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설 보따리] <13> '와우산' 송아지에 얽힌 사랑
송아지가 이어준 청춘 남녀의 사랑
해운대 와우산의 달맞이언덕에 위치한 해월정. |
- 장소: 해운대구 중동
- 주인 잃은 송아지 재워준 처녀
- 찾아나선 양반집 도령과 만나
- 정월대보름 재회해 사랑의 결실
- 지금도 배필 맺는 명소로 각광
청사포와 미포 사이에 위치한 산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 하여
누울 와(臥)자, 소 우(牛)자를 써 와우산(臥牛山· 182m)이라 불린다.
청사포 뒤 형제봉인 대봉과 소봉의 두 봉은 소의 귀, 얼굴은 장산을 바라보고 있으며 청사포에서 고두말로 누워 소 꼬리 부분에 위치한 곳이 미포(尾浦)이다.
미포에서 와우산 중턱 고개를 오르면 해운대에서 저녁달 조망으로
유명한, '대한 팔경'의 1경인 달맞이언덕에 닿는다.
이곳 언덕 끝자락에는 현재 정월 대보름달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해월정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 해월정에는 보름달이 바다 저멀리 수평선 위로 뜨면 온 바다를 분홍으로 수놓으며 이글거리는
보름달에 두 손 모아 기도한 처녀 총각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와우산 동쪽 기슭 청사포에 살던 처녀가 화창한 봄날 와우산으로 나물을 캐러 갔다.
나무에 정신이 팔려 처녀는 와우산 등성이를 넘어 오산마을 쪽까지 갔다.
해가 기우는 것도 모른 채 나물을 캐는데 갑자기 송아지 한 마리가 처녀 주위를 빙빙 돌았다.
처녀가 나물바구니를 끼고 돌아오려니 그 송아지가 따라 오는 것이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녀는 집으로 송아지를 데리고 와서 하룻밤을 재웠다.
하지만 처녀는 잃어버린 송아지 주인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이튿날 처녀는 혹시 몰라 그 송아지를 데리고 어제처럼 나물을 캐러가 오산마을 쪽으로 넘었다.
비슷한 시각, 오산마을에서도 양반집 도령과 꼴머슴이 전날 송아지를 놓친 그 지점을 찾았다.
양반집 도령은 전날 공부를 하다가 갑갑함을 이기지 못해 꼴머슴을 따라 와우산으로 왔다가 꼴머슴과 함께
양반 상놈의 구별 없이 장난질로 봄을 만끽하는 사이 송아지의 행방을 놓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꼴머슴은 귀가 후 주인에게서 꾸지람을 크게 들었다.
도령은 꼴머슴이 꾸지람을 들은 것이 자기 때문이란 자격지심으로 이튿날 꼴머슴과 함께
송아지를 찾으러 나섰던 것이다.
그런데 전날 그 자리에 오니 놓쳐버렸던 송아지와 함께 달덩이같이 고운 처녀가 나물을 캐고 있지 않은가.
도련님은 잠시 넋을 잃고 처녀를 황홀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고개를 든 처녀는 불시에 나타난 도령에 놀라면서 그 준수함에 가슴속 깊이 울려드는 사랑을 느꼈다.
송아지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처녀가 수줍음을 안고 비껴갈 때 도령은 명년 정월 대보름달이 뜰 때 저 언덕에서 다시 만나자고 악속을 했다.
도령은 처녀와 헤어진 후 일심정성으로 공부해 그해 가을에 있었던 과거에 급제했다.
이후 정월 대보름을 기다렸다가 약속한 와우산 언덕으로 올라갔다.
때마침 수평선 너머에서 쟁반 같은 대보름달이 온 세상을 밝히며 떠오르고 있었다.
도령은 자신도 모르게 달을 향해 그날의 처녀를 만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며 두 손을 모았다.
그 무렵 처녀도 달맞이언덕 해월정에 이르렀다.
처녀도 온 바다를 분홍으로 물들이며 떠오르는 달을 향해 소망의 손을 모았다.
떠오르는 달은 두 남녀에게 축복을 내리려는 듯 환한 빛을 선사했다.
이후 두 남녀가 사랑의 결실을 맺은 사연이 주위로 전해지자 정월 대보름달이 뜰 무렵이면
오산마을과 청사포마을의 처녀 총각도 좋은 배필을 맞게 해달라고 그 언덕에 올랐다.
그리하여 그 언덕은 청춘 남녀의 배필을 맺는 사랑의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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