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부산의 힘 '변호인' 1000만 울렸다
노 전 대통령·부림사건 소재로 송강호 등 지역출신 배우 열연
- 부산서만 벌써 관객 80만 동원
- 주말 전국누적 1000만 명 돌파
- 최대흥행 '아바타' 넘을지 관심
지난해 12월 19일 정식 개봉(18일 전야 개봉)한 영화 '변호인'이 이번 주말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봉 한 달 만에 1000만 관객을 모은 '변호인'은 국내외 영화를 합쳐
역대 흥행 1위인 '아바타'의 38일보다 7일가량 빠른 기록을 세웠다.
또 이런 흥행 추세라면 '변호인'이 역대 최대인 '아바타'의 누적관객 수(1330만 명)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영화는 자존심을 4년 만에 회복한다.
'변호인'이 이처럼 화제를 모으며 1000만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부산의 힘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드라마와 부산 출신 배우가 힘을 보탰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는 자막으로 시작하는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과 부림사건을 다뤘다.
주인공인 송우석(송강호 분)은 가공의 인물이 아닌 부산이 키워낸 노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했고, 부산 시민이 기억하는 부림사건은 영화를 든든히 받쳐준다.
실제 인물과 사건이라는 토대가 있었기에 최고의 선이 돈이라고 생각하던 세무 변호사 송우석이 군부정권 유지를 위해 조작한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인권 변호사로 변모하는 과정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와 더불어 송강호와 임시완 등 부산 출신 배우가 만들어낸 리얼리티도 주효했다.
송우석 변호사를 연기한 송강호는 경남 김해 출신으로 1980년대 부산에서 극단 생활을 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그분(노 전 대통령)과 동향이고, 그분을 가장 잘 재연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 캐스팅되지 않았겠느냐"라고
송강호는 말했다.
진우 역을 연기한 부산대 공대 출신 임시완은
"내가 다녔던 부산대의 선배 이야기라는 데 동질감을 느끼며 연기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배우 모두 부산 사투리에 능했으며, 이들의 열연은 지난 16일까지 부산에서만 80만 관객(전국 누적관객 수 점유율 8.3%, 부울경 관객 수 154만 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됐다.
이 영화를 본 부산 관객은 송우석과 진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돼지국밥집을 찾으며 또 다른 '변호인'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잘 빚어낸 감동 드라마, 그리고 이를 잘 표현해 낸 부산 출신 배우의 연기력, 전국 어느 곳보다 열심히 '변호인'에 빠져든 부산 관객.
이 3박자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한 변호사의 외침과 1000만 관객을 소통하게 했다.
'변호인' 세대별 감상평
20대 "정치가 나와 가족 삶 망칠 수도 있겠구나"
40대 "이미 아는 '노무현 이야기'… 충격 그다지"
60대 "30년 전 부산대 근처 최루탄 냄새 떠올라"
▶이진화(여·27·남구 대연동)
무엇보다 송강호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어릴 적 막연하게 들었던 '부림사건'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사실 우리 세대에게 영화 속 부림사건은 중·고교 시절 교과서에서 언뜻 본 기억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영화 '변호인'은 잊힌 시대의 아픔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더불어 그간 일상에 파묻힌 채 세상일에 무관심했던 나에게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정치라는 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얼마든지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나부터 정신을 차리고 세상일에 열심히 귀를 기울일 작정이다.
그래서 평소 보지도 않던 신문을 정기구독하기 시작했다.
▶박정환(47·해운대구 우동)
예상했던 것보다는 영화의 충격이 강하지 않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제작사의 소극적인 해명도 있었지만, 대다수 관객은 '노무현 이야기'라고 인식하고 봤다. 그렇게 봤을 때는 사회적 쟁점이 될 만큼의 영화가 아닌 것 같다.
부당한 국가권력의 폐해를 잘 드러냈지만,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만 던진 것은 아니다.
부당한 국가권력의 남용에 대해서는 지적했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강조한 국민통합이라는 관점은
무시했다.
또 문재인 국회의원은 부림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이 사건 관련자와 단체 영화관람을 했는데
자칫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숙자(여·61·금정구 부곡동)
영화를 보는 내내 옛날 생각이 났다.
1980년대 초 큰딸을 낳고 부산대 인근에 오랫동안 살았다.
학교에서 그렇게 가깝지 않은 위치였지만 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는 물론 집에서도 자주 최루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그때 뛰어다니던 학생들이 이런 고초를 겪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부당한 국가 권력에 희생당한 학생들, 이에 맞서는 송우석 변호사를 보며 가슴이 미어졌다.
허구의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진실을 고백했던 군의관이 어떤 조치를 받았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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