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해운대역 팔각정] '철거', 전문가도 이견
“1987년 신축, 역사 길지 않아 문화재 가치 거의 없다” 주장에
- “당시 시대상 반영된 건축물
- 보존 필요성 충분하다” 반론도
- 구, 내달 찬반 토론회 열 예정
옛 부산 해운대역사(사진)의 철거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격화(국제신문 지난달 29일 자 12면 등 보도)하자
해운대구가 토론회를 열어 공론화에 나선다.
특히 지역 사회에서 역사 보존과 철거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전문가 그룹도 찬반 논쟁에 가세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다음 달 옛 해운대역사 철거를 원하는 주민과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을 모아 토론회를 열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토론회에서 옛 해운대역사 철거와 보존을 각각 주장하는 여론을 공식적으로 수렴해
구의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게 홍 구청장의 설명이다.
앞서 해운대구 18개 동의 주민자치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옛 해운대역사 정거장 부지 공원화 추진 비상대책위’는 역사를 철거해 넓은 광장을 갖춘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옛 해운대역사 보존 시민공원화추진연대 등은
부산의 관문 역할을 해온 옛 해운대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며 철거를 반대해왔다.
시 도시공원위원회는 역사를 유지하라는 자문을 해운대구에 전달했지만,
구는 기존 용역안대로 역사 철거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건축학계에서도 역사의 문화재적 가치를 놓고 논쟁이 붙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사학과 교수는 “옛 해운대역사는 1934년 개통 뒤
1987년 신축돼 역사적으로 큰 가치는 없다”고 말했다.
동해남부선 폐선으로 해운대역사와 함께 기능이 사라진 옛 송정역은
2006년 역사와 창고, 철로 등을 포함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1940년에 지어져 당시의 건축 양식이 반영됐고, 부속 창고는 유럽에서 유행하던
아르누보 양식을 띄고 있어 건축사적인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해운대역사는 그 역사가 길지 않고 건축사적인 가치도 크지 않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옛 해운대역사가 1970~198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건물인 만큼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반박도 나왔다. 동아대 김기수(건축학과) 교수는 “당시 한국건축은 군사정권에 의해 전통문화·정신을 강조하던 시기다.
옛 해운대역사도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 박창배(건축학과) 교수는 “(옛 해운대역사의)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서적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학문적으로 문화재적인 가치를 판단해
이곳의 철거 여부를 결정하지 말고 시민 여론 등을 충분히 수렴해 공론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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