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동삼동 한국해양대학교 해안에서 발견된 초대형 해파리의 모습. 예년과 달리 부산 연안에서 발견되는 해파리들이 대형종인 것을 감안하면 해파리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10> 해파리의 침공
괴물 플랑크톤의 습격
- 운동력 부족해 조류 따라 이동
- 부산·경남 해변서 무더기 발견
- '상륙작전' 준비하듯 잔뜩 도사려
- 200㎏ 넘기도 하는 노무라입깃해파리
- 촉수 닿기만 해도 인체에 치명적 상처
- 환경오염·인공구조물이 생육 부추겨
지난달 10일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8세 여아가 해파리에 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해파리에 쏘여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올해 들어 해파리들이 유달리 극성을 부리고 있다. 부산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해수욕장 개장 기간 중 해파리에 쏘여 119 수상구조대에서 치료를 받은 피서객은 모두 1594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립수산과학원 발표 자료에 의하면 먼 바다에 머물고 있던 해파리들이 지난달 말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때문에 연안으로 대거 밀려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해파리와의 전쟁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를 일이다.
■플랑크톤으로 분류되는 해파리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으로 접근하고 있는 노무라입깃해파리 |
지난달 19~ 21일, 25일 해파리의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경남 통영시 사량도, 부산 기장군 연화리와 죽성리,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 영도구 동삼동, 송도해수욕장, 가덕도 대항해변 일대를 둘러보았다. 모든 해역에서 상당수의 해파리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 두 종이 대표적이었다. 보름달물해파리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종으로 무색 또는 유백색 몸의 갓 부분 중앙에 클로버 또는 말발굽 모양의 생식선 4개가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갓의 지름은 최대 크기가 30㎝ 정도이며 독성은 약한 편이나 반복적으로 쏘이면 근육이 마비되기도 한다. 보름달물해파리는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연안 어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노무라입깃해파리 촉수 |
해파리는 대부분의 이동을 조류 흐름에 의존한다. 이러한 수동적인 움직임 때문에 해파리를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대부분 플랑크톤이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작은 개체인 점을 감안하면, 해파리는 플랑크톤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크다고 할 만하다. 역설적으로 해파리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운동력이 부족해 더 위험하다. 조류나 파도를 타고 흐느적거리다가 촉수에 무언가 닿으면 본능적으로 독이 있는 자세포를 쏘아대기 때문이다. 자기 앞에 천적이나 사람이 나타나도 피해가지 못한다.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플랑크톤에 불과한 해파리가 최첨단 설비를 갖춘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키기도 했었다. 2001년 8월 10일 경북 울진의 원자력발전소 1, 2호기가 몇 차례에 걸쳐 가동을 중단한 사건이다. 원자력발전소는 발전기를 돌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을 식히기 위해 계속해서 바닷물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물질의 유입을 막기 위해 취수구 앞에 쳐둔 망에 보름달물해파리 떼가 들러붙은 것이다.
■공포의 노무라입깃해파리
보름달물해파리 |
심각한 문제는 노무라입깃해파리이다. 이들은 갓의 지름이 1m가 넘는 초대형으로 국내 연안에 출현하는 해파리 가운데 가장 크다. 엄청난 함수율로 최대 무게가 200㎏이 넘기도 한다. 기장 죽성리 해변에서는 조류에 떠밀려온 노무라입깃해파리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는데 함께 한 동료 다이버와 해변에서 거둬들인 것만 30개체가 넘었다.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얼마나 부산 바다에 가까이 접근했을까. 해파리 경계령이 내려진 지난달 19일 선박을 이용해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해운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부산소방본부와 해양경찰은 합동 구제작업을 벌여 수백 개체의 해파리를 거둬들였지만 해변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상당수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상륙작전을 준비하듯 도사리고 있었다.
보름달물해파리의 갓 |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초대형 노무라입깃해파리를 만난 것은 지난달 20일 영도구 동삼동 한국해양대학교 해변에서였다. 갓의 지름이 1.5m, 촉수를 제외한 길이가 2m에 이르는 초대형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갓 가장자리와 팔 아래로 촉수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2002년 제주도에서 노무라입깃해파리 촉수가 팔과 얼굴을 훑고 지나가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당시 좀 더 가까이서 해파리를 촬영하기 위해 다가갔다가 수중사진기를 들고 있던 손과 입 주위에 촉수가 닿아 버렸다. 순간 불에 덴 듯한 통증에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는데 물 밖으로 나온 후 손등과 입 주위에 물집이 생기고 가렵고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는 가슴이 방망이질하듯이 쿵쾅거려 열흘 넘게 고생해야만 했었다. 한 번 당해 본 경험이 있기에 물속에서 채찍처럼 휘둘리는 촉수는 소리 없이 움직이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촉수를 피해 조금씩 다가가자 목과 호흡기를 물고 있는 입술 부분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촉수에서 떨어져 나온 자세포들이 잠수복 밖으로 노출된 부위에 닿은 모양이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다. 100~200㎏이 넘는 대형 노무라입깃해파리 몇 마리만 그물에 걸려도 그 무게로 그물이 찢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잡힌 생선에다 자포를 마구 쏘아대어 상품 가치를 떨어뜨린다. 또한 그물에 붙어 있는 것은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야 하는데 이 일이 만만치 않다.
■해파리 발생의 원인
부산 기장군 해안에서 수거한 해파리 |
해파리의 대규모 발생 원인과 몰려다니는 특성에 대해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자생 해파리는 과거 대량 발생 주기가 50년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2000년, 2003년, 2007년, 2009년 그리고 올해에 이르기까지 2~3년으로 갑자기 짧아졌다고 한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해양구조물의 대거 구축이다. 해파리 알은 고착 단계인 폴립 시기를 거친다. 폴립은 바위 등 딱딱한 곳에 잘 달라붙는다. 해안에 엄청나게 조성된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이 해파리 폴립이 달라붙을 수 있는 보육실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환경오염에 따른 부영양화, 쥐치 등의 남획으로 인한 천적생물 감소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은 바다 온도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 연안을 해파리가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고 말았다.
# 해파리에 쏘였을 때 대처법 공방
최근 해파리에 쏘였을 때 응급처치 방법을 놓고 MBC와 SBS가 방송을 통해 각각 다른 방법을 제시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식초의 효용에 대해서다. 과거 해파리에 쏘이면 독을 중화시키기 위해 식초를 뿌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민간 처방법이었다. 그런데 경상대 수의대 김의성 교수는 식초가 자포의 독을 활성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 대책반은 맹독성 입방해파리에 쏘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식초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해파리에 쏘였을 때 응급처치 방법에 대해 의료진 간에도 이견이 있다. 쏘인 부분에 냉찜질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온찜질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민간에서는 여전히 식초로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어느 쪽이 주체가 되든 해파리 종류에 따른 일관성 있는 응급처치법이 정리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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