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다 '신진작가' 포트폴리오] ① 삼락의 깃발 / 이동문
▲ 김○○ 55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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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사진 도감으로 보이는 이동문의 사진은 서로 대면하게 되는 사진가와 대상(삼락의 농민들)과의
의식적인
만남을 기본으로 한다.사진가와 대상이 서로 응시하면서 주고받는 가운데서 삼락의 농민은 자신의 일상 혹은 일터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동문은 가장 사진적인 시각과 시점으로 대상을 재현하고 있다.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부동과 침묵을 통해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삼락의 농민들이 평생 땅을 일구고, 그 삶의 흔적을 스스로의 육신에 새겨 넣은 삶의 정직함으로 말이다.
이동문은 이들의 정직한 삶을, 이 숭고한 삶을 가장 담담하게, 또는 정직하게 그려냄으로써 눈속임과 같은
시각적 표현으로는 드러낼 수 없다는 신념으로 삼락의 땅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동문의 사진이 시각적으로 일반 사진과 별로 차별점이 없어 보이는데 왜 작품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일까?
이동문의 사진은 인물을 미화하고 이상화하는 일반 초상의 맥락에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초상 사진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사회적 초상 사진은 개인의 용모를 재현하고 이상화하는 사적 기능이 아니라, 해당 계급과 직업을 구성하는
용모의 집단적 특성을 기록하는 사진을 말한다.
따라서 사회적 초상 사진에서는 각 개인의 용모적 특성이 아니라 직업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동문의 사진이 도감적이고, 정직하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농민들이 직접 가꾼 땅은 그대로 그들의 얼굴에 전이되고 있다.
우리는 그 얼굴들에서 삶의 진실을 목격할 수 있다.
볼품없는 옷차림, 검게 그을린 손, 늙은 나무 표피와도 같은 얼굴, 자글자글한 주름, 굽은 허리와 다리. 등뼈가
흔들릴 것 같은 쇠약한 몸은 마른 땅거죽과 닮았다.
그들은 평생 흙과 함께했을 것이며, 땀으로써 노동의 대가를 증언했을 것이다.
저들이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저 땅은 수십 년을 삽질과 호미질에 길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땅에서도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
그곳에서 농사일을 숙명으로 알고 한평생을 보낸 이들이 내몰릴 곳은 또 어디란 말인가.
이들이 사라지고 없는 삼락의 땅은 어찌 될 것이란 말인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는 것은 비단 흙만이 아니다.
바로 저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힘겹게 살아온 농민들임을 사진은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이동문 사진가
◇약력=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졸업(1994년), 4대강 시리즈 프로젝트 중 '목격자'(부산 오픈스페이스 배, 2011년), Local to Local-Busan in Taipei(대만 TCAC, 2011년), '미술은 현실이다'(대전 Space SSEE, 2011년) 외 단체전 다수 참여. 프리랜서 사진가.
박종현 평론가
◇약력=경일대 사진영상학과 졸업(2001년) 후 부산대학교에서 예술학 박사학위(2009년) 취득. 현재 부산대학교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부산대학교 박사후연수연구원(Post-Doc)으로 재직 중. 대표 논문 '디지털 사진 이미지의 표현과 사유방식에 관한 연구'. 저서 '사진, 시선과 담론'(2012년, 부산대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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