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예술]

[부산 '영화 지도'를 그리다] <8> 해운대 ② '영화도시 부산' 중심지로...

금산금산 2013. 10. 6. 07:42

[부산 '영화 지도'를 그리다] <8> 해운대 ②

멀티플렉스·기관·콘텐츠업체 속속 둥지 '영화도시 부산' 중심지로

 

 

 

 


▲ 면면히 흐르는 수영강 너머 외팔보 구조의 육중한 영화의전당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새것은 넘쳐 나는데, 영화의 씨앗이 깨어났던 옛 부산의 모습은 얼마나 간직되고 있는가?

 전국 영화 팬들을 설레게 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일 개막했다.

 

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전당이 건립되고 나서 부산국제영화제의 풍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BIFF의 주
무대인 해운대 권역은 부산 영화계의 오늘을 어떻게 보여 주고 있는가?

■멀티플렉스의 등장, 부산 영화의 중심지가 이동하다


BIFF의 초창기를 함께했던 영화 팬이라면 알 것이다.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노점들을 사이에 두고 미로처럼 얽힌 시장 골목에서 북적이는 인파 사이를 걸어가던

 

재미를.

 

   이제는 백화점과 붙어 있는 깨끗한 멀티플렉스 영화관들로 그 배경이 바뀌었지만 상영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일만큼은 여전하다.

 

롯데시네마 표를 들고 CGV에 찾아오는 관객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구서 출발한 BIFF, 사실상 해운대로 이동
2011년부터 전용관 '영화의전당' 자리 잡아
영화·공연 아우르는 랜드마크로

영상센터·후반작업기지 등 연관시설 집중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공간 제공
조성된
클러스터의 시너지 효과 고민해야


BIFF의 중심은 영화도시 부산의 출발 지점인 중구에서 시작해 현재는 사실상 해운대 권역으로 옮겨 온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BIFF의 거대한 1차 이동이라면 2차 이동은 수영만 요트 경기장과 해운대 메가박스, 장산역 프리머스를

 

중심으로 상영하던 것에서 영화의전당과 롯데시네마, CGV가 생겨난 센텀시티로 그 중심을 재차 옮긴 것이다.

 

이는 BIFF의 오랜 숙원이었던 전용 상영관이 센텀시티에 그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또한 센텀시티가 부산의 떠오르는 상업 중심지가 되면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 각각 롯데시네마,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 영화의전당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나란히 입점했기 때문이다.


BIFF의 중심은 이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에 따라 재편되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중구 권역에는 대영시네마, 부산극장, 국도극장 등의 지역 극장이 활발히 운영되었다.

 

이후 2000년 5월 CGV 서면점의 개관을 기점으로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많이 들어서게 되었고 부산 영화계의 중심은 해운대로 이동한 것이다.

 

2013년 9월 현재 해운대구에서는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 CGV 센텀시티점, 프리머스 해운대점, 메가박스 해운대점과 장산점이 운영되고 있다.


■영화의전당, 부산 영화의 심장이 되다

부산의 영화 팬들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예술영화나 고전영화들을 보기 위해 시네마테크 부산이나 남포동에서 현재 대연동으로 자리를 옮긴 국도예술관을 찾아야 했다.

 

찾아가기 쉽지만은 않은 곳에 있던 시네마테크 부산은 영화 팬들에게 단지 영화를 볼 수 있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다.

 

세련되고 깔끔한 건물은 아니었지만 조용한 매력이 있었던 시네마테크부산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BIFF의 시작 이후 다양한 영화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계기로 만들어진 시네마테크부산은 부산 영화의 상징적 공간이었으나 이제 그 자리를 BIFF 전용관인 영화의전당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배경으로 마린시티의 70~80층 규모 초고층 아파트가 키재기 경쟁하듯 하늘로 치솟아 있다.
전용관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BIFF가 6회째의 행사를 치렀던 2001년 11월이었다.

 

보통 해외의 여러 유명 영화제들은 전용관을 보유하고 그 장소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행사를 치르곤 한다.

 

공간이 부족해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 개막 무대를 마련해야 했던 BIFF에게 전용관 건립은 오랜 숙원이었다.

 

영화의전당은 2005년 국제지명현상 공모를 통해 오스트리아의
건축 설계회사인 쿱 힘멜브라우의 디자인이 선정되었다.

 

2008년에
기공식을 가진 후 2011년 9월에 개관함에 따라 그해 BIFF 개막식을 개최하여, 영화의전당 시대가 열렸다.

영화의전당이라는 건물이 반가운 이유는 영화도시 부산의 진정한 랜드마크가 생겼기 때문이다.

 

시네마테크 부산이 BIFF의 초창기 모습을 간직한 추억의 공간이라면 영화의전당은 BIFF와 영화, 공연을 한번에 아우르는 새로운 공간이다.

 

그리고 영화의전당의 건립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센텀시티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다.


■센텀시티, 부산 영화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있다.

 

부산에 오래 터를 잡고 살았던 토박이들은 드넓은 밭에서
아파트가 들어선 비싼 땅으로 변한 강남만큼이나

 

지금의 센텀시티가 낯설 것이다.

 

지금처럼 백화점과 높은
오피스텔이 들어서기 이전 센텀시티는 부산 비행장이 있던 곳이었다.

 

부산 비행장은 1940년대 태평양전쟁 중이던 일제의 육군비행장으로 사용되었으며 군용기가 이착륙하던 곳이었다.

 

부산비행장은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부산을 방문하였을 때 내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김해 국제공항의 개항으로 업무를 이전하게 되었고, 부산시에서는 비행장 부지를 대규모 정보단지로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01년 9월 BEXCO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여러 기관들의 입주가 시작되어 현재의 센텀이 완성되었다.


한편 2005년 문화관광부의 '4대 지역거점 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부산 영화영상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영화제 전용관과
전시관 등을 포함한 부산 영상센터 건물과 문화콘텐츠 콤플렉스, 후반작업기지, 영화체험박물관 등을 설립하는 계획은 중구의 박물관을 제외하고 대부분 센텀시티에 그 공간이 집중되어 있다.

 

그 결과 2013년 9월 현재 센텀시티에는 영상, 문화, 전시 등의 각종 콘텐츠와 관련된 건물이 밀집되어 있다.

 

영화의전당,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 문화콘텐츠 컴플렉스, 부산 시청자 미디어센터,
부산디자인센터, KNN방송국, 소향 뮤지컬시어터 등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는 상황이다.

 

영상 관련 기관들의 부산 이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난 9월 5일 해운대 영상산업센터로 이전하였고, 영화진흥위원회와 게임물등급위원회도 10월까지 이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주요 시설들의 밀집은 '영화도시 부산'이라는 하나의 테마에 이견이 없게끔 만드는 또 하나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환상의 공간, 해운대

부산을 많이 접해 보지 못한 타 지역 사람들에게 부산하면 해운대가 떠오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해운대 권역에는 우선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 해수욕장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전시 시설 BEXCO가 있으며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가 이어져 있다.

 

영화의전당 건립 이후에는 그 독특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보기 위해 센텀시티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다.

 

백화점이 들어선 센텀시티에는 쇼핑을 위해 찾아오는 국내외 관광객 수 또한 어마어마하다. 

 


수영강변 센텀시티엔 5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방향의 풍경은 마치 상하이나 홍콩, 심지어 두바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필자에게도 아직은 낯선 모습이다.

 

부산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감독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부산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해운대는 이제 미래를 보여 주는 공간이 되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과 '해운대'(2009)는 부산의 환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해운대에 존재하는 전통적 공간과 새로운 공간을 동시에 보여 주었던 영화 '해운대'에서 번쩍이는 야경의 상징인 광안대교와 높은 빌딩들은 그야말로 화끈하게 부서지기 위해 존재했다.

 

동시대의 해운대는 영화에서 종종 이처럼 즐거운 눈요기로 소비되곤 한다.


■부산 영화,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영화의전당이 센텀시티에 자리를 잡은 지 3년째다.

 

평일 낮에도 붐빌 때가 있을 만큼 주변의 부산 시민들에게는 좋은 영화 관람터로 자리매김했다는 생각이 든다. BIFF의 개·폐막식이 개최되는 야외 광장은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와서 쉬다 가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열린 공간이 되었다.

 

부산의
이름을 걸고 운영되는 영화제의 전용관이 생긴 것으로 본격적인 해운대 시대가 열렸으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옛 시네마테크부산 건물의
철거와 보존에 관한 문제나 시네마테크부산이 영화의전당 안에 한 개의 관으로 편입되면서 독립된 공간의 성격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영상 관련 시설의 적극적인 유치도 좋지만 각 건물들의 밀집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나타낼지 또한 미지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라 해운대영화제가 아니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심심찮게 들려오지만,

 

부산영화영상클러스터 조성 사업으로 인해 앞으로도 부산 영화의 중심은 해운대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도시 부산'이라는 부산의 테마는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라는 씨앗이 깨어났던 옛 부산의 모습을 우리는 과연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글=박정민 부산대 영화연구소 연구원 pppiiippp@nate.com

사진=이경희 사진가 mizise@naver.com

후원:부산영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