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숨은 '이바구'… 新전설의 고향] '통영 마구할매'의 황금 곳간과 장좌섬
'마구할매 금은보화' 가야 전설 엿들은 일본인이 금광 개발
▲ 반세기 넘게 방치돼 지금은 흔적만 남은 장좌섬 금광 모습. 김민진 기자 |
통영에서도 바지런하기로 유명한 정량동 뜸바우골 아낙네들.
하루는 개고랑으로 아침 일찍 서답(빨래)을 하러 나왔는데, 갑자기 주위가 어둑해지고 머리끝이 쭈뼛해 져
고개를 들었더니 키가 하늘에 닿을 만큼 장대한 '마구할매'(마고할미의 속칭)가 남쪽 바다로부터
이곳 해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기겁한 아낙네,
'저기 마구할매가 바다를 건너온다'고 외치며 손에 든 서답 방망이를 하늘로 가리켰고, 놀란 마구할매는
치맛자락에 가득 안고 오던 금은보화를 모두 바다에 냅다 팽개치곤 북쪽 '안뒷산(여황산)' 너머로 펄쩍
건너 뛰어 사라졌다.
이때 마구할매가 내버린 것들이 바다에 잠기며 큰 섬으로 변했는데, 이 섬이 지금의 ○○섬이다.”
-통영시지(1999년 2월 통영시사편찬위원회)
치맛자락 보물 바다 팽개쳐
1980년대까지 국내 최대
파낸 돌과 흙으로 육지 연결
최근 '관광자원화' 여론
다리가 놓인 것도 아니고, 언제든 두 발로 걸어 갈수 있는데 분명 섬이라 부르는 곳.
경남 통영시 남망산 끝자락에 봉긋 솟은 '장좌섬'이다.
네이버 위성지도에 나타난 장좌섬. 가운데 길게 움푹 팬 곳이 금광이다. 김민진 기자 |
세칭 '장개섬', '보디섬'.
옛날 한산도로 유배 온 어느 선비가 여기에 재물을 감췄다고 붙여진 게 전자이고
섬 중앙에서 바다를 향해 길게 골이 파인 모양새가 여성의 생식기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 후자다.
장좌섬 전설은 가야건국 신화 중 마고문화의 한 단편이지만 전설이 현실로 발현됐다는 점에서 조금 더 특별하다.
일제 강점기 전설을 염탐한 일본인들이 1930년 장좌섬을 금광으로 개발했고
실제로 순도 높은 금이 다량 채굴됐다.
박맹언 전 부경대 총장이 저술한 '지질여행-통영 해저금광에서'편에 따르면
장좌섬 금광은 1980년대 말까지 만해도 국내 최대의 금광이었다.
최대 폭 7m의 금광맥이 바다 밑으로 남망산까지 700m 이상 이어졌다.
금을 캐던 갱도는 200m 아래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됐다.
특히 온천수에 의해 형성된 금광인 탓에 노다지 1t당 금이 2g 추출될 정도로 금 함량이 높았다.
덕분에 당시 20t(현시세 1조 4천억 원)가량의 금이 생산됐다고 한다.
당시 동아일보(1934년 2월 22일자)는 '통영읍 서정에 대금광 발견' 제하 기사에서
"과거 황금의 파도가 넘노라 있었다"고 기록했다.
채굴이 본격화되면서 파낸 돌과 흙으로 바다를 메우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남망산과 가늘게 이어지는 길이 만들어졌고
근래 항만 매립이 본격화되면서 멀쩡했던 섬은 육지가 돼 버렸다.
하지만 지하로 너무 깊게 파고들어간 탓에 갱도가 바닷물에 잠겼고 결국 문을 닫았다.
몇 차례 재개발 시도도 있었지만 깊은 수심 탓에 채산성이 떨어져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시설 중공업 육성 정책에 따라
현 LG그룹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사'가 마지막 주자로 나섰지만 같은 이유로 포기했다.
이후 반세기 넘게 방치된 장좌섬 금광은 세간의 기억에서 잊혀 졌다가
최근 이를 관광자원화 하자는 제언이 나오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천재생 통영시의회 의원은 "장좌도 금광은 당시 부의 상징이었고 지금은 삶의 애환과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 유물이다. 특히 해저금광은 국내외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희소성을 가졌다"며 "의지를 갖고 상품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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