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내 고장 숨은 '이바구'…] 고성군 당항포 대첩 일등 공신 기생 '월이'

금산금산 2014. 4. 23. 07:57

 

[내 고장 숨은 '이바구'…]

고성군 당항포 대첩 일등 공신 기생 '월이'

 

 

왜군 첩자 지도 고쳐 대승 이끈 '조선의 잔 다르크'

 

 

 

▲ 월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며진 경남 고성군 당항포관광지 내 '당항포해전관'. 작은 모형들로 재현된 당항포대첩 현장과 상세한 이야기 구성, 그리고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월이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다. 김민진 기자

 

 

여기 한 여인이 있다.

조선조 임진왜란 때 군인도, 남성도 아니면서 경남 고성 당항포 대첩일등 공신으로 전해진 야사 속 인물.

훗날, 충절의 기생 논개를 넘어 '조선의 잔 다르크'가 된 '무기정 기생 월이(月伊)'다.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을 침략할 뜻을 품었던 왜군은 남해안 지형을 사전
조사하기 위해 승려로 가장한 첩자를 조선으로 보낸다.

당항만에 가짜 바닷길 표시
퇴로 막힌 왜군 전멸
논개에 가려진 충절
영상물 제작 관광 상품화


몇 달간 지도를 작성하며 임무수행에만 골몰했던 첩자는

고성의 옛 무학동 무기정 기생집에서 진득하니 회포를 푸는데.

얼마쯤 취했을까?

사경이 될 무렵 한 기생의 품에 녹아 떨어졌는데 그녀가 바로 '월이'였다.

술에 취해 쓰러진
남자
의 가슴팍에서 비단보를 발견한 월이는 깜짝 놀란다.

장차 조선을 침략할 전술과 바닷길 공략도, 육로의 도주로가 상세히 그려진 지도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남자가 일본의 첩자임을 알아챈 월이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비록 기생의 몸이지만 내가 태어난 조국이요. 부모의 얼이 묻혀 있는 곳이 아닌가?'

남자가 사용하던 붓을 찾아 든 월이는 당항만이 바다로 이어진 것처럼 정교하게 지도를 바꿔

다시 남자의 품에 넣었다.

임진년 6월5일 조선을 침략한 왜군은 월이가 조작한 지도만 믿고

당항포에서 충무공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과 전투를 벌인다.

이순신의
전략
에 밀린 일본군은 바다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지도에 표시된 바닷길을 찾을 수 없었다.

퇴로가 막힌 일본군은 결국 전멸하고 만다.”

-당항포관광지 '당항포해전관' 소개글 中

 

 


당시 왜선은 산산조각이 났고 물 위에 떠오른 왜적의
머리 수백 두가 썰물에 밀려 소포쪽으로 밀려왔다.

그 후부터 머리가 밀려왔다고 해서 이곳을 '두호'라 부르게 된다.

특히 월이가 그린 지도를 따라 간 왜장은 '속았다'고 분개 했고

당항포 앞바다는 속은 갯가라는 뜻의 '속싯개'라는 지명이 붙는다.

당항포해전관 입구에 설치된 월이 캐릭터와 이야기 소개글.

하지만 월이 자신은 지상으로 공격해 온 왜군에게 붙잡혀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논개에 가렸던 월이의 충절은 420여 년이 지나서야

고성지역 향토시인이자 작가정해룡 선생에 의해 재조명된다.

정 선생은 2012년 펴낸 역사소설 '조선의 잔 다르크 월이'를 통해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졌던 월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는 "논개는 적장 하나만 안고 죽었으나 월이는 왜적의 함대 26척과 3천여 명의

적 수군을 대파한 일등 공신이다"영국의 백년전쟁기 조국 프랑스를 구원한 소녀 잔 다르크에 견준다.

고성군은 월이 이야기를 담은 고증자료, 소개글 그리고 8분여 분짜리 영상물까지

별도 제작해 당항포관광지 내 전승기념관을 꾸몄다.

또 당항포대첩
축제'조선의 잔 다르크 월이'를 주제로 한

전국 스토리텔링 대회를 통해 그녀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고 있다.

도충홍 고성
문화원장은 "국내 모든 지자체들이 없는 것도 만들어 축제를 하느니 기념관을 짓느니 야단법식"이라면서 "고성 땅에 오랫동안 묻혀있던 월이를 발굴해 놨다. 이를 그냥 흘릴 것인가, 훌륭한 관광 상품으로 만들 것인가는 지금 우리의 몫이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jin92@

                         월이가 조작한 일본 첩자의 지도