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내 고장 숨은 '이바구'… ] 창원시 마산합포구 '만날고개'

금산금산 2014. 4. 30. 14:17

 

[내 고장 숨은 '이바구'… 新전설의 고향] 창원시 마산합포구 '만날고개'

출가 딸과 친정 엄마 만나 회포 풀던 장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무학산 자락의 만날고개 주변에는

모녀 간의 애틋한 상봉 전설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성훈 기자

 

 

 

"고려시대 말엽 마산포(馬山浦)에 양반 이씨 가문이 있었는데, 편모 슬하에 17살난 큰 딸과 그 아래에 둘째 딸,

 막내 아들 등 3남매가 자라고 있었다.

바느질로 구차한 생계를 이어오던 어머니가 병상에 눕게 됐고, 감천골에 사는 윤진사댁에서 반신불수의 벙어리 외아들과 큰 딸이 결연하면 전답 수십 두락(斗落:마지기)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제안이 이씨 가문에 들어왔다.

병신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큰 딸은 어려운 가세와 어머니의 병환 때문에 벙어리와 결혼했다.

손자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온갖 구박에 시달리던 큰 딸은 시집살이 3년 만에 시부모에게 근행(첫 친정나들이)을 신청했다.

친정에 갔던 큰 딸은 빨리 시댁으로 돌아가라는 친정어머니의 호통에 못이겨 눈물을 흘리며 만날고개로 갔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남편은 '집을 도망쳐 나가 살아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20살의 청상과부로 수절하면서 살아가던 큰 딸이 친정 안부가 궁금해 8월 17일(음력) 만날고개로 갔다.

때마침 그날 친정어머니와 여동생도 시집간 딸의 안부를 듣고 싶어 만날고개를 찾았다.

서로 얼싸안고 쌓였던 한을 풀고, 정담도 나누었다."

                                                                                                                                -'馬山市史' 중에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현동(예곡동)의 경계이면서,

무학산(해발 761m) 자락에 있는 만날고개는 내서읍 감천곡으로 연결되는 고갯길이다.

청상과부 딸 어렵게 시집살이
이심전심 어머니와 상봉 한풀이
현재 추석 때 이웃과의 만남 행사
창작 뮤지컬·시로 재탄생


1981년 만날고개의 전설을 토대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져오던

추석날 이웃과의 만남은 1998년부터 추석 대표 민속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만날공원을 중심으로 이 일대에서는 매년 음력 8월 17~18일 이틀간 만날제(상봉제)가 열린다.

'상봉제'는 모녀 간의 애틋한 상봉 전설을 바탕으로, 만남과 그리움을 축제로 승화시킨 것이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 정서인 만남과 그리움을 주제로 한 민속테마 축제인 '마산 만날제'

마산지역 5대 축제의 하나로, 축제기간을 전후해 매년 10만여 명이 찾고 있다.

상봉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동창생이나 실종 아동, 전우 등 보고 싶은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날공원 내 상봉마당에 '사람찾기 코너'가 마련돼 운영된다.

각자 보고싶은 사람들은 이날 사람찾기 코너를 방문하게 되면 반가운 만남을 가질 수 있다.

만날고개의 유래를 새긴 표지석. 이성훈 기자

 

 

만날고개는 극단 '마산'이 전설을 각색한 창작뮤지컬 '회한별곡'(悔恨別曲)으로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시인 정목일은 '만날고개'라는 시에서 '만날고개 달 뜨거든, 그리움의 피리 불리라/(중략)/은하수로 흐르는 그리움, 영원 속에 사무친 그리움/송별 없이 떠난 님, 별빛처럼 돌아오시라/'라고 노래했다.

만날고개 전설을 전국적인 이벤트화해 국내·외에 '만남의 붐'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자는

여론도 일고 있다.

임영주 마산문화원장은 "만날고개에 얽힌 '모녀 상봉'이라는 전설이 영호남 또는 남북 간 친구를 만나고, 한국전 참전 장병들이 동료 전우를 찾는 계기로 만들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문화원은 무학산 둘레길과 연계한 '만날고개 전설 탐방길' '만날제 홈페이지'개설,

만날공원 내 '만남의 우체통'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성훈 기자 lee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