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주의 茶飯事] ③ 차에 대한 '불신'
불투명한 생산·유통, 모호한 등급 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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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나무 숲에 조성된 중국 차밭. 제초제와 농약 피해가 심하다. 이건주 씨 제공 |
집 주변 골목에도 한 집 걸러 커피점이 들어섰다.
반면에 차는 특정한 사람들의 기호로 축소됐다.
"차 한 잔 하자"고 해 놓고는 커피를 내어놓고, "티 타임을 하자"면서 으레 커피 타임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 차보다 커피가 주류 음료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커피의 맛, 향, 색깔이 차보다 더 진한 까닭일 수도 있고, 설탕이나 커피
크림, 우유 등과 섞으면훨씬 더 다양한 취향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물론 서구 생활양식을 좇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구사회의 주류 음료에 동화된 까닭도 있다.
하지만 차 자체 문제도 크다.
차 생산과 유통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특히 차 농가는 비료와 농약 살포로 차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차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심각하다.
필자는 중국의 유명한 차밭을 수시로 둘러보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농약을 뿌리고 다른 쪽에서는
차를 따는 장면을 많이 목격하고 있다.
농가는 허용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아무리 소량의 농약이라도 이를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명차는 품격이 중요하다.
최적의 생산 환경과 철저한 제다 과정은 필수 요소다.
그러나 최근 대량 생산 체제로 가면서 그렇지 못한 농가가 중국에서 일부 생겼다.
이런 농가 때문에 전체 차 재배 농가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것이다.
품질과 등급의 기준이 모호한 것도 녹차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봄에 딴 차인지, 혹은 여름이나 가을에 딴 차인지를 소비자가 알 수 없는 것이다.
일부 중국차 농가는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 여름 차와 가을 차를 아예 뒤섞어 판 경우도 있다.등급별로 부르는 이름도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전'이라고 하면 곡우(4월 20일) 전에 딴 어린 차를 일컫는데, 일부 상인은
여름에 딴 어린 싹도 우전이라고 주장하며 팔고 있다.
이러니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녹차로 만든 대홍포나 철관음, 보이차라는 말도 허무맹랑하다.
대홍포는 대홍포라는 차나무가 따로 있고, 보이차는 보이차나무에서 나온 것을 일컫는데
녹차나무에서 나온 녹차를 대홍포나 보이차로 둔갑시키는 것은 사기에 다름 아니다.
한중차문화연구회장 dorim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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