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부터다.

1985~1994년 74곳, 1995~2004년 130곳, 2005~2014년 229곳, 2015~현재 71곳이 조성됐다.

이처럼 공원의 숫자와 면적은 늘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역별 격차가 극심하다.

1985년 이후 조성된 공원 504곳 중 85곳이 기장군에 위치한다.

그 뒤를 강서구(72곳), 북구(65곳), 해운대구(49곳)가 뒤따랐다.

이들 4개 구·군의 공원 수를 합하면 271곳으로,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들 지역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외곽’과 ‘신도시’다.

땅값이 비교적 저렴해 공원을 조성하기 수월하고,

 의무적으로 공원을 조성해야하는 신도시가 많아 공원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인구 대비 과잉개발 논란을 빚은 신도시 덕에 공원비율이 늘어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 셈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1970, 1980년대 과도한 택지개발사업으로 자연자원의 고갈,

 자연환경 훼손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택지 개발에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했다.

보고서는 이 덕분에 1980년대 1인당 공원면적 4.3㎡이 2000년대 9.6㎡로 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보면 개발 면적에 따라

 1인당 3~9㎡ 혹은 전체 개발 면적의 5~12%를 도시공원이나 녹지로 확보해야 한다.

이와 달리 원도심은 참혹한 수준이다.

1985년 이후 조성된 공원이 가장 적은 곳은 서구로, 2곳에 불과하다.

중구는 3곳, 동구는 4곳이다.

30여 년간 원도심권에 조성된 공원 수는 22곳에 불과한데 전체의 4.3% 수준이다.

이 같은 ‘공원의 양극화’는 지역별 ‘삶의 질’ 양극화 우려를 낳는다.

부산대 정주철(도시공학과) 교수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신도시도 전략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만든 거다.

 공원과 녹지는 연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시계획상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걸어서 10분 안으로 공원에 접근할 수 있는가로 도시의 질을 평가하기도 한다.

 뉴욕의 경우 걸어서 10분 거리에 공원에 도달할 수 있는 주민 수가 무려 96%에 달한다”며

 “원도심은 폐·공가를 활용해 작은 근린 공원을 짓는 등 도시재생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산 안에서도 공원 양극화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 rafael@

공동기획: 국제신문 부산시의회

※ 이 취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