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평동 야시장], 눈도 방긋 입도 방긋… 밤이 즐거운 '주전부리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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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랑주VMD연구소 이랑주(오른쪽) 대표가 지난 16일 부평동 야시장을 둘러보면서 인도네시아 볶음국수 미고랭을 먹고 있다. |
그런 면에서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부평시장 야시장이 요즘 뜨겁다.
힘차게 들린 영도다리 쪽에서 시작된 온풍이 광복로 크리스마스트리 불꽃에 달궈지더니
부평동 야시장으로 번져와 열풍으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해거름이면 불이 꺼져 적막하던 부평시장은 이제 잊어 달라!
이랑주VMD연구소 이랑주(41) 대표와 그 뜨거운 야시장 한가운데를 걸었다.
"음식 맛은 눈으로 먼저 봐야한다!"
그는 '가치진열전문가'답게 야시장을 '눈 맛'으로 먼저 음미하고, '입 맛'으로 되새김질을 했다.
그에 따르면 전국 최초의 이 야시장은 "육수가 설설 끓고 있는 상태"다.
자, 이제 수육을 넣을지, 밥 혹은 면을 넣을지 선택이 남았다.
몇 가지 개선점만 보완된다면 용광로 같은 맛이 우러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는데….
유부전골 등 전통 먹거리도 풍성
"여행객 사로잡을 매력 있는 장소
공간적 여유 갖춘다면 금상첨화"
■ 전통과 다국적 먹거리 풍성
엥? 짜다는 말인가 짜지 않다는 말인가?
전통시장에서 흔한 호객행위 운율에 맞게 손님을 끌어모으는 솜씨가 제법인데 가만히 보니 베트남 여성들이다. 우엔 이트(28) 씨가 만드는 음식은 베트남식 튀김만두 '짜요'.
돼지고기에 마늘, 파, 당근, 버섯 따위 야채와 양념을 버무려서 쌀종이에 김밥처럼 만 것을 튀겼다.
칠리소스 덕분에 입에 착 달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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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튀김만두 '짜요'. |
'짜요, 안 짜요' 말장난에 재미가 붙었는지 1천 원짜리 '짜요' 노점 주변은 인산인해다.
손님 반응을 물었더니 우엔 씨는 "먹을 만하다고 하세요"라고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장사진을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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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볶음국수 '미고랭'. |
인도네시아 볶음국수 미고랭 매대 앞도 정체다.
이슬람식 히잡을 쓴 마야(23) 씨가 닭고기를 강황가루에 섞고 마늘, 양파, 홍초 등으로 양념해서
면과 함께 볶고 있다.
히잡을 쓴 채로 즉석에서 볶아주니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이 자카르타식 미고랭에는 현지 소스만을 썼다는데도 우리 입에 맞다.
'바나나뀨 1천 원'이라고 씌어 있는데 이건 뭔가?
바나나가 있고 옆에 튀김기름이 펄펄 끓고 있다.
"어, 이거 필리핀에서 먹던 바나나꼬치네!"
한 행인이 반가워하며 바나나를 덥석 잡아쥔다.
덩달아 주문해서 맛을 봤더니 참 묘하다.
그냥도 달게 먹을 수 있을 바나나를 굳이 겉에 설탕을 바르고, 설탕을 녹인 기름에 튀긴다.
그런데 바삭거리는 씹힘성과 달콤함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는지 시장통 주전부리로는 아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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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바나나튀김꼬치 '바나나뀨'. |
짜요, 미고랭, 바나나뀨 같은 다국적 음식 덕분일 텐데 전통시장 골목은 모처럼 신선함과 활기가 넘친다.
물론 전통의 먹거리도 건재하다.
어묵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무인판매 매장에 눈길이 갔다.
'1봉지 5천 원에 가져가라'는 안내문만 붙여 놓았는데 초저녁에 다 팔리고 달랑 한 봉지만 남아 있다.
이 밖에 유부전골, 씨앗호떡, 자갈치해물빵 등 전통먹거리로 야시장 구색은 풍성하다.
현재 이곳에 다국적 노점 6곳을 운영하고 있는 삼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의 김동인 이사는
"시장 내에 마련된 공동작업장에서 매일 직접 재료를 장만해서 만들고 있다"면서
"시장통이지만 정성이 들어가는 수제 음식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 "맛을 눈으로 보여줘라!"
야시장 맛 기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 대표와 함께 야시장 맨 끝
유부전골 노점에 앉았다.
그는 '마음을 여는 비주얼 머천다이징(VMD)'을 전국의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설파해 전통시장을 개조하는 중이다.
또 전 세계 재래시장을 그의 시각으로 해석한 '이랑주의 광장&골목'을
현재 부산일보에 연재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야시장을 둘러본 소감은?
"우선은 역사성이 있는 재래시장에 야시장을 개설한 것 자체가 잘한 것"이라고 그는 운을 뗐다.
다문화 부스를 넣고, 조금씩 맛볼 수 있게 1천∼3천 원대로 가격을 책정한
전략도 아주 좋다고.
다만 '더 먹고 싶은데 먹기가 쉽지 않은' 점은 개선 과제다.
먹거리를 파는 부스 옆에 앉아 차분하게 먹을 공간이 거의 없으니
좁은 통로에서 음식을 들고 행인들과 부딪혀가며 먹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시장 통로가 좁고 짧아서 떠밀리다 보면 야시장 구경이 순식간에 끝나 버리는 것도 아쉽다.
"외국의 성공한 야시장은 공간이 넓어요. 음식은 꼬치에 꿰었으니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고,
따로 먹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외국 야시장이 새벽까지 운영되는 이유지요."
매대 사이에 간격을 더 두고 사이에 간이 테이블이나 의자를 두면서 야시장 길이를 확장시키면
훨씬 여유로워 보일 것 같다고.
조금씩, 되도록 많은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조응하려면
'야시장표 한 입 상품' 같은 걸 도입하면 좋겠다고 했다.
예컨대 모두 1천 원짜리 꼬치로 통일시킨 연합 상품 같은 걸 내놓으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꼬치에 꿰여 있으면 들고 다니면서 먹기 편하다.
기존 시장 점포들도 '푸짐한 5천 원짜리'를 고수하지 말고 경단, 빈대떡, 파전, 식혜 따위를
야시장 가격과 소포장에 맞춰 내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세상 어디든지 사람 냄새 나는 고유의 시장을 훔쳐볼 수 있다는 건 여행객을 흥분시킬 만하다.
보고 먹고 마시며 사람들과 부대끼는 야시장이 딱 그런 곳이다.
일반 시장과 다른 야시장의 비주얼, 즉 '눈으로 먼저 먹게 만드는' 노력이 조금만 더 보태지면
부평시장 야시장은 '맛있는 야시장'으로 우뚝 설 것이다.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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