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시대를 연다 <3> [한국판 메케몬 히로바]-전북 완주 '용진'농협

금산금산 2014. 4. 9. 08:00

 

'로컬푸드' 시대를 연다 <3>

[한국판 메케몬 히로바]-전북 완주 '용진'농협

도시·생산지 중간에 있어 쉽게 접근…대형마트와 경쟁 뒤지지 않아

 

 

 

- 전주시와 완주군 경계
- 시내서 차로 30분 이내
- 가격도 할인점보다 저렴

- 농산물 당일 수확·판매, 안전성·신선도 우수
- 2층엔 공산품 등 판매
- 2012년 개장 59억 매출, 작년엔 110억 올려

- 조합원 350명 출하 등록
- 매일 150명 상품 입고
- 다른 지역 농민도 3회 교육 후 판매 가능

- 초기엔 농민 3명만 참가…지금은 새벽 5시 줄 서
- 수수료 日보다 저렴
- 매일 잔류농약 검사, 품질 유지에 많은 신경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일본의 로컬푸드 사례를 벤치마킹]한 농산물 직매장 개설이 늘고 있다.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이 운영하는 농산물직매장도 소비자와 농민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한국판 메케몬 히로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대형할인점과 경쟁하는 농산물 직매장

용진농협의 농산물 직매장은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 용진면의 경계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일본의 농산물 직매장이 대도시와 1시간 정도 거리를 둔 산지에 자리를 잡은 것과 달리

용진농협의 직매장은 산지이면서도 전주 시내와 자동차로 평균 30분 이내 거리에 있다.


국내에서 농산물 직매장 운영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소비지인 대도시와의 거리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교통비와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산지에서 농산물을 살 만큼 소비자의 인식이 무르익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다. 이 같은 점에서 용진농협의 직매장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지리적인 이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65만 명이 거주하는 소비도시 전주를 지척에 두고 있다.

이경진 용진농협 총무계장은 "전주시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매장이 있기 때문에 전주 시민이 전체 고객의 80% 정도를 차지한다"면서 "완주 IC와도 가까워 대전과 군산 등 1시간 안팎 거리에서 오는 고객도 많다"고 설명했다. 가격 측면에서도 대형할인점의 농산물보다 20~30% 싸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장점은 농산물의 안전성과 신선도다.

직매장은 일본처럼 '당일 수확,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신선도 측면에서 저온창고에 저장됐다 출하된 농산물보다 우수하다.

이 계장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정도가 값이 더 오르더라도 직매장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면서 "직매장을 찾는 이유가 가격 측면보다는 식품 안전성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층 매장(280㎡)에 이어 2층에는 하나로마트가 입점해 있어 공산품과 직매장에 없는 농산물을 공급해 고객들이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직매장 바로 옆 공간에 '도농상생터'라는 ]로컬푸드 카페]도 열었다.


이중진 용진농협 상무는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을 재료로 한 칡즙과 식혜, 토마토 등 각종 채소와 과일 주스를 판매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이곳에서 로컬푸드에 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도록 단호박 식혜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2년 4월에 개장한 용진농협 직매장은 그 해 59억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2013년에는 1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방객만도 일 평균 1200~1300명에 이른다.

 


■ 농가 수입 증대 쏠쏠

   
전북 완주군과 전주시의 경계지점에 자리한 용진농협 농산물직매장.

용진농협의 농산물 직매장 개설로 용진농협 산하 조합원 농민의

소득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용진농협 산하 조합원 1320명 중 350명이 직매장 출하농가로

등록돼 있으며, 이 가운데 150명은 매일 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하고

있다.

이 계장은 "일본은 직매장을 운영하는 농협의 조합원만 출하농민으로

등록할 수 있지만, 우리 직매장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농민도 출하할 수 있다. 단 교육을 3번 받아야 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농민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초기에는 출하농민이 거의 없었다.

매일 아침 농산물을 수확해 매장으로 운송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포장과 매대 진열까지 해야하는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탓이었다.

안 팔리는 물건은 직접 회수해가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사람이 없다"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 일쑤였다.

이 계장은 "매장 오픈 초기에는 단 3명의 농민만이 참여했다. 농협에서 농가를 찾아다니며 호소했다. 마침 직매장에 관한 입소문이 퍼져 고객이 늘면서 농가들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직매장을 쳐다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오히려 농민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오전 6시에 문을 여는 소포장실에는 이른 아침부터 농민이 줄을 선다.

이 계장은 "매장 면적이 크지 않아 진열은 선착순이다. 이 때문에 여름처럼 농산물 출하가 많은 시기에는

새벽 5시부터 와서 순서를 기다릴 정도"라고 말했다.

농민이 직접 포장한 제품에 가격을 매긴 바코드를 인쇄해 진열한다.

물건이 팔리면 주 1회 정산을 해 수수료를 제외하고 농민에게 입금한다.

판매 수수료는 농산물 10%, 가공식품 12%, 축산물 15%로 15~20%에 달하는 일본의 직매장보다는 저렴하다.

박기순(74) 할머니는 직매장에 매일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민 가운데 한 명이다.

박 할머니는 "배추 달래 냉이 호박 무말랭이 같은 것을 내다 판다. 출하가 많은 여름에는 일주일에 90만~100만 원 정도 벌었다"면서 "여기에 내는 물건은 약도 안치고, 땅도 좋은 데서 수확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에서 매일 잔류농약 검사를 해 문제가 발생할 때는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품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또 신선하지 않는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고 사지 않기 때문에 직접 회수하는 양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고품질 농산물을 출하하는 구조다.

 

이 계장은 "가격 결정을 농민 스스로 하는데 너무 높은 가격은 안팔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면서 "지난해 일부 품목의 공급이 부족한 것을 경험한 농민들이 이제는 스스로 돈이 되는 작물을 알아서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중진 용진농협 상무

- "오일장·시장 가는 소농, 제도권 흡수한 게 보람…체계적 교육으로 발전"

   

"로컬푸드는 운동의 성격을 띠어야 합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점포만 갖춘다 해서 농산물 직매장이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용진농협 농산물 직매장을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총괄하는

이중진(사진) 상무는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농산물 직매장의 양적 팽창에 우려를 표했다.

용진농협의 직매장은 2012년 4월에 문을 열었지만, 그에 앞서 1년 6개월 동안 천막으로 임시매장을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로컬푸드에 관한 농민의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에는 직원들이 나이 든 농민들의 물건을 직접 들어주고 매장에 진열하는 것을 도와주다가 내게 엄청 혼이 났다"면서 "농민 스스로 포장하고 운반하고 진열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 제품에 관한 책임감과 애정이 생긴다. '농협에서 알아서 팔아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직매장의 의미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을 대상으로 로컬푸드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줄곧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직매장에 출하되는 농산물 품질도 좋아졌다. 농민들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상무는 농산물 직매장을 통해 오일장이나 전통시장의 노점으로 나가는 소농들을 제도권으로 흡수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컬푸드는 대형할인점 등에 판매처를 확보한 대농보다는 생계형 소농에게 적합한 형태다. 적지 않은 농민이 수확한 소량의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오일장이나 전통시장의 노점으로 나가서 판다. 그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주면서 예전에는 버리거나 가족끼리 나눠 먹던 탱자나 솔잎, 죽순 같은 농산물도 판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용진농협은 농민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 보완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매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는 CCTV앱이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자신이 내놓은 제품의 판매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제품이 다 팔려가면 다시 출하할 수 있어 농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전북 완주=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