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예술]

[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다] ⑤ 은유의 모험

금산금산 2014. 2. 12. 21:19

 

[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다] ⑤ 은유의 모험

어떤 관계

 

 

▲ 공존의 이유, 2004~2012

 

 

▲ 공존의 이유, 2004~2012

 

▲ 공존의 이유, 2004~2012

 

 

 

 

이정규사진은 소리가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들려오는

메아리를 연상시킨다.

 

그의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처음에는 안정된 톤과 특유한 분위기가 눈에 들어온다.

그다음에는 이 한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기까지 거쳐 왔을

엄격하고 치열한 과정이 떠오른다.

 

그는 흑백필름을 고집하는 아날로그 사진가다.

그는 우연히 접한 흑백사진에 매료돼 2003년 초, 사진아카데미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진작업을 해오고 있다.

여기서
소개되는 이정규의 포트폴리오 '공존의 이유'

두 개의 사진을 이중인화해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든 '메이킹 포토' 시리즈이다.

하나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같은 느낌을 찾아다니며

스트레이트 하게 찍은 삶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낙엽을 모아 직접 제작한 촬영세트로 담아낸 즉물 사진이다.

 

이중 인화는 디지털작업으로 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처리되지만, 아날로그 작업으로 하려면 적잖은 품이 든다.

원본 크기가 다른 두 개의 이미지를 한 장의 인화지에 담고, 거기에 1.6㎜ 테두리 선까지 넣는 일련의 과정은 치밀한 계산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이러한 복잡한 방식을 거쳐 이정규가 만들어낸 사진은

보는 이에게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한다.

 

이 두 이미지는 왜 붙어있는가?

쪼그려 앉은 할아버지와 단풍잎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혹시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의 몫으로 돌리는 게 좋겠다.

두 이미지 사이를 오가며 연관성을 찾는 것은 사진가가 만들어낸 의미를 해석하는 행위다.

 

동시에 서로 다른 두 이미지가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코드를 해독하는 행위다.

그는 각기 다른 상황, 다른 관점에서 찍은 두 사진에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여 사진을 이중의 은유로 끌어올렸다.

이정규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공존의 이유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일상의 삶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의 사진에는 따뜻하고 애틋한 정감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주인을 잃은 고무장화와 빈 교도소의 열린 문이 부드럽고

섬세한 낙엽과 연결되는 것은 이정규의 자기반영적 전략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사라져 버렸을 거라고 짐작한 것들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삶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낸다.

특별할 것 없는 삶의 모습과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물을 온전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그것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태도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정규는 두 개의 이미지를 합침으로써 작지만 견고한, 그리고 중심은 있되 유연한 프레임을 구성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꿋꿋하게 사진작업을 해온 자신의

모습처럼.

그러나 그 내면의 프레임이 은유의 힘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 자신이 사진의 근본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바로 사진이란 무엇이냐는 질문, 지겹지만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을 말이다.


이미정 사진평론가

◇약력=경성대학교 외래교수. 경성대학교 대학원 문화기획·행정·이론학과 박사수료(2010년), 경성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석사(2007년). 고은사진미술관 '부산사진의 재발견-기억과 트라우마'(2011년) 전과 '정인성, 부산사진의 여명'(2011년)전 공동 기획.


공동기획





이정규

◇약력=1971년 경남 거제 출생. 현재 부산진구청 미래발전사업단 재직 중. 2008년 동아국제사진공모전
동상. 2007년 제2회 2030청년작가 10인전 수상. 2004년 '寺 잠시 머문 발길' 4인 사진전. 2003년 아트뱅크 사진학원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