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3.일반적으로 겨울산은 잿빛이지만 응봉산은 홍송 등 소나무가 많아 멀리서 봐도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오르는 산길은 편하지만 밋밋하다. 하지만 산행 도중 만나는 푸른 소나무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또 가고 있다.
부푼 꿈을 안고 올 한 해를 시작했지만 어김없이 아쉬움이 남는다.
웬지 어디엔가 기대고 싶고 한편으론 멀리 떠나고 싶다.
남들은 해넘이다 해맞이다 벌써부터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전국의 명소들은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는가 보다.
올해 마지막 산행이다.
이왕이면 산행과 여행을 겸하고 거기다 온천까지 할 수 있는
1박2일의 여유있는 코스를 한 번 잡아보자.
경북 울진의 응봉산(鷹峰山·998.5m).
비상하려는 매의 형상을 닮았다해서 매봉 또는 매봉산이라고도 불린다.
범부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굩 덕구온천’하며 맞장구를 칠 것이다.
해발 500m 암반 사이로 뜨거운 자연 용출수가 솟아 나오는 원탕이 바로 응봉산 온정골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가는 길인 7번 국도는 겨울 동해바다의 진면모를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에선 지난 일년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덕구온천에서 출발하는 산행길은 아주 편안하다.
2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마음먹기에 따라 가족들이 함께 동해바다의 일출을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맞는 일출은 어느 명산 못지 않게 일품이다.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는 응봉산의 자랑은 덕구온천 말고 또 하나 있다.
바로 용소골이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의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와 폭포, 용소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구간은 물 속을 걸어야 하기에 겨울과 장마철에는 피해야 한다.
산행은
호텔덕구온천~화기물 보관소~제1헬기장~제2헬기장~정상~덕구계곡~덕구온천 원탕~효자샘~용소폭포(마당소)~선녀탕~벽산덕구온천콘도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길은 잘 정비돼 있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등산안내도 옆에 ‘정상까지 5.67㎞’ 팻말이 보인다.
침목을 받쳐 놓은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그 이후부터는 거의 산책로 수준이다.
폭도 그렇고 경사가 아주 완만하다.
길 좌우 붉은 빛을 띠는 홍송은 곧고 푸르다.
유달리 볼 것 없는 겨울산행에 큰 볼거리다.
마치 아름다운 미인을 보는 듯하다.
흔히 앙상한 나뭇가지로 대표되는 겨울산은 잿빛이지만
응봉산은 홍송 덕에 겨울답지 않게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25분쯤 뒤 첫 갈림길. 왼쪽은 온천원탕 가는 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온천원탕은 하산길에 보기 위해서다.
여흥 민씨묘를 지나면 곧 두번째 갈림길.
왼쪽은 정상 가는 길, 오른쪽은 강원도 가는 길이다.
응봉산이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너무나 인상적인 아름드리 홍송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첫 헬기장.
점차 오르막이 심해진다.
햇빛을 받은 홍송이 더욱 붉은 빛을 발한다.
25분쯤 뒤, 1.8㎞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일 때쯤 뒤돌아보면
들머리인 덕구온천타운과 동해바다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내리막길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두번째 헬기장.
장쾌한 조망에 가슴이 확 트인다.
오른쪽엔 보다 넓은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왼쪽에 비로소 응봉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온다.
이제 정상까지는 0.8㎞.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바람이 세지고 제법 매섭다.
3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지만 10m 정도 떨어진 정상석 옆에 서면 동해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오른쪽 아래로 우리가 하산할 온정골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석 뒤 산길로 가면 용소골. 용소골 너머 저멀리 면산과 백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원탕가는 길’ 팻말이 가리키는 온정골로 내려선다.
온정골 길은 온천원탕을 거쳐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 2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절반은 급경사 능선길이며 계곡에 도달한 뒤에는 평탄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1시간쯤 지나면 계곡에 닿는다.
겨울계곡이 이렇게 맑고 깨끗할 줄이야.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온천원탕.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수가 솟아 오른다.
위장병 당뇨 피부병에도 좋다기에 마셔보고 손도 씻어본다.
41.8도라고 적혀 있지만 그리 뜨겁지는 않다.
원탕 뒤 날머리까지 4㎞가 남았다는 팻말이 보인다.
건너편엔 산신각이 있다.
매월 음력 16일이면 산신제를 지낸다고 적혀 있다.
지금부터는 온천수를 대중탕까지 운반하는 대형 파이프 라인을 따라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경치 좋은 계곡에 대형 파이프 라인이 좀 어색하지만 희소성 측면에선 신기하기도 하다.
하산 도중 현재 울진군청이 산행로 정비를 위해 철제 다리공사를 하고 있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두번째 다리를 지나면 오른쪽에 효자샘.
효자 청년이 병상에 누운 어머니께 이 물을 봉양했더니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어 온정골의 비경이랄 수 있는 용소폭포와 마당소,
그리고 선녀탕에 이르면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신선이 노닐 수 있는 선경에 다름아니다.
선녀탕에서 날머리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는 10여분 걸리며
콘도에서 호텔덕구온천까지도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 울진거쳐 덕구行, 승용차로 4시간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054-782-2971)행 시외버스(포항 강구 등 경유)는
오전 5시56분, 6시22분, 7시52분, 7시59분 등 하루 18차례 있다.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직행은 오전 10시40분 단 한차례 있으며 3시간30분 걸린다.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덕구온천행 버스는 5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하산길에 만나는 응봉산의 자랑 용소폭포와 마당소. |
덕구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10분, 5시5분, 6시35분, 8시(막차)에 있다.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포동종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1분, 5시45분(강구 포항 등 경유), 직행은 오후 4시37분, 6시17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경주IC~포항을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홍해~영덕~평해~덕구 순으로 가면 된다. 소요시간 약 4시간.
◇ 그밖에 둘러볼 곳 - 국내유일 자연용출 덕구온천, 물 좋기로 이름난 백암온천
경북 울진 응봉산에 올랐다면 하산 후 덕구온천에서 피로를 풀어야 제대로 된 산행을 한 것이다.
울진은 산과 바다, 그리고 온천욕 3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석삼조의 관광휴양지다.
부산서는 차로 4시간 정도 걸려 제법 멀지만 한 번 가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은 응봉산 온정골에 있다.
지난 1993년 10월에야 호텔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아직도 처녀지 같은 온천이다.
온천수가 나오는 지역은 협곡이어서 시설물 설치 등 개발이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덕구온천지역까지 4㎞ 구간을 송수관으로 연결시켜 41.8도의 온천수를 24시간 공급하고 있다.
덕구온천은 신경통 류머티즘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다 지난 5월 초현대식 기포욕탕, 유아풀장, 가족탕과 폭포탕 등
각종 야외욕탕을 갖춘 스파월드를 개장해 겨울철 휴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054)782-0677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가다 덕구온천에 도착하기 전 마주치는 유명 온천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백암온천이다.
백암산(1004m) 동쪽 기슭에 위치해 응봉산-덕구온천처럼 산행과 온천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백암온천은 신라때부터 알려진 유서깊은 온천.
온천수원지는 3개소이고 수온은 32~53도로 라듐이 함유된 국내 유일의 방사능 알칼리성 온천이다.
유난히 매끄럽고 투명한 백암온천의 수질은 신경통 만성관절염 동맥경화증 등 여러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만성질환자들이 찾아와 요양을 하고 있어 숙박시설마다 장기 투숙객이 특히 많다.
백암온천은 하루 용출량이 많아 대단위 온천단지의 업소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이나 가정에서도 모두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79년 12월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호텔 콘도 여관 등
다양한 숙박시설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췄으나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백암산은 백암온천을 기점으로 온정면과 수비면에 걸쳐 있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선시골 계곡이 특히 유명하다.
백암온천에서 출발, 선시골 계곡~백암산 정상~백암폭포를 다녀오는 코스는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5-6393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 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