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공작소 <10-8> [新 강서별곡]- 결산 좌담회
칠점산의 '칠점선' 키워볼 만한 캐릭터…강서 자연의 스토리화 더 고민해야
"칠점산(칠점선) 이야기를 영화 또는 뮤지컬로 빚어보자!"
"서낙동강 대저수문을 거점으로 일제시대 가옥, 북섬나루를 한바퀴 도는 둘레길을 만들자."
"금수현 거리 테마루트를 여행상품화 하자"….
'新강서별곡'이란 타이틀 아래 '부산 강서 5감 스토리'를 찾아 떠난지 약 두달.
시리즈 종착역을 앞두고 민·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결산 좌담회를 가졌다.
다양한 스토리텔링 사업 아이디어들이 쏟아졌고,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일시·장소 : 11월 19일 국제신문 5층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회의실
▶참석자(무순) = ▷이상섭(소설가) ▷최대환(강서구 도시개발국장) ▷김민수(시나리오 작가·플랫폼 대표)▷백경옥(부산문화회관 '예술에의 초대' 편집장) ▷황문영(강서구 창조개발과 주무) ▷김정화(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기획부장)
▶ 사회 : 박창희 국제신문 편집 부국장
▶ 정리 : 이정은(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간사)
최대환 강서구 도시개발국장 |
- (사회) 약 두달간에 걸쳐 강서구 이야기를 풀어냈다. 먼저 이번 연재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최대환= 그야말로 강서의 재발견이었다. 지역에 근무하면서도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지 몰랐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강서의 이야기들을 발굴했으면 좋겠다. 명지 염전, 낙동강 갈대 등도 좋은 소재라고 본다.
▶황문영= 소개된 스토리들의 내용이 모두 흥미진진했다. 욕심을 좀 더 낸다면 가락오광대나 연대봉 봉수대, 천성진성 그리고 강서구의 자연마을을 다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백경옥= 흔히들 강서라고 하면 외곽 지역이고 동떨어진 느낌인데,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하여 흥미롭게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팩션의 경우 세심한 역사적 고증 과정을 거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민수= 전체적으로 좋았다. 다만 시리즈를 시작할 때 제시했던 '5감 스토리' 개념을 살려 산, 강, 바다, 들, 섬의 스토리에 집중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김정화= 동영상 제작이 병행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젊은층의 이목을 끌기에는 동영상같은 시청각 자료가 효과적이다. 이번에 제작된 동영상 4편은 내용과 구성이 알차다는 평을 얻었다. 제작 시간이 짧았던 점이 아쉬웠는데, 기회가 된다면 하나의 주제를 잡아 심도 있게 제작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번에 발굴한 소재 중 칠점산 이야기는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문헌과 구전, 현장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강서구의 최고 이야기를 찾아보자. 어떤 게 최고라고 보시나?
김민수 시나리오 작가·플랫폼 대표 |
▶김민수= 허왕후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는 왕조 역사에서 매력적인 소재다. 이보다 더 재미난 소재가 이번에 다룬 칠점선 이야기라고 본다. 강서 출신 기생이었던 칠점선은 고려와 조선 두 왕조를 휘어잡은 여인이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존재는 아니지만 잘만 다듬으면 강서는 물론 전국을 흔들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영화로 제작해도 좋을 것 같았다.
▶김정화= 칠점선 스토리의 중요한 소재가 거문고다. 기생이었던 칠점선도 그렇고 그녀가 짝사랑한 남성도 원래는 거문고의 신이지 않나. 이 점을 살려 강서구에서 국악 붐을 일으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민수= 좋은 생각이다. 강서구를 거문고 또는 가야금의 메카로 만드는 거다. 나아가 칠점선과 거문고를 활용한 뮤지컬을 만들어도 승산이 있다.
▶백경옥= 해운대구는 장산국 이야기를 소재로 오페라를 만들었다. 칠점선 이야기도 충분히 뮤지컬 소재가 될 수 있다.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상설 공연화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강서만이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황문영 강서구 창조개발과 주무 |
▶황문영= 강서구에서는 금수현도 빠뜨릴 수 없는 핵심콘텐츠다. 금수현 님은 현대음악의 선구자로 일컬어지고 있다. 현재 강서구에서 강서의 인물 금수현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금수현 테마거리는 금수현 님이 어릴 때 다니던 길을 염두에 두고 조성 중이다. 구청 주변 도로에 3개의 광장을 만들 예정이다. 현 한국농어촌공사 부지에 음악당 및 공원도 들어선다.
▶이상섭= 금수현의 아들인 금난새 지휘자를 강서에 불러들이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금수현 생가를 복원해 그곳에 작업실을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최대환= 금수현 거리에 대해 금난새 씨는 호의적 입장이다. 그러나 생가 복원의 경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곳에 다른 공장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금난새 씨가 함께하는 어린이 음악캠프는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어떤 형태든 금난새 씨를 끌어들이려고 한다.
▶백경옥= 생가를 시민 모금으로 살리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금수현 테마거리 투어 상품을 만들어 시민 펀드를 조성할 수도 있다. 시민들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김민수= 거문고와 금수현. 강서구가 의외로 음악적 기운이 충만한 곳으로 변하는 것 같다.
-추가로 발굴해야 할 이야기 소재나 문화원형에 대해서도 얘기해 달라.
백경옥 '예술에의 초대' 편집장 |
▶백경옥= 외양포 포진지의 경우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일제 침략의 역사를 체험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 그 흔한 이정표나 입간판 하나 설치돼 있지 않아 아쉽다. 이번 기회에 스토리텔링 입간판이라도 세웠으면 한다.
▶이상섭= 대저 적산가옥의 경우 일본식 주거 형태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현장을 둘러보곤 놀랐다. 하지만 많은 가옥들이 폐가 형태로 방치되고 있었다.
▶황문영= 대저 적산가옥의 경우 주변 개발로 갈수록 원형이 훼손되고 있다. 그 가치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지금이라도 보존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섭= 미래의 스토리텔링을 생각한다면, 현장을 정밀 조사해 놓거나 증언을 채록해 놓는 작업이 시급하다.
-사라지는 유산에 대한 증언·채록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서낙동강 쪽에만 나루터가 70여곳이라 하지 않나. 개발이 되기 전에 문화원형을 기록, 정리해 두어야 한다.
▶황문영= 공감한다. 강서구에서 자연마을 1차 자료를 정리한 바 있다. 추가해서 강서 이야기 공모를 생각하고 있다.
이상섭 소설가 |
-자, 이번에는 발굴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팔아먹을 수 있을지 논의해 보자. 2, 3차 문화관광 상품화에 대한 의견을 들려달라.
▶이상섭= 적산가옥의 경우 잘 구상하면 좋은 관광콘텐츠가 될 수 있다. 보수공사를 통해 일본식 민박 체험을 하게 하는 거다. 일제때 만들어진 대저수문도 연계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접근하면 일본마을 테마파크도 구상할 수 있다. 군산의 근대역사 문화거리를 벤치마킹하면 답이 나온다.
-대저 적산가옥과 대저수문 그리고 서낙동강 북섬나루를 연계한 수변 둘레길 코스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북섬나루의 경우 나룻배를 복원하여 띄우면 인기가 있을 것이다.
▶이상섭= 원래 대저의 주인은 철새와 갈대였다. 낙동강 갈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갈대를 이용한 건강식품, 천연화장품 등 상품 개발은 물론 갈대의 노래, 갈대의 문학 등 갈대 관련 콘텐츠도 모아야 한다. 이렇게 개발한 상품을 강서 낙동강 갈대꽃 축제에서 활용한다면 행사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김정화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기획부장 |
▶김정화= 관광객을 모으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정서도 간과해선 안 된다. 무조건적인 지역 개발, 관광상품화는 지양되어야 할 것 같다. 주민들이 긍정적 마인드로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민수= 우리나라에는 할아버지나 아저씨 캐릭터는 많아도 정형화된 할머니 캐릭터는 적은 편이다. 이번에 시도된 칠점선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독특한 할머니 캐릭터를 개발한다면 그것도 성과가 된다. 강서의 할머니가 한국을 대표하는 할머니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최대환=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 것 같다. 잘 수렴, 정리해서 경쟁력 있는 2, 3차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에 활용하고 싶다.
-강서구 스토리텔링은 이제부터라도 본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
※공동기획 :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부산 강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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