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시대'를 연다 <1> [일본 최대 농산물직매장]-마호로바 키친
매장에선 당일 수확 농산물 팔고 식당에선 그걸로 만든 음식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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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규모가 가장 큰 로컬푸드 직매장인 나라현 카시하라시의 마호로바 키친 모습. 나라현 인근에서 기른 싱싱한 농산물이 매장에서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윤정길 기자 |
최근 식품 안전성 제고와 지역농업 발전, 유통단계 축소, 환경 보전
등을 위한 실천적 방안으로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의 로컬푸드인 지산지소 운동과 국내 로컬푸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로컬푸드가 나아갈 방향을 조명해 본다.
- 나라현産 과일·채소 등 800여 종류 제품 판매
- 농민들 직접 포장·진열
- 생산이력 바코드 달려
- 농협은 수수료만 받아
- 푸드코트·뷔페 등 운영, 지역 농축산물 사용
- 맛 좋고 안전성 신뢰, 로컬푸드 소비 촉진
- 인식 확산에도 도움
일본 나라현 카시하라시에 자리잡은 마호로바 키친은 일본 최대 규모의 로컬푸드직매장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가공식품과 함께 화훼, 정육 제품이 연중 판매된다.
마호로바는 이 지역의 옛 지명으로 '멋진 곳'이라는 뜻이다.
■ 일본 최대의 농산물직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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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바 키친 안에 있는 뷔페 레스토랑에 차려진 음식. |
마호로바 키친은 부지면적 1만7891㎡(약 5412평)에 일본 최대 규모의
농산물직매장(1236㎡)과 푸드코트(64석), 농산물 뷔페(120석), 프렌치
레스토랑(22석), 주차장(310면)을 갖추고 있다.
웬만한 대형마트 버금가는 크기다.
2013년 4월에 개장해 현대화된 시설과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농산물직매장에서는 나라현에서 생산된 채소와 과일을 비롯해
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과 정육, 화훼 등 800여 종류의 제품이 판매된다.
JA(일본 농협)나라현이 운영하는 이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조합원
농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직접 포장하고 진열해 판매한다.
등록된 출하농민 숫자만도 1400명에 이르고, 매일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민은 450명 정도다.
모든 농산물직매장이 그러하듯 마호로바 키친의 제품 역시 당일 수확, 당일 판매가 원칙이다.
그 날 팔리지 않는 물건은 모두 폐기처분하거나 농민이 다시 수거해야 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가장 큰 장점이다. 모든 제품에는 생산 농민의 이름과 출하시기 등 생산이력과 농민이 직접 가격을 매긴 바코드 용지가 붙어 있다. 농협은 판매 수수료만 받는데 채소와 과일은 수수료율이 15%, 가공품은 20%다.
니시다 스케미쯔 점장은 "슈퍼나 대형마트에는 없는 과일과 채소가 많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면서 "무엇보다도 농산물의 안전성과 신선도,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평일에는 1200~1300명의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는데 나라현 주민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2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주말이나 휴일에는 1시간 거리의 오사카시와
다른 지역에서도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
농산물직매장은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민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니시다 점장은 "지금까지 쌀 농사만 짓던 농민들이 고객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농민들의 소득 창출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농산물 뷔페와 레스토랑
최근 문을 여는 일본의 농산물직매장들은 농산물을 식재료로 한 식당을 운영하는 형태가 점점 늘고 있다.
마호로바 키친도 푸드코트와 뷔페, 프렌치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니시다 점장은 "사업 공모 당시에 레스토랑 등 식당 운영이 조건이었다"며 "로컬푸드 소비 촉진과 인식 확산을 위해 다앙한 형태의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직매장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드코트는 일종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역할을 한다.
큰 버스가 들어올 수 있는 주차시설을 갖춘 곳이 많지 않아 푸드코트가 여행객들에게
간단한 먹거리와 휴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뷔페와 레스토랑은 나라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뷔페에는 디저트와 아이스크림을 포함해 40여종의 음식이 제공되는데 나라현 농민들이 기른
채소로 만든 요리가 중심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되는데 가격은 성인 기준으로 1575엔(한화 1만6000원)이다.
프렌치 레스토랑 '토키와'는 나라현에서 나오는 농축산물을 재료로 하는 고급식당이다.
나라현은 내륙이어서 수산물은 다른 지역의 것을 쓰지만 채소와 고기 등은 나라현에서 생산된 것만 쓴다.
니시다 점장은 "나라 지역에서 기른 식재료를 써야 농민들이 산다. 계절적으로 공급이 어려울 때는 간토 등
다른 지역 농산물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소비자들도 될 수 있으면 나라현 농산물을 찾는다"고 말했다.
뷔페에서 만난 주부 야마다 카오리(여·39) 씨는 "직매장을 찾을 때마다 뷔페에 들른다. 신선한 농산물을 재료로 쓰기 때문에 맛도 좋고 식품의 안전성에도 신뢰가 간다"며 직매장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 로컬푸드란
- 반경 50㎞ 이내 산지서 공급… 생산자-소비자 먹거리 이동거리 최소화
- 일본 지산지소 운동, 농산물 직매장 활성화…전국 1만7000곳 운영
- 한국 신토불이 운동, 유통망·인식 부재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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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현 카시하라시의 로컬푸드 직매장 마호로바 키친 매장 내에 붙어있는 지산지소(地産地消) 홍보 포스터. |
로컬푸드(Local Food)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자는 개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먹거리 이동거리'를 최소화해 환경과 건강을 지키고, 지역사회의 도농(都農)상생을 촉진하는 일련의 활동을 지칭한다. 통상 반경 50㎞ 이내의 산지에서 공급되는 농산물을 로컬푸드로 지칭한다.
■ 안전하고 값싼 로컬푸드
농산물을 대량 재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약과 화학비료, 유전자 조작 등으로 먹거리의 안전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다품종을 소량생산하는 소농(小農)이 주체가 되는 로컬푸드는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유통체계 단순화를 통한 중간마진 제거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이익이 증대되는 등 로컬푸드의 실효성은 많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 등은 일찍부터 로컬푸드 확산을 위해 농민시장(Farmer's Market), 학교급식, 공공급식 등 분야에서 민간 차원의 노력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법적·제도적 지원과 정책 개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확산되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생산 농민이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산물 직매장이 활성화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말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해 한국판 로컬푸드 개념인 신토불이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지만, 유통망과 공급의 한계, 소비자 인식 부재 등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 로컬푸드의 유형
로컬푸드는 나라의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농민시장 ▷지역공동체지원 농업 ▷학교급식 ▷농산물 직매장 등의 형태로 구분된다.
농민시장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인근 지역 소비도시 내 특정 장소에 정해진 날짜에 직접 가져와 판매하는 형태다.
농협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농민장터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1994년 1755개에서 2011년 7174개로 매년 1000개 정도씩 늘고 있다.
공동체지원농업은 소비자가 생산자와 계약을 해서 계약기간 동안 농산물을 배송받는 시스템이다.
일본에서 시작돼 유럽과 미국 등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농협이 '제철꾸러미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지역에서 기른 농산물을 지역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사업으로, 부산에서도 지난해 9월 기장군 일광면에 최초의 친환경급식센터가 문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농산물 직매장은 농업인이 지역 소비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설치된 상설 매장이다.
일본은 지산지소 운동이 확산되면서 메캐몬히로바와 마호로바 키친 등 지역 농산물 직매장이 전국에 1만7000여 개(2009년 기준) 운영 중이다.
이들 매장의 전체 판매금액은 8800억 엔(한화 약 8조9453억 원)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일본 나라현 카시하라시=윤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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