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다] ④ 도시의 섬
시간이 멈춘 자리
▲ ① 도시의 섬-2010년 영주동 |
▲ ① 도시의 섬-2010년 영주동 |
▲ ① 도시의 섬-2010년 영주동 |
▲ ① 도시의 섬-2010년 영주동 |
박정미 작가는 부산의 감천동, 문현동, 영주동 일대 주택지가 밀집해 있는 산복도로 마을의 모습을 찍는다.
작가는 거대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밀려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산복도로 주민들의
주거공간에 주목한다.
도시 안에 있되 그곳은 결코 도회적이지는 않다.
뉴타운 건설과 같은 도시재개발사업으로 언제 다시 철거 지시가 떨어질지 모르는 그곳은 도시의 부유하는 섬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2008년 처음 카메라를 들고 찾은 이후 지금까지 그녀의 작업장이 되어온 그곳의 풍경을 작가는 어떻게 담아내고 있을까?
어두컴컴하고 후미진 골목의 초입에서부터 골목 끝을 가로지르는 한줄기 광선은 우리를 '도시의 섬'으로 안내한다(
도시와 유리된 공간을 담는다고 해서 박정미의 사진이 결코 비참하거나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사진에는 그곳을 보듬은 작가 나름의 애정과 따스함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는 거의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화면 한쪽으로 어중간하게 치우쳐 버려진 마네킹(사진 ④),
지하 골목으로 향하는 사람의 그림자와 그 뒤를 지키고 서 있는 자신의 그림자가 전부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자신이 대면했던 그곳의 쓸쓸함과 주민들의 힘겨운 삶에 대한 연민을 바라보도록 한다.
굳이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서도 끝없는 미로가 펼쳐질 것만 같은 좁고 비탈진 계단(사진 ④),
턱 높은 난간 어디쯤에서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박정미의 사진은 엄격한
거대하고 가파른 벽과 시원시원하게 화면을 가르며 공간을 구획하는 그림자는 도시로 향하고자 하나 결국 좌절하게 되는 고립감을 가중시킨다.
작품에 등장하는 벽은 늘 외부로 향하려는 시선을 차단한다.
담 너머 저 멀리 한편으로만 겨우 팽창된 도시의 상을 엿볼 수 있다(사진 ①).
시야를 가로막은 벽에는 얇고 가녀린 잡풀의 그림자만이 아른거릴 뿐이다(사진 ②).
과감한 사선구도와 빛과 어둠,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과 단조롭고 텅 빈 공간의 대비와 같이 작가가 의도적으로 계획해 넣은 이러한 구조적 장치들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박정미의 사진은 단순하지만, 쉽게 고개를 돌릴 수 없는 모호한 분위기와 긴장감이 공존한다.
모든 사진이 그러하듯 박정미의 사진 역시 관람자를 그 장소에 서 있게 한다.
작가에게 그곳은 도시에서 유리된 곳이지 소외된 곳은 아니다.
이미 예전부터 존재해 왔고, 존립해 나가야 할 바로 우리 이웃의 삶의 공간 그 자체로 봐주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그것이 작가가 가지는 느낌의 강요는 아니다.
단지 작가는 차분하게 자신이 본 대로 대상을 파인더에 담았고, 우리를 그곳에 데려다 주었다.
공동기획
박정미
◇약력=1961년 부산 출생. 한국흑백사진페스티벌(울산문화예술회관, 2008년), '도시의 섬' 그룹전(영광갤러리, 2008년), 전주포토페스티벌 '빛의 흐름'
박현희 사진비평가
◇약력=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 미학미술사학전공 석사졸업(2007년), 2010부산비엔날레 '진화 속의 삶' 전시팀 코디네이터(2010년),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 학예사(2011년), 현재 고은사진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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