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딱 벗고새'를 아십니까?
진용성 기자
'홀딱벗고새'를 아십니까?
연둣빛 초록이 아름다운 4월 말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두견이과] 여름철새입니다.
정식 학명은 검은등뻐꾸기이고요.
복사꽃이 떨어질 때쯤 이 산 저 산을 오가며 울어대는
뻐꾸기와 습성이 비슷한 산새입니다.
아마도 산을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이 새가 어떤 새인지
금방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새의 울음소리가 궁금하시죠.
이름에서 눈치 챘듯이 그 울음소리가 조금은 요상합니다.
바로 '홀·딱·벗·고~''홀·딱·벗·고~'하며 웁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소리가 '카·카·카·코~',
혹은 '호·호·호·히~'라고도 들린다고 합니다.
음계상으로 봤을 때 '미·미·미·도'로 표현되는
4음절의 독특한 리듬 때문에 그렇게 들린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불리게 된 데에는 밑도 끝도 없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더 큰 작용을 했다고 합니다.
어느 사찰의 한 스님에게 일어난 애틋한 사연입니다.
수행 정진하는 어느 날 그 스님에게 운명처럼 한 여인이 나타났습니다.
그 여인은 불귀의 객이 된 남편의 백일기도를 위해 탑돌이를 하러 절을 찾았습니다.
그 자태가 너무 아름다워 스님은 그만 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세상과 등진 스님으로선 차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번뇌을 떨쳐버리기 위해 쉼 없이 주문을 외웠습니다.
'사랑도 홀딱벗고, 번뇌도 홀딱벗고, 미련도 홀딱벗고…'
이렇게 열심히 주문을 외웠지만 한번 일어난 마음의 갈등은 차마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스님은 미련만 남긴 채 화풍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홀·딱·벗·고~'는 그 모습을 지켜본 검은등뻐꾸기가 그 주문을 따라 부르다 보니
입에 익어 그렇게 나왔다고도 하고, 또 스님의 넋이 홀딱벗고새로 변해
그런 울음을 울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역시 스님과 관련된 것입니다.
함께 수행하던 스님들이 더위를 피해 산골짜기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 멱을 감았습니다. 인적이 끊긴 깊은 산속인지라 알몸으로 물속에 들어 갔는데 그만 동심이 발동해
서로 물장구를 치고 놀았습니다.
바로 그 장면을 홀딱벗고새가 보았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할 스님들이었기에
충분한 놀림감이 되고만 것입니다.
해서 그 스님들을 따라가며
'나·는·봤·다~ 홀·딱·벗·고~'
'나·는·봤·다~ 홀·딱·벗·고~'하며 울었다고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원성스님이 이런 장면들을 연상시키는
시를 한 편 썼습니다.
제목은 '홀딱벗고새의 전설'입니다.
지면사정상 일부분만 소개합니다.
'홀딱벗고 마음을
가다듬어라/홀딱벗고 망상도 지워버려라/…/
홀딱벗고 나처럼 되지 말고/…
/아득한 옛적부터 들려오는 소리/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들려오는 소리/…
/공부하는 스님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해서/이번 생에는 반드시 해탈하라고/…
/목이 터져라
노래한다/홀딱벗고/홀딱벗고/홀딱벗고'
6월의 산하는 벌써부터 짙은 녹빛으로 뒤덮였습니다.
녹음이 짙어지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더 빨리
홀딱벗고새가 우리 곁을 떠나갈까 안타깝기도 합니다.
서둘러 찾아보십시오.
홀딱벗고새가 정말 따라오면서 '홀·딱·벗·고~'로 우는지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그 울음이 우리의 가슴에 어떻게 내려앉는지도 그려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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