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역설의 공간-[부산 근현대의 장소성 탐구] <23> 사상'인디스테이션'

금산금산 2014. 2. 15. 09:30

 

역설의 공간-[부산 근현대의 장소성 탐구] <23> 사상'인디스테이션'

인디문화를 許하라… 자유로운 청년들의 샤우팅은 이제 시작됐다

 

 

지난해 7월 개관한 문화재생공간 'CATs 사상인디스테이션' 전경. 국제신문DB

 

- 버스터미널·도시철도
- 경전철 지나고
- 옛부터 낙동강 뱃길
- 경부철도 등 교통요충지

- 문화적 변방에서
- 창조적 도시 재생
- 급진적·발칙한 발상
- 컨테이너·예술·터미널
- 불협화음이 상상력 증폭

- 홍대 인디문화 전성기
- 부산은 오랫동안 침체
- 최근 대학가 중심
- 청년문화운동 활발
- 부산문화 저변 넓히고
- 신명 불어넣길 기대

 

 


■ CATs 사상인디스테이션의 탄생

   
지난해 7월 'CATs 사상인디스테이션' 개관 기념으로 열린 공연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특별시부산' '개차반밴드' '피버독스'.

다소 생소한 부산의 인디밴드들이 출동하고, '아우라지' '그랜드픽스'의 힙합 무대가 열리고 주말이면 '불금파티'로 시끌벅적한 이곳은

'홍대 앞'이 아니다.

 

무대 위아래 샤우팅이 신나게 퍼지는 여기는

부산의 '저쪽' 끝자락 낙동강 변이다.

 

부산시는 상대적 소외지역이었던 낙동강의 동쪽 북구, 사상구, 사하구 등 강동권을 개발하면서 도심 재생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사상 도시철도역 빈터에 컨테이너 27개를 활용해 2013년 7월 'CATs 사상인디스테이션'이라는 문화재생공간이 만들어졌다.

공연무대, 전시 쇼케이스, 야외무대, 스튜디오, 레지던스 등을 갖췄으며 현재 부산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이 놓인 자리는 서부시외버스터미널, 도시철도, 부산~김해 경전철이 지나는 곳이다. 주지하듯이 1968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사상공업단지는 사상의 장소성을 대표한다.

그리고 공단만큼이나 대표적인 또 하나의 키워드는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이다.

 

사상지역이 서부 경남과 전라도로 향하는 부산의 관문이라면 그 관문의 대표적 기능을 하는 것이

서부버스터미널이었다.

터미널을 중심으로 이곳은 언제나 오가는 사람들이 붐비고, 물류 유통의 중심이 된다.

이미 고대 낙동강의 뱃길, 일제 강점기 경부철도(사상역), 낙동장교(구포다리), 시외버스터미널은 이러한 교통의 요충지 성격을 잘 드러내 준다.

사람들의 이동과 물류의 유통은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과 함께 역동적인 이미지를 내포한다.

이러한 역사성과 스토리를 안고 있는 이곳에 다양한 공연과 전시의 놀이판으로 재생된 '부산스러운' 컨테이너

아트 터미널의 탄생은 '사후적으로' 알리바이가 성립된다.


■ 창조적 재생과 장소적 맥락

최근 도심재생사업에서는 장소성과 연결하여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많다.

원도심의 '또따또가'도 그렇고 최근 만들어진 산복도로 이바구길도 그렇다.

 '또따또가'는 부산 중구 중앙동, 동광동 일대의 빈 상가를 리모델링해 만든 '원도심 문화창작공간'이다.

'또따또가'가 있는 원도심은 한국전쟁기 문화예술인과 관련된 많은 스토리로 문화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장소이다.

1990년대 이후 원도심이 쇠락하고 도심 공동화가 진행된 이곳에서 2010년 문을 연 또따또가는 지역 예술인의

지역문화 공간에 대한 욕망과 그 장소가 가진 역사문화적인 자원이 결합하여 '원도심 문화부흥'이라는 의미를 생산했다.

이처럼 전통이나 향수에 기대어 문화적 감수성에 호소하는 전략은 오늘날 도심재생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재생 전략은 지나친 신화를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설득력도 있어 보인다.

현대 도시의 창조적 재생은 언제나 과거의 전통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사상인디스테이션의 탄생은 기존의 장소가 안고 있는 문화적 불모지라는 표상을 걷어내고 새로운 문화적 질감으로 공간을 만들어가겠다는 시도와 연결된다.

창조적 재생은 결국 현재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바탕으로 미래의 시간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근대 산업화의 시간에 장소를 고스란히 내주면서 문화적 인프라를 채우지 못했던 문화적 변방, 사상에서 인디문화를 상상하는 일은 과히 급진적이고 발칙한 발상이다.

 

이 발칙한 발상이야말로 언제든지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다시 드는 의문은 인디문화라고 하는 것이 '의도적' 혹은 재생본부의 강한 의욕만으로 지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상인디스테이션이 풀어야 하는 과제가 보인다.

자유로운 청년의 샤우팅은 시작되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즐거운 놀이판이 제도적으로 환수되지 않고, 말 그대로 어떻게 자유로운 '인디'의 형식으로 확장되는가이다.


■ 부산의 인디문화, 청년문화운동

CATsContainer Arts Terminal의 약자이다.

컨테이너, 예술, 터미널.

이 셋은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독자나 관객을 꽤 불편하게 하는 불협화음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불협화음이 우리의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사상인디스테이션이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디문화(indie culture)' 공간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인디(Indie)는 '독립적'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줄임말로, 자본에 종속된 기성문화를 거부하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펼치는 문화 독립군을 뜻한다.

특히 음악과 영화 분야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있는 하나의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말한다.

실험, 저항 등 의미를 속성으로 안고 있는 인디문화는 새로움과 다양성을 용인하면서 언제나 이질적인 것들이

상호교차, 접속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비주류, 주변, 언더, 대안, 청년, 하위문화 등과 개념이나 문화적 실천에서 겹쳐지는 부분이 상당하다.


부산의 인디문화는 사실, 그 역사가 만만찮다.

홍대의 인디문화 전성기가 1990년대 중반이었다면, 그리고 홍대거리가 대한민국 인디문화의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면, 부산의 인디문화는 그 이전 1980년대 후반 밴드, 스트리트댄스, 독립영화 등에서 그 명맥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오면서 지방 부산의 열악한 문화적 여건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로, 외국으로 떠나가면서 부산의 청년문화, 인디문화의 영역은 점차 무색해져 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오면서 다시 대학가나 문화현장에서 청년문화에 대한 담론이나 문화적 실천이 산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최근에는 '문화수도 부산' 건설의 중심에 문화적 '회춘'을 부르짖는 청년문화운동이 활발하다.


지난 11일 오후 부산대학교 근처에 있는 '대안문화공간 아지트'에서 작은 세미나가 열렸다.

'협동하자'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행사는 '로치데일 공정선구자 협동조합'의 번역자를 초빙해 영국의 협동조합 사례를 듣고, 그 모델을 지금의 지역 청년문화공동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이 책이 나오는 데 아지트의 게스트하우스가 일정 역할을 하였다고 했다.

일반 주택을 개조해 공연장, 녹음실, 갤러리, 게스트하우스까지 갖춘 이 공간의 역사는 참 길다.

2003년 '대안문화행동 재미난 복수'에서 출발해 2008년 공간 '아지트'를 마련하고 힙합, 그래피티, DJ, 스트리트댄스,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공간의 힘은 금정구 장전동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대만 등 국제적인 네트워크까지 형성하고

있다.

소위 '돈 안 되는' 문화행동을 지역에서 10년 이상 지속한다는 것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대안문화공간 아지트가 보여주는 힘은 단순히 주류에 반(反)하는 청년의 한때 기질이 아니다.

이러한 문화행동이 일상생활의 창조적 실천으로 이어지고, 다양한 문화 저변을 쌓아가는 데 있다.

최근 청년 문화공동체 '아지트들'의 복수적 출현은 전 지구적 자본의 이름으로 서열화, 획일화되는 작금의 시스템에서 탈주할 수 있는 동력을 보여준다. 사상 인디스테이션에 대한 환호는 이러한 기대 때문이다.


■ '다이나믹(Dynamic) 부산'으로!~

   

사상인디스테이션은 '서부산 인디문화의 보금자리'로 2013년 부산 10대 히트상품 안에 목록을 올렸다.

이것은 부산 인디문화의 부활에 대한 욕망이면서 설레는 기대치다.

최근 문화가 창조경제와 연결되면서 교환가치로 환산될 수 없는 문화적 시간을 경제적 시간으로 성급하게 환원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종종 목도한다.

 

이제 탄생한 이 희한한 컨테이너 아트가 할 일은 '금 나와라 뚝딱' 같은 요술방망이로 변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낙후되고 불안한 지대에서 퇴화된 내 몸의 신명을 살려내는 일이다.

나의, 너의, 우리의 몸이 신명의 몸짓이 될 때 '다이나믹(Dynamic) 부산'의 효력이 발생한다.


문재원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문학박사


※ 공동기획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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