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다 신진작가 포트폴리오] ⑥ 견고한 도시
도시가 보여주는 도시
이인미의 사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레임이다.
이인미의 사진은 프레임으로 시작하고, 프레임으로 말할 수 있다.
어떤 좌표, 혹은 프레임으로 보느냐에 따라 사진의 내용은 달라진다.
이인미는 그것을 말하고 있다.
이인미는 건축의 조형적 형식을 통해 도시를 재현하고 있다.
도시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건축적 조형물을 사진의 프레임으로 삼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뉴타운 사업으로 도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도시에 다양한 토론과 담론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인미는 이러한 논란에서 비켜나서 도시를 바라본다.
도시의 변화 과정에서 탈락되는 도시인의 삶에 대해서는 직접 발언하지 않는다.
다만 멀리서 무심한 얼굴로 그러한 변화를 조망하고 있다.
이인미의 사진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것은 사진의 명암이다.
그는 단순화한 프레임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시점을 집중시킨다.
또한, 강한 구름과 건물의 벽면은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관객의 감정을 유발한다.
멀리서 풍경을 조망한 탓에 무심하고 냉정하게 보이는 그의 사진에서 작가의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프레임과 명암이다.
이인미의 사진에서 프레임이 사진의 뼈대라면, 명암은 그것의 살이다.
사진은 빛으로 말한다.
빛은 사진의 본질이며, 빛 없이는 사진은 완성되지 못한다.
모든 피사체는 빛을 통해 사진의 주제에 이르게 된다. 빛을 단순히 사진의 외형을 형성시켜 주는
부차적인 요소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같은 피사체라도 빛의 종류, 방향, 밝기에 따라 사진이 하는 이야기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대포 1'을 보자.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위협적으로 서 있는 고층의 현대적인 건축물.
사진은 정확하게 면이 분할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형 카메라의 뛰어난 선예도(鮮銳度)로 채집한 듯 보이는 이 사진에서 관객은 숨이 막혀 버린다.
풍경에 대한 어떠한 직접적 언술도 없다.
고요한 침묵만이 흐를 뿐이다.
관객은 그 침묵에서 사진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물론 관객은 침묵 속에서 사진가와 소통해야 하기에 불편할 수 있다.
도대체 이 침묵은 무엇이란 말인가.
부산을, 부산 사람의 일상적 공간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국제화 속에서 점점 표정을 잃어가고
맹목적으로 도시화 되어가고 있는 삶에 대한 재현이다.
'화명동 003'도 마찬가지다.
프레임을 강화시켜 주는 빛과 면의 분할. 마치 이 프레임과 빛의 표현으로는 도시를 바라보게 하지 못하는
사진가의 표현.
관객은 이와 같은 표현에서 먹먹함을 느낀다.
사진에서는 도시를 사는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 있지 않다.
빛과 하늘에 의해 시각화되는 사진적 공간을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글=박종현 사진평론가
공동기획
이인미
◇약력=사진가.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부산대학교 대학원 영상학 석사, '다리를 건너다'( 2011년, 대안공간 반디)외 2회의 개인전, ' 집을 말하다'(2011년, 클레이아크 건축도자미술관), '부산, 익숙한도시, 낯선 공간'(2011년, 신세계 센텀시티 갤러리)외 다수의 기획전 참여. '창덕궁', '김봉렬의 한국건축이야기', '나는 도시에 산다' 등 다수의 출판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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