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시대'를 연다 <2> [일본 로컬푸드의 메카]-메케몬 히로바

금산금산 2014. 4. 3. 08:38

 

'로컬푸드 시대'를 연다 <2>

[일본 로컬푸드의 메카]-메케몬 히로바

'地産地消(지산지소:일본판 신토불이)' 상징…신선하고 값싼 농산물 사러 멀리서도 발품 팔아

 

 

 

일본 와카야마현 기노카와시의 농산물 직매장 메케몬 히로바를 찾은 고객들이 싱싱하고 값싼 채소를 고르고 있다. 윤정길 기자

 

 

지역 생산 농산물 300종, 가공식품 580종 판매
- 등록된 농민 1600명, 아침마다 직접 가져와

- 1시간 거리 손님은 예사
- 오사카시 일대 주민들, 교통비 감수하고 찾아와

- 개장 13년 만에 누적 방문객 1000만명
- 타지 농산물도 위탁판매

- 조리법·보관 설명서 등 진열대에 함께 올려
- 직영 스낵코너도 인기


일본 와카야마현 기노카와시에 자리한 메케몬 히로바는 일본의 로컬푸드 운동인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메케몬 히로바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일본 전역에 이 같은 농산물 직매장이 1만7000여개(2009년 기준)

생겨났으며, 현재도 지역마다 직매장이 잇달아 생기고 있다.

메케몬 히로바는 '좋은 제품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 "신선하고 싸고 믿을 수 있다"

JA(일본 농협)기노사토가 운영하는 매장에는 와카야마현에서 기른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 300종과 이를 재료로 만든 가공식품 580여 종이 판매되고 있다.

'당일 수확, 당일 판매'라는 원칙에 따라 생산 농가가 직접 출하와 포장, 진열을 맡는다.

등록된 출하농민 1600여 명이 매일 아침 신선한 농산물을 직접 매장으로 가져온다.


매장에서 만난 다카키(여·68) 씨는 차로 1시간 거리인 와카야마현 하시모토시에서 왔다고 했다.

1시간이나 걸리는 곳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올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다카키 씨는 "물건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2번 정도 오는데, 무엇보다도 신선하고 값이 싼 것이 직매장을 찾는 이유"라면서

"대형유통업체의 저장고에서 며칠씩 보관됐다 출하되는 농산물보다 지역 농민이 재배해 그날 아침에 가져오는 물건이 안전하고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 같은 수고는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장에는 중년 이상의 주부가 많았다.

매장 관리직원 우에노 신고 씨는 "와카야마현에서 오는 고객도 많지만, 오사카시 일대에서 오는 손님이 더 많다. 오사카시에는 농산물 직매장이 없어 한 번 오면 다량으로 구매해 간다. 시중 가격보다 20% 이상 싸고 신선해서 교통비를 감안하고서도 일부러 찾아 온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구색도 고객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이다. 우에노 씨는 "1년 내내 과일이 떨어지는 때가 없다"면서

"여름에는 매실과 복숭아, 가을에는 감, 겨울에는 귤과 딸기가 인기"라고 말했다.

특히 이 지역 특산물인 '아리다 귤'은 내놓으면 언제나 '완판'될 정도다.

 


■ 방문객 1000만 명 돌파

2000년 11월 문을 연 메케몬 히로바는 지난해 11월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달성했다.

하루 평균 2000여 명이 방문할 만큼 급성장을 이룬 농산물 직매장이다.

매출액도 2012년 25억4000만 엔(한화 257억8000만 원)에 달한다.

2010년에는 28억3000만 엔(한화 287억3000만 원)으로 최고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메케몬 히로바는 로컬푸드 직매장이지만, 다른 지역 농산물도 30% 정도 판매되고 있다.

판로를 찾지 못한 홋카이도와 야마구치 등 다른 지역 농가들이 운송회사를 통해 제품을 보내오고

이를 위탁판매하는 것이다.

메케몬 히로바의 유명세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최근 식당과 편의시설 등을 갖춘 대형 직매장들이 생겨나면서 메케몬 히로바의 매출도 주춤한 상황이다.

오카다 요시카즈 점장은 "점포를 연 지 13년이 됐지만, 매장을 확장하거나 다른 곳처럼 식당을 개설할 계획은 없다""신선하고 값싼 농산물로 고객의 만족도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산물식당 같은 부대시설은 없지만, 매장 안에는 메케몬 히로바만의 특징이 살아있다.

농산물 진열대 위에는 해당 채소의 간단한 조리법과 보관 방법, 효능 등을 등을 적어 놓은

설명서를 곁들여 놓는 식이다.

이 같은 작은 정성이 고객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메케몬 히로바 측의 설명이다.


또 메케몬 히로바가 직영하는 스낵코너도 고객의 호응이 좋다.

직매장에서 공수한 재료로 만든 주먹밥 도시락과 시금치, 매실, 감 등을 원료로 한

아이스크림, 쥬스 등은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일본 와카야마현 기노카와시=윤정길 기자


#  일본 내 미치노에키 966곳 운영

- 국도변 소규모 직매장…여행자들 휴식하면서 품질 좋은 물건 구매

   
이와데시의 국도 변에 자리한 미치노에키.

일본 오사카시에서 와카야마현 기노카와시의 메케몬 히로바로

가는 길에 있는 이와데시의 국도변에는 소규모 농산물 직매장이 있다.

바로 '길가의 역'이라는 뜻의 '미치노에키(道の驛)'다.

미치노에키는 국도를 지나는 운전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소규모

농산물 직매장이다.

일본 전국의 국도변에 이 같은 미치노에키가 966개가 있다.

화장실과 음료자판기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휴게소 역할도 겸한다.

이와데시의 미치노에키는 JA(일본 농협) 사쿠라노사토가 이와데시로부터 건물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등록된 출하농민은 550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꾸준히 농산물을 출하하고 있다.

 

 

운영방식은 메케몬 히로바 같은 대형 직매장처럼 출하농민이 수확과 운송, 포장, 진열, 가격 결정 등

모든 과정을 맡는다.

직원들은 판매와 매장관리만 한다.


매장 관계자는 "오사카에서 나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지나가는 여행자들이 들러 농산물을 사간다"면서

"때때로 메케몬 히로바로 가는 소비자들이 이곳에서 농산물을 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장 면적은 198㎡(60평) 정도로 메케몬 히로바의 5분의 1쯤이다.

매장이 작으니 다루는 농산물의 양도 적다.


매장 관계자는 "농민이 양배추 10개를 내놨는데 안 팔리면 전부 되가져 가야 해서 많은 양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상품가치가 높은 신선한 상품만 내놓는다"면서 "소비자도 싼 가격에 품질 좋은 농산물을 살 수 있어

지나가는 길에 많이 사간다"고 설명했다.

 

와카야마현 이와데시=윤정길 기자


# 직원들이 전하는 과거와 현재

- "못난이 농산물 판매로 시작… 지금은 B급 출하 많지 않아"

   
메케몬 히로바의 매장 관리 직원 우에노 신지 씨가 '못난이 농산물' 판매대에서 무를 들어보이고 있다.

메케몬 히로바의 시작은 '못난이 농산물'이었다.

맛과 영양에는 차이가 없지만, 긁히거나 휘어서 상품 가치가 낮은

B급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1990년대 중반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위기는 농촌에도 찾아왔다. 농가 수입이 급감하면서 JA(일본 농협) 기노사토가 상품성이 없는

B급 농산물도 판매할 방법으로 착안한 것이 메케몬 히로바다.

오카다 요시카즈 점장은 "지금은 농민의 실력이 는 데다

소비자들의 눈도 높아져서 B급 농산물 출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오카다 점장의 이야기처럼 매장 내에는 호박과 무 말고는 겉보기에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할 만한 상품은 많지 않았다.

매장 관리직원 우에노 신지 씨는 모양이 좋은 무와 양 갈래로 멋대로 자란 무를 보여줬다.


그는 "못난이 농산물은 정상품보다 20% 정도 싸다. 이처럼 휘어진 무 외에도 무게가 가벼워 도매시장에 내놓지 못하는 배추 2개를 한 봉지에 넣어 팔기도 한다"면서 "처음에는 B급 농산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출하량이

적다"고 말했다.

우에노 씨는 "하지만 예전에는 팔지도 못하고 가족 이웃끼리 나눠 먹거나 버리던 농산물을 싼값에라도 팔게 된 점은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