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예술]

[부산 '영화 지도'를 그리다] <16> 에필로그

금산금산 2013. 12. 1. 19:22

 

[부산 영화지도를 그리다] <16> 에필로그

'영화도시 부산'의 과거와 현재 점검, 미래 '스토리'는 우리들 몫

 

 

■연재를 마치며

지난 8월부터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부산영화의 흔적을 찾아 그 조각들을 맞춰 보았다.

그중 어떤 조각은 이미 오래된 화석처럼 굳어졌고, 어떤 것은 아직도 변화하고 유동적인 미완성의 형태였다.

부산영화사의 본적지인 중구를 시작으로, 중앙에서 밖을 바라보며 달려와   기장군을 끝으로 총 9개 구·군을

답사하였고 앞으로 이 작업은 계속해서 확충해 나갈 것이다.

부산영화지도의 첫 퍼즐이자 부산 영화관의 역사를 압축한 공간인 중구에서는 한국 최초로 영화가 상영된 지역은 부산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원도심의 모습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중구는 깡패영화의 단골 로케이션 장소가 된 중국집들과, 역사가 살아 있는 40계단, 보수동 책방골목 등지에서 다양한 영화를 통해 재현된 공간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 지도를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낯선 풍경을 제공하는 영도와 다대포의 이국적인 정취는 영화의 프레임 속에서 그 공간이 가지는 고유한 로컬리티를 드러냈다. 아직 단일극장 하나 없는, 문화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지만 카메라 렌즈 속에서는 언제나 광활한 바다와 바람의 소리를 새겨 놓는다.

화석처럼 굳어진 것… 변화하는 것…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던 조각들 꿰맞춰
9개 구·군이 지닌 그 나름대로의 강점 확인

'영화의전당' 해운대 건립은 새 디딤돌
한국영화 중심축 서울서 부산으로
관련 시설 집중, 관광자원 큰 역할 기대

새로운 사람들의 또 다른 이야기
하나하나 기억될 때 그것이 바로 역사


이제는 소멸된 동구 범일동 일대 소극장들과 버스 정류장의 명칭으로만 남은 보림극장의 아쉬운 극장사(劇場史)를 통해 당시 노동자들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부산진구 역시 50년대부터 들어선 공장들이 75년 사상공단으로 이전함으로써 고정 관객층을 잃고 위축되었지만 범일동 극장가와 달리 유동 인구에 기대어 90년대까지 명맥을 유지하다가 차츰 폐관되었다.

2000년 'CGV서면' 개관을 시작으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옛 영화관 자리를 메꾸게 되었다.

영화 속 공간은 늘 부산의 바다만을 겨냥하지는 않았다.

영화 '마더'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남구 문현동 안동네에 위치한 벽화마을(돌산마을)에는 한국전쟁 후 피란민의 삶이 느껴지는 장소다.

금정구는 영화 속에서 금정산과 일대의 푸근함처럼 평온한 모습으로 기록되었고, 동래구는 부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답게 동래온천, 동래별장과 같은 유명관광지를 비롯해 사직구장에 이르기까지 실제

부산시민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촬영지로 기록되었다. 북·사상구에서는 공간의 정체성이 살아 있는

로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낙동강 하류라는 경관과 정서를 반영한 영화 속 공간을 창조함에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새로운 중심축인 해운대구에서 영화의전당 건립은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의 완공이자, 영화인 유입이라는 영화사적 사건을 견인하는 건물의 완공을 의미한다.

해운대는 부산영화영상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추진해 한국영화의 중심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견인시켜 왔고,

곧 그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 밖에도 영화 기반시설과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해운대가 제공하는 촬영 환경은 국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관광자원 개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부산영화지도 따라 걷기

언젠가 방문한 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포구를 끼고 있는 옹플뢰르(Honfleur)라는 도시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장소였다.

느린 걸음으로도 1시간 남짓이면 둘러볼 수 있는 이 도시에는 작은 골목 모퉁이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있었다.

포구 끝에 자리한 르블랑 슈발 호텔(Hotel du cheval blanc)에는 인상주의 화가 모네를 포함한 수많은 화가가

즐겨 찾던 장소였다.

빛을 따라 그림을 그리는 모네는 낮 동안은 포구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그리고, 해가 지면 포세광장(Cours des Fosses)에서 칼바도스(Calvados)를 마시고, 밤이 되면 르블랑 슈발 호텔에 묵었다.

이런 간략한 일화가 이 작은 도시가 가지는 기억의 편린이 되고, 이 조각들을 모아 더 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달 중순에는 다대도서관 주최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지도 답사를 가져 보았다.

처음으로 시도한 일반인 대상의 영화지도 답사는 소풍을 온 듯한 설레임이 있었다.

현재 상업시설이 들어선 조선키네마주식회사의 옛터를 시작으로 영화의전당에 이르기까지, 부산영화사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찾아가 보았다. 답사 참여자들은 영화지도를 따라 바라보는 공간에서 자신이 보았던 영화의 장면과 이 공간에 얽힌 기억을 이야기했고, 앞으로 사라질 공간 앞에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영화 속 공간은

그 장소가 가진 역사 속에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가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져 기억되고, 그 기억들의 모음은

그 지역의 역사로 기록된다.


■ 영화지도 이야기는 완성되지 않았다

부산대 영화연구소 영화지도팀은 이러한 영화사적 공간을 한 발 한 발 걸으며 우리 지역의 영화사적 흔적을

정리하였다.

단지 오래된 건물, 낡은 거리로 보였던 곳은 이제 영화 속의 '그곳'이 되어 과거 영화인들이 즐겨 찾던 장소로

기억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공간의 정체성은 문화와 사람이 어우러져 시간의 통로를 흐른 뒤에야 완성이 된다.

익히 알고 있는 길이 새로운 의미를 찾고, 새로운 이들이 찾아와 또 다른 이야기를 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자 '영화도시 부산'의 테마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끝-

글=원라진 부산대 영화연구소 연구원 jatan@naver.com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busan.com

후원 : 부산영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