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숨은 '이바구'… 新전설의 고향] 양산 삼동마을 '효의 상징' 천계정
천계가 새벽마다 마신 샘물… 지금은 도내 최대 산란계 사육
▲ 양산시 삼동마을에는 천계가 내려와 새벽을 알리는 울음 소리를 냈다는 천계암(위쪽)과 천계암에서 운 닭이 물을 마시는 천계정(아래쪽)이 유명하다. 김태권 기자 |
장사꾼은 매일 첫닭이 울 때 일어나 밤늦게까지 하인에게 일을 시켜 불만을 샀다.
한 하인 아들인 만수는 고생하는
아버지를 보고 꾀를 냈다.첫닭이 울지 않으면 새벽잠을 계속 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만수는 하늘의 시간을 관리하는 천계(天鷄)를 잡기로 하고 천계정으로 달려갔다.
천계정은 천계가 천계암에 올라 운 뒤 물을 마시러 오는 우물이며 세상 닭은 천계의 울음소리를 들은 뒤
일제히 울어 첫 새벽을 알린다.
만수는 천계정에 독한 술을 풀어 천계를 잡는데 성공했다.
다음 날 새벽에 닭이 울지 않아 아버지는 편했지만 세상엔 큰 혼란이 생겼다.
천계를 찾으러 온 선녀는 만수에게 "효심은 인정하지만 방법은 옳지 않다"며
장사꾼에게 솔직하게 말할 것을 권유했다.
장사꾼은 만수의 효심어린 말을 듣고 하인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등 함께 잘 살았다.
이후 천계정에 많은 병자 등이 찾았고 효험을 보자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장사꾼집 하인 아들
아버지 깨우는 천계 포획
선녀 중재로 혼란 막아
"효 체험장으로 활용"
- 양산문화원이 발간한 양산고을 옛이야기
양산 삼동마을에는 천계정으로 추정되는 우물과 천계암이 있다.
천계암 인근엔 계원암이라는 사찰도 있다.
사찰은 닭 '계(鷄)' 자를 사용해 천계 전설과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계원암은 가야시대에 창건된 뒤 조선시대에 사라졌다가 1920년께 중창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계암은 해발 80여m에 위치해 있는 큰 바위로, 양산시가지를 한 눈에 내려 볼 수 있는 곳이다.
당시 천계가 마을을 내려보면 '호령'하는 모습이 그려질 정도다.
이 때문인지 천계암이 내려다 보이는 상북면 일대에는 경남 최대의 산란계가 사육되고 있다.
일부 닭 사육농장주는 닭 입식에 앞서 계원암을 찾아 닭의 무병과 사업의 번창을 기원하기도 한다.
계원암은 1천600여 년을 내려오면서 사라졌다,
재건되기를 반복했지만 천계정은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유는 물맛에 있다.
천계정의 물맛은 유난히 달고 맛있어 지금도 계원암 신도는 물론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계원암의 시주 스님은 "천계정의 물맛이 너무 좋아 이 물로 담은 장맛 역시 맛있다"며
"절을 찾는 신도들이 장맛에 탄복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천계정도 근래에 들면서 수차례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2000년 중반, 지역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천계정 일대에 택지조성이 추진됐지만
다행히 사업성 부족으로 중도에 포기했다.
2005년에는 시주 스님이 천계정에 물이 부족하자 지하관정을 파기로 결정했다.
스님은 업자에게 공사비까지 지급했지만 천계정의 전설을 듣고 지하수 파는 것을 포기했다.
10여 년 전에는 한 생수업자가 '물맛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생수 개발을 추진했으나 포기했다는
소문도 전해오고 있다.
계원암의 시주 스님은 만수의 '효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야생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축제에 사용되는 야생화는 천계정의 물로 길러지고 있다.
스님은 "야생화 축제에 참가한 신도 등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좋은 일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문화원 정연주 원장은 "천계정 전설은 아버지를 생각하는 만수의 '효 정신'은 물론 '진심으로 말하면 통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며 "천계정 일대를 효 체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권 기자 ktg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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