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 [개항장 부산] '해은일록'으로 살아났다
▲ 일본인 화가가 그린 1890년대 개항장 풍속도. 일본 거류지에 세울 관리소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첨(오늘날의 복권 추첨과 비슷) 흥행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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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부터 1894년까지 부산 지역에서 부산항 감리서 서기관, 부산항 감리서 방판, 다대포첨사 겸 동래감목관 등의 관직을 역임한 민건호(1843~1920)가 30년간(1883~1914) 작성한 일기 '해은일록(海隱日錄)'에 나오는 내용을
일부 간추린 것이다.
'해은'은 민건호의 호다.
이 일기를 통해 개항장의 외교 업무 및 일체 사무(행정, 외교, 치안 분야 등)를 관장했던 감리서 낙성식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부산근대역사관이 해은일록의 사료적 가치 및 저자를 조명하기 위해 사료총서 '부산항 감리서 방판 민건호와 그의 일기 해은일록'을 최근 발간했다.
앞서 부산근대역사관은 9년간(2005~2013년)의 작업 끝에 모두 29책으로 구성된
해은일록의 국역 및 영인본 제작을 끝낸 바 있다.
감리서 관원 민건호 30년 일기
부산근대역사관 9년간 번역 작업
사료적 가치 조명 위한 총서 발간
26일 시민 대상 특별초청강연
이 총서는 부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민건호 관련 자료, 해은일록을 통해
조명한 연구 논문, 해은일록 주요일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해은일록이 중요한 역사 자료로 평가되는 것은 무엇보다 120~130여 년 전
개항장(부산항) 감리서 관원으로 근무했던 민건호란 인물의 일상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은일록 주요일지(요약)에는 감리서 관리를 통해 당시
개항장 주변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사고를 간접적으로 접해 볼 수 있다.
위쪽 작은 사진은 이번에 부산근대역사관이 펴낸 사료총서 표지. 부산근대역사관 제공
요컨대, 1892년 1월 7일자 일기에 '일본인의 칼부림에 조선인 7명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1886년 5, 6월 일기에는 일본 측의 조계지에 대한 까다로운 일면도 엿볼 수 있다.
총서에 수록된 '개항장 부산에서 민건호가 경험한 음력과 양력'이라는 논문에서 부산대 사학과 김동철 교수는 1896년 1월 1일 이후 음력, 양력 순서로 양자를 함께 적은 해은일록에 주목하며 "개항장 부산은 음력과 양력의 시간이 교류하는 시공간이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새로운 문화가 교류하는 접촉지대였다"고 진단했다.
총서에는 일본인 화가(작자 미상)가 개항장 일대에서 보았던 다양한 계층의 조선인 모습을 그린
풍속도 40여 점도 포함돼 있다.
부산근대역사관 나동욱 관장은 "이번 총서 발간은 1800년대 말 격동기 개항장 부산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복원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대사, 극히 개항기 부산의 역사 연구 활성화에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근대역사관은 해은일록의 유물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26일 오후 부산박물관 소강당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특별초청강연회를 개최한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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