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시대를 연다] <5> '지역 로컬푸드 한계'와 '유통 대기업' 역할

금산금산 2014. 4. 23. 07:15

 

[로컬푸드 시대를 연다] <5>

'지역 로컬푸드 한계'와 '유통 대기업' 역할

농가도 소비자도 인식 부족 걸림돌… 대형마트 내 농산물 직매장이 대안

 

 

 

부산 남구 이마트 문현점에 들어선 수산물 로컬푸드 매장인 부산공동어시장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생선을 고르고 있다. 이마트 제공

 

 

- 부산시청사 야외에
- 직거래장터 설치해도
- 공급 물량 적어 썰렁
- 소비자, 도심 마트 선호
- 산지 직매장 쉽지않아

- 이마트 2009년부터
- 로컬푸드 시스템 운영
- 수산·축산물까지 확대
- 부산지역 6개 점포
- '공동어시장 코너' 설치
- 가격·품질·농가 이익
- 1석 3조 효과 거둬



로컬푸드 운동이 활발한 일본 등 몇몇 나라와는 달리 국내의 분위기는 무르익지 않았다.

생산농가와 소비자의 인식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데다 물량 공급은 부족하고, 유통 인프라도 발달하지 못한 상황이 로컬푸드 운동 활성화에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유통 대기업이 잘 구축해 놓은 물류 인프라를 로컬푸드 운동에 활용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공급 물량, 소비자 인식 부족

부산시가 경남도, 농협과 함께 부산시청사 야외에서 2012년 4월부터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농축산물 직거래장터는 공급 물량이 부족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직거래장터는 경남지역 농가들이 농축산물을 가져와 대도시인 부산의 소비자에게 직접

시중가보다 싸게 판매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채소와 과일은 연중 공급할 물량이 모자라 가공식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또 재고 처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농가들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형편이다.


일본의 메케몬 히로바 같은 농산물 산지 직매장은 부산지역의 생산·유통 인프라를 고려할 때

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본은 대형할인점이 대개 도시 외곽에 있어 쇼핑을 위해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반면

국내는 대형마트 대부분이 도심 내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채소와 과일을 사기 위해 먼 거리까지 이동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박근혜 정부가 유통단계 축소를 강조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산지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있어

부산 외곽에 산지 직매장을 개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구 65만 명이 거주하는 전북 전주시를 지척에 둔 완주 농협의 농산물 직매장과 같은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대저와 기장 등 부산 외곽에 농산물 산지 직매장을 설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농협 부산지역본부의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대농은 대부분 대형마트 쪽에 안정적인 판로를 갖고 있고 로컬푸드에 적합한 소농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연중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운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 유통 대기업의 인프라 활용해야

이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산지 직매장 설치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로컬푸드 활성화에서 유통 대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이마트는 2009년 말부터 채소 부문만 도입했던 로컬푸드 시스템을

지난해 4월부터는 지역 수산물까지 확대하는 한편 안동 지역 한우 등 축산물과 청과 부문까지

대상을 넓혀 모든 신선식품에 로컬푸드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의 6개 점포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공급하는 고등어와 가자미, 눈볼대와 전갱이 등으로 꾸며진

'부산공동어시장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농산물도 부산 경남 12개 점포에서 파프리카와 새송이, 옥수수 등 19개 품목을

부산과 의령, 밀양, 진주 등 18개 시·군의 생산농가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의 로컬푸드 매입 금액은 2012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230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300억 원까지 액수를 높일 계획이다.

로컬푸드 운영 점포도 지난해 전국 85개점에서 올해는 108개점으로 확대한다.



대형마트의 로컬푸드 확대는 생산농가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일반 농축수산물이 다섯 단계의 유통구조(생산자-산지수집상-도매시장-중도매인-납품업체-대형마트)를 거치는 것에 비해 로컬푸드는 생산자-대형마트 두 단계로 축소된다.

중간 마진이 제거돼 소비자 가격이 시세보다 30%가량 싸진다.


기존 유통시스템에서 채소는 생산지에서 수확 2~3일 뒤에 점포에 입고되는 반면

로컬푸드 시스템에서는 전날 또는 당일 새벽 수확된 상품이 2시간가량의 근거리 배송으로 매장에 입고되고

소비자에게는 '수확 후 24시간 내'에 판매된다. 따라서 신선도가 뛰어나고 농가실명제 도입에 따라 신뢰도도 높은 장점이 있다.

생산자로서도 로컬푸드는 원거리 물류비와 경매수수료 등의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물 가격이 하락해도

대형마트와의 연간 계약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마트의 경우, 생산자가 상품 생산에만 전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로컬푸드 매장에 대해서는 국내 다른 매장과 같은 수수료 형태가 아니라

마트 측이 재고 부담을 지는 직매입 형태로 운영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로컬푸드를 일부 점포에서 운영해 본 결과 저렴한 가격과 신선한 품질, 농가 이익 등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최적의 유통매입시스템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로컬푸드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농협은 금융점포를 로컬푸드 판매장으로…쇼핑센터는 향토 특산물관 운영

- 부산축협, 미남지점에 축산물 판매장 개장
- 금정농협도 구서점에 '하나로행복장터' 열어

- 롯데아울렛 김해점, 농협과 손잡고 매장 개설
- 월 평균 8500만 원 매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김해점에 개설한 향토특산물관 매장. 롯데백화점 제공

도시 외곽에 농산물 산지 직매장을 개설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도심 곳곳에 산재한 지역단위 농협이 금융점포를 리모델링해

로컬푸드 전초기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롯데쇼핑도 고객이 많이 모이는 프리미엄 아울렛 김해점에

지난해 6월 향토특산물관을 열고 로컬푸드 보급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농축산물 직매장 설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도시 농협이

금융점포를 활용해 농산물 판매를 시작하는 것은

로컬푸드 유통 확산을 위한 유효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부산축산농협은 금융점포인 미남지점(동래구 사직동) 내부를 고쳐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의 축산물 판매장을 개장했다.

양정지점에 이은 2호 매장이다.

부산축협은 앞으로 만덕과 구포, 하단, 금정지점 등도

새로 단장해 축산물판매장을 갖춰 판매망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금정농협도 지난 7일 금융점포인 구서점을 리모델링해

'하나로행복장터'라는 농축산물 판매점포를 열었다.

기존에 금융점포 한구석에 있던 신토불이 매장을 배 이상 확장했다.

금정농협은 올해 기찰과 오시게지점의 금융점포에도 농축산물 판매장을 갖출 계획이다.


농협 부산지역본부도 올해 문현금융단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내 금융점포에

농산물 직매장을 설치키로 하는 등 도시 농협의 농산물 직매장 기능을 강화한다.

롯데쇼핑은 패션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프리미엄 아울렛 김해점 쇼핑센터에

지난해 6월 이례적으로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향토 특산물관'을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2년 주말마다 운영해 온 '지역 농·특산물 직거래장터'를 강화한 것이다.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와 손잡고 김해지역 축산물과 농산물, 가공식품은 물론 화훼와 도자기까지 선보이면서 먹거리와 향토문화가 공존하는 매장으로 꾸몄다.

단감, 대저토마토, 칠산 참외, 장군차 등 농·특산물과 계절 화훼와 분재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향토 특산물관은 농산물 산지 직매장이 안고 있는 소비자의 거리 부담을 해소했다는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쇼핑을 하러 온 소비자에게 로컬푸드를 공급함으로써 소비자에게 1석 2조의 효과를 주는 셈이다.

향토 특산물관은 지난해 6월 개장 이후, 월 평균 8500만 원의 판매고를 기록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또 생산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이바지하면서 유통 대기업과 지역농가의 상생협력 모델도 제시한다.

롯데 아울렛 관계자는 "최근 로컬푸드가 새로운 식품 경향으로 급부상하면서 고객의 발길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패션과 잡화뿐만 아니라 신선한 지역 먹거리까지 실속가에 사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