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1-3> [낙동강 삼각주 이야기]- 지켜야 할 '전래민속'
가락오광대·명지 알씨름·다대포 후리소리…민중문화의 보고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고증 복원작업이 한창인 가락오광대의 연희 모습. 강서문화원 제공 |
- 가락오광대 노름꾼 과장 특이
- '모찌기 노래' 등 노동요 성행
- 봉화산 정상 매년 봉수대제
- 민속박물관 만들어 보존해야
낙동강 물길을 따라 삶이 수천 년 이어져 오면서 수많은 노래와 놀이도
자연스레 생겨났다.
전래민속은 이렇게 낙동강 삶터의 역사를 재현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노동요 굿판 제례 등이
최근 지역민의 노력으로 고증을 거쳐 복원되고 있다.
낙동강 하구 일대 강서와 구포의 전래민속들을 강서문화원과 낙동문화원, 부산민학회, 신라대 양혜경(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살펴봤다.
■ 문화의 보고 김해평야
영남 최대 규모의 곡창지대 김해평야는 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가락동 식만동 일대다.
(1989년 경남 김해군에서 부산 강서구로 편입됐다) 동 이름에 주목해도 재미있다.
'먹을 것으로 가득차다'는 뜻의 식만(食滿)동은 이곳이 풍성한 곡창지대였음을 드러낸다.
생산된 대량의 곡물이 집결되고 자연스레 돈과 사람들이 모이면서 민중문화도 활짝 꽃피웠다.
논에서 밭에서 또는 바다에서 일하면서 불렀던 노동요부터 장터에 모인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탈놀음까지 김해평야는 풍성한 문화의 보고이기도 했다.
부산 강서지역을 대표하는 민속놀이를 꼽으라면 단연 가락오광대다.
19세기 후반 경상남도 김해군 가락면(현 부산 강서구 가락동) 죽림나루터에서 음력 정월대보름 밤에 연회되던 탈놀음으로 양반을 조롱하고, 파계승과 처첩 갈등을 풍자하며, 액을 쫓고 복을 불러들이기를 비는 세시풍속같은 놀이였다.
가락오광대는 곡창지대에서 수거된 농산물이 한 데 모이는 죽림나루터 장터에서 펼쳐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락오광대는 경남 합천군 초계면 덕곡리 밤마을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같은 가면극이지만 낙동강 동쪽은 주로 '야류'라 불렀고 서쪽은 '오광대'로 불린 것이 특징이다.
종가양반 애기양반 말뚝이 포졸 할미 등 28명이 등장하며 총 6과장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2과장인 노름꾼 과장이 특이하다.
다른 지역 오광대와는 달리 노름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노름꾼들이 노름을 하던 틈을 타 절름발이 어딩이가 노름판 돈을 훔쳐 달아나다 포졸에게 붙잡혀 끌려간다.
노름꾼은 처벌하지 않지만 도둑은 엄벌한다는 것으로 노름에는 관대하지만 도둑질은 반드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락오광대는 1930년께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으로 쇠퇴했다.
하지만 1936년 처음으로 구설을 채록한 이후 1970~80년대까지 수 차례 보완을 거쳤다.
2001년에는 지역민들로 구성된 가락오광대보존회가 결성되면서 복원 및 전승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곡창지대였던만큼 농요도 성행했다.
낙동강 유역 논농사 지역에서 가장 많은 유형이 전해지는 노래가 바로 모내기 노래다.
부산 낙동강 유역에 전래되는 다음 '모찌기(모를 내기 위해 모판에서 모를 뽑는 일) 노래'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담겼다.
'바다강같은 이모맡이 장개판만치 남았구나/장기야 판이사 좋다마는 둘이없어 못두겠네/하늘에다 목화를 심어 목화따기도 난감하다/한강수에 모를부어 모찌기도 난감하다/남창남창 베루끝에 무정하다 저오랍아/나도죽어 남자되어 처자권석 섬겨볼래/바랑봇짐 반보따리 처가야집을 상해가네/각시님은 얼른보고 칠보야단장 고이하네'.
낙동강 하구로 내려가보자.
강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명지(부산 강서구 명지동) 일대는 예전에 알아주던 염전이었다.
조선시대 명호도(섬)로 불렸던 이곳은 유명한 소금과 김밭이었다.
이 지역에 전래되는 대표적 민속은 명지 알씨름이다.
낙동강 삼각주 지역 특유의 고운 모래사장에서 행해지던 명지 지역의 씨름으로 자신의 오른팔로 상대방의 오른쪽 무릎을 누르고 당기는 형태의 싸움이다.
100여 년 전부터 성행하다 일제 말 중단됐다가 해방 후 재개됐다.
주로 추석이나 설 등 명절 때 행해졌는데 농번기는 물론 농한기 때에도 염전 때문에 각처 소금 행상들이 오고가 바빴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유로운 시기는 명절 때였다.
명지 알씨름은 명지면 6개 부락을 동·서편으로 나눠 단체전을 주로 했는데 응원전도 대단했다.
강서구 생곡동 봉화산 정상에서는 매년 봉수대제가 치러진다.
봉화산 봉수대는 가덕도 천성봉수대로부터 소식을 받아 북쪽 김해 분산성 봉수대로 연락하는 임무를 띤 곳이다.
강서구가 1991년 이곳을 단일연조(연기를 피우는 곳이 한 군데)로 복원해 매년 10월 녹산향토문화관이 봉수대제를 지낸다.
■ 강의 끝 바다에서는…
낙동강이 끝난 지점 다대포 바다에는 어부들의 노동요가 전해진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다대포 후리소리. 다대포 후리소리는 부산시 무형문화재 7호로 지정돼 있다.
후리소리는 물고기를 잡으려 그물을 당기며 부르던 노래다.
삶의 한이 서린 다른 노동요와는 다르게 멸치잡이에만 집중하는 등 다소 건조하다.
그렇다고 단조롭지는 않다.
파닥파닥 뛰는 멸치 떼가 보이는 어선 위에 앉아있는 듯 역동적이다.
'동해바다 며러치도 다대포로 몰려오고/남해바다 며러치도 다대포로 몰려온다/서해바다 며러치도 다대포로 다 몰려온다/서해용왕님 은덕으로 멸치풍년 돌아왔네'.
강서문화원 배수신 원장은 "에코델타시티가 들어서면 김해평야가 사라지게 된다. 낙동강이 만든 이 일대의 역사와 전래되는 문화를 전래민속박물관을 만들어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반드시 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상업중심지 구포의 민속
- 구포선창가 · 별신굿 · 당산제 등 수많은 삶의 이야기 복원작업
부산 북구 구포동 대리 당산나무와 산신당, 고당각이 위치한 구포동당숲.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1932년 건립된 낙동강 최초의 다리 구포교는 김해평야 일대에서 생산된 곡물을 구포로 집결시키는 역할을 했다.
부산 북구 구포는 낙동강 하구의 생산품과 돈이 모이는 거대한 물류와
상업의 도시였다.
구포에서는 지금도 5일장이 열릴 정도로 상업 중심지로서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구포(옛 지명 감동진)는 경남 합천 율지나루, 경북 상주 낙동나루와 함께 낙동강 3대 나루터 중 하나였다.
낙동강 출발지인 구포에서 하구 일대의 물품을 싣고 상주까지 700리를 거슬러 올라갔고 상주에서 집결된 물품은 다시 서울로 전해졌다.
배가 너무 많다보니 이중 삼중으로 배를 대는 건 흔한 풍경이었고
돈이 돌다보니 전국 최초의 지방 상업은행이 생긴 곳도 바로 이곳 구포다."
낙동문화원 이도희 원장의 설명이다.
각종 공물선 상선 어선들이 모였던 구포에는 대규모 선창(船艙)이
있었고 짐을 싣고 내리는 인부들의 노동요도 존재했다.
'낙동강 칠백리에 배다리 놓아 놓고/물결따라 흐르는 행렬진 돛단배에/봄바람 살랑살랑 휘날리는 옷자락/구포장(場) 선창가에 갈매기도 춤추네' 정도로 짤막하게 전해지는 '구포선창가'는 물류 중심지로서의 구포를 흥겹게 표현한다.
1930년대 구포교에서는 줄을 놓고 강서 사람과 구포 사람이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연초에는 10여 개의 당산제가 열리는데 그 중 대리 당산제가 대표적이다.
구포동에 위치한 구포동당숲(천연기념물 309호인 대리 당산나무가 있다)에서 정월대보름 자정을 기해 금정산 산신을 모시는 산신당과 고당할매를 모시는 고당각에서 당산제가 거행된다.
당산제를 지낸 다음 날 아침 지신밟기로 마을 일대를 돌면서 액을 쫓고 한해 안녕과 평안을 기원한다.
구포동당숲 관리인인 김학경(83) 옹은 "600여 년 된 대리 당산나무의 기운이 좋아서인지 무당들이 제를 지내기 위해 하도 많이 찾아와 문을 잠가두지 않으면 관리하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물자가 모이고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다보니 액을 쫓고 복을 기원하는 굿판도 성대하게 펼쳐졌다.
'구포(감동진)별신굿'는 마을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매년 또는 격년으로 치러졌다.
지금은 구포별신굿보존회를 중심으로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구포별신굿은 다른지역 별신굿과 다르게 강신무(신내림을 받은 무당)가 연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구포 5일장의 백미는 장타령, 즉 각설이 타령이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로 시작되는 장타령은 장바닥을 누비던 각설이들이 2~3인 한 조로 문전걸식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이처럼 수많은 삶의 이야기와 흔적이 남아있는 구포나루는 에코델타시티가 챙겨야할 김해평야와 낙동강의
소중한 유산임에 틀림없다.
※ 공동기획 :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 협찬: K water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1-4> [낙동강 삼각주 이야기]- '1300리' 역사의 발자취 (0) | 2014.02.05 |
---|---|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2-2> '물길 되찾기'- 동천 재생 포럼 1차 토론회 (0) | 2014.02.01 |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2-1> 물길 되찾기- '콘크리트로 덮인' 하천 (0) | 2014.01.25 |
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1-2> [낙동강 삼각주 이야기]- 서낙동강 '나루'의 추억 (0) | 2014.01.22 |
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1-1> [낙동강 삼각주 이야기]- '떠나는' 사람들 (0) | 2014.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