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설 보따리] <14>
'옥녀'와 '선비'의 사랑
옥녀를 그리던 선비, 매바위서 몸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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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정관면 상곡마을 뒷산 매남산의 매남바위(소학대) 모습. |
- 장소: 기장군 정관면 매학리
- 선비의 퉁소소리에 반한 옥녀
- 지상에 내려와 같이 살았지만
- 하늘의 엄명에 다시 돌아가자
- 그는 죽어 학이 되어 그녀 지켜
- 감명받은 옥황상제 부부 허락
옛날 물래(勿來)라는 젊은 선비가 충청도를 떠나
영남에서 제일 명당에다 경치가 아름다운 매남산(521.7m)
제석천 옆에 산막을 치고서 역학공부를 하고 있었다.
선비는 낮에는 공부와 밭을 일구고 밤이면 퉁소를 갖고
개울가 옆 바위에 앉아 세상사를 탄식하는 슬픈 곡을 울리곤 하였다.
달 밝은 밤이면 빠짐없이 인간세상에서 하늘로 울려 퍼지는 이 퉁소 소리를 듣던 하늘의 옥녀는
그만 이 소리에 반해 옥황상제의 허락을 받고 인간세상으로 이날 밤 내려와 제석천 옆에 이르렀다.
지긋이 눈을 감고 꺼질 듯 이어질 듯 탄식하듯 옥이 굴러가듯이 퉁소를 불고 있던 선비는 개울가에 선
옥녀를 뒤늦게 보게 되었다.
잠깐 소리를 멈춘 그는 건너편 개울가에 서 있는 옥녀가 하늘의 선녀임을 알고 운을 떼었다.
"천상의 옥녀가 제석천에 서니 물고기가 떼 지어 인사를 하네. 만약 옥황상제의 노여움이 없다면 그대와 함께 이 밤을 즐겁게 보내고 싶건만…."
그러자 옥녀 또한 화답했다.
"인간세상이 어지럽다 하여 올까 말까 망설였으나 내 마음 앗아간 퉁소 소리의 임자를 어찌 만나지 않으리오."
이렇게 하여 이 둘은 하늘나라와 이 세상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밤을 지새웠다.
옥녀는 옥황상제와의 약속도 잊어버리고 선비와 함께 산막 안에서 살고 말았다.
이들은 매바위를 거쳐 옥녀봉까지 놀러 다니곤 하였다.
어느 날 선비가 들일을 나간 사이 옥황상제가 딸을 기다리다 지쳐 세상을 내려다 보게 되었다.
어찌된 일인지 옥녀가 산막에서 고생을 하면서 살고 있지 않는가.
옥황상제는 옥녀에게 지체없이 하늘로 올라오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누구의 엄명이라 거스르랴, 즉각 옥녀는 승천 옷으로 갈아 입고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말았다.
들일을 마치고 산막에 들어온 선비는 옥녀가 없어 깜짝 놀랐다.
몇 날 며칠을 두고 기다렸으나 끝내 옥녀의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선비는 이 세상을 하직하고 하늘나라로 가면 옥녀를 만날 수 있으리라
마음 먹고 매바위에 올라 하늘을 쳐다보며 옥녀를 몇 번 부르다 백 척이나 넘는 바위 아래로 몸을 던졌다.
이 사실을 모르는 옥녀는 선비에 대한 그리움을 억제하지 못해 옥황상제께
한 번만 더 인간세상으로 가겠다고 매달려 허락을 받았다.
인간이 사는 세상으로 다시 내려온 옥녀는 산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선비가 안 보여 주변을 찾아보니 인근 매바위 위에 짚신만 있고 시신은 찾을 수가 없었다.
옥녀는 선비의 혼과 살 것을 다짐하고 제석천 위 베틀바위 안에서 베를 짜면서 쓸쓸히 보냈다.
이후 선비는 학이 되어 매바위에 둥지를 틀고 살았다.
어느 날 베틀바위 앞 계곡에서 먹이를 찾다 옥녀를 발견하곤 얼마나 좋았는지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선비학은 날이 새면 매바위에서 베틀바위를 찾아 베를 짜는 옥녀 옆에서 마냥 즐겁게 놀다
저녁이면 둥지로 돌아가곤 했다.
옥황상제는 옥녀가 사는 것을 보고 너무나 애처로워 학이 된 선비를
다시 사람으로 환생시켜 옥녀와 함께 승천하라고 하였다.
옥녀는 매바위로 단숨에 달려가 선비학을 타고 흰구름이 아름답게 수놓은
산등선을 넘어 유유히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이후 옥녀와 선비는 행복하게 살았다고 전해온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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