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1-4> [낙동강 삼각주 이야기]- '1300리' 역사의 발자취
수로왕의 로맨스, 이순신 장군 전승, 구포배 등 1700년 이야기 간직
1926년에 지어진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본식 가옥 전경. 지금은 '낙동강 칠백리'라는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지난해 부산시 근대건조물로 지정됐다. 오른쪽은 건물 내부 모습. 권혁범 기자 |
이 시기 상류 지역에서 떠내려온 흙과 모래가 쌓여 바다 밑에서 땅이 서서히 올라오는데 이 땅을 '등'이라고 부른다.
지금 부산 강서구 남단에는 전등·경등·사취등·용등·대마등·장자도(옥림등)·진우도(왜섬등)·맹금머리등 등이 분포해 있다. 또 새부리등·진우동생등이 새로 솟아오르고 있다.
이 살아 숨 쉬는 땅에 '에코+델타+시티'를 건설한다고 한다.
그러려면 이곳을 흐르던 샛강들을 잘 찾아 복원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낙동강 1300리 물길이 간직하고 있는 인문·자연환경을 담아내는 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다음 강변에 아름다운 건물들을 세워 베니스나 쌍트페테르부르그를 능가하는 명품 강변도시를 건설한다면 세계에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1908년 일본의 동양척식주식회사가 대저를 중심으로 강변에 둑을 쌓아 홍수 피해를 임시로 막고 이 땅을 그들의 소유로 만들면서 일본인 농부들을 이주시켰다.
이곳에 들어온 일본인들은 배수가 좋은 사질토에 배를 재배해 만주·일본 그리고 국내에 '구포배'라는 이름으로 수출·판매했다.
지금도 이곳에는 일본 사람들이 살던 집들이 많이 남아 있어 과수원집 후손들이 찾아오고 있다.
낙후돼 가는 일본식 가옥들을 복원·수리해 '일본거리'를 조성하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1916~1957년 기간 중 17회의 대홍수는 막대한 양의 토사를 운반해 연안사주(울타리섬) 지형의 형성을 도왔다.
한편 1988년 낙동강 하굿둑이 건설된 후 연안사주의 성장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 다대포해수욕장 앞에도 새부리등이라는 모래섬이 생겨서 이곳 바다가 호수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농경지가 생겨나자, 인근 산간 지역 주민이 삼각주로 대거 이주했다.
이주 당시에는 매년 큰 홍수로 갈대나 보리농사가 고작인 매우 고된 생활을 했고, 그때의 농민 중 생존자는
지금 90~100세가 됐다.
김수로왕과 허 황후의 로맨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빛나는 전승 역사의 고장이다.
김해 바다 서남쪽에서 공주를 태운 붉은빛의 돛을 단 배가 붉은 기를 휘날리면서 북쪽을 바라보며 오고 있었다. 공주(허 황후)를 마중 나간 왕의 신하가 먼저 망산도(용원 선창 부근) 위에 횃불을 올려 뱃길을 밝히니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 다투어 육지로 내렸다.
허 황후 일행이 타고 온 돌배는 지금도 망산도 앞바다에 남아 있다.
난중일기를 보면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연합함대는 1592년 10월 5일 첫 닭이 울 때 가덕도를 출발, 심한 샛바람(동풍)이 부는 몰운대(다대포 해수욕장 끝)를 지났다.
이어 오전 8시께 화준구미(사하구 화손대 서쪽의 내만으로 추정됨)에서 왜적선 5척, 다대포에서 8척, 서평포에서 9척 그리고 절영도(영도)에서 2척 등이 모두 기슭에 줄지어 대어 있으므로 3도 수사가 거느린 여러 장수가 합력하여 24척 모두를 남김없이 격파하는 대승리를 거뒀다.
도시의 이름이 '에코+델타+시티'라고 하는데, 이 지역은 가야의 맹주인 금관가야의 옛 터전이다.
에코텔타시티라는 신도시 명칭이 국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잠시 유행의 물결을 탄 외국어 조합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오래 두고 불려야 할 이름인데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기우일까.
과거 이 땅의 내력과 주민 생활의 모습들을 문화유산으로 자랑할 수 있도록 천천히 찾고, 다듬고, 생각해야겠다. 특히 자연사 문화유산이 간직된 도시로 옛 자연과 샛강의 물길이 살아나고 생태환경이 공존하는 디자인을 만드는 여유가 필요하다.
역사와 문화가 없는 신대륙의 황무지에 기하학적 직선 위주의 도시를 만드는 일이나, '빨리 빨리'라는 조급한 사고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단순히 경제적 유익만을 위한 도시는 막아야 할 것이다.
부산에 이르러 모래와 흙을 쌓아 놓았다.
이렇게 낙동강 유로에는 대저도·대사도·중사도·평위도·맥도·을숙도·일웅도·천자도·도도·동자도·송백도·죽도·작지도·순기도·서간도·유풍도·제도·명호도·순아도·수봉도·대부도·덕도·전양·사취등·경등·전등·신호도, 그 밖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하중도가 형성돼 있었다.
또 이 섬들을 비켜 지나는 거미줄 같은 샛강들이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오래전 옛날에는 이렇게 다대포에서 낙동강의 북쪽으로 깊숙하게 바다가 들어와 있었다.
이 해역을 김해만 또는 낙동포라고 부른다.
경남 김해시청에서 남쪽으로 멀리 펼쳐진 넓은 강서구의 평야는 조선 초기까지 배를 타고 다니던 바다였다.
빙하기에는 지구 기온이 낮아져 양극 지방이나 높은 산지가 거대한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이때의 바다는 지금보다 130~140m 정도 낮아서 육지의 면적이 훨씬 더 넓었다.
그런데 약 2만 년 전부터 기온이 온화해지면서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점차 불어났다.
해수면이 오늘날과 같은 높이까지 올라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이다.
낙동강 삼각주의 지층 퇴적 단면을 살펴보면 바다가 올라오는 상승 경향이 일정치 않았음도
알 수 있다.
반용부 부산대 환경연구원 특별연구원·전 신라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
※ 공동기획 :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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